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88’, 옛 추억을 떠올리는 복고열풍 확산
‘응답하라 1988’, 옛 추억을 떠올리는 복고열풍 확산
  • 박경보 기자
  • 승인 2015.12.31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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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박경보 기자]



‘응답하라 1988’, 옛 추억을 떠올리는 복고열풍 확산

 

힘든 삶을 80년대로부터 위로받고 치유하다

 

 

▲ⓒtvN

 


 

 

tvN의 ‘응답하라 1988’ 드라마가 전 세대에 걸쳐 인기몰이를 함에 따라 과거의 복고문화들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요즘 서점에는 광주민주화운동, 88서울올림픽, 6.10항쟁 등 역사의 굵직한 장면들을 담은 서적들이 쏟아지고, 카페 등에서는 이상은의 '담다디', 김창환의 '청춘', 무한궤도의 '그대에게', 이문세의 '광화문 연가' 등 1980년대 히트곡들이 흘러 나온다. 이러한 과거의 문화들은 중·장년층에게는 과거에 대한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당시를 경험하지 못한 젊은층에게는 색다른 감흥을 선사하고 있다. 


‘응답하라’ 시리즈로 재조명 받는 복고문화 

사회 전반에 1980년대를 추억하는 ‘복고(復古) 바람’이 거세다. 20여년 전에 단종된 맥주가 다시 출시되고, 식음료 업체는 제품 포장을 ‘촌스러운’ 1980년대식으로 바꾸는 게 유행이다. 서울올림픽 마스코트인 ‘호돌이’가 주목받고, 10대 청소년들은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유행했던 이문세나 들국화·소방차의 노래를 흥얼거린다. 모두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인기몰이 덕분이다. 드라마의 주인공 덕선(1971년생)과 같은 세대인 40∼50대 중장년층을 비롯해 그 시대를 경험하지 못한 10∼20대들까지도 드라마와 관련한 저마다의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향수에 빠지고 있다. '응답하라1988'는 현실적인 듯 하면서도 시청자들의 환상을 자극하는 요소로 가득하다. 이 드라마는 '연달아 큰 히트를 치며 복고열풍을 일으킨 '응답하라 1997', '응답하라 1994'에 이은 '응답하라' 시리즈의 3번째 작품이다. 이 드라마는 2015년판 '한 지붕 세 가족' 같은 드라마로, 1988년 서울 도봉구 쌍문동을 배경으로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따뜻한 가족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우리 골목, 우리 이웃을 담아내며 사랑과 우정, 평범한 소시민들의 가족 이야기로 향수와 공감을 전하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응답하라 1988'은 이전 시리즈들과 마찬가지로 배경이 되는 시기를 대표하는 여러 에피소드들과 소품을 통해 그 시절을 추억하고 그리워하게 만들고 있다. ‘응답하라 1988’은 케이블 드라마의 주 시청자층인 2030세대에게 익숙한 1990년대가 아닌 저 멀리 1980년대로 추억여행을 떠났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민주화 열기가 뜨거웠으며, 서울올림픽이 열렸던 특징적 시기인 1988년을 배경으로 한 탓에 4050세대에게 아련한 추억을 안기고 있다. 드라마 속에서 덕선이 올림픽 피켓걸이 되기 위해 연습하거나 시위 현장을 지나가는 덕선의 아버지, 대학생 보라가 민정당사를 점거하는 장면 등은 당시 분위기를 잘 드러낸다. 시대는 바뀌었지만 그 시절이 아름답고 따뜻하게 그려지고 있는 '응답하라' 시리즈는 우리가 겪었던 시대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추억거리와 공감요소가 가득하다. 일상적 소재로 시청자들로부터 그간 잊고 있었던 감성을 일깨우고 있는 이 드라마는 과거의 끈끈하고 정감 넘치는 아날로그 식 사랑의 메세지를 전하면서 대중들의 화젯거리로 자리잡고 있다. 
 

 ‘응답하라 1988’은 역대 ‘응답하라’ 시리즈 최고 시청률 기록을 경신하며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1월 28일 방송된 8화에서 평균 시청률 12.2%(순간 최고 14%)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 성적인 ‘응답하라 1994’의 11.9%(마지막 21화)를 뛰어넘었다. 시청률에 힘입어 드라마의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도 대박을 치고 있다. VOD 매출(TV, 온라인, 모바일 전 플랫폼 매출 기준)은 지난 11월 16∼22일 일주일간 5억 원을 거두며 지상파 포함 전체 프로그램 매출 2주(9∼22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드라마 속 캐릭터의 친근함에 있다. 독서실만 가면 프라임 영어사전이나 정석을 머리에 베고 잠을 자는 주인공 덕선이는 지하집에 살던 아이였다. 공부는 잘하지만 ‘이기적인 언니’인 보라와 순하기 그지없는 대입 6수생 정봉도 옆동네에 사는 형, 누나들이었다.1980년대 학창시절을 보냈던 이들은 너나 할것 없이 ‘응답하라 1988’에 감정이입을 하고 있다. 또, 어려운 집안 형편에 서울대 법대 대신 사범대 수학교육과에 1년 장학금 받고 들어간 보라와 한 개에 2000원짜리 바나나를 세 식구가 나눠먹어야 하는 전교학생회장 선의 모습에서 그늘진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흔히 ‘쌍팔년도’라고 부르는 그 시절 청춘들에겐 취업난이나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크지 않았다. 노력한 만큼 결실을 얻을 수 있었고 가난은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에 대중들은 당시의 감성을 드라마를 통해 떠올리며 위안을 얻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80년대 후반 추억의 음악과 패션, 식료품 인기몰이


드라마 속 음악이나 패션, 식료품 등 각종 장치들도 빼놓을 수 없는 흥행요인이다. 이 드라마 OST(오리지널사운드트랙)는 이미 음원차트 최상위권을 점령한지 오래다. ‘응답하라 1988’에는 당시 가수들의 원곡이 대거 삽입되면서 40대의 귀를 자극한다. 이정석의 ‘첫눈이 온다구요’를 비롯해 들국화의 ‘매일 그대와’, 조정현의 ‘그 아픔까지 사랑한거야’, 조덕배의 ‘나의 옛날이야기’, 이선희의 ‘한바탕 웃음으로’ 등 1980년대 히트곡들을 오랜만에 들을 수 있다.
 

스토리 전개 곳곳에도 음악이 시대감을 높이는 재료로 적재적소에 쓰였다. 극 중 라디오에선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가 흐르고 TV 속 ‘가요 톱 10’에선 당시 여고생 가수 이지연이 ‘그 이유가 내겐 아픔이었네’를, 1988년 ‘강변가요제’ 대상을 받은 이상은이 ‘담다디’를 부르는 모습이 등장한다. 1988년 ‘대학가요제’에서 고(故) 신해철의 무한궤도가 ‘그대에게’로 대상을 받는 장면이 담겼다. 
 

음악이 시청자들의 귀를 즐겁게 하고 있다면 드라마 속 추억의 소품들은 시청자들의 눈을 자극하고 있다. 이 드라마에서는 1980년대에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던 각종 복고풍 패션과 식료품들을 다시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응답하라 1988’의 인기에 힘입어 유통업계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빈폴과 케이스위스는 ‘응답하라 1988’의 류준열, 고경표, 류혜영, 박보검을 모델로 발탁해 새롭게 출시한 복고풍 패션의 홍보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롯데제과는 ‘응답하라 1988’에서 매회 빼빼로, 월드콘, 가나초콜릿, 수박바 등 인기 제품을 당시 디자인 그대로 노출하며 간접광고(PPL)를 공격적으로 펼치고 있다. 덕선의 꿈속에서 80년대 이미연이 모델이었던 가나초콜릿의 TV 광고가 등장하기도 했다. 롯데제과는 가나초콜릿의 후속 광고모델로 드라마의 주인공 혜리를 발탁해 가나초콜릿의 2015년판 광고를 선보이고, ‘응답하라 1988 추억의 과자 판매전’을 열 계획이다.
 

실제 '응답하라 1988'이 방송된 후 추억의 아이템들의 매출이 급증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 쇼핑사이트 G마켓에 따르면 '응답하라 1988' 방영 이후 지난 11월 6일부터 19일까지 40대의 큐브 구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7% 급증했다. 이는 전체 큐브 판매 증가율(185%) 보다 높은 수치다. 큐브는 '응답하라 1988'에서 주인공들이 갖고 노는 물건으로 자주 등장한다.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1988년에 열렸던 서울올림픽 관련 상품도 인기다. 올림픽 기념 화폐·주화·우표의 40대 구매량은 같은 기간 302% 상승했으며, 특히 우표는 40대 구매가 900%나 증가했다. 1980년대에 유행했던 복고 패션의 상품 판매도 증가하는 추세다. 같은 기간 40대의 7∼9부와 일자 청바지 구매도 크게 늘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양은냄비, 갈대 빗자루, 세탁비누 등 추억의 생활용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마트 6개 점의 매출 결과에 따르면 드라마 방영 이후 양은냄비 매출 신장률은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63.3%나 껑충 뛰었다. 같은 기간 갈대 빗자루와 세탁비누 매출도 껑충 뛴 것으로 조사됐다. 11번가에서도 같은 기간 대표적인 복고 상품인 청자켓이 전년 동기 대비 45% 판매가 늘었다. 야구점퍼는 90%, 부츠컷·나팔바지는 65%, 베레모는 28% 판매가 증가했다. 식품 부분에서는 불량식품으로 유명한 쫄쫄이, 아폴로, 쫀디기 등이 52% 판매가 늘었고 뻥튀기, 강냉이 등은 46% 판매율이 올랐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빈폴은 올해 가을·겨울 트렌드인 80년대 패션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복고 라인'을 출시했다. 빈폴은 80년대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 품목이었던 카세트테이프·조이스틱·비디오 게임기·LP판 등을 형상화해 천 위에 꿰매는 방식으로 디자인했다. 또 '청청 패션'을 재해석한 조합, 맨투맨 티셔츠라고도 불리는 스웨트셔츠와 페이크 목폴라 조합, 맘보 팬츠를 현대화한 치노 팬츠 등을 선보였다. G마켓 관계자는 "'응답하라' 시리즈때마다 매년 복고 열풍이 있었지만 올해는 40대가 복고 열풍의 중심이 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며 “20대와 30대는 복고 패션 상품들을 구매하며 과거의 향수를 떠올리는 경향이 있지만 40대는 큐브나 바둑, 우표 등 옛 추억이 깃든 소품을 많이 찾는 것 같다”고 전했다.

  

1980년대 대중문화의 귀환, 현 시대가 갖는 의미

‘응답하라 1988’이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과거에 대한 그리움’으로 요약할 수 있다. 물론 사회적으로는 크게 혼란스러웠던 시절이었지만, 현재는 해체된 이웃과 가족 간의 끈끈한 정이 존재했고, 상속 없이도 노력만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었던 시절이기도 했다. 이처럼 드라마는 일관되게 사라진 것에 대한 그리움의 정서를 담고 있다. 촌스러운 1988년 만큼이나 익숙한 신파일지라도, 1988년의 정서는 현재의 2015~16년이 마주하기엔 그야말로 판타지에 가깝다. 지금의 각박한 현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세계를 텔레비전 속에서 현실화하면서 누구나 대리만족을 경험하고 있는 셈이다. 1980년대는 노력하면 분명히 홀로 설 수 있었다. 연평균 8.8% 경제 성장률은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냈고 30%대 저축률은 '자수성가'의 바탕이 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12%대 청년 실업률과 비정규직, 저소비로 규정되는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지난 1988년에 ‘응답’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응담하라 1988’에 등장하는 대중문화가 주목을 받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로 해석할 수 있다. ‘응답하라 1988’에 나오는 1980년대 추억의 가요들은 지금 들어도 촌스럽지 않은 완성도 높은 곡들이다. ‘응답하라 1988’은 요즘 젊은 청소년 사이에 인기가 높다. 특히 중학생들 사이에서 이문세의 ‘소녀’, 소방차의 ‘어젯밤 이야기’, 임병수의 ‘아이스크림 사랑’을 마치 지금 유행가처럼 따라 부르는 유행이 지속되고 있다. 이처럼 1980년대 대중문화의 귀환은 지금 대중문화의 기계적 식상함에 대한 대중적 반작용의 결과라는 것이 문화평론가들의 분석이다. 멜로디가 배제된 채 자극적 비트만이 난무하는 아이돌 가수의 천편일률적인 노래에 인내심을 잃은 대중들이 많기 때문이다. 복고를 찾는 문화적 흐름은 감상하기 좋은 멜로디가 사라진 시대에 진정성 있는 문화를 원하는 대중들의 강한 열망에서부터 출발했다고 보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누구나 사람들은 복고를 통해 투박하지만 정겨운, 소박하지만 넉넉한 마음을 느끼고 싶어한다. 향수를 자극하는 것이 복고가 감성적으로 끌리는 이유라면 삶이 치열해진 세태가 이성적으로 복고를 찾는 이유가 된다. ‘과거’로부터 따뜻했던 시간들을 떠올리며 팍팍한 현재를 치유할 수 있는 비타민이 바로 ‘복고’인 셈이다. ‘응답하라 1988’을 통해 현대인들의 상처 가득한 마음이 잠시나마 회복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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