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트렌드 주도 계층으로 부상하는 ‘시니어’
[이슈메이커] 트렌드 주도 계층으로 부상하는 ‘시니어’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0.04.09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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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트렌드 주도 계층으로 부상하는 ‘시니어’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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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고령사회에 들어선 한국은 2026년에는 65세 이상 비중이 20%를 넘어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할 전망이다. 이와 같은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의 변화는 소비지형도 바꿔놓고 있다. 경제력을 가진 활동적인 신(新)노년층인 ‘오팔(OPAL) 세대’가 유통업계의 큰 손으로 본격적으로 부상하기 시작한 것이다.

 

안정적 경제력 바탕으로 소비 시장 이끌어

‘오팔(OPAL)’은 ‘Old People with Active Life(활기찬 생활을 하는 고령자)’의 앞 글자에서 딴 신조어다. 스스로를 위해 아낌없이 소비하고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새로운 중년층으로 주로 베이비붐 세대가 여기에 해당한다. 고도 성장기에 젊은 시절을 보낸 이들은 해외여행을 가는데도 주저함이 없고 스마트폰을 사용은 물론 외모 가꾸기에도 돈을 아끼지 않는다.

 

이는 젊은 세대에 비해 안정적인 경제력이 뒷받침되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지난해 통계청의 가계 금융·복지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구주 연령대별 순자산 보유액이 50대가 4억 24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60대가 3억 6,804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여기에 밀레니얼 시대나 Z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시간 활용이 가능한 점도 특징이다. 운동이나 여행, 취미활동 등 자신을 위한 일에 시간과 돈을 거침없이 쓸 수 있는 세대인 것이다.

 

실제 롯데와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백화점 3사에 따르면 최근 50대 이상의 소비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세계백화점의 컨템포러리 브랜드의 매출 비중은 50대가 42.9%로 40대(32.7%)와 30대(20.7%)를 크게 압도했다. 매출 신장률 역시 50대는 2018년 6.6%에서 지난해 20.1%로, 60대는 14.9%에서 17.2%로 증가했다. 이로 인해 백발을 뜻하는 ‘그레이(grey)’와 ‘르네상스(renaissance)’를 합쳐 ‘그레이네상스(Greynaissance)’ 같은 신조어도 생겨났다.

 

오팔 세대가 소비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자 기업들은 이들의 수요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상품 구성부터 콘텐츠, 광고 전략까지도 수정해 비슷한 연령대의 시니어 모델을 적극적으로 기용하기 시작했다. ‘트렌드코리아 2020’을 통해 올해 10대 소비 키워드 중 하나로 ‘오팔 세대’를 선정한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는 “오팔 세대는 은퇴 후에도 새로운 일자리에 도전하고, 여가생활도 활발하게 즐긴다”며 “인터넷이나 모바일에도 능하기 때문에 젊은 층과 마찬가지로 자신만의 취향과 브랜드를 쫓으며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디션 프로그램 ‘미스트롯’을 통해 부상한 가수 송가인의 인기 열풍 뒤에는 오팔 세대의 적극적인 지지가 자리한다. ⓒ가수 송가인 인스타그램
오디션 프로그램 ‘미스트롯’을 통해 부상한 가수 송가인의 인기 열풍 뒤에는 오팔 세대의 적극적인 지지가 자리한다. ⓒ가수 송가인 인스타그램

 

인생 2막 여는데도 주저함 없어

트로트 열풍을 본격적으로 불러일으킨 TV조선의 오디션 프로그램 ‘미스트롯’을 통해 부상한 가수 송가인의 인기 열풍 뒤에도 이들 오팔 세대가 자리한다. 송가인의 팬들은 유명 아이돌 가수의 팬들 못지않은 적극적인 지지를 보낸다. 가수의 노래를 듣기 위해 음원 사이트 활용법을 배워 순위를 높이기 위한 스트리밍을 하는 노력도 불사하고, 오프라인에서도 콘서트 등 다양한 모임에 참여해 단체복을 맞춰 입으며 애정표현을 숨기지 않는다.

 

이들을 타깃으로 한 ‘굿즈’도 다양하게 제작되고 있는데, 기존 아이돌들의 응원봉이나 인형 등의 제품 대신 친필 사인이 새겨진 양주잔, 수저세트, 소주잔 등이 높은 가격이 책정되어 있음에도 불티나게 판매된다. 이에 대해 정덕현 문화 평론가는 “기성세대가 트로트 열풍을 통해 그간 소외돼 있던 문화 소비의 중심으로 들어온 것이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 오팔 세대를 위한 콘텐츠 시장도 맞춤형으로 변모하고 있다. 중장년층을 위해 맞춤형 외화 더빙 서비스가 등장하기도 하고, 전문 포털과 유튜브 채널 등도 속속 늘어나고 있다.

 

 

오팔 세대는 오랜 기간 머물던 터전을 떠나 유튜브 크리에이터로의 변신 등 새로운 도전에도 주저함이 없다. ⓒ유튜브 채널 ‘차산선생 법률상식’ 화면 갈무리
오팔 세대는 오랜 기간 머물던 터전을 떠나 유튜브 크리에이터로의 변신 등 새로운 도전에도 주저함이 없다. ⓒ유튜브 채널 ‘차산선생 법률상식’ 화면 갈무리

 

직접 ‘인플루언서’로 화제를 모으기도 한다. 오랜 기간 머물던 터전을 떠나 새로운 도전에도 주저함이 없는 것이다. 30년 가까이 식당을 운영하다 뒤늦게 시니어 모델로 데뷔한 김칠두 씨를 비롯해 유튜브 채널 ‘차산선생 법률상식’을 운영하는 박일환 전 대법관, 한국 최초의 밀라노 유학생 출신으로 ‘밀라논나’ 채널을 통해 패션 노하우 등을 전수하는 장명숙 씨 등은 세대를 불문하고 많은 인기를 누리며 구독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오팔 세대가 주목받는 현상은 비단 국내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2020년 세계 경제 대전망’을 통해 “만 65~75세 ‘욜드(Young Old, 젊은 노인)’의 전성시대가 도래했다”며 “이전 노인들보다 건강하고 부유한 욜드의 선택이 앞으로 소비재와 서비스, 금융시장을 뒤흔들 것”이라 전망했다. 인생 2막을 풍요롭고 다채롭게 설계해나가고 있는 오팔 세대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몸소 보여준다. 그간의 삶의 내공을 바탕으로 찬란한 인생의 후반전을 살아가는 이들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시장을 이끌어갈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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