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순위, 8년 만의 순위 집계방식의 변화
베스트셀러 순위, 8년 만의 순위 집계방식의 변화
  • 서재창 기자
  • 승인 2016.01.03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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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서재창 기자]

 



8년 만의 순위 집계방식의 변화

수치에 집착하지 않는 독서 문화를 위한 개선 방안 필요


 


 

시중에서 판매되는 도서의 동향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베스트셀러 순위는 현대인이 책을 선택하는 주요한 기준이 됐다. 베스트셀러 순위 목록에 오른 도서들은 대중에게 독서 트렌드의 흐름을 한눈에 읽을 수 있는 지표면서 출판 업계 및 서점 가에서 매출과 직결되는 사항이기도 하다. 최근 한국출판인회의는 베스트셀러 순위 집계방식을 변경해 대중과 출판 업계의 관심이 쏠렸다.



8년 만에 변경된 베스트셀러 순위 집계방식

2015년 11월 20일, 한국출판인회의의 윤철호 회장은 베스트셀러 순위의 산출 방식을 실제 서점들의 매출규모를 반영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윤 회장은 순위 집계 시, 지방서점들 수를 대폭 확대함으로써 지방 지역의 독서 동향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고 덧붙였다. 개편된 순위 집계방식은 동년 11월 17일부터 적용됐다. 현재, 교보문고나 예스24 등 국내 대형서점들은 자체적인 판매 부수를 통해 베스트셀러 순위를 정하고 있지만, 출판인회의의에서 집계하는 베스트셀러 순위는 국내에서 유일한 전국 단위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이기 때문에 신빙성과 대표성을 가진다.
 
이번 집계 방식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지역 서점의 수를 확대다. 기존 방식은 6개의 대형 서점과 대전과 부산에 소재한 2개의 서점의 도서 판매 순위를 반영해왔다. 변경된 사항은 기존 집계 방식에서 10개 지역의 서점의 도서 판매 순위를 추가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이는 지역별 독서의 동향 파악과 지방 서점의 상징성을 가미하기 위한 출판인회의의 판단이다. 또한, 이번 순위 집계방식의 변화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뚜렷한 기준이 없이 적용돼온 서점별 가중치를 금융 감독원이 매년 공시하는 서점별 매출액을 기준으로 삼아 반영하기로 한 것이다. 영풍문고, 교보문고. 반디앤루니스 등 순위 산출에 포함된 8개의 서점은 집계 시 1과 1.7의 가중치로 분류됐다. 이번 개편을 통해, 가중치 부여는 작년 매출액을 기준으로 개별적으로 행해진다. 또한, 출판인회의는 지역 서점과 중앙 서점의 매출액 차이를 감안해 지역 서점에 2배를 곱해 산정하는 방식을 결정했다. 이외에도 출판인회의는 기존 1위부터 20위까지만 산정해온 순위를 30위까지 확대한다는 점을 발표했다. 언론에 발표되는 순위는 기존 방식을 지켜 20위까지로 현행 유지했으며, 발표일도 매주 목요일로 동일하다.

 


출판 사재기를 통해 바라본 도서 문화의 문제점

출판 업계에서 발생하는 출판 사재기는 꾸준히 제기돼온 문제다. 최근 김 훈 소설가가 발표한 산문집 ‘라면을 끓이며’가 예약 판매만으로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라 고의적인 순위 조작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출판인의 대표가 제기한 이 의혹은 기사화돼 대중에게 알려졌고 해당 출판사와 문제가 불거지는 계기가 됐다. 출판계에서 일어난 이 화제는 한국출판인회의가 베스트셀러 순위 집계 시스템에 대해 변화를 생각하게 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지난 2014년, 출판 사재기를 막는 일환으로서 시행된 도서정가제도 문제 예방에 대해서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최근, 출판 업계에서 진행되는 사은품 이벤트는 현행 도서정가제 법상 책값의 10% 할인과 5%의 포인트 적립의 허용 수치를 넘고 있다.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진행돼온 사은품 이벤트는 베스트셀러 순위에 이름을 올리는 수단으로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다.
 
베스트셀러에 오르게 되면 대중의 관심을 받게 된다. 출판 업계에서는 대중의 관심, 곧 베스트셀러 순위가 매출과 직결되는 구조를 갖췄기 때문에 순위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 출판 전문가들은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른 책이 아니면 책 자체로 가치를 평가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이는 자신의 기준이 아닌 대중의 평가에 치중해 대세를 따르는 문화소비 현상이 심화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한국경제신문과 마크로밀엠브레인이 실시한 ‘문화콘텐츠 소비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0%가 베스트셀러 순위 및 미디어 노출 작품 위주로 책을 구입한다고 답했다. 취향에 따라 산다는 응답자는 38%에 그쳤다. 한 출판업계 관계자는 이 현상에 대해 획일화된 문화 편중이 심화할수록 매체의 다양성과 창조성은 무너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선진화된 독서 문화 정착을 위한 개선책

국내 출판사들은 출판 사재기 등 출판 업계가 안아온 고질적 문제의 해결을 위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들은 한국출판인회의의 베스트셀러 순위 집계의 투명성을 우선으로 주장했다. 한 출판사의 편집장은 신간 출간 후, 2개월여의 시간을 순위 집계에서 제외하는 방법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 제안은 도서 출간 이후에 대형 서점 위주로 공략해 펼치는 과도한 이벤트 전략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고안됐다. 편집장은 출간에 맞춰 실시되는 과도한 마케팅을 지적하면서, 마케팅 없이 콘텐츠로만 승부한다면 소규모 출판사들도 동등한 경쟁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 덧붙였다.
 
한국출판인회의도 대안을 발견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처럼, 도서를 구매하는 즉시 판매량이 합산되는 시스템은 한국출판인회의가 제시하는 방안 가운데 하나지만 통합전산망 구축은 시간과 자금이 소요되는 해결책이기 때문에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또한, 한국출판인회의는 베스트셀러 집계 과정을 감시하는 민간 협의 기구 및 집계를 담당하는 공공 장치의 설치를 해결책으로 제안했다. 출판 사재기와 관련한 방안으로는 처벌 조항을 현행 과태료에서 벌금형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립서점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옥당의 신은영 대표는 “베스트셀러라고 좋은 책은 아니듯 베스트셀러 목록에 없어도 좋은 책은 많습니다. 색깔 있는 독립서점들이 확산되면 좋은 책, 다양한 취향을 존중하는 책들이 만들어지고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선진화된 독서 문화의 정책을 위해서는 업계의 부조리를 막을 수 있는 정책적, 제도적 지원과 순위와 수치에 집착하지 않고 개인의 도서 기준 확립과 가치를 분별할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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