[이슈메이커] ‘혁신’에 사활, 젊어지는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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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2.02.0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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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 3040세대 ‘젊은피’ 대거 수혈

조직문화도 한층 유연해질 것으로 기대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혁신’에 사활, 젊어지는 기업

 

경영계에 젊은 바람이 불고 있다. X세대와 MZ세대들이 기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임원에 본격적으로 포진하면서 재계 문화에 변화가 생기고 있어서다. 이처럼 젊은 총수의 등장과 산업 변화 흐름에 발맞춰 각 기업들은 저마다 유연한 조직 체계 구축에 전사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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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그룹 젊은 총수 친정체제 가속

지난해 연말 단행된 대기업들의 인사 키워드는 ‘세대교체’였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국내 30대 그룹 중 2022년 정기 인사를 발표한 18개 그룹의 현황을 조사한 결과 승진 임원 수는 사장단 56명, 부사장 이하 1,774명 등 총 1,830명이었다.

 

이는 1년 전보다 19.9% 늘어나 304명이 많은 수치다. 사장단 승진 인원의 경우 2018년 61명에서 2019년 56명, 2020년 44명, 2021년 38명 등으로 지난 몇 년간 계속 감소해오다 이번 인사에서는 56명으로 대폭 증가했다. 리더스인덱스는 “3·4세 경영체계가 본격화한 가운데 사장단을 대폭 교체해 친정 체제를 강화하고 경영 쇄신을 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며 “신성장 동력 사업을 발굴하기 위해 세대교체와 함께 신규 임원 승진이 함께 늘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12월 초 김기남·고동진·김현석 대표이사 3명을 경영 일선에서 퇴진시키고 TV 등 세트 부문의 한종희 부회장과 반도체 부문의 경계현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쇄신 인사를 단행했다. 또한 ‘뉴 삼성’을 이끌 젊은 임원도 대거 발탁했다. 직원들의 직급별 체류 기간을 전면 폐지하는 인사 제도 개편안을 진행했고, 실제 상무 승진자 113명 중 30대가 4명, 부사장 승진자 68명 중 40대가 8명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삼성전자는 성장성이 보이는 임원 위주로 부사장에 앉히고 핵심 보직에 배치해 경영자로서 자질을 쌓게 한다는 방침이다. 삼성그룹 역시 16개 상장사 임원 1,861명 중 55.5%가 X세대 이하 임원으로 2019년보다 20.4% 늘었다.

 

1978년생 구광모 회장이 이끄는 LG그룹은 임원 승진자 132명 중 40대 비율이 6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구 회장 취임 후 가장 큰 규모의 세대교체도 단행했다. 권봉석 전 LG전자 사장을 그룹 전략을 총괄하는 최고운영책임자(COO) 부회장으로 승진시키고 글로벌 전문가인 조주완 사장에게 LG전자를 맡겼다. 역대 최다 규모 임원 인사를 단행한 현대차그룹에서도 40대 임원이 1명 나왔다. 또한 수뇌부 교체도 이뤄져, ‘정몽구 시대’의 아이콘이었던 경영진이 대거 물러나며 정의선 체제를 완성한 것으로 평가됐다. SK그룹 역시 신규 임원 중 30~40대가 절반 이상이었고, 특히 SK하이닉스에서 처음으로 40대 사장이 탄생했다.

 

 

삼성전자는 성장성이 보이는 임원 위주로 부사장에 앉히고 핵심 보직에 배치해 경영자로서 자질을 쌓게 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뉴스룸
삼성전자는 성장성이 보이는 임원 위주로 부사장에 앉히고 핵심 보직에 배치해 경영자로서 자질을 쌓게 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뉴스룸

 

MZ세대 CEO 등판하는 네이버

젊은 리더가 가장 많은 그룹으로는 다름 아닌 네이버가 꼽힌다. 121명의 임원 중 7명을 제외한 94.2%가 X세대 이하 임원이다. 이 중 23명은 지난해 11월 인사에서 새 CEO로 내정된 최수연 책임 리더(1981년생)와 같은 MZ세대다. 네이버는 AI 개발을 총괄하는 정민영 책임리더(1986년생), 노상철(1981년생)·박찬훈(1980년생) 책임리더 등 MZ세대 임원진은 최 내정자를 지원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또한 최 내정자가 차기 경영 리더십을 구축하는데 힘을 더할 차기 리더로 사업개발과 투자 및 M&A를 맡고 있는 김남선 책임리더를 CFO 내정자로 선임했다.

 

이들 임원진은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과 웹툰, 커머스, AI, 메타버스 등 네이버 주요 사업의 글로벌 경영 체계 구축과 사업 확장이라는 과제를 떠안았다. 최 내정자는 법무법인 율촌에서 변호사로 근무하면서 M&A를 다룬 경험을 바탕으로 2019년부터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직속 조직 글로벌사업지원팀에서 해외사업 지원과 투자·인수합병 업무를 총괄하는 팀장을 맡아왔다. 네이버가 그를 CEO로 내정한 이유도 바로 글로벌 시장 역량 확대의 적임자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1978년생 구광모 회장이 이끄는 LG그룹은 임원 승진자 132명 중 40대 비율이 6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LG 뉴스룸
1978년생 구광모 회장이 이끄는 LG그룹은 임원 승진자 132명 중 40대 비율이 6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LG 뉴스룸

 

네이버는 2억 4,000명 이상의 글로벌 가입자를 확보한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의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제페토를 설립한 네이버제트는 미국과 홍콩에 현지법인을 설립하면서 제페토의 현지화 작업에 나선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네이버는 웹툰 등 콘텐츠 IP 강화와 함께 인공지능(AI)와 클라우드, 가상 세계를 현실해 구현한 아크버스 등 신사업 군의 세계 시장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카카오는 ‘도전 DNA’를 심는 작업을 목적으로 신사업을 키우는 AI 분야 조직에 카카오의 초거대 AI모델 ‘KoGPT(코지피티)’와 ‘minDALL-E(민달리)’ 개발을 주도했던 1988년생 김일두 카카오브레인 대표를 내세웠다. 김 대표는 헬스케어와 교육에 AI를 접목해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또한 카카오는 1990년생 박새롬 성신여대 융합보안공학과 조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했고, 1980년생 배재현 최고투자책임자(CIO)와 이성호 최고재무책임자(CFO)를 통해 사업 방향뿐만 아니라 재무와 투자의사 결정에서도 젊은 목소리를 반영할 방침이다.

 

한편 MZ세대 직장인은 40대 이하 젊은 임원 영입이 늘고 있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가 MZ세대 직장인 533명을 대상으로 ‘40대 이하 젊은 임원 영입’ 관련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8.6%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긍정 평가 이유는 ‘실력이 보장된다면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서’가 71.0%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고, 이어 ‘젊은 세대들의 영향력이 커졌다고 생각해서’(36.9%), ‘세대교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돼서’(22.7%), ‘차별화된 인사혁신 제도라고 생각돼서’(12.9%)가 뒤를 이었다.

 

 

네이버는 글로벌 사업 지원 책임자인 최수연 책임리더를 앞으로의 네이버를 이끌어갈 CEO 내정자로 승인했다. ⓒ네이버
네이버는 글로벌 사업 지원 책임자인 최수연 책임리더를 앞으로의 네이버를 이끌어갈 CEO 내정자로 승인했다. ⓒ네이버

 

남녀 격차 여전히 크다는 점은 개선 과제

이와 같이 연공서열 대신 글로벌 및 디지털 역량과 전문성을 갖춘 젊은 세대의 적극 기용은 깜짝 이벤트가 아니라 재계의 트렌드로 자리 잡는 분위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배경으로는 대기업 총수 일가의 세대교체와 글로벌 산업 재편이 꼽힌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이른바 ‘3세 경영’, ‘4세 경영’ 시대로 본격 접어들고 있는 상황 속에 자연스레 세대교체를 이뤘다는 분석이다. 이들 젊은 오너들이 자신의 색깔을 분명하게 드러내며 임원 인사를 단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30대 그룹 임원 중 X세대 이하 임원은 46.8%를 차지해 절반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9년 3분기 때의 27.3%에 비해 20%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재계에서는 이를 두고 상위그룹들의 총수가 바뀌고 3~4년이 지나면서 이들이 자기 색깔을 내기 시작하는 것으로 분석한다. 구광모 LG 회장이 총수가 된 지 올해 5년째에 접어들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3년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7년째인 것만 봐도 그렇다.

 

또한 신산업과 4차 산업이 성장하면서 기존 대기업들이 제조업 본업에 신기술을 접목시켜야 할 만큼 산업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기업 간 오픈 이노베이션도 많아졌다. 그래서 새로운 환경과 기술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 기업마다 조직 체계 유연화에 힘쓰는 분위기로도 풀이된다.

 

이로 인해 기업 총수들의 역할에도 과거와는 다른 변화가 감지된다. 과거 창업주와 오너 2세 등 기존 세대는 내부에서 개발한 기술과 제품을 통해 수익을 내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했다면, 지금은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통한 미래 먹거리 발굴과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세대교체의 흐름과는 별개로 남녀 격차가 여전히 크다는 점은 개선 과제로 꼽힌다. 리더스인덱스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3월 기준 국내 500대 기업의 여성 임원 비중은 5.6%로 세계 평균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연봉 격차 역시 2020년 기준 전년 대비 118만 원가량 감소했지만, 남성 직원의 평균 연봉은 8,681만 원인데 비해 여성이 평균 연봉은 5,624만 원으로 차이가 크다. 이로 인해 2022년에는 ‘유리천장’을 해소하고 조직과 사업의 다양성, 포용성을 확보하는 것이 재계의 주요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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