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 신냉전 I] 갈등의 골 깊어지는 G2
[이슈메이커_ 신냉전 I] 갈등의 골 깊어지는 G2
  • 김남근 기자
  • 승인 2020.08.06 0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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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갈등의 골 깊어지는 G2

 

 

ⓒ김남근 기자

 

지난해 관세 폭탄 핑퐁을 하던 미국과 중국이 올해 초 1단계 무역합의에 성공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산의 원인을 중국으로 지목하면서 다시 충돌하게 됐다. 게다가 미국 내 반중 정서가 팽배해지며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미·중 40년 협력관계가 ‘대결별’을 맞아 ‘냉전 1.5’ 시대가 도래했다’라고 진단하기까지 했다. 세계를 움직이는 G2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며 신냉전(新冷戰)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좁혀지지 않는 G2 관계

지난 6월 29일(현지 시각) 미국은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과 관련해 국방 물자 수출을 중단하고 첨단제품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는 등 홍콩에 대한 특별지위를 전격 박탈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중단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는 1단계 무역 합의의 핵심이었기에 자칫 무역 합의가 파기될 수도 있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하지만 블름버그 통신은 ‘중국 관리들이 주요 국영 곡물회사들에 대두를 포함한 일부 농산물 구매를 중지하도록 지시했다’고 사안에 밝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어 ‘중국 바이어들이 확인되지 않은 양의 미국산 돼지고기 주문도 취소했다’라고도 전했다. 물론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소식통 인용 보도지만, 이는 작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1단계 무역 합의 내용에 맞게 올해만 365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농산물을 사들여야 했지만, 현재까지 조사된 1분기 구매액은 약 34억 달러에 그치며 예년보다도 못한 수치를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중국 인민은행은 5월 29일 달러 대비 위안화 기준환율을 전날보다 0.05% 올려 위안화를 평가절하, 7.1316위안으로 고시했는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중이던 2008년 2월 28일 이후 12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오른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위안화 가치가 낮아졌다는 것을 뜻한다. 환율전쟁 재점화 조짐을 보인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다 보니 지난 6월 17일(현지 시각)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양제츠 중국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은 하와이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첫 고위급 회담을 비공개로 1박 2일 간 진행했다. 물론 당시 회담에서 양국이 합의에 도달한 부분은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지만, 닫혔던 대화의 문이 다시 열린 것은 고무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회담이 열린 바로 그 날,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경쟁국들의 경제를 망가뜨리기 위해 일부러 코로나19를 국외로 확산했다’는 주장을 펼치며 양국 대화의 문을 다시 받아버리고 말았다. 트럼프는 당시의 발언에 대해 ‘구체적 증거는 없으며, 단지 개인적인 느낌’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세계를 움직이는 G2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며 신냉전(新冷戰)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pixabay
세계를 움직이는 G2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며 신냉전(新冷戰)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pixabay

 

중국 때리기, 대선과는 무관?

이번 G2 갈등에 대해 중국에서는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나 인종차별시위 등의 실책을 모면하려고 ‘중국 때리기’에 골몰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누가 더 대(對)중국 강경파’인지를 놓고 경쟁하는 상황이어서 중국을 겨냥한 원색적 비난과 경쟁을 펼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번 홍콩에 대한 특별지위 박탈 역시 이와 맥을 같이 한다. 로이터 통신은 미국이 일단 국방 물자 수출 중단, 첨단제품에 대한 홍콩의 접근 제한 등 홍콩에 대한 특혜를 없애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 상무부는 2018년 4억 3,270만 달러(약 5,200억 원) 규모의 홍콩 수출품에 특혜를 적용했다. 이 중 대부분은 민간뿐만 아니라 군이나 치안 당국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물품들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홍콩의 자유를 박탈하는 중국 공산당의 결정 때문에 홍콩 정책을 재평가하게 됐다”라며 “이날부터 홍콩에 대한 국방 물자 수출을 중단하고, 홍콩에 대한 민·군 이중용도 기술의 수출 중단을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상징적일 뿐, 중국에 실질적인 큰 타격을 주지는 못하리라 전망하기도 했다.

 

지난 5월 7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개최한 세미나에서 안덕근 한국국제통상학회장은 "미국과 중국이 1차 무역 합의에 도달해 휴전 상태에 접어들었지만, 지속 가능한 합의라고 보기 어렵다”며 “미국 의회 내에서 중국 제재에 대한 강력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만큼 대선 결과와 무관하게 미·중 갈등은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Kremlin.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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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똥은 산업계로…

중국과 미국의 정치적 긴장은 기업 간 투자시장에도 불똥이 튀었다. 지난 1분기 양국 간 벤처캐피탈 투자가 지난해 대비 절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지난 5월 11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민간 경제연구소 로듐 그룹의 연간 보고서를 인용해 1분기 미국의 대중(對中) 벤처캐피탈 투자가 6,000만 달러(736억 8,600만 원)로 작년 분기 평균 금액의 절반 수준이었다고 전했고, 중국의 대미(對美) 벤처캐피탈 투자도 지난해 6,400달러(785억8500만 원)에서 4,000만 달러(491억1,000만 원)로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혼란과 정치적 긴장 상태가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된다. 투자 결정 요인 중 상대국의 정치 상황도 중요하기 때문에 G2의 갈등이 지속되는 한 양국의 투자 감소 추세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화인류학자인 재러드 다이아몬드 UCLA 교수는 지난 6월 4일 `CAC 글로벌 서밋 2020`에서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상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 간 협력을 통한 글로벌 해법이 도출돼야 한다”고 전하며 “코로나19는 글로벌 차원에서만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미·중 갈등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인식을 갖길 바란다”고 일침을 가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은 중국 앱스토어에 등록된 수천 개의 모바일게임에 대한 업데이트가 중단됐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미국의 대표 IT 기업인 애플을 통제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애플 앱스토어의 최대 시장으로 알려져 있다.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중국 앱스토어의 연간 매출액은 164억 달러(약 19조7,000억 원)로 미국(154억 달러)의 규모를 추월했을 정도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달 1일, “애플은 중국 정부의 공식 허가 없이는 중국 앱스토어에서 앱을 업데이트할 수 없다”고 밝히며 “이번 조치로 애플은 8억 7,900만 달러의 매출액 손실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했다. 컨설팅그룹 앱인차이나의 토드 쿤스 마케팅 매니저는 “올해 초부터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기 시작한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조치는 시기적으로 미심쩍다”라고 했다.

 

 

미국의 이번 홍콩에 대한 특별지위 박탈이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나 인종차별시위 등의 실책을 모면하려고 몰두하는 ‘중국 때리기’의 일환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pixabay
미국의 이번 홍콩에 대한 특별지위 박탈이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나 인종차별시위 등의 실책을 모면하려고 몰두하는 ‘중국 때리기’의 일환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pixabay

 

갈등의 골, 쉽게 매워지지 않을 것

한편 G2 갈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증권가는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각국의 통화 완화, 확장적 재정정책, 기저효과에 따른 상반기 주식 중심 위험자산 선호 확대는 지속될 것으로 분석하며 코로나19 장기화 우려와 미·중 무역 갈등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증권가 역시 미·중 무역 갈등이 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2018년 통상마찰을 바탕으로 시작된 미국 행정부의 중국 때리기는 서서히 증시에 그늘로 작용하기 시작했다”라며 “올해 코로나19 책임론으로 시작된 미국의 중국 견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계산을 바탕으로 강도가 높아질 전망이고, 양회가 시작되면서 중국의 미국을 향한 정치적 대응 수준이 어느 정도일지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허율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상무부는 전략물자 수출 규정 개정을 통해 화웨이의 미국산 소프트웨어, 반도체 구매 등을 규제하고 나스닥은 기업공개 규모를 최소 2,500만 달러 또는 시총의 25% 이상으로 강화해 중국 기업의 상장이 제한될 것”이라며 “미 상원은 중국 기업이 미국 회계기준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상장을 폐지할 수 있는 법안을 가결해 미국의 중국 제재가 가속화되면서 미·중 마찰 가능성은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의 입장을 표명했다.

 

앤드류 길홈 컨트롤리스크스 동북아리스크분석 총괄 디렉터는 대한상공회의소의 ‘CEO 인사이츠(Insights)’에서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여 한국 기업들도 미·중 갈등의 직·간접적 영향을 받고 있다”며 “한국 정부는 균형을 유지하면서 개별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는 외교·통상정책을 펼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기업은 돈이 되는 곳으로 자연스럽게 움직일 것이고, 투자의 최종판단은 기업의 몫”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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