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역의 경계 허문 ‘hype’한 디자이너 레이블
영역의 경계 허문 ‘hype’한 디자이너 레이블
  • 김남근 기자
  • 승인 2021.08.02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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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영역의 경계 허문 ‘hype’한 디자이너 레이블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제4차 산업혁명이 다가왔다’, ‘새로운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라는 카피가 넘쳐났다. 글로벌 경제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며 급격하게 산업구조 전반을 뒤흔들었기 때문이다. 기술의 융합으로 모든 산업이 새로운 기술에 집중했다. 그러나 2021년이 절반 이상 흐른 지금,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탄생된 새로운 기술들을 융합하고 다듬어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가기 위한 ‘디자인’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디자인 산업은 새로운 기회를 잡게 됐고, 이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되기 위한 창작자들의 깊은 고뇌가 시작됐다.

김상년 주식회사 하잎트(Hypt) 대표사진=김남근 기자
김상년 주식회사 하잎트(Hypt) 대표
사진=김남근 기자

 

변화와 다양함을 받아들이다.
디자인이란 무엇일까? 디자이너 자신의 개성을 담은 독특한 프로덕트를 만들어내는 것일까? 세상에 없던 새로운 무언가를 창작해내는 일일까? 아니면 다수의 대중들이 공감할 수 있는 친숙한 오브제를 변형하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해 기자 본인이 그동안 만나왔던 디자이너들의 대답은 모두 달랐다. 저마다 자신의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는 이들인데도 공통된 대답은 단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인지 7월 무더위의 절정에서 만나게 된 김상년 주식회사 하잎트(Hypt) 대표의 이야기가 더욱 기대됐다. 

  반갑게 기자를 맞이해준 김 대표는 인터뷰 전 살펴보았던 포트폴리오의 느낌과는 사뭇 달랐다. 차갑고 절제된, 그리고 정돈된 모습보다는 소탈하고 인간적인 미소와 성품이 느껴졌다. ‘디자이너 레이블’을 표방하는 트렌디한 카피 뒤에는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의 여유가 느껴졌다. 

  자신들을 소개하는 대목에서 그는 “주변에서 하잎트는 무슨 디자인을 하는 회사냐고 물어보곤 합니다. 그럴 때 저는 ‘돈 되는 건 다 합니다’라고 맞장구를 치죠. 우스갯소리지만 사실과 다르지 않습니다. 경계가 없는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죠. 올해만 해도 중식당 브랜딩 및 밀키트디자인, 친환경 브랜드 브랜딩 및 제품디자인, 투자회사 브랜딩 및 시스템디자인, 가전브랜드 웹사이트, 기업홍보영상 기획 및 제작, 펜션 서비스 기획 및 공간 기획 및 브랜딩, 의료기기 제품디자인, 서비스 브랜드 브랜딩 및 앱·웹 디자인, 카페 브랜딩 및 공간 기획 디자인, 각종 패키지 디자인 등을 진행했죠. 제가 봐도 일관성은 없어 보입니다”라고 말하며 헛헛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지만 그들의 활동에는 명확한 철학이 엿보였다. 디자이너 레이블이라는 본질에 충실함은 물론 디자이너가 하나의 영역에 국한되어 자신을 매몰시키지 않도록 항상 새로운 도전을 펼쳐나가야 한다고 덧붙이는 모습에서다. 아직 자신도 스스로에게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지는 못했지만, 이러한 시도를 즐기고 고민하는 디자이너들이 많아질 때 창작물의 퀄리티가 점차 높아질 것이라 주창하는 김 대표다.

  “현재의 급변하는 시대상을 봤을 때 디자이너의 전문성이 더 중요한 것인가, 아니면 변화와 다양함을 받아들이는 게 중요한 것인가를 생각해보았습니다. 저는 후자에 더 가깝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하잎트가 추구하는 디자이너 레이블의 형태가 단점이 아니라 장점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실제로 어떠한 제품을 디자인하거나 브랜딩을 진행할 때 다양한 영역에서 경험했던 것들을 융합해 새로운 방법론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도가 모였을 때 디자이너 자신에게 더욱 강력한 힘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친구와 함께 카페를 창업했던 김상년 대표는 브랜딩 공부를 하며 습득한 지식과 감각을 실험해보고 검증받고 싶은 욕구가 생겨 카페라는 공간을 통해 다양한 시도와 실험을 진행했다.ⓒ 주식회사 하잎트(Hypt)
친구와 함께 카페를 창업했던 김상년 대표는 브랜딩 공부를 하며 습득한 지식과 감각을 실험해보고 검증받고 싶은 욕구가 생겨 카페라는 공간을 통해 다양한 시도와 실험을 진행했다.
ⓒ 주식회사 하잎트(Hypt)

 

디자인의 본질을 찾아…
김상년 대표가 디자인업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담근 지는 14년이 흘렀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김 대표는 누구보다 이 시간을 압축해서 지내왔다. 그의 첫 사회생활은 ‘모토디자인’이라는 디자인스튜디오였다. 당시 모토디자인은 디자이너가 대기업으로 가기 위한 하나의 등용문 같은 역할을 했다고 한다. 대부분 입사 후 경험을 쌓고, LG나 삼성과 같은 대기업으로 취업하는 일들이 빈번했다. 김 대표 역시 이들과 같은 전철을 밟으려 했다. 하지만 산업 현장에서 직접 디자인스튜디오를 경험해보니 생각이 달라지게 됐다. 인턴부터 시작해 최연소 팀장을 달았다. 그리고 꾸준히 성장해 기업 대표자의 오른팔 격 역할을 했다. 거의 모든 실무를 그가 담당했다. 그곳에서 7년을 몸담으며 그가 느낀 생각은 ‘제품디자인 시장이 작다. 제품이나 그래픽 편집물, 웹 등 여러 디자인 매체들이 있는데 왜 이 모든 걸 각자 분야의 디자이너들이 할까? 그렇다면 이것들은 일관된 언어로 소비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을까?’라는 것이었다. 수치적으로 제품디자인 시장은 절대 작지 않은 시장이다. 하지만 그는 시장을 수치로 바라보지 않고 자신의 뜻을 펼치기 위한 하나의 공간으로 바라본 것이었다.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고자 카림라시드코리아(세계 3대 디자이너)로 거취를 옮겼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자신의 색깔을 마음껏 그려낼 수 없었고, 이후 사회적기업과의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자신만의 언어를 찾고자 부단한 노력을 했던 그다.

  “저만의 디자인 본질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며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고, 기회가 닿는 대로 세미나, 워크샵, 강연 등을 통해 브랜딩의 개념을 배워가게 됐습니다. 디자인을 업으로 한 지 5년 즈음 흘렀을 때였죠. 친구와 카페를 창업해 브랜딩 공부를 하며 습득한 지식과 감각을 실험해보고 검증받고 싶은 욕구가 생겨 카페라는 공간을 통해 정말 다양한 시도와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너무나 행복한 시간들이었죠. 그러던 중 우연히 ‘에피퀄’이라는 칫솔 브랜드 론칭 과정에 참여하게 됐어요. 이때 칫솔의 디자인부터 생산, 마케팅, 유통 등 제작 전반의 과정에 모두 참여하게 됐습니다. 이때 필요에 의해 만들게 된 법인이 현재의 하잎트의 전신이 되었죠. 에피퀄 프로젝트 이후 법인명을 하잎트로 확정하고 현재까지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김상년 대표는 중국의 ‘Hebei International Industrial Design Week 2019’ 행사에 초청받아 수백 명의 청중 앞에서 하잎트의 이야기를 전하며 자신들의 경쟁력을 세계에 알렸다.ⓒ 주식회사 하잎트(Hypt)
김상년 대표는 중국의 ‘Hebei International Industrial Design Week 2019’ 행사에 초청받아 수백 명의 청중 앞에서 하잎트의 이야기를 전하며 자신들의 경쟁력을 세계에 알렸다.
ⓒ 주식회사 하잎트(Hypt)

 

창업 후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했을 것 같습니다.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나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사실 프로젝트는 모두가 다 소중합니다. 어느 하나 경중을 따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기억에 남는 경험은 있었습니다. 2019년 중국에서 비교적 규모가 있는 투어 및 강연을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Hebei International Industrial Design Week 2019’라는 행사였는데, 약 30개국, 400여 명의 디자이너, 2,000개 이상의 디자인 작품이 출품되기도 했죠. 이곳에 하잎트가 초청받아 전시 및 강연을 진행했었습니다. 유럽 각국에서 전시에 참여했고, 함께 스피치를 했습니다. 스피치 내용은 회사소개, 디자인방법론, 사례 등에 대한 내용들이었고요. 수백 명의 청중 앞에서 하잎트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은 매우 흥미롭고 긴장되는 일이었습니다. 이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하잎트의 단기적인 사업 계획이 궁금합니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기업의 규모를 확장하고자 합니다. 올 하반기에 디자인 용역서비스 이외에 스타트업과 서비스 플랫폼 앱을 제작하는 프로젝트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는 프로젝트를 수주받아 진행하는 형태가 아닌 실제 기획 단계부터 함께 참여하는 프로젝트가 될 것 같고요. 아직 본격적으로 프로젝트가 시작되기 전이라 정확히 말씀드릴 수 없으나 사업 주체와 지분 구조로 협업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형태의 시도를 펼쳐나갈 예정입니다. 더불어 투자에 대한 논의도 진행 중이기 때문에 아마도 올해와 내년을 기점으로 하잎트가 한 단계 성숙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칫솔 브랜드인 ‘에피퀄’ 제작 전반의 과정에 참여했던 김상년 대표는 이 프로젝트가 하잎트의 전신이 됐다고 전했다.ⓒ 주식회사 하잎트(Hypt)
칫솔 브랜드인 ‘에피퀄’ 제작 전반의 과정에 참여했던 김상년 대표는 이 프로젝트가 하잎트의 전신이 됐다고 전했다.
ⓒ 주식회사 하잎트(Hypt)

 

하잎트의 가장 큰 경쟁력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영역의 경계가 없다는 것입니다. 하잎트의 구성원들은 분야가 겹치는 이가 없습니다. 각기 자신의 영역이 뚜렷하죠. 때문에 어떠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더라도 하잎트만의 일관된 언어로 소비자와 소통을 할 수 있습니다. 가령 카페의 브랜딩을 진행할 때 초기 기획부터 네이밍, 로고, 서비스, 공간, 시공, 마케팅, 나아가 메뉴 선정이나 레시피, 기본적인 상권까지 전 과정을 하잎트와 함께 고민해나갈 수 있습니다.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는 분야마다 다른 디자인 스튜디오를 섭외할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이죠. 결과적으로 보다 나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게 되기에 바로 이 점이 하잎트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자이너 레이블을 표방하기에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할 것 같습니다. 평소 구성원들에게 강조하는 사항은 무엇인가요?
  “동료들에게 항상 입버릇처럼 강조하는 사항이 있습니다. 바로 ‘회사를 위해 일하지 말아라’입니다. 고개를 갸웃할 수도 있겠지만,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구성원 개인의 성장을 위해 노력해야만 결국 기업은 그들의 성장으로 인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구조가 된다’라는 것입니다. 때문에 그들에게 직원으로의 삶이 아니라 디자이너로서의 일상을 살아가라고 항상 강조합니다. 창작을 하는 이들이기에 물건을 사용하고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브랜드를 경험할 때 이를 항상 유심히 관찰하고 분석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이게 곧 디자이너의 일상이라고 얘기합니다”

하잎트는 어떠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더라도 자신들만의 일관된 언어로 클라이언트, 소비자와 소통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주식회사 하잎트(Hypt)
하잎트는 어떠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더라도 자신들만의 일관된 언어로 클라이언트, 소비자와 소통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주식회사 하잎트(Hypt)

 

앞으로 하잎트가 나아가야 할 비전과 계획에 대해 피력 바랍니다.
  “늘 재미있고 새로운 프로젝트가 이곳 하잎트에 존재하기를 바랍니다. 디자이너가 즐거운 프로젝트가 진행되어야 대중들도 그 결과물을 재미있어하지 않을까요? 저는 일말의 의심 없이 확신합니다. 더불어 하잎트의 근무 환경을 더욱 제한 없이 개선해나갈 계획입니다. 현재도 미국 LA에 공유오피스를 사용하며 그곳에 상주하는 인원도 있는데, 앞으로는 한국에 있는 팀원들도 자유롭게 업무 공간을 옮기며 장소의 제한에서 더욱 자유롭게 해주고 싶습니다. 

  끝으로 모든 프로젝트에 있어서 클라이언트와 과정을 함께 할 수 있는 스튜디오가 되고자 합니다. 이 부분이 말처럼 쉬운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어느 단계로 종료가 되면 사업의 주체가 해당 사업을 운영해 나가게 됩니다. 하지만 체계적인 시스템이나 구조를 갖춘 대기업을 제외하더라도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은 운영 과정에서 계속 이슈가 생겨납니다. 디자인적인 측면의 이슈의 경우도 대부분의 스튜디오는 대응이 쉽지 않고 클라이언트 역시 스튜디오와의 소통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흔히 말하는 ‘유지 보수가 용이한 스튜디오’가 되길 바라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계속 노력해나갈 것입니다. 클라이언트와 상생해나가는 디자이너 레이블로서 성장해나갈 하잎트의 미래를 기대해주세요”

ⓒ 주식회사 하잎트(Hypt)
ⓒ 주식회사 하잎트(Hy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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