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이슈 선점은 ‘성공’, 내부 장악력에는 ‘의문’
[이슈메이커] 이슈 선점은 ‘성공’, 내부 장악력에는 ‘의문’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0.07.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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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이슈 선점은 ‘성공’, 내부 장악력에는 ‘의문’

 

ⓒ미래통합당
ⓒ미래통합당

 

4·15 총선 참패 이후 미래통합당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 이후 파격 행보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여의도 차르’로 불릴 정도의 마이웨이 행보로 박근혜·문재인 정권 탄생에도 깊게 관여했던 김 위원장은 그간 기본소득제를 비롯해 진영 논리를 뛰어넘는 정책 담론을 연이어 제기하며 야당 체질 개선에 나섰다.

 

‘파괴적 혁신’으로 보수 탈색 나서

지난 5월27일 우여곡절 끝에 비대위원장 자리에 오른 김종인 위원장은 취임 직후부터 각종 이슈를 선점해나갔다. 복귀와 동시에 총선 낙선자와 원외 당협위원장들 앞에서 “보수라는 말을 쓰지 말라”며 탈이념·실용주의로의 노선 재정립에 시동을 걸었다.

 

“빵 먹을 자유”를 거론하며 사실상 진보진영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기본소득 문제도 이슈화했다. 보수에서 소득의 양극화를 이야기한 것은 이례적이다. ‘신자유주의’를 버리고 ‘분배’에 신경을 쓰겠다는 것은 경제정책 패러다임의 변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한 저출산 문제와 관련해선 ‘전일제 보육제’ 아이디어를 냈고, 대학 학제 개편도 테이블 위에 올렸다. 아울러 비대위 아래 이를 구체화할 경제혁신특위와 저출생특위, 미래산업일자리특위 등을 잇달아 꾸려 정책 경쟁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꼰대 정당’으로 불리며 통합당의 약잠이던 청년층을 공략하겠다며 ‘한국식 영 유니언’ 준비위원회와 대학입시제도 개편 방향을 논의할 교육특위 구성에도 힘을 쏟았다. 북한 문제가 불거진 이후로는 외교안보특별위원회를 띄워 ‘안보정당’의 정체성을 재확인하면서 자칫 급진적으로 보일 수 있는 변화의 방향에 균형도 맞췄다.

 

 

총선 참패 이후 미래통합당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로 재편하며 새롭게 혁신을 도모하고 있다. ⓒ미래통합당
총선 참패 이후 미래통합당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로 재편하며 새롭게 혁신을 도모하고 있다. ⓒ미래통합당

 

총선 참패 이후 당 지도부 구성 문제로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이던 통합당은 김 위원장의 파격 행보 속에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었다. 단순히 대여 투쟁 일변도의 야당을 정책 중심으로 개편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도 성공적으로 평가된다. 예상치 못한 정책 제안에 여권 잠룡들까지 들썩이는 등 김 위원장의 주가도 치솟았다.

 

그러나 한계도 뚜렷했다. 대선 주자를 찾거나 당 지지율을 눈에 띄게 끌어올리는 데는 아직 성과가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실제 한국갤럽이 지난 6월 23일부터 3일간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통합당 지지율은 20%로 한 달 전에 비해 2%p 상승에 그쳤다. 이로 인해 정치권에서는 이슈 선점에는 성공했지만 내부 장악력이 떨어지는 원외 인사로서의 한계는 아직 극복하지 못한 것이라 지적한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다양한 의제를 선점하며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지만 당 장악력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다양한 의제를 선점하며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지만 당 장악력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미래통합당

 

‘킹메이커’ 넘어 ‘킹’ 꿈꾸나

가장 큰 문제는 당내 지지세가 약하다는 점이다. 2022년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잠룡들을 부각시키는 데도 시간이 촉박한데 혼자 스포트라이트를 독식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김 위원장이 비례대표 의원들과의 오찬회동에서 차기 대권 주자를 이야기하면서 ‘백종원 같은 사람’을 언급한 것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킹메이커’에 이어 ‘킹’이 될 수도 있다는 정치적 해석이 나와서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미래통합당 대선 후보가 내 눈에는 훤히 보인다”며 “김 위원장은 앞으로 계속 ‘이 사람은 어떠냐?’, ‘에이 이 사람 갖고 되겠느냐’, ‘저 사람은? 어떠냐?’는 식으로 시간을 보내다가 ‘그럼 나 김종인은 어떤가’라는 궁극적 목표의 마각(馬脚)을 드러낼 것”이라고 비판했다. 통합당의 장제원 의원 역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를 대선주자로 언급한 김 위원장을 향해 “당이 희화화되는 모습이 참 씁쓸하다”며 공세를 취한 바 있다.

 

정치권에선 대선이나 지방선거가 목전에 있지 않은 만큼 당장 지각 변동을 일으키기보다는 통합당 안에서 개혁을 마무리한 다음 내년 대선 정국에서 ‘새판 짜기’에 돌입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하지만 완벽하지 못한 당 장악력 속에서 당내외의 반발 속에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김 위원장의 보수혁신이 중도 좌초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준표, 권성동 등 무소속 의원들의 복당 문제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통합론 역시 숙제 중 하나다. 특히 김 위원장이 야권 통합에 회의론자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한국 정치사에서 독특한 위치를 갖는다. 좌우를 넘나드는 현란한 행보와 비례대표로만 5선 의원을 했고, ‘직업이 비대위원장’이라는 비아냥도 없지 않다. 그 속에서 김 위원장은 과거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위기에 처했을 때 투입되어 19대 총선과 20대 총선의 승리를 이끄는 등 확실한 실적을 보인 바 있다. 그렇다면 ‘김종인 매직’은 이번에도 성공할 것인가. 현재까지 상황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이 기세를 끝까지 살려낼 수 있을지에 대해선 예측할 수 없다. ‘김종인 대망론’ 역시 마찬가지다. 본인은 물론 측근들 역시 부인하고 있지만 그가 남은 임기 동안 자신이 펼쳐 놓은 정책을 얼마나 현실화할지, 또 어떤 방식으로 통합당을 변모시킬 지에 따라 앞날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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