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 Cover Story] 가상 화폐 시장의 대중화 이끄는 조용한 사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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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1.06.14 1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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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CEO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가상 화폐 시장의 대중화 이끄는 조용한 사상가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창업자 브라이언 암스트롱은 누구나 언제든지 간편하게 가상화폐를 거래할 수 있도록 ‘판’을 만든 인물로 평가받는다. 혹자는 암스트롱이 시장의 대중화를 이끌었다며 인류에 불을 선물했다는 그리스 신화 속 ‘프로메테우스’에 비유할 정도다. 최근에는 암호화폐 거래소 최초로 미국 증시에 데뷔하며 관련 산업에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TechCrunch/Flickr
©TechCrunch/Flickr

 

비트코인 창시자의 ‘백서’에 매료돼 본격적 사업 시작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암스트롱에 대해 “암호화폐 업계 밖에서는 알려진 게 많지 않은 수수께끼 같은 인물”이라고 전한다. 그는 전형적인 실리콘밸리 창업자도 아니고, 대외적으로 암호화폐 열풍을 선도하는 전도사도 아니다. 언론 인터뷰도 꺼려하고 각종 콘퍼런스에도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다만 기부에는 적극적이어서 자산의 절반 이상 기부를 약속하는 ‘억만장자 기부 클럽’인 기빙플래지의 회원이며, 2018년에는 은행 계좌가 없는 빈곤층을 지원하는 재단 ‘기브크립토’도 설립했다.

  미국 텍사스 주 라이스 대학에서 컴퓨터공학과 경제학을 전공한 암스트롱은 IBM 개발자와 딜로이트 컨설턴트, 에어비앤비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며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이후 창업에 나서 온라인 학습 기업인 ‘유니버시티튜터닷컴’을 운영하던 그는 27세이던 2010년 처음 암호화폐를 접하게 된다.

 

코인베이스는 가상화폐 거래의 복잡한 절차를 생략하고 일반인이 가상 화폐를 쉽게 보관하고 거래하는 방법을 고안해 큰 성장을 이뤄냈다. ⓒ코인베이스
코인베이스는 가상화폐 거래의 복잡한 절차를 생략하고 일반인이 가상 화폐를 쉽게 보관하고 거래하는 방법을 고안해 큰 성장을 이뤄냈다. ⓒ코인베이스

  비트코인의 창시자로 알려진 나카모토 사토시가 인터넷에 올린 ‘비트코인 백서’를 읽은 암스트롱은 사용자들이 프로그램을 다운받아 ‘지갑’에 저장한 뒤, 네트워크 내 다른 사용자와 은행과 정부의 통제를 받고 이를 교환할 수 있다는 장점에 매료됐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백서를 읽은 뒤에도 머릿속에 계속 비트코인이 떠올랐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2012년 암스트롱은 골드만삭스 출신의 프레드 어샘과 함께 샌프란시스코의 방 두 개짜리 아파트에서 코인베이스를 설립하고 비트코인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시작은 미약했지만 이들이 가진 거창한 목표는 ‘비트코인의 대중화’였다. 지금이야 거래소 어플리케이션에서 주식을 투자하듯 간편하게 가상화폐를 거래할 수 있지만, 당시만 해도 암호화폐의 진입 장벽은 상당히 높았다. 암호화폐를 거래하기 위해선 프로그램을 내려 받고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노드’를 작동해야 하는데, 일련의 과정이 워낙 복잡해 일반인이 접근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암스트롱은 그 과정을 쉽게 만들면 금융시장 주류에 편입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그는 개발자 정도만 접근할 수 있던 복잡한 절차를 모두 생략하고 일반인이 가상 화폐를 보관하고 거래하는 방법을 떠올린다. 이는 에어비앤비에서 글로벌 결제 시스템을 직접 개발했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의 외면에도 암스트롱은 흔들리지 않고 목표 달성에 집중했다. 코인베이스가 성공하게 된 중요한 배경 중 하나는 DFJ 펀드의 초기 투자 덕분이었다. 이 과정에서 암스트롱을 적극 지원했던 사람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부스트 VC의 애덤 드레이퍼다. 암스트롱은 2012년 8월 드레이퍼에게 코인베이스의 사업 아이템을 설명하며 “수조 달러의 사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드레이퍼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스타트업을 하면서 수조 달러 규모 사업이 될 것이라고 말한 사람은 처음이었다”고 회고했다. 너무 큰 그림을 이야기해서 놀랐다는 말이다. 하지만 드레이퍼는 암스트롱의 논리 정연함에 설득됐고, 그를 밀어주기 시작한다. 실제 공동 창업자인 어샘은 암스트롱을 개방적이고 명석한 사상가라고 소개했다. 사안의 본질을 꿰뚫고 발상을 전환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질문을 하는 능력도 갖췄다고 했다. 조용하고 진지하지만 합리적인 성격이라는 평가다.

 

브라이언 암스트롱 CEO는 특유의 논리 정연함으로 창업 초기 검증된 기관들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코인베이스
브라이언 암스트롱 CEO는 특유의 논리 정연함으로 창업 초기 검증된 기관들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코인베이스

 

나스닥 시장 화려하게 데뷔하며 새 이정표 세워
드레이퍼의 지원과 암스트롱의 확신은 현실이 됐다. 지난 4월 초 처음으로 세계 암호화폐 시장 규모는 2조 달러를 넘어섰다. 비트코인 가격 역시 1년 새 7,000달러에서 널뛰기 속에서도 큰 상승을 이뤄냈다. 코인베이스 역시 성장세를 이어나가 이제는 세계 100개 이상의 국가에서 5,600만 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고 직원도 1,700명이 넘는다. 지난해에는 매출 13억 달러에 처음으로 3억 2,200만 달러의 수익을 내기도 했다. 올해 역시 1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며, 이 기간 매출도 18억 달러에 달해 지난해 전체 매출을 이미 추월했다. 지난 2019년만 해도 코인베이스는 3억 1,000만 달러의 적자를 면치 못한 기업이었다.

  4월 중순에는 나스닥 시장에도 화려하게 데뷔했다. 상장 첫날 328.28달러에 거래를 마쳤는데, 이는 DFJ가 투자했을 당시 대비 140배 뛴 규모다. 첫날 시가총액은 857억 8,000만 달러로 뉴욕증권거래소 모회사인 ICE와 나스닥 거래소의 기업가치를 합친 것과 비슷한 수준까지 다다랐다. 코인베이스 지분 약 20%를 소유한 암스트롱 역시 억만장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나스닥 상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코인베이스는 가상자산의 첫 제도권 진입이라는 점에서 큰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코인베이스
나스닥 상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코인베이스는 가상자산의 첫 제도권 진입이라는 점에서 큰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코인베이스

  코인베이스의 나스닥 상장은 가상자산의 첫 제도권 진입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특히 그간 관련 투자에 소극적이던 사람들에게 간접투자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다. 가상화폐 대신 거래소에 투자하면 가격 변동성에 따른 손실은 줄이면서 급등세의 장점은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많은 ‘코인’ 중 어떤 것을 고를지 고민할 필요도 없다. 거래소가 암호화폐 거래에 따른 수수료로 수익을 내는 구조이다 보니 거래량만 많으면 된다. 이러한 코인베이스의 성공에 힘입어 후발주자들도 등장하고 있다. 미국의 크라켄은 내년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고, 이스라엘의 이토로는 기업인수 목적회사와의 합병을 통해 뉴욕 증시에 우회 상장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국내 거래소의 미래에도 관심이 쏠린다. 빗썸은 지난해 매출 2,185억 원과 영업이익 1,492억 원을 올려 전년 대비 매출 51.1%, 영업이익 120.3% 상승일 이뤄냈다.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 역시 지난해 매출은 1,767억 원, 영업이익은 866억 원을 기록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6.0%, 105.2% 급증했다. 투자은행(IB) 업계는 업비트와 빗썸의 기업가치가 조 단위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두나무는 현재 나스닥 상장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빗썸은 지난해 인수합병(M&A) 매물로 나온 상태다.

 

여전히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코인베이스가 풀어야 할 숙제가 만만찮다. ⓒ코인베이스
여전히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코인베이스가 풀어야 할 숙제가 만만찮다. ⓒ코인베이스

 

높은 변동성과 정부 규제는 풀어야 할 숙제
설립 이후 가장 주목받는 시기를 지나고 있는 코인베이스지만 풀어야 할 숙제도 만만치 않다. 미래에 대한 전망도 엇갈린다. 암호화폐의 높은 변동성과 관련해 시장의 우려가 여전해서다. 비트코인 강세로 기업가치가 급상승했지만 5월 하순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하자 주가 역시 크게 내려앉았다.

  이처럼 비트코인 가격은 4월 중순 역대 최고가인 6만 4,829달러를 기록한 뒤 급등락을 반복해왔다. 특히 5월 중순 들어 이 같은 움직임은 더 심화되었는데, 코인메트릭스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올해 들어 종가 기준으로 5% 이상 ‘상하방’으로 움직인 날이 40여일에 달했다. 이미 지난해 전체 기록한 42일에 육박한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에 최대 급락이었던 31.1%의 하락은 비트코인 역사상 넷째로 큰 하락이었다. 현재의 변동성이 기회일지, 추락의 시작일지도 알 수 없다. 코너스톤 매크로에 따르면 지난 19일 하루 31.1% 하락해 역사상 네 번째로 큰 추락을 기록하기도 했다. 매출의 86%를 거래 수수료에서 올리는 코인베이스는 시장에 충격이 생길 때마다 수익에도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정부 규제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는 한계도 있다. 코인베이스는 상장 직후 주가가 급등하다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가상 화폐 자산은 투기를 위한 수단”이라고 발언하자 상승세가 꺾였다. 규제 당국의 움직임에 얼마나 민감하게 움직이는지 잘 보여준 것이다. 이를 두고 투자 리서치 기업 뉴컨스트럭트의 데이비드 트레이너 CEO는 “코인베이스는 좋은 회사일 수 있지만, 좋은 주식은 아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처럼 암호화폐는 교환의 매개나 가치저장의 수단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게 각국 경제·금융 수장의 일관된 입장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암호자산은 사실상 가치의 적정 수준을, 적정 가격을 산정하기가 대단히 어렵고 가격의 변동성이 매우 크다”며 내재가치가 없는 투기자산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가 언급한 것처럼 익명성 때문에 범죄와 돈세탁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도 항상 지적받는 대목이다. 암스트롱 역시 각국 규제 가능성이 “사이버보안과 함께 가장 큰 위험 요인”이라고 말한다.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계속되고 있지만 암스트롱은 그동안 규제의 불가피성을 인지하고 이를 준수하는 방식으로 회사를 키워나갔다. 검증된 기관으로부터 투자 유치를 하며 거래소에 대한 시장의 불신을 해소해나갔고, 각종 협력을 통해 결제 수단으로 비트코인이 활용될 수 있도록 적극지원하기도 했다. 거래소 내 규제를 통해 리스크 관리에도 각별히 신경을 쓰며 인프라 구축에도 힘을 쏟았다. 이제 그에게 새롭게 주어진 과제는 가상화폐가 제도권에 완전히 편입될 수 있도록 잠재력을 증명하며 수익창출로 이어지게 만드는 것이다. 당장 내일의 상황도 예측불가 한 시장을 주도해야 할 암스트롱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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