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대선의 계절 주도할 ‘황금손’은 누구?
[이슈메이커] 대선의 계절 주도할 ‘황금손’은 누구?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1.06.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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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대선의 계절 주도할 ‘황금손’은 누구?
 

킹메이커는 ‘선거의 기술자’로 불린다. 철저한 승리 공식을 바탕으로 특정인을 권좌에 올릴 수 있을 정도로 영향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그간 한국 정치사에서도 대권 주자들의 정책 공약이나 선거운동 방향 등을 주도적으로 설정하거나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해 지지자들을 뭉치게 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 조력자들이 있었다. 그리고 채 1년이 남지 않은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도 이러한 킹메이커의 힘은 중요하게 발휘될 것으로 전망된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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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사의 대표적 킹메이커 ‘JP’
한국 정치 역사의 대표적 킹메이커는 김종필(JP) 전 총리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5·16 쿠데타를 주도한 후 중앙정보부장에 올라 공화당 창당과 ‘박정희 대통령 만들기’를 이끌었다. 박정희 정권 18년 간 2인자를 유지하며 조력자 역할에 충실했던 JP는 1987년 킹메이커에서 킹이 되겠다는 생각에 공화당을 창당해 대권에 도전했으나 4위로 낙선했다.

  이후 그는 킹메이커로 위치를 굳히기 시작한다. 3당 합당 후 치러진 1992년 대선에서 김영삼(YS) 대통령 만들기에 성공하더니, 5년 뒤에는 ‘DJP 연합’을 만들어 내며 김대중(DJ) 대통령 당선의 큰 역할을 했다. 호남 외에 지지 기반이 약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 입장에선 JP의 지지가 당선의 결정적 영향을 미쳤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념이 상반된 JP의 공조를 끌어낼 수 있었던 것은 공동 정부 구성이라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았기 때문이었다. 대통령 후보는 DJ, 당선될 경우 국무총리는 JP가 맡아 내각책임제 개헌 등을 이끈다는 내용으로 DJP 연합이 성사됐고, 이를 통해 DJ는 당선에 성공할 수 있었다. 국민의 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임명된 JP는 초기 주요 인사와 정책에 권한을 행사하기도 했지만, 내각제 개헌과 대북 정책 등을 놓고 DJ 세력과 균열이 생기면서 김 전 대통령과 결별했다.

  김윤환 전 의원도 ‘킹메이커’로 유명한 인사다. 본명보다 호인 ‘허주(虛舟)’가 더 유명한데, 명칭 그대로 그는 빈 배에 올라탈 명망가를 고르며 정치일생을 보냈다. 기자 출신으로 전두환 정권 출범과 함께 정치권에 발을 들였던 그는 1987년 노태우 대통령 후보의 조력자 역할을 맡으며 여권 실세로 이름을 알렸다. 5년 뒤 1992년 대선을 앞두고는 민정계 의원들을 규합해 신민주계를 형성하며 YS 대통령 만들기 선봉에 섰다. 2대에 걸쳐 킹메이커 역할을 해내면서 정치권은 김윤환을 두고 ‘친화력을 갖추고 있으며 정국을 꿰뚫어 보는 눈이 남다르다’는 평을 했다. 하지만 그는 1997년 대선을 앞두고는 ‘비영남 후보론’을 내세워 이회창을 신한국당 대선 후보로 만들며 세 번째 킹메이커로 나섰으나 실패했다. 이를 두고 DJ와 손을 잡은 JP와의 대리 대결로 불릴 정도로 두 킹메이커가 정치권에 새긴 각인은 남달랐다.

 

김종필 전 총리는 ‘DJP 연합’을 만들어 내며 김대중 대통령 당선의 큰 역할을 하는 등 정치권의 대표적인 ‘킹메이커’로 불렸다. ⓒKBS 뉴스화면 갈무리
김종필 전 총리는 ‘DJP 연합’을 만들어 내며 김대중 대통령 당선의 큰 역할을 하는 등 정치권의 대표적인 ‘킹메이커’로 불렸다. ⓒKBS 뉴스화면 갈무리

 

이해찬 ‘강물론’, 이재명 지사와 손잡나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 킹메이커들이 소환되기 시작했다. 4·7 재보선 이후 여야가 각각 새 지도부를 꾸리고 있지만 ‘보스’급 현역 정치인이 없다는 평가 속에 구심점이 될 킹메이커의 영향력은 점점 커질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여야 대선주자 1위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진영 내 조직력이 약한 ‘비주류’인만큼 세력을 모을 사령탑은 절실한 상황이다.

  여권에서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의 이름이 가장 먼저 불려진다. 향후 대선 정국에서 민주당의 가장 큰 과제는 ‘비문(非文)’과 친문 주류 세력 간 분열인 만큼, 이들의 갈등을 최소화하고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물은 이 고문이 유일한 것으로 꼽힌다.

  이 고문은 여전히 선거 승리의 ‘보증수표’로 통한다. 자신 역시 7선에 이르기까지 선거에서 결정적인 패배 경험이 없고, 김대중과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 배출에도 큰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해 이해찬 대표 체제에서 이뤄낸 총선 180석 석권은 민주당 내에서 ‘이해찬 리더십’을 더욱 신뢰할 수 있게 하는 공감대를 만들어냈다. 보궐선거 패배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민주당 입장에선 이 고문이 ‘소방수’ 역할을 해줘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최근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로 떠난 지 석 달 만에 귀국하며 두 사람의 콤비플레이를 중심으로 대선 구도가 형성될 가능도은 한층 커진 상태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은 일부 측근에게 ‘강물론’을 띄웠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이재명 경기지사와 손을 잡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은 일부 측근에게 ‘강물론’을 띄웠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이재명 경기지사와 손을 잡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치권에선 이 고문이 이재명 지사 쪽으로 힘을 실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고문이 최근 일부 측근에게 ‘강물론’을 띄웠다는 이야기가 돌면서다. 지지도가 낮은 친문 주자를 억지로 띄우기보다, 물 들어온 주자(이재명 지사)를 밀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두 사람의 연대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을 때, 출당이나 징계로부터 막아준 기억이 있고, 이 고문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이 지사는 이미 혹독한 검증이 끝난 사람”이라며 현재의 높은 지지도가 계속 유지될 거라고 내다보기도 했기 때문. 이 지사 역시 이 전 대표와 개인적으로 식사를 했다며 공개적으로 교류 사실을 밝힌 바 있다.

  또한 이 고문의 핵심 측근인 조정식 의원이 이 지사의 지원 조직 ‘민주평화광장’ 포럼 결성을 주도하기도 했다. 포럼 명칭도 민주당의 ‘민주’, 경기도의 도정 가치인 ‘평화’, 이 전 대표의 연구재단 ‘광장’의 이름을 각각 참고한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민주평화광장은 이 고문의 연구재단인 ‘광장’을 흡수해 김성환, 이해식 등 이해찬계 인사들이 합류했다. 행사에 참석한 이 지사는 “초청받아서 온 것”이라고 거리를 두면서도 “뜻을 함께하는 분들인 건 맞다. 구체적으로 앞으로 어떤 관계를 하게 될지, 어떤 역할들을 서로 분담하게 될지는 좀 두고 봐야 할 일인 것 같다”고 여운을 남겼다.

  다만 이 고문의 등판이 선거 승리로 이어진다는 공식도 이젠 옛말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민주당을 향한 민심이 이미 크게 달라져 있어 오히려 중도 민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 고문 특유의 강한 리더십에 피로감을 호소했던 당내 일부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한편 지난 재보선에서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후원회장을 맡았던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쪽으로 기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 전 의장과 이 전 대표 모두 동교동·친노계에 해당하는 ‘정치적 동지’여서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민주평화광장’ 포럼 결성식에 참석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임종성 의원 블로그
이재명 경기지사는 ‘민주평화광장’ 포럼 결성식에 참석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임종성 의원 블로그

 

‘윤석열 쟁탈전’의 승리자는?
야권에선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김무성 전 대표의 이름이 불려진다. 김 전 위원장은 보수와 진보를 넘나들며 2004년 이후 치러진 전국 단위 선거 중 총 여섯 차례 선거를 총괄하거나 수습하는 역할을 했다. 2012년 대선 때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요청에 경제 사령탑을 맡았고, 2016년엔 문재인 민주당 대표의 삼고초려를 받아들여 당 비대위원장 자리를 수락해 두 선거를 모두 승리로 이끈 바 있다.

  현재 김 전 위원장은 재보선이 끝나자마자 국민의힘을 떠나 제3지대에서 저변을 넓히고 있는 중이다. 바깥에서 유력한 대권주자를 띄우고자 하는 김 전 위원장의 청사진의 핵심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다. 그동안 ‘별의 순간’을 언급하며 그는 윤 전 총장을 향해 꾸준히 러브콜을 보내왔다. 하지만 윤 전 총장에게서 기대했던 반응이 바로 나오지 않자 최근 원희룡 제주지사와 무소속 금태섭 전 의원을 만나기도 하고, 사석에서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를 대선 후보로 언급하는 등 다른 대권 잠룡들에게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윤 전 총장이 끝내 대선에 출마하지 않는 경우를 대비한 ‘플랜B’ 준비처럼 보인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유력한 대권주자를 띄우기 위해 제3지대에서 저변을 넓혀나가고 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유력한 대권주자를 띄우기 위해 제3지대에서 저변을 넓혀나가고 있다. ⓒ국민의힘

  4·7 재보선 후보들의 출마 선언과 단일화 과정에서 원외 테이블 세터 역할을 했던 김무성 전 대표도 일찍이 차기 대선에서 킹메이커 역할을 하겠다고 공언한 뒤, 전·현직 의원 60여 명이 참여하고 있는 마포포럼을 중심으로 꾸준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김 전 대표는 킹메이커로 실패의 경험이 있다는 점이 단점이다. 2016년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공고히 하다가, 2017년 탄핵 국면에서 새누리당을 나와 바른정당을 창당한 뒤 대선 출마를 포기하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조력자 역할을 맡았지만 반 전 총장이 중도 낙마한 경험이 있다. 이후에는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를 전면에서 도왔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김종인 전 위원장과 김무성 전 대표 사이의 야권 잠룡을 잡기 위한 샅바 싸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된다. 다만 결국 손을 잡게 될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편 윤 전 총장과 동향인 반 전 총장이나 윤 전 총장과 종친 관계인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의 이름도 여의도에서 부쩍 등장하고 있다. 충북 음성 출신인 반기문 전 총장은 부친이 충청도 출신인 윤 전 총장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정치권에 복귀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윤 전 장관의 경우 차기 주자들의 러브콜을 기다리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그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 집안 어른들이 나를 가만히 두지 않을 것 같다”고도 하며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윤석열 쟁탈전’도 한층 과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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