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카마겟돈’으로 대변되는 자동차 산업 헤게모니 변화
[이슈메이커] ‘카마겟돈’으로 대변되는 자동차 산업 헤게모니 변화
  • 김남근 기자
  • 승인 2020.06.29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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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카마겟돈’으로 대변되는 자동차 산업 헤게모니 변화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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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전방위적으로 피크 시대(decade of peak)가 도래하고 있다. 피크 시대란 정점의 시대란 말로 미국 투자은행인 BOA메릴린치가 2020년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사용한 용어로 글로벌 경제가 총수요 위축으로 산업의 성장세가 꺾이는 피크 쇼크를 맞이할 것이라 내다본 것이다. 피크 쇼크는 인구(peak youth)나 원유(peak oil) 등 에너지, 자동차(peak car) 등 경제와 사회 전방위에 걸쳐 나타나며 향후 10년을 바꿀 변곡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데, 최근 원유를 에너지원으로 하는 자동차 산업이 수소·전기차 등의 이슈와 맞물리며 많은 기업은 정점 이후의 시대에 대한 고민에 빠지고 있다.

 

부정할 수 없는 피크카의 현실화

글로벌 자동차 업계 불황과 세계 경제 둔화가 겹치며 ‘피크카(Peak Car)’ 이론이 다시 한번 고개를 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해 10월, 자동차 업계를 덮친 피크카 쇼크를 세계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당시 월스트리트저널은 같은 시기에 개막한 도쿄모터쇼의 풍경을 소개하며 ‘피크카 현상이 세계 경제 둔화에 일조하고 있다’고 진단하며 도요타가 ‘도요타의 스타는 자동차가 아니라 사람들’이라는 슬로건을 내걸며 자동차가 아닌 건강검진용 모바일 서비스를 선보인 부분에 주목했다. 도요타가 내놓은 이 슬로건을 각국의 신문이 소식을 전하며 ‘자동차 업계를 둘러싼 각종 악재가 세계 경제를 끌어내리는 주된 위험요소로 떠오르고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지난해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GDP 감소의 약 20%, 교역 둔화의 약 3분의 1가량이 자동차 시장과 맞물려 있다고 추산했는데, 실제로 주요 자동차 판매 시장인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 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까지 성장세가 꺾였기 때문에 이 같은 전망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자토다이나믹스에 따르면 2018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은 8,601만대로 전년 대비 0.5% 줄어 9년 만에 내리막을 걸었고, 지난 5월에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전 세계 자동차 3월 판매량이 39%나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피크카 이론이 다시 나오고, 언급을 넘어 실현화되고 있는 것은 자동차 업계의 신흥 시장 중국과 인도의 성장세가 꺾이면서부터다. 중국과 인도는 각각 지난 2009년과 2017년에 세계 자동차 시장 규모 1위, 4위에 오르며 자동차 신흥 강국으로 도약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움직임이 둔화됐다. 중국은 2018년을 기준으로 28년 만에 자동차 판매량이 감소하며 역성장 국면을 맞았고, 인도 시장 역시 지난 2000년에 자동차 판매량이 23.1% 감소한 이후 2018년에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디폴트 이슈로 인해 자동차 대출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었고, 자동차 보험 및 배기가스 규제 강화 등이 이들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결정적으로 4차산업 시대의 핵심인 인공지능, 자율주행, 공유, 전동화 등의 이슈로 인한 세계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이 같은 현상의 가속화를 야기하기에 충분했다.

 

박형근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자동차 시장 부진, Peak Car 시그널인가’ 보고서를 통해 “지금의 자동차 산업 침체는 미·중 무역 갈등 등 경기적 요인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수 있으나, 장기적 관점에서 Peak Car에 대한 대비 필요하다”고 전했다.

 

피할 수 없다면 부딪쳐라.

한편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피크카 쇼크를 ‘구조적 역풍’,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된 요인으로 진단했다. 이와 함께 차량 공유 서비스 등으로 대변되는 자동차에 대한 인식 변화가 이번 위기를 탈출할 수 있는 해법으로 내다봤다. 실제 최근 글로벌 자동차 그룹들은 산업계 변화에 편승할 수 있게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공장 폐쇄, 인력 감축 등의 구조조정은 물론 경쟁사와의 ‘협력’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기도 했다. 미래 자동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신기술을 개발하고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테슬라, 우버와 같은 신기술이 바탕된 기업들과 맞서기 위한 움직임을 시작한 것이다.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는 지난해부터 자율주행차를 공동으로 개발하기로 하고 운전자 개입이 필요 없는 레벨4 수준의 완전 자율주행차를 오는 2024년까지 양산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이를 위해 전문가 1,200명이 공동 연구 개발팀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드와 폭스바겐, 재규어와 BMW도 각각 전기차 개발에 협력하기로 했고,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르노자동차는 합병을 시도하기도 했다. 지난해 도요타는 중국 최대 차량 공유 업체인 디디추싱에 6억 달러(약 7,100억 원)의 투자를 단행하며 합작법인을 설립, 이종과의 결합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이처럼 굴지의 기업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피크카 시대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여러 외부적 요인들이 이들의 계획에 걸림돌을 만들고 있다. 유럽과 중국의 주도로 화석연료 규제가 강화되고 있고, 미국발(發) 보호무역주의로 세계 각국은 관세 장벽이 높아져 가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곧 자동차 가격을 상승시키며, 기업들의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는다. 자동차 판매량이 줄어드는 상황인데 차량 가격마저 상승하며 소비 시장은 더욱 얼어붙을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박형근 수석연구원은 “피크카는 결과적으로 피크오일(Peak Oil: 수송연료), 피크스틸(Peak Steel: 자동차강판)로 연결될 수 있어 현실화 가능성에 대한 진단 필요하다”며 “최근의 모빌리티 패러다임 변화를 ‘카마겟돈’(Car-mageddon)으로 표현하며 자동차 산업의 헤게모니가 완성차 업계에서 모빌리티 서비스로 넘어가고 있음을 주장하고 있기에 자동차 업계는 현재의 상황을 자동차 역사상 최대의 격변기로 해석해 구조조정을 통한 체질 개선, 미래기술에 대한 투자를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전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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