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문화에 필연적인 사내정치의 세계
조직문화에 필연적인 사내정치의 세계
  • 박경보 기자
  • 승인 2016.01.31 2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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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박경보 기자]


 

조직문화에 필연적인 사내정치의 세계 

부정적 이미지 존재하지만 조직의 윤활유 역할도 

 

▲ⓒ제로웹스토리

 

 

 

카네기는 회사생활은 정치게임이다. 성공의 85%는 대인관계로 만들어진다라는 말을 남겼다. 2016년 현재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직장인들은 다양하고 복잡한 조직문화에 순응하며 매일을 살아가고 있다. 특히 최근 이슈화됐던 드라마 ‘미생’과 ‘송곳’을 통해 기업 안에서 자신의 지분을 챙기기 위해 관료제적 시스템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상사들의 모습을 확인한 바 있다. 과거에는 ‘사내 정치’를 금기시했지만, 요즘은 조직 안에 정치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현실이고 한계임을 모두가 아는 사회가 됐다. 대한민국의 사내정치의 한계와 더불어 앞으로 추구해야할 발전적인 방향을 모색해 봤다.



직장인들의 ‘필요악’. 사내정치


재작년 인기리에 방영된 tvN의 드라마 ‘미생’은 전국의 수많은 직장인 시청자들로부터 공감을 얻으며 화제가 됐다. 미생’이 사내정치에 휘둘리는 직장인의 애환을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특히 ‘미생’의 7화에서는 사내정치에 의해 모든 성과가 수포로 돌아가 버린 상황을 맞이한 오과장의 모습이 그려졌다. 상급자의 말 한마디에 모든 것이 좌절되는 현실에 오과장이 술에 취해 울분을 토하는 모습은 안타까움과 씁쓸함을 자아냈다. 


이러한 사내정치란 고용된 조직 내에서 이익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기존의 보장된 권한을 넘어 개인적인 또는 주어진 권한을 행사하는 것을 뜻하는 말로 ‘줄을 선다’ 혹은 ‘줄을 세운다’라는 말로도 사용된다. 사내정치는 특히 조직 내의 선후배 간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직장인 사이에서는 성공하기 위한 조건 중 하나로 사내정치가 꼽히나, 이는 조직의 상호간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등의 문제점도 있다. 특히 서열을 세우기 좋아하는 우리나라의 성향 상 두드러지는 조직문화의 특성이기도 하다.


이러한 사내정치를 두고 직장인들은 흔히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여긴다. 본인이 잘하면 인간관계 능력이 좋다고 믿고, 남이 잘하면 ‘아부 잘하는 사람’으로 치부하곤 한다. 이와 관련해 최근 한 취업 컨설팅 업체의 설문조사 결과가 흥미롭다. 직장인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 설문조사에서는 직장인들이 전체적으로 사내정치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있지만,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여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바깥으로는 ‘사내정치’ 혹은 ‘파벌’이란 단어를 금기시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가까운 사람들끼리는 대부분 하고 있다고 여기고 있다. 능력으로만 평가받고 싶지만 줄을 잘 서야 성공할 수 있는 현실 속에서 그렇지 못해 받는 불이익도 상당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직장인들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나는 힘들게 일하는데 저 사람은 쉽게 한다'라는 생각을 한 번쯤은 해본 적이 많을 것이다. 별다른 업무적인 성과 없이 진급이나 연봉상승을 이끌어 내는 이들은 '사내정치'를 잘 한다고 한다. 그리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에게 일을 더 주고, '힘들다' 하는 사람에게는 일을 덜 주게 된다. 이렇게 부조리한 현상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왜 어떤 사람들은 업무에 대한 능력 이상의 것을 평가 받아 도움을 받게 되는 것일까.

 

사내정치의 기술


이 같은 사내정치는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필요악이라고 생각한다. 정당하지 못한 일종의 권모술수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직장인들에게 사내정치는 현실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점심시간에 냉면이 먹고 싶은데 상사가 보신탕을 먹자고 한다면, 집에 있는 반려견를 떠올리면서도 보신탕을 먹을 수밖에 없다. 반대로 상사가 후배의 환심을 사야 할 입장이라면 냉면을 포기할 수도 있다. 이처럼 사내정치란 조직 내에서 살아남기 위한 현실적인 수단인 셈이다.


사내정치라고 하면 보통 모함과 배신, 뒷담화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기 마련인데 사실 눈에 다 보이는 뻔한 술책은 오래 가지 못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사내정치는 엄연히 장기전이기 때문에 약삭빠르게 처신하는 처세술에 능한 사람은 금방 들통나고 만다. 이에 취업컨설턴트들은 사내정치에 있어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신뢰’와 ‘능력’이라고 입을 모아 강조한다. 사내정치는 주로 ‘신뢰’를 기반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능력 있는 사람도 신뢰 여부에 따라 순식간에 능력 없는 사람으로 낙인찍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항상 신뢰를 저축해야 한다고 오랜시간 직장생활을 경험해온 베테랑 직장인들은 조언한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주변 사람 모두에게 ‘저 사람은 머리 굴리지 않고 성실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심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사내정치’의 일환으로 누군가의 공격을 받아 무능력자로 몰리더라도 나를 신뢰하는 또 다른 세력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에 취업정보 등에 따르면 직장인들에게 통용되는 몇 가지 사내정치의 기술이 있다. 우선 사심(私心)을 대의(大義)로 포장하는 일이다. 일례로 일본 3대 경영자로 추앙받는 이나모리 가즈오 일본항공 명예회장은 통신업체 다이니덴덴을 설립하면서 ‘국민경제를 위한 더 싼 전화요금’이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물론 그의 목표는 업계 1위인 NTT의 독점을 깨고 회사의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심을 숨긴 구호는 효과를 거두었고 KDDI가 지금의 거대기업으로 발전하는 데 초석이 됐다. 흔히 ‘사심 없이 일한다’는 말을 칭찬으로 여기지만, 사심은 일을 추진하는 데 있어 큰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철저하게 현실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조직 내의 힘이 어느 쪽에 실려 있고, 향후 그 힘은 어느 쪽으로 옮겨갈 것이며, 그 향방에 따라 내 위치와 명성은 어떻게 바뀔 지 냉정하게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 사람이 잘 돼야 나도 산다’며 유력자에 묻어가려는 행동은 최악의 처세술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밖에 부하는 장악해야 하고, 상사는 공략하는 방법도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부하들이 서로 내게 편애 받고 싶다고 느끼게 해야 하고, 상사에게는 숨기는 것이 없는 믿음직한 부하로 계속 본인을 어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처럼 입사 초반의 기대나 상상과 완전히 다른 직장생활, 즉 업무보다 어렵고 복잡한 인간관계와 사내 정치 때문에 고민하는 직장인들을 위해 책까지 출간됐다. 직장인 코칭 심리학서 ‘워커코드(Workercode)’는 직장인들이 일과 관련해 가장 많이 고민하는 부분을 조사해 16개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이를 바탕으로 각 카테고리마다 대표적인 고민의 주제를 찾아냈다. 또 어떻게 그같은 고민을 해결할 수 있을지 심리학적 관점에서 대안을 제시했다. ‘코드’의 사전적 의미는 사회나 직업의 규약이나 관례를 말한다. 이 책에서는 코드에 직장인을 뜻하는 ‘워커’를 붙여 ‘워커코드’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한국 직장인 특유의 공통된 고민이나 통념, 보편적 의식을 뜻한다. 

이 책의 저자인 광운대 산업심리학과 탁진국 교수는 사내정치와 파벌 형성에 대해 최고 경영진의 역할을 강조했다. 능력과 무관하게 평가가 이뤄지고 파벌이 형성되면 회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만큼 사내정치가 횡행하지 않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사내정치가 공공연한 조직이라면 살아남기 위해 직장인들은 사내정치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며 “최고경영자가 사내 파벌 형성을 막고 공정한 평가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내정치, 잘만 활용하면 조직의 윤활유


이종훈 저자가 집필한 ‘사내정치의 기술’은 “사내정치는 조직의 음습한 그늘이 아니다. 개인과 조직 모두를 위한 성공 비결이다”라고 강조한다. 이 책은 회사 조직의 중간 관리자는 후배들을 통해서 성과를 내야하고, 동료와 상사들의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정치적 힘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정치적인 힘은 부정적 의미가 아니라 조직성과를 최대한 이끌어 내기 위한 정치적인 힘이다. 이 책은 이러한 이유에서 사내정치력은 직장인 본인 뿐 아니라 회사에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전하고 있다. 사내정치를 그저 부정적으로만 바라볼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심리학자들도 사내정치에 대해 “조직생활에서 사내정치는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니 이를 조직의 이익을 위해 충분히 활용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사내정치는 개인과 조직을 위해 활용만 할 수 있다면 경영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사내정치가 제대로 안되면 소통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코펜하겐 대학의 잉고 제틀러 교수는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상대방과 소통할 때 공통적인 목표와 가치관이 무엇인지 찾는데, '사내정치'라고 말할 수 있는 행동들은 사람들이 서로 교류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뤄지기도 한다”라고 전했다.

무엇보다 사내정치 순기능은 소통과 신속한 문제 해결 도구라는 데 있다. 임채운 경영학회장(서강대 교수)은 “사내 정치는 윤활유와 같은 기능을 한다”며 “비공식적인 접촉을 통해 의사소통하고 정보를 교류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때 공식적인 절차를 벗어나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순기능을 발휘한다"고 말했다. 사내 정치가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지만, 조직과 개인의 이익 모두에 도움이 되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다만 자칫 잘못 운영될 경우 기업의 명운까지 무너뜨릴 수 있는 무서운 병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최고경영자(CEO) 등 리더가 면밀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사내 정치의 순기능이 존재하지만 그에 따르는 부작용을 분명히 깨닫고 주의깊게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뜻이다. 조직 구성원 상당수가 동의하기 어려운 사내 정치가 일어날 경우 분열, 냉소주의 등 조직 유효성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 교수는 "CEO는 특정 집단의 이해가 독점적으로 반영되지 않도록 하고 조직 발전이라는 공통 목표를 향해 권력배분이 이뤄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내정치의 순기능을 키우고 발전시키되 이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기업문화 구축을 위해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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