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가면쓴 채 '가짜인생'에 빠지는 사람들
[이슈메이커] 가면쓴 채 '가짜인생'에 빠지는 사람들
  • 이종철 기자
  • 승인 2020.08.20 0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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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이종철 기자]

가면쓴 채 '가짜인생'에 빠지는 사람들

 

Pixabay
ⓒPixabay

 

최근 일부 유튜버가 자신의 삶을 지나치게 과대포장한 '부자 마케팅'을 펼친 것이 밝혀져 논란이 된 바 있다.

해당 채널 운영자들은 자신의 방송에서 막대한 재력을 암시하거나 해외 유명인사들과의 친분을 과시해 큰 화제를 모았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튜브 방송 등에서 '정체 논란'이 제기되자 결국 많은 내용이 거짓이거나 과장되었다는 것을 실토한 것이다. 이 중 한 유튜브 계정은 폐쇄되었고, 구독자들은 "리플리 증후군 아니냐"며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이처럼 자신이 살고 있는 환경에 만족하지 못하고 아예 다른 공간에 '나만의 세계'를 만들어 자아 만족을 하는 '리플리 증후군(Ripley Syndrome)'을 앓는 이들이 늘고 있다. 선의의 거짓말이 아닌 자신이 하는 거짓말을 인지하지 못하고 거짓된 세상에 갇혀 살고 있는 것이다.

'리플리 증후군'은 마음속으로 꿈꾸는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 믿고 거짓된 말과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뜻하는 용어이다. 이는 주로 성취 욕구가 강한 무능력한 개인이 마음속으로 강렬하게 원하는 것을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사회 구조적 문제에 직면했을 때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미국의 여류 소설가 패트리샤 하이스미스(Patricia Highsmith)가 쓴 ‘재능 있는 리플리 씨(The Talented Mr. Ripley)’(1955)라는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호텔 종업원으로 일하던 톰 리플리가 재벌의 아들인 친구 디키 그린리프를 죽이고서, 죽은 친구로 신분을 속여 그의 인생을 대신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룬 범죄소설이다. 리플리 증후군은 1970년대 정신병리학자들에 의해 새로운 연구대상이 되었고, 실제로 이와 유사한 사건들이 자주 일어나면서 새로운 신조어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SNS가 활성화되면서 남들을 속이는 신분 사칭이 더 쉬워졌다는 분석도 있다. 타인의 SNS에서 사진 등을 그대로 가져와 마치 자기가 한 것처럼 행세하는 ‘신상 도용’이 그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SNS 도둑질’을 리플리 증후군 탓으로 바라본다. 온라인을 통해 타인의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이러한 현상이 갈수록 사회문제화되는 추세다. 남의 삶을 자신의 삶으로 꾸미는 소설 같은 이야기가 버젓이 현실이 되고 있다. 영국의 여론조사 기관 '원폴'은 지난 2013년 여성 2,000명을 대상으로 '소셜미디어 거짓말 빈도'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약 25%는 '한 달에 1~3회 SNS에서 자신의 삶에 대해 과장하거나 거짓말을 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실제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사칭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이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부회장을 사칭하는 계정에는 이 부회장이 직접 이 계정을 운영하는 동정이 담긴 콘텐츠로 가득하다. 더욱이 인사말에 "인류의 공동이익과 풍요로운 삶, 인류공동체 일원으로서의 사명, 대한민국 그리고 삼성전자가 함께합니다"라고 밝혀 마치 이 부회장이 직접 글을 쓴 것 같은 느낌을 주게 했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계정 운영자는 "진짜 이재용 아닙니다. 가상, 팬 페이지"라고 해명했다.

 

SNS 공간에서 타인에게 신상을 도용당하는 사례는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 시행한 개인정보보호수준 실태조사에 따르면 인터넷 이용자 10명 가운데 30.1%가 개인정보 침해 경험이 있었다. 그 중, 62.7%가 인적사항 등의 개인정보를 도용당했으며, 40.1%가 자신이 언급된 글, 20.3%가 자신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통해 피해를 입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경쟁을 강요하고 남보다 앞서기 위해 잘못된 행동도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우리 사회에서는 리플리 증후군이 발현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라며, “리플리 증후군은 자신의 의지를 벗어난 행동이기 때문에 과도하게 나타나면 사기와 절도, 심각하게는 살인 등 강력 범죄로도 이어질 수 있다”라고 경고한다. 주변인들의 관심과 사회적 문제 해결을 통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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