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 최초 ‘머니볼’ 실현
한국 야구 최초 ‘머니볼’ 실현
  • 김동원 기자
  • 승인 2016.02.01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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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동원 기자]


 

한국 야구 최초 ‘머니볼’ 실현

국내 유일 프로스포츠 구단 CEO, 야구 역사 다시 쓰다

 

 

 

 

▲ⓒ넥센 히어로즈

 

 

한국 프로스포츠 구단 가운데 유일한 경영자가 있다. 넥센히어로즈의 이장석 대표다. 넥센히어로즈는 메이저리그식 오너 구단이다. 개인이 프로야구단을 창단한 것도, 네이밍 스폰서 도입도 넥센히어로즈가 국내 최초다. 모기업이 존재해 높은 금액으로 스타 선수를 영입하는 타 팀과 달리, 이 대표는 가능성이 보이는 선수를 영입해 스타로 키워내는 탁월한 능력으로 구단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국내 최초 자립 구단, 넥센히어로즈


2013년 이후 급격한 폭등세를 보이고 있는 국내 프로야구 FA시장의 열기는 2015년에도 이어졌다. 삼성에서 이적한 NC 박선민(4년 96억)부터 한화의 김태균과 정우람(4년 84억), 롯데 손승락, KT 유한준(4년 60억)까지 FA자격을 얻은 몇 명의 선수는 높은 가격으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번 FA시장은 2015년 중순까지 체결된 계약 규모만 무려 723억 2,000만 원으로 역대 총액 신기록을 경신했다. FA시장의 ‘큰 손’이라 불리는 한화이글스는 4명의 선수에게 무려 191억 원을 사용했다. 야구계는 독자적인 수익 모델이 없고 대기업의 자금 지원 속에서 홍보 효과만을 명분으로 버티고 있는 국내 프로야구 구조상, 장기적으로 선수들의 몸값이 올라가면 프로야구가 공멸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야구계가 주목하는 구단이 있다. 모기업 없이 독자적인 수익모델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넥센히어로즈(이하 히어로즈)다.
 

히어로즈는 2014년 준우승에 이어 2015년에도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며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역사를 썼다. LG, KIA, 롯데, 한화 등 국내 굴지 대그룹의 지원을 받으며 연간 수백억 원 규모를 투자하는 팀들도 이루지 못한 성과다. 2008년 현대그룹이 야구단을 포기하자 이장석 대표는 현대 유니콘스 선수단을 인수해 국내 최초 자립구단인 히어로즈를 창단했다. 2007년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라는 창업투자사를 설립한 이 대표는 당시 야구계에서는 생소한 사람이었다. 처음 담배회사인 ‘우리담배’의 네이밍 스폰서를 받으면서 ‘우리 히어로즈’로 팀을 시작했던 이 대표에게 가장 처음 닥친 숙제는 구단의 재정정상화였다. 구단의 재정상황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그가 선택한 방법은 스타선수의 현금 트레이드였다. 그는 당시 팀의 에이스였던 장원삼(삼성) 선수를 비롯한 스타선수를 다른 구단에 매각했고, 이 때문에 현장 스태프와 팬들과의 마찰이 잦았다. ‘선수 팔아 장사한다’거나 ‘언제 팔고 나갈지 모르는 먹튀’ 등의 비난은 물론 심지어 ‘개장석’(개장수+이장석)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히어로즈는 2013년부터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등 높은 성적을 기록하며 강팀으로 거듭났다. 이 대표의 별명도 ‘빌리 장석’로 바뀌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오클랜드의 단장이자 ‘머니 볼’의 창시자인 빌리 빈에 빗댄 표현이다. 머니 볼(Money Ball)은 저비용·고효율을 추구하는 야구단 운영 기법으로, 홈런이나 타율이 높은 타자보다 출루율이 높은 타자가 득점의 확률이 높다고 판단하는 이론이다. 국내 구단 중 유일하게 모기업이 없는 팀 히어로즈는 2013~2015년 선수단 연봉 순위가 7위에서 8위를 기록했지만, 경기 성적은 4위 이상, 심지어 2014년에는 2위를 기록했다. 한국 야구에서도 ‘머니 볼’이 통할 수 있다는 걸 이 대표가 증명한 순간이었다.

 

야구에 투자 기술 더한 이장석 대표의 경영기법

히어로즈는 2008년 115억 원, 2009년 159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창단 이후 8년이 지난 2015년 매출은 2008년에 비해 약 3배 증가한 310억 원이다. 모그룹의 지원 없이 순수하게 입장권, 광고, 상품 판매 등으로 올린 매출이다. 또한, 히어로즈는 스폰서를 통해 높은 매출을 이어가고 있다. 8년 동안 이장석 대표가 계약한 스폰서만 약 70개 업체다. 2014년에 기록한 매출 약 300억 원 중 넥센타이어를 포함해 현대해상, 미래엔 등 70여 곳의 스폰서 후원 매출이 절반을 넘었다. 처음 히어로즈를 창단했을 때 주변의 우려 섞인 인식과 달리 꾸준한 성장을 보일 수 있었던 이유로 이 대표가 투자전문가 출신인 점이 꼽힌다. 이 대표는 필드에서 상장한 야구인이 아니다. 연세대학교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인시아드 MBA에서 공부한 후 여러 투자자문회사에서 기업금융자문을 맡았다. 2002년에는 현대하이닉스 매각을 주도하기도 했다. 투자전문가 경험은 이 대표가 선수 출신 전문 인력과의 의사소통 과정이 타 구단보다 단순하고 의사결정이 빠르다는 강점을 갖게 했다. 이러한 그의 강점은 신인선수를 발굴해내는 안목부터 염경엽 감독 영입 등 구단을 성장하게 하는 토대가 됐다.
 

현재 히어로즈의 구단 가치평가는 상승세다. 히어로즈의 구단 가치 총액은 2011년 417억 원에서 올해 1,021억 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입장료 수입을 기반으로 계산한 경기장 가치는 2013년 453억 원으로 최고치를 찍은 후 지속해서 400억 원대를 유지중이다. 선수단과 코칭스태프의 연봉,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의 중계, 역대 성적 등을 종합한 스포츠 가치도 2011년 72억 원에서 올해 252억 원으로 크게 상승했다. 모기업 없이 독자적인 비즈니스를 추구하는 히어로즈에게 대단한 성과다. 이러한 이 대표의 비즈니스 능력은 집안 내림이라는 분석이 강하다. 그의 누나인 타이 리(이태희) SHI 대표는 지난 2015년 5월 미국 포브스가 선정한 ‘올해의 자수성가형 여성 부자 50인’에 들었다. 25년 전, 직원 5명의 회사를 100만 달러도 안 되는 금액에 인수한 타이 리는 지난해 기준 직원 3,000명, 연매출 60억 달러의 회사로 키워냈다. 소프트웨어 판매와 서비스를 주요 사업으로 하는 비상장회사인 SHI의 시장 가치는 얼추 18억 달러로, 60%의 지분을 가진 타이 리의 재산은 11억 달러로 집계됐다. 두 남매의 부친은 제1차 경제개발계획 수립을 주도하는 등 우리나라의 근대화를 이끈 이기홍 전 경제기획원 차관보다.

 

 

▲ⓒ넥센 히어로즈

 

 

선수 발굴과 육성 전문가, 야구의 판도를 뒤엎다

이장석 대표는 국내 최초로 미국식 GM(General Manager·단장) 개념을 선보이고 있다. 이 대표는 히어로즈의 CEO로서 선수 발굴과 미래 경영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프로야구단 대표이사 가운데 가장 많이 고교야구대회장을 찾으며 직접 선수들을 관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CEO 직속으로는 스카우트팀과 마케팅커뮤니케이션팀만 운영 중이다. 다른 업무는 철저히 권한을 위임했다. 남궁종환 부사장은 홍보와 국제전략, 연봉 협상을 담당하고, 조태룡 단장은 조직 운영과 관리, 마케팅을 총괄한다. 현장은 전적으로 염경엽 감독에게 일임 중이다. 
 

선수 발굴과 육성에 있어 이 대표의 평판은 높다. 롯데의 손아섭, 황재균 선수가 포스팅 무응찰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보인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강정호, 박병호 선수 모두 히어로즈 출신이다. 강정호 선수가 메이저리그로 진출하면서 생긴 공백도 김하성이라는 걸출한 신인 유격수를 발굴해 공백을 메우며 히어로즈는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히어로즈는 사실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경쟁력이 미비하다. 4년간 80억 원이 필요한 특급 FA를 영입하기에는 재정적으로 여의치 않다. 하지만 히어로즈는 선수 육성에 대한 투자는 적극적이다. 
 
이 대표는 매년 선발한 신인선수와 육성선수, 부모들을 특급호텔로 초청해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한다. 2015년에도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의 앨러드 베어드 수석부사장이 ‘진정한 프로란?’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고, 구단 경영진은 신인선수 부모들과 식사하며 감사를 표했다. 기존 구단에서는 볼 수 없는 신선한 환영 방식이다. 특히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우리 구단은 신인선수, 육성선수를 1년 만에 방출하지 않는다. 3년간 기회를 주겠다. 무책임한 방출은 없다”고 말해 선수들에게 큰 울림을 줬다. 


영웅이 대중에게 전하는 희망의 메신저

2016년 히어로즈는 전환의 시기를 맞이한다. 8년간 사용한 목동야구장을 떠나 서울 고척스카이돔으로 홈구장을 옮긴다. 앞으로 돔구장의 유지비와 운영비를 마련하는 일이 히어로즈의 시급한 과제가 됐다. 히어로즈는 아직도 운영권과 광고권에 대해 서울시와 줄다리기 중이다. 이 부분이 해결돼야 구단에서 정확한 재정계획을 세울 수 있지만 좀처럼 결론은 나오지 않고 있다. 또한, 히어로즈는 홈구장 이전에 대한 서울시와의 협의가 예상보다 늦어짐에 따라 이사 준비도 더뎌졌다. 2015년 11월에서 12월 사이로 예상됐던 이사 시기는 이번 년도 1월에서 2월로 미뤄졌다. 새로운 구장에 대한 적응 없이 히어로즈는 목동에서 새해를 맞이하게 됐다.
 

국내 홈런타자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선수를 비롯해 손승락(롯데 자이언츠), 유한준(kt 위즈), 앤디 밴헤켄(세이부 라이온즈) 등 주축 선수의 이탈도 히어로즈에게는 뼈아픈 사실이다. 이에 이 대표는 구단이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을 외부가 아닌 내부로 시선을 돌렸다. 쉐인 스펜서, 브랜든 나이트 등 외국인 코치 4명을 2군 코칭스태프로 선임했고, 기자 간담회를 통해 2016년은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며 내실을 다지는데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그는 “결과까지 뒷받침 된다면 금상첨화겠으나, 팀을 탄탄하게 만드는 게 우선이다. 그래서 10년 안으로 3,4회 한국시리즈 우승할 수 있는 팀으로 만드는 게 최종 목표다”라고 말했다.
 

한국인은 더 이상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 가진 자가 더 갖고 없는 자는 더 없이 사는 것이 사회적인 통념이 됐다. 하지만 히어로즈는 정권의 의지와 기업 홍보창구로 시작된 한국프로야구 시장에서 자립 구단의 적은 자본으로도 FA시장에서 막대한 돈을 지불하는 구단보다 좋은 성적을 기록해왔다. 또한, 국내 프로야구 시장에서 가장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삼성라이온스도 최근 자립 구단 실현을 목표로 정하는 등 히어로즈가 문을 연 새로운 흐름을 따라 나서고 있다. 이와 같은 이장석 대표와 히어로즈의 행보는 대중에게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다는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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