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이슈메이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1.08.26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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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대권 시계가 더욱 빨라지면서 유력 주자들의 존재감 키우기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현재까지 가장 앞서나가는 후보는 이재명 경기지사다. 최근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뒤를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와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추격하는 형국이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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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낙대전’, 네거티브 전 과열 양상

민주당은 지지율 양강을 형성하고 있는 이재명 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의 충돌이 지지그룹 간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극심한 ‘마타도어’가 이어지는 등 후보 간 상호 비방전이 정책대결을 덮어버리더니 심지어 ‘경선 불복론’까지 제기되었다.

 

레이스 초반 타 후보와 큰 격차로 지지율 1위를 달리던 이 지사는 타 후보의 공세에 저자세를 유지하는 등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당내 분열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지역주의 조장 발언’과 형수 욕설 논란, 음주운전 재범 의혹 등 도덕성 논란을 계기로 이 전 대표 측의 공세가 강해지자 이 지사 쪽에서 이 전 대표 측근의 옵티머스 연루 의혹과 ‘무능’ 프레임,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과의 연루 의혹을 연이어 제기하며 역공에 나섰다.

 

치열한 네거티브 전 이후 이 전 대표 측의 ‘경선 불복’ 논란까지 나오며 이 전 대표는 다시금 안정적인 선두권을 회복하는 모양새다. 이낙연 캠프 선대위원장 설훈 의원은 한 인터뷰에서 “이 지사가 본선 후보가 되면 원팀을 장담할 수 없다”며 파장을 일으켰다. 이에 이재명 캠프 선대위원장 우원식 의원은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설 의원은 경선 불복은 애초에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 얘기하시더라. 저는 그 말이 진심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단지 발언 자체로 보면 경선 불복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것으로 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선대위원장들이 모여 공동으로 경선 결과 승복 선언을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설 의원은 이에 대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선 결과 승복 선언’ 제안은 너무나 당연한 것을 하자고 하시니 새삼스럽다”고 전했고, 이 전 대표 역시 기자간담회에서 “제 사전에는 불복이란 없고,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다”고 불복론에 선을 그었다.

 

이른바 ‘명낙대전’ 속 이변을 노리는 ‘4인의 추격자’들은 좀처럼 반전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경선 이벤트마저 코로나19 4차 대유행 여파로 줄줄이 연기되면서 다른 주자들로서는 존재감을 드러낼 기회마저 사라진 모양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반대하는 강성 지지층을 동력으로 지지율 3위까지 올라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마의 지지율’ 5% 선을 쉽사리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정세균 국무총리는 기대보다 저조한 성적표를 받고 있다. 거침없는 발언과 신선한 이미지로 ‘다크호스’의 가능성을 엿보던 박용진 의원도 본 경선에 돌입한 뒤 힘을 쓰지 못하고 있고, 김두관 의원 역시 별다른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는 형국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지율 양강을 형성하고 있는 이재명 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의 충돌이 지지그룹 간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경기도청
더불어민주당은 지지율 양강을 형성하고 있는 이재명 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의 충돌이 지지그룹 간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경기도청

 

녹취록 공개 파문으로 내홍 커지는 국민의힘

국민의힘은 대선 경선 버스 출발을 앞두고 ‘사분오열’ 양상을 보이는 중이다. 이준석 대표와 대선주자들이 나눈 통화 내용을 폭로하며 서로 다르게 진의를 해석했다고 비난하는 등 극한 대립 중이다. 여기에 경선준비위원장인 서병수 의원이 당헌·당규에 규정되지 않은 토론회를 추진하는 등 중립성 논란을 불러일으켰다며 갈등 양상도 표출됐다. 특히 이준석 대표가 서 의원을 선관위원장으로 임명하려고 하자 더 큰 반발이 나왔고, 결국 서 의원은 경준위원장 직을 사퇴하며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 대표와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폭로전을 이어가고 있다. ‘저거 곧 정리된다’는 내용이 담긴 두 사람의 통화 내용을 두고 원 전 지사는 이 대표가 정리된다고 한 ‘저거’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라면서 이 대표에 녹취 음성 파일 전체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윤 전 총장과도 통화 녹취록 유출 논란을 겪었던 이 대표는 “딱합니다”라는 말로 파일 공개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원 전 지사도 쉽게 물러나지 않을 태세여서 두 사람 간 갈등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폭로전에는 다른 대권주자들도 가세했다. 홍준표 의원은 원 전 지사를 향해 “젊은 대표가 조금 부족하면 당의 어른들이 전부 합심해 도와주는 게 맞지 (원 전 지사의 폭로전은) 참 유치하다”고 비판했고, 하태경 의원 역시 “사적 통화를 공개하고 확대 과장한 원 후보는 대통령 자격이 없다”면서 경선 후보 사퇴를 요구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당의 내홍과 관련해 “이준석 대표와 대선 예비후보들이 모두 모여 당의 단합과 민생대책 수립, 정권교체를 다짐하는 연석회의를 열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다만 통화 내용에 오른 윤 전 총장 측은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은 상태다. 양 측 갈등에 끼어들어 당내 갈등을 확산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라는 게 캠프 측 설명이다. 대신 다른 주자들의 윤 전 총장을 향한 공세는 다시 커지는 형국이다. 홍준표 의원이 윤 전 총장을 겨냥해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갑자기 대통령을 나오니 말마다 망언이 계속 나오고 있다”며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모든 분야를 두루 경험하고 어떤 질문을 하든 기본적인 방향을 가지고 답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원희룡 전 지사 역시 “윤 전 총장이 무릎 꿇고 저한테 협조를 해야 하는 위치로 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준석 대표와 대선주자들이 나눈 통화 내용을 폭로하며 서로 다르게 진의를 해석했다고 비난하는 등 극한 대립 중이다. ⓒ국민의힘
국민의힘은 이준석 대표와 대선주자들이 나눈 통화 내용을 폭로하며 서로 다르게 진의를 해석했다고 비난하는 등 극한 대립 중이다. ⓒ국민의힘

 

김동연 “정치세력 교체 위한 길 갈 것”

한편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동연 전 부총리는 8월 20일 내년 대선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고향인 충북 음성을 찾은 김 전 부총리는 꽃동네 방명록에 ‘고향의 품에 와서 국민 삶을 보듬는 정치의 첫발을 내딛습니다’라고 썼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도 김 전 부총리는 “기존 정치세력에 숟가락 얹어 탑승할 생각 없다”면서 “정치 벤처 기업에 근무하는 심정으로, 뜻과 실천을 위한 세력을 모아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신당 창당 의지를 시사했다. 이어 그는 “삶의 전쟁과 정치 전쟁을 끝내기 위해 출마하려는 것”이라면서 “창당을 포함한 모든 대안을 열어놓고 고민한 뒤 구체적인 계획을 곧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이어 김 전 부총리는 음성읍 행정복지센터에서 열린 원로와 사회단체와 간담회에서 “충청인의 자부심을 가지고 꿋꿋하게 가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본격적인 대선 행보를 시작하기 전에 고향을 찾아 어르신을 뵙고 38년 전 공직을 시작하던 초심을 되살리고 있다”며 “조상의 뼈를 묻은 고향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는 충청권 출신 대통령을 일컫는 ‘충청 대망론’의 불씨를 살리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역대 대선에서 김종필과 이회창, 이인제 등 충청 출신 주자가 있었으나 모두 고배를 마셨다. 지난 대선에서도 김 전 부총리와 같은 음성 출신인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유력 주자로 부상하기도 했지만 완주하지는 못했다.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동연 전 부총리는 8월 20일 내년 대선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MBC 뉴스화면 갈무리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동연 전 부총리는 8월 20일 내년 대선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MBC 뉴스화면 갈무리

 

지난 5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주목해야 할 차기 대선 주자’로 언급하면서 대권 잠룡으로 부상했던 김 전 부총리가 공식적인 출마 선언을 하게 되면서 그가 어떤 역할을 할지도 주목된다. 김 전 위원장은 김 전 부총리에 대해 “시기적으로 늦었다. 별의 순간을 잡지 못했다”라고 평가했지만 김 전 부총리는 “운명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만드는 것”이라며 “제가 지금부터 어떻게 만드는지 지켜봐 달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현재로서는 당분간 독자적으로 ‘제3지대’에 머물러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는 만날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바 있어 국민의힘과 합당 결렬을 선언한 안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이 아직은 크지 않다. 김 전 부총리는 “제가 추구하는 것은 정권교체나 재창출을 뛰어넘는 정치세력의 교체, 판 자체를 바꾸겠다는 것”이라며 “세의 유불리나 정치공학에 따라 움직이는 것은 취지와 맞지 않는다. 뚜벅뚜벅 제가 생각하는 길을 정치세력 교체를 위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로 인해 야권 대선 판도는 ‘삼국전(三國戰)’ 양상으로 전개되는 모습이다. 야권 지지율의 대부분을 국민의힘이 차지하고는 있지만, 양자 대결로 펼쳐질 내년 대선이 접전 양상으로 전개되면 안철수와 김동연 두 사람의 ‘지분’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대체적 중론이다. 안 대표는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고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는 분이라면 어떤 분이라도 만나서 의논할 자세가 돼 있다”며 연대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언급했다. 결국 ‘막판 단일화’가 야권의 변수이자 대선 승리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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