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 Cover Story Ⅱ] 지구촌에 부는 ‘오징어 게임’ 신드롬
[이슈메이커_ Cover Story Ⅱ] 지구촌에 부는 ‘오징어 게임’ 신드롬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1.10.26 1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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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지구촌에 부는 ‘오징어 게임’ 신드롬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열풍이 쉬이 식지 않는 분위기다. 비(非)영어권 콘텐츠로는 이례적으로 전무후무한 기록을 써 내려가며 ‘K-콘텐츠’가 가진 저력과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국내에서 제작된 이 디스토피아 드라마는 왜, 그리고 얼마나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걸까?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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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홀릭’, 어느 정도 열풍인가?

지난 9월 17일 넷플릭스에서 첫선을 보인 ‘오징어 게임’은 공개 4주 만에 전 세계 1억 4,200만 구독 가구가 시청하며 역대 최다 가구 시청 기록과 역대 최단 시간 최다 시청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전 최다 시청 기록인 2020년 작품 ‘브리저튼’의 8,200만 가구를 너끈히 앞지른 상태다. 한국은 물론 총 94개국에서 넷플릭스 ‘오늘의 톱 10’ 1위에 올랐고, 전 세계 넷플릭스 시청 순위에서 한 달째 1위(10월 21일 기준)를 달리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드라마의 인기는 현실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시리즈를 시청한 글로벌 팬들이 ‘오징어 게임’에 등장하는 게임을 따라 하며 SNS에 인증하는 것은 물론 각종 ‘밈(meme)’도 확산하고 있다. 동영상 소셜 미디어 ‘틱톡’에 ‘#squidgame’ 해시태그의 뷰 수는 370억을 넘어섰는데, 이러한 밈의 확산 규모와 속도는 밈 분석 사이트 ‘노우 유얼 밈’에 따르면 역사상 최고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중남미 공공기관에서 ‘오징어 게임’의 ‘동그라미(○)’, ‘세모(△)’, ‘네모(□)’ 도형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아프리카 어린이들이 드라마 속 첫 생존게임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모티브로 한 댄스 영상을 춰서 유튜브 채널에 올리기도 했다. 프랑스 파리에선 ‘오징어 게임’ 체험관이 열리자 수천 명이 줄을 섰다가 난투극까지 벌어져 경찰이 출동하는 일도 있었다. 이외에도 드라마에 나오는 ‘달고나’ 세트와 양은 도시락 등의 소품들이 미국의 아마존을 비롯한 전 세계 전자상거래 몰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드라마에서 ‘새벽’ 역할을 맡은 배우 정호연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의 폭발적인 증가세도 화제다. ‘오징어 게임’ 공개 전만 해도 40만 명대였던 그의 팔로워는 10월 21일을 기준으로 2,100만 명을 넘어서 한국 여자 배우의 SNS 팔로워 중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하게 됐다. 드라마 한 편으로 정호연은 모델 출신 신인 연기자에서 전 세계인의 인지도를 등에 업은 배우가 된 셈이다.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 인기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넷플릭스는 최근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유료 신규가입자 수가 한 분기 만에 438만 명이 증가해 총 2억 1,360만 명의 누적 가입자를 보유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는 회사가 예상했던 350만 명을 훌쩍 웃도는 수준이다. 3분기 매출 역시 지난해 동기 대비 16% 증가한 74억 8,000만 달러에 달했고, 순이익은 지난해 3분기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14억 5,000만 달러로 전해졌다. 실적 발표 후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한 ‘실적 설명회’ 영상에 등장한 리드 헤이스팅스 공동 대표는 드라마 속 게임 참가자들이 입었던 녹색 트레이닝복 상의를 입고 참석해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스틸컷 ⓒ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스틸컷 ⓒ넷플릭스

 

왜 세계인들은 ‘오징어 게임’에 열광하나

오징어 게임의 이와 같은 폭발적인 인기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영화 ‘기생충’의 성공 이후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는 하지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는 것은 한국적 특색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보편적 공감의 요소가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해외 주요 반응을 살펴보면 ‘오징어 게임’은 기존 생존게임을 다룬 영화와 달리 중도에 포기할 수 있지만 어쩔 수 없이 목숨을 걸고 뛰어들 수밖에 없는 현실적 상황에 창의성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외국의 생존게임 장르 팬들 사이에서 ‘오징어 게임’은 국내 일부에서 표절 논란이 나온 것과 달리 바라본 것이다. 프랑스의 르몽드지는 이를 두고 “냉소적이고 절망적인 인류의 모습을 그릴 때 유사성은 피할 수 없다”고 했다.

 

치밀한 두뇌 게임 대신 단순한 게임 구조 속에 인물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점도 해외 팬들에게는 신선하게 다가갔다. 미국 슬레이트 매거진은 “(오징어 게임이) 이 장르의 다른 사촌들과 주요하게 다른 점은 감정적인 펀치를 날린다는 것”이라 평가했고, 미국 포브스는 “6번째 에피소드는 올해 본 TV 프로그램 에피소드 중 최고”라고 썼다. 실제 구슬치기 게임을 다룬 6번째 에피소드는 국내 네티즌 사이에서는 ‘신파’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지만, 외국에선 해당 영상을 보며 시청자들이 눈물을 쏟는 리액션 영상이 유튜브에 우후죽순 올라왔다. 이와 함께 다양한 줄거리도 장점으로 지목됐다. 한국 드라마의 팬인 영국 작가 데일러 디올 럼블은 “가장 인기 있는 K-드라마는 보통 극단적으로 양식화돼 있고 화려하며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면서 “그래서 현실에서 빠져나오기 아주 좋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스틸컷 ⓒ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스틸컷 ⓒ넷플릭스

 

사회적 묘사도 인기를 얻은 이유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오징어 게임’이 사회적 진출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는 ‘흙수저’ 청년들과 소외계층, 집값 폭등과 경제적 양극화에 따른 불안감 확대 등 한국 사회의 우울한 자화상을 현실적으로 그려내 전 세계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에 더해 화사한 세트와 진행요원의 분홍색 의상들이 살육극과 기괴하게 대비되면서 강렬한 시각적 충격을 준 점도 ‘밈’을 확산시킨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K-콘텐츠가 가진 그 자체의 저력에서 이유를 찾는 이들도 있다. 미국 블룸버그는 “‘오징어 게임’을 통해 한국 창작자들은 미국 중심의 할리우드와 경쟁할 수 있는 콘텐츠 제작 능력을 입증했다”며 한국 창작 생태계의 능력을 높이 평가했고, 영국 BBC 역시 “‘오징어 게임’의 치솟는 인기는 수년째 서구 전역에 퍼진 ‘한국문화 쓰나미’의 가장 최신 물결”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전의 히트작을 배출한 넷플릭스로서는 한국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더욱 늘릴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2016년 한국 진출 이후 넷플릭스는 지금까지 7,700억 원을 투자해 왔다. 올해도 약 5,500억 원의 투자를 결정했는데 이는 작년보다 65% 늘어난 수준이다.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를 얼마나 높게 평가하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넷플릭스는 3분기 유료 신규가입자 수가 438만 명이 증가하는 등 ‘오징어 게임’ 인기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Pixabay
넷플릭스는 3분기 유료 신규가입자 수가 438만 명이 증가하는 등 ‘오징어 게임’ 인기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Pixabay

 

OTT 시장의 콘텐츠 선정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

‘오징어 게임’이 낳고 있는 갖가지 화제는 수익배분 문제로까지 옮겨가면서 설왕설래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정치권에선 넷플릭스가 ‘오징어 게임’의 지식재산권(IP)을 모두 가져가는 바람에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받는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현재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드라마와 영화들은 지식재산권은 넷플릭스에서 가져가고 제작비의 110~120% 비용을 제작사에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해 제작사 싸이런픽쳐스가 콘텐츠에 대한 추가적인 수익은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다만 네티즌들 사이에선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이 있어 우리나라 문화와 콘텐츠를 크게 알렸다”, “성공했다고 수익금을 더 내놓아야 한다면, 실패했을 때는 누가 책임지나”며 넷플릭스의 투자를 옹호하는 목소리도 크다.

 

이와 같은 제작업계의 글로벌 플랫폼 종속 문제와 더불어 국내 OTT 플랫폼의 위기론도 교차하고 있다. 국내 주요 OTT 플랫폼인 웨이브와 티빙, 쿠팡플레이, 왓챠 등은 각종 제휴와 자체 콘텐츠 생산으로 도약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지만 여전히 영업 흑자를 낸 곳은 전무하다. 지난해 기준으로 웨이브 169억 원, 티빙 61억 원(10~12월 기준), 왓챠가 126억 원의 영업 적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OTT 입장에서는 ‘오징어 게임’에 버금가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통해 점유율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OTT 업체들이 콘텐츠 투자 비용을 늘리는 것도 같은 이유다. 다만 전문가들이 넷플릭스의 막강한 영향력의 요인으로 파격적인 제작비와 함께 자율적인 제작 환경을 꼽는 만큼, 국내 OTT들 역시 이러한 시스템이 조성되어야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려는 제작사와 양질의 대본을 넷플릭스로부터 지켜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K-콘텐츠를 기반으로 한국 OTT들의 해외 진출도 요구된다. 정부 역시 토종 OTT의 해외 진출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지난 10월 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연합 토종 OTT’ 전략으로 해외 시장 진출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위원장은 “한국 연합 OTT를 통해 해외에 진출해야 한다는 것이 방통위의 일관된 방침으로 사업자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OTT의 공격적 확장에 대해선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엇갈린다. 제작사 입장에선 콘텐츠를 선보일 플랫폼이 늘어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으나,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콘텐츠 제작과 유통의 독점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반대로 중소형 콘텐츠 제작사들의 성장 속도에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여기에 글로벌 OTT ‘디즈니 플러스’까지 한국 시장에 상륙을 앞두고 있어, 당분간 OTT 업계는 넷플릭스를 추격하기 위해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치열한 우수 콘텐츠 선점 경쟁 체제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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