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 Cover Story] 몽상을 현실로 만들기 시작한 미래 설계자
[이슈메이커_ Cover Story] 몽상을 현실로 만들기 시작한 미래 설계자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1.03.15 13: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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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몽상을 현실로 만들기 시작한 미래 설계자

 

‘괴짜 천재’로 불리며 그간 숱한 ‘역발상 전략’을 말하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그동안 그의 공상은 ‘영화 같은 이야기’라며 비웃음을 당해왔다. 하지만 이제 머스크를 바라보는 시선은 완전히 달라졌다. 그가 그려오던 새로운 미래가 점차 현실로 이뤄지며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어서다.

 

 

ⓒFlickr/Thomas Hawk
ⓒFlickr/Thomas Hawk

 

18년을 기다린 우주의 꿈

머스크는 1971년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토리아에서 전자기계 엔지니어이자 부동산 개발업자인 아버지와 모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부유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10살이 되기 전 부모가 이혼한 뒤 아버지에게 정신적 학대를 당하게 된다. 머스크는 “아버지는 완전히 제정신이 아니다. 어린 시절은 한마디로 비참했다”고 회상한 바 있다.

 

비상한 기억력과 아는 체 하는 성격 때문에 학교에서는 심한 왕따를 당했다. 한번은 아이들에게 계단에서 떠밀려 병원에 입원하는 일도 있었다. 이러한 우울했던 기억은 머스크가 ‘아메리칸 드림’을 품게 하는 계기가 된다. 17살이 되던 해 캐나다로 떠난 후 퀸스 대학을 다니다 2년 후 미국 아이비리그 펜실베이니아 대학으로 편입해 경제학과 물리학을 전공했다. 박사 과정을 고민하기도 했지만 그는 스타트업 전선에 뛰어들게 된다.

 

첫 번째 창업은 1995년 캘리포니아 팔로알토에서 시작됐다. 한살 터울의 동생인 킴벌 머스크와 함께 회사와 지역 정보를 제공하는 ‘집투(Zip2)’를 설립했다. 집 월세를 낼 돈도 없어 회사 사무실에서 숙식을 해결해야 하는 시간도 겪었지만, 1999년 컴팩이 집투를 3억 달러에 인수하며 28살의 나이에 일약 백만장자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그가 실리콘밸리에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건 피터 시엘, 맥스 레브친 등과 온라인 결제 서비스 회사 페이팔을 설립하면서다. 최초 ‘팜 파일럿(Palm Pilot)’에 정보를 저장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지만 성공하지는 못했고, 이후 ‘정보’ 대신 ‘돈을 안전하게 저장하고 전송’하자는 아이디어로 발전해 현재의 페이팔이 되었다. 2002년 이베이에 약 1조 7,000억 원에 매각한 뒤, 머스크를 비롯한 초기 멤버들은 ‘페이팔 마피아’로 불리며 미국 벤처업계를 움직이는 큰 세력으로 성장했다.

 

이후 그는 우주로 꿈을 확장시켰다. 2002년 스페이스X를 창업한 그는 저가형 우주여행과 8만 명이 거주할 수 있는 화성 식민지를 완성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있다. 로켓기술에 대해 아는 것도 없던 그에게 많은 이들이 냉소를 보냈다. 심지어 머스크의 친구이자 투자가인 조지 재커리조차 “일론이 멈추지 않고 우주(space) 얘기를 했을 때 부동산에서 거론하는 사무실 공간(space)을 얘기하는 줄 착각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개인이 우주로 로켓을 쏘아 올리겠다는 발상 자체가 보통사람들이라면 상상하기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사업초기 조롱거리에 머물던 스페이스X는 수많은 실패 끝에 2008년 드디어 위성 발사에 성공한다. 팰컨 1호가 궤도에 진입하는 순간 머스크는 “정말 소름 끼치게 짜릿했다”며 “내 평생 가장 위대한 날”이라고 감격했다. 이를 시작으로 스페이스X는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화물을 운반하는 ‘우주 택배’ 사업을 승인 받았다.

 

 

스페이스X는 지난해 첫 민간 유인우주선 ‘크루 드래건’ 발사와 국제우주정거장 도킹에 성공했다. ⓒ스페이스X
스페이스X는 지난해 첫 민간 유인우주선 ‘크루 드래건’ 발사와 국제우주정거장 도킹에 성공했다. ⓒ스페이스X

 

‘세계 최고 부자’ 등극시킨 테슬라

유년기부터 ‘우주에서 맞이할 인류의 운명을 보호하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고 여겼던 머스크는 지난해 첫 민간 유인우주선 ‘크루 드래건’ 발사와 국제우주정거장 도킹에 성공했다. 장장 18년이 걸린 도전이었다. 그동안 미국이나 러시아, 중국 정부가 독점해 오던 유인 우주비행시장에 민간 기업이 뛰어드는 전기가 마련됐다.

 

스페이스X는 2026년에는 사람을 태운 화성 탐사선을 발사할 계획이다. 성공만 한다면 인류의 생활터전과 시장이 지구를 넘어 우주까지 확장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천문학적인 비용 절감을 위해 재활용 로켓이라는 아이디어도 구상했다. 또한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 도입을 앞두고 있는데, 2020년대 중반까지 저궤도 소형위성 12,000개를 쏘아 올려 전 세계 어디서든 초고속 인터넷을 사용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하늘은 물론 땅 속에서도 그는 기발하다. 터널 굴착회사 보링컴퍼니를 설립해 2013년 ‘하이퍼루프’라는 신개념 초고속 자기부상열차 구상을 밝혔다. 진공상태로 터널 속을 초음속으로 달리는 미래 운송수단에 대해 사람들은 혀를 내둘렀지만 2016년 라스베이거스 사막에서 시험주행에 성공했다.

 

지상에서는 테슬라를 통해 자신에게 ‘세계 최고 부자’라는 수식을 안겼다. 2003년 설립된 테슬라는 투자자를 찾던 중 2004년 머스크를 만나게 되었는데, 그는 기업의 비전을 보고 초기 750만 달러 자금조달에서 홀로 650만 달러를 투자했다. 이와 함께 세계 최초 전기스포츠카였던 ‘로드스터’ 등 로드맵 수립에 적극 관여하며 공동창업자 지위를 얻었다.

 

 

테슬라의 등장 이후 세계 자동차 업계의 판도는 완전히 바뀌어 완성차 업체들도 저마다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테슬라
테슬라의 등장 이후 세계 자동차 업계의 판도는 완전히 바뀌어 완성차 업체들도 저마다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테슬라

 

위기도 있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08년엔 파산 직전까지 몰렸다. 1주일 남짓 버틸 자금밖에 남지 않았던 그해 12월 머스크는 개인 재산 4,000만 달러를 테슬라에 쏟아 부었다. 기사회생한 테슬라는 온갖 혁신 기술을 모아 2012년 ‘모델S’를 정식 출시했다. 그럼에도 약한 수익성과 머스크의 끊이지 않는 구설수는 기업을 흔들리게 했다. 그의 언행 때문에 테슬라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조사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테슬라는 보급형 전기차인 ‘모델3’가 성공을 거두고 중국 상하이공장 가동으로 생산능력까지 늘어나며 반전을 맞게 된다. 2018년 25만대 판매에서 이듬해 37만대, 지난해에는 50만대에 육박하는 판매량을 기록했다. 4분기 연속 흑자도 덤이었다. 사실 테슬라가 지난해 판매한 50만 대의 전기자동차 수치는 2020년 전 세계 전체 자동차 판매량(7,750만 대)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시가총액은 8,078억 달러로 세계 1위다. GM(778억 달러)과 포드자동차(449억 달러) 등 미국 양대 완성차 업체의 시총을 합한 것보다 많다.

 

뉴욕증시 간판지수인 S&P500지수에도 편입되는 호재를 맞았다. 지난해 740%에 달하는 경이적인 주가 상승률을 기록하며 머스크의 자산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2019년 3월만 해도 246억 달러로 세계 31위 수준이었지만 주가 폭등 덕에 테슬라 지분 20.8%를 가진 머스크는 순자산만 1,950억 달러에 이르는 세계 최고 부자가 됐다.

 

 

지난해 740%에 달하는 경이적인 주가 상승률을 기록한 테슬라는 자동차 업계 시가총액도 세계 1위에 올랐다 ⓒFlickr/Steve Jurvetson
지난해 740%에 달하는 경이적인 주가 상승률을 기록한 테슬라는 자동차 업계 시가총액도 세계 1위에 올랐다 ⓒFlickr/Steve Jurvetson

 

비트코인 열풍 주도하며 영향력 상승

테슬라의 등장 이후 세계 자동차 업계의 판도는 완전히 바뀌었다. 기존 완성차 업체들은 저마다 전기차로의 전환을 선언하고 ‘타도 테슬라’를 선언하고 있다. 이제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이 된 테슬라는 자율주행 비행체(PAV) 시장으로도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더불어 가상화폐 시장도 주도 중이다. 최근 테슬라는 자산 포트폴리오에도 비트코인을 정식으로 추가했다. 테슬라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기존 현금성 자산 190억 달러의 7.8%가량인 15억 달러를 비트코인으로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테슬라는 이날 “향후 추가적으로 기존 자산을 디지털 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전기차를 비트코인으로 구매할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전문가들은 테슬라가 크게 비트코인을 회사 자산에 전격 도입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가장 큰 이유는 투자 가치다. 시장조사기업 모닝스타에 따르면 달러 기준 비트코인 가치는 지난해 2월9일부터 올해 2월8일까지 1년간 356% 폭등했다. 머스크는 여기서 더 값이 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는 셈이다. 실제 그는 자신을 ‘비트코인 지지자’라 밝히며 비트코인 광풍을 불러왔다. 가상화폐 시장이 출렁일 정도로 그의 말 한마디가 가지는 파급력도 커졌다. 지난 1월29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 기존 프로필을 지우고 ‘#bitcoin’이라고 쓰자 비트코인 가격이 하루에만 20% 정도 폭등한 바 있고, 얼마 전에는 “비트코인 가격이 너무 비싸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는 발언을 하자 장이 폭락하기도 했다.

 

테슬라의 이미지 강화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 NPR은 “비트코인과 테슬라는 기술 유토피아적 이상주의를 표방한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비트코인 팬덤이 테슬라로도 옮겨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전기차산업을 키워 자동차 시장에 큰 균열을 가져온 테슬라의 이미지와 들어맞는 투자”라며 IT 기술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 테슬라를 더 많이 찾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론 머스크의 말 한마디에 비트코인 가격이 큰 폭으로 변동하는 등 그의 가진 영향력도 점차 커져가는 분위기다. ⓒFlickr/Steve Jurvetson
일론 머스크의 말 한마디에 비트코인 가격이 큰 폭으로 변동하는 등 그의 가진 영향력도 점차 커져가는 분위기다. ⓒFlickr/Steve Jurvetson

 

시장에서는 테슬라가 자동차 관련 금융 상품에도 비트코인을 활용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테슬라는 2019년 자사 차량 전용 보험을 출시한 바 있다. 차량 소프트웨어를 통해 쌓인 고객의 운전 습관과 사고 기록 등을 종합해 보험료를 책정하는데 기존 보험료보다 최대 30% 저렴하다는 게 테슬라 측의 설명이다.

머스크가 화성 이주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암호화폐 시장을 키우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화성에서 인류가 쓸 수 있는 대안 결제수단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화성에 가능한 한 빨리 자급자족이 가능한 도시를 세우고 싶다면서 “화성 경제는 암호화폐로 운영될 것”이라고 밝힌 적도 있다. 포브스는 “억만장자 기업가 머스크에게 화성 유인 탐사는 먼 미래가 아닌 단기 목표”라며 “머스크가 비트코인을 화성으로 보내기를 원한다”고 전했다.

 

우려도 존재한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비트코인은 매우 투기적인 자산이며 극도로 변동성이 높다는 점을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투자자들이 겪을 수 있는 잠재적 손실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후 비트코인 시세와 테슬라 주가가 요동치기도 했다.

 

이처럼 머스크는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이슈메이커다. 여전히 의문을 갖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그는 그동안 끊임없는 도전정신과 맹렬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분명 성공의 역사를 걸어왔다. 상상력을 점차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는 머스크의 2021년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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