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이준석 현상’은 시대교체의 서막일까?
[이슈메이커] ‘이준석 현상’은 시대교체의 서막일까?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1.06.30 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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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이준석 현상’은 시대교체의 서막일까?
 

국회의원 102명의 거대 야당을 내년 대통령 선거까지 이끌 새로운 수장에 의원 경험이 없는 올해 서른여섯의 이준석 대표가 선출됐다. 한국 정당사에 손꼽힐 대이변이다. 이를 두고 정치혁신과 세대교체를 향한 열망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대선 국면의 초입에서 나타난 변화의 바람이 태풍으로 커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민의힘
ⓒ국민의힘

 

강력한 이슈 발산하며 ‘스포트라이트’
처음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겠다고 했을 때, 대체적인 반응은 ‘용기는 가상’ 정도였다. 정치적 체급을 높이기 위한 행보에 불과하다는 냉소도 튀어나왔다. 하지만 이 대표는 레이스 초반부터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지켰다. ‘열풍’이 불기 시작하자 당권 경쟁 후보들은 물론 여당 대권주자들까지도 연일 강력한 견제구를 날리기 시작됐다.

 
  자연스레 6·11 전당대회는 사상 최대의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당원 투표율 45.36%는 2011년 현재와 같은 선거인단 체제의 전당대회가 시작된 이후 최대 투표율이었다. 온라인으로 진행된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는 최종 득표율 43.82%를 기록해 나경원(37.14%), 주호영(14.02%), 조경태(2.81%), 홍문표(2.22%) 후보 등 합쳐서 18선에 달하는 거물들을 따돌리고 당선됐다. 헌정사상 최초의 30대 원내 교섭단체 정당 대표 탄생의 순간이었다.

  이 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변화를 통해 우리는 바뀌어서 승리할 것”이라며 “세상을 바꾸는 과정에 동참해 관성과 고정관념을 깨 달라. 그러면 세상은 바뀔 것”이라고 당원들에 당부했다. 이어 “우리의 지상과제는 대선에 승리하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저는 다양한 대선주자 및 그 지지자들과 공존할 수 있는 당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당 대표가 된 뒤 그의 움직임은 낱낱이 ‘뉴스’가 됐다. 수락 연설에서 패러디한 가수 임재범의 ‘너를 위해’의 가사처럼 그야말로 ‘전쟁 같은’ 치열함의 연속이었다. 국회 출근 첫날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타고 나타난 점부터 파격이었다. 취임 첫 일정으로는 국립서울현충원 방문 대신 천안함 용사 묘역이 있는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눈물을 보였다. 보수정당 대표로는 처음으로 공식 일정 첫날 광주를 찾기도 했다. 이후로도 백신 접종과 구두 브랜드, 여자친구의 존재 등 일거수일투족이 화제에 올랐다. 가히 ‘이준석 신드롬’이다.

  짧은 기간이지만 소통 방식도 이전 보수정당 대표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유력 대권주자의 검증을 방불케 할 만큼 여권의 이례적인 전방위 공세가 쏟아지자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실시간으로 대응하며 사태를 정면 돌파하는 모습만 봐도 그렇다. 서울 강남역을 찾아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기도 했다.

 

이준석 대표는 연일 파격 행보를 보이며 일거수일투족이 화제에 오르는 등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KBS뉴스 유튜브 채널 화면 갈무리
이준석 대표는 연일 파격 행보를 보이며 일거수일투족이 화제에 오르는 등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KBS뉴스 유튜브 채널 화면 갈무리

 

보수 전례 없는 공고한 ‘2030’ 팬덤
1985년 서울에서 태어난 이 대표는 2003년 서울과학고를 조기 졸업하고 국비 장학생으로 선발돼 미국 하버드대에 진학해 컴퓨터과학과 경제학을 전공했다. 귀국 후 2007년부터 저소득층 청소년들의 학습을 돕는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이라는 공익 단체와 소프트웨어 개발 벤처기업 ‘클라세 스튜디오’를 운영했다. 2004년 유승민 당시 한나라당 의원실에서 두 달간 인턴으로 근무하며 정치권과 처음 인연을 맺었던 그는 26세 때인 2011년 당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던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의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으로 발탁돼 정계에 본격적으로 입문했다. 이로 인해 그는 한동안 ‘박근혜 키즈’로 불렸다. 하지만 2016년 탄핵정국에서 박 전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를 향해 쓴소리를 거침없이 쏟아냈고,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는 “국가가 통치불능의 상태에 빠졌기 때문에 탄핵은 그 시점에 정당했다고 생각한다”고 외치기도 했다.

  탄핵 정국이 불거진 후 비박계가 모인 바른정당으로 당적을 옮긴 뒤 바른미래당과 새로운보수당을 거쳐 미래통합당으로 돌아와 지난 4·7 보궐선거에선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캠프 뉴미디어본부장을 맡았다. 당시 2030의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며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 당선에 큰 역할을 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2016년 20대 총선 때는 자신의 고향인 상계동이 위치한 서울 노원병에 출마해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밀려 낙선했다. 2018년에는 국민의당과의 통합 후 다시 서울 노원병 재보궐선거에 바른미래당에선 단독으로 공천 신청을 했으나, 공관위 심사에서 공천을 받지 못했다. 21대 총선에서 노원 병에 출마했으나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후보에 고배를 마셨다. 번번이 원내 입성에는 실패했으나 정계 입문 이후부터 각종 방송 및 SNS 활동을 활발히 하며 존재감을 키워왔다. 이러한 행보는 이번 전당대회 과정에서 젊은 세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은 큰 원동력이 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젊은 세대들이 중심이 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 대표는 ‘킹준석’, ‘준스톤’이라는 애칭으로 불릴 정도로 공고한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지지 기반이 취약한 이준석 대표로서는 지도부 내 다른 목소리를 어떻게 조율해 나갈지가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국민의힘
지지 기반이 취약한 이준석 대표로서는 지도부 내 다른 목소리를 어떻게 조율해 나갈지가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국민의힘

 

국민의힘 당 출범 후 역대 최고 지지율
‘이준석 열풍’이 쉽사리 식지 않는 모습이 나타나면서, 향후 정치권에 불 혁신과 변화의 바람도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당대회 내내 ‘공정한 경쟁’과 ‘능력주의’을 기치로 내세운 이 대표는 공직 후보자엔 ‘자격시험’을 보게 하고, 당 대변인은 ‘토론 배틀’을 통해 뽑을 것이라 예고했다. 계파나 친분으로 얼룩진 정계 입문과 공천, 당직 인선의 문제점을 짚고, 누구에게나 기회를 주면서도 철저한 기준과 평가가 필요하다는 주장인 셈이다.

  이 대표는 당선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어느 정당이 더 개혁의 모습으로 향하는지 국민에게 심판받겠다”며 여당과 ‘개혁 경쟁’을 펼칠 것임을 다짐했다. 여당에서도 변화의 물결에 동참하고자 하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송영길 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청년 특임장관을 제안했고, 문재인 대통령 역시 청년 비서관에 1996년생의 더불어민주당 박성민 전 최고위원을 임명하며 이와 같은 목소리를 수용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대선후보 적합도에서 범여권 3위에 오르고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야권 5위에 이름을 올리는 등 이준석 돌풍의 연쇄반응도 나타나고 있다.

  변화에 대한 기대감은 수치로도 잘 나타나고 있다. 리얼미터의 6월 셋째 주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정당 지지도는 39.7%를 기록해 당 출범 후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또한 청년층의 국민의힘 입당 신청도 쇄도하고 있다. 국민의힘 서울시당에 따르면 이 대표가 선출된 후 첫 주말인 지난 6월 12~13일 동안 온라인 입당 신청자는 800여 명으로 집계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당대회 전까지는 하루 평균 10명도 안 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준석 효과’가 제대로 터진 것이다.

자연히 8개월 앞으로 다가온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도 2030 세대의 표심이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이 대표 역시 KBS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2030 세대가 올해 들어서 완벽하게 (정치적) 효능감을 봤다”며 “오세훈-이준석 모델이 올해 상반기 이슈였다면, 하반기에는 과연 대선으로 이어질 수 있겠냐가 관전 포인트”라고 분석했다.

  물론 ‘2030 세대’만으로 이준석 현상의 모든 것이 설명되지는 않는다. 낡은 정치에 뿌리 깊은 불신과 사회 변혁에 대한 열망, 그리고 전국단위 선거에서 수년째 패배를 기록한 보수층의 정권교체 의지도 주요 요소 중 하나다.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신율 교수는 언론 기고문에서 “당원들의 전략적 감각이 없었다면 이 대표 당선은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당심이 민심을 받아들인 배경에는 ‘보수의 전략적 감각의 회귀’도 한몫했다”고 평가했다.

 

‘이준석 현상’이 만든 파장이 내년 대선까지 이어진다면 세대를 넘어 주류를 바꿀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슈메이커
‘이준석 현상’이 만든 파장이 내년 대선까지 이어진다면 세대를 넘어 주류를 바꿀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슈메이커

 

리더십 우려 속 중진과 조화가 관건 
임기 2년의 시작을 알리고 있는 이준석 대표에게 놓인 과제는 산적하다. ‘버스론’과 ‘택시론’과 같은 단어가 등장하며 입당을 놓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관계 설정은 차기 대선의 최대 변수로 꼽힌다. 이 대표는 “대선이 특정인을 위해서 치러지는 이벤트가 아니다”며 윤 전 총장의 입당을 거듭 촉구하고 있다. 여기에 안철수 대표가 이끌고 있는 국민의당과의 합당 문제와 무소속 홍준표 의원 복당 등을 두고 내부에서 이견이 쏟아지고 있다. 지지 기반이 취약한 그로서는 지도부 내 다른 목소리를 어떻게 조율해 나갈지가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 대표는 리더십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당직 인선에서는 안정을 추구했다. 혁신 이미지를 갖춘 자신과 균형을 맞출 연륜 있는 중진을 기용했다. 당 밖 대선주자들을 관리할 대외협력위원장에 4선의 권영세 의원, 당으로 인재를 끌어오는 역할의 인재영입위원장에 5선을 지낸 정병국 전 의원을 임명했다. 그는 최고위 회의에서 “앞으로도 제가 당내 중진급 인사들의 도움을 받을 일이 많을 것”이라며 “이분들은 제게 상산사호(商山四皓·중국 진나라 때 난리를 피해 산속에 은신한 4명의 덕망 있는 이들) 같은 분들이고 정권 창출을 위해 든든한 뒷받침을 해주실 것”이라고 한껏 몸을 낮췄다. 하지만 강경 보수로 일관된 최고위원회와 조화를 제대로 이뤄내지 못하면 당내 갈등이 증폭될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컨벤션 효과가 사라지면 당 안팎에서 공격이 들어올 수밖에 없어서다.

  이제 화두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불어올 변화의 바람이 사회 전반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냐는 점이다. ‘이준석 현상’이 만든 파장이 대선까지 이어진다면 세대를 넘어 주류를 바꿀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성세대의 정치 문법을 깨고 있는 이준석 대표의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이준석의 시간은 이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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