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기부문화 세습의 알에서 벗어나 기부의 날개 펼치는 한국
한국의 기부문화 세습의 알에서 벗어나 기부의 날개 펼치는 한국
  • 김동원 기자
  • 승인 2015.11.08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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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동원 기자]

 


세습의 알에서 벗어나 기부의 날개 펼치는 한국

 

통일 위해 전액기부한 대기업 총수, 한국 기부역사를 뒤바꾸다

 

 

 

 

지난 8월, 한국 재계(財界)에 신선한 충격이 가해졌다. 대기업 총수(總帥)가 모든 재산을 기부한다는 사실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2,000억 원 가량의 사재를 기부한 주인공은 바로 대림산업의 이준용 명예회장이다. 그는 지난 8월 17일 통일운동을 위한 공식 기부금 모집단체인 재단법인 ‘통일과 나눔’의 통일나눔펀드에 자신의 개인 재산 전액을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통일나눔펀드에 개인재산 전액 기부한 기업인

이준용 명예회장의 기부소식은 주요 그룹 임원 회의에서 거론될 정도로 재계에서 화제가 됐다. 재계는 이 명예회장의 결정에 박수를 보냈다.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은 “유명 기업인이 전 재산을 내놓겠다는데 놀라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라면서 “본인 이름으로 직접 재단을 세울 수도 있는데 통일에 대한 열정으로 통일나눔펀드에 기부하겠다는 대단한 결정을 내렸다”고 찬사를 보냈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이 명예회장의 기부를 계기로 우리 사회에 통 큰 기부를 칭찬하고 격려하는 분위기가 확산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현재 이 명예회장의 개인 재산은 대림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대림코퍼레이션 지분을 포함한 비공개 주식 등 2천억 원 가량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난 1995년 대구 지하철 공사현장 폭발사고 때도 이 명예회장은 피해 복구와 유가족 성금으로 당시 재계에서 가장 많은 금액인 20억 원을 기탁한 바 있다. 지금까지 진행됐던 이 명예회장의 기부활동은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지도층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실천한 것으로 재계를 넘어 우리 사회 전체에도 큰 감동을 안기고 있다. 박성연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장은 “이 명예회장의 기부는 한국 기업 풍토나 기부 문화에서 획기적인 일”이라고 칭했고, 김석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대외협력본부장은 “사재 2,000억 원을 기부한 것은 우리나라 기부사(史)에서 기록할 만한 사건”이라고 전했다. 또한,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을 맡고 있는 최신원 SKC 회장은 “서양은 전체 기부액에서 차지하는 개인과 기업의 비율이 8대2이고 우리나라는 반대로 개인과 기업의 비율이 2대8입니다. 이번 기부활동은 우리 기부 문화의 발전을 의미하는 것으로 많은 사람에게 귀감이 될 것입니다”라고 평가했다. 이번 기부가 통일 운동 기폭제는 물론 사회 통합에 기여할 것이라는 평가도 이어졌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장은 “이 명예회장은 현재 우리나라에 가장 필요한 분야를 찾아내 기부를 한 것”이라고 말했고, 민준호 대한적십자사 기획모금팀장은 “이 명예회장의 기부가 통일을 준비하는 주춧돌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기부는 사회 지도층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대표 수단이다. 최근 기부문화가 확산되면서 대림산업의 이준용 명예회장처럼 자신의 재산을 아낌없이 내놓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기업인의 기부문화 확산의 촉매제, 청년희망펀드

국내 가구업계 1위 한샘의 창업주인 조창걸 명예회장은 지난 3월, 미래 인재 육성을 위해 사재 4,400억여 원을 공익재단에 기부했다. 조 명예회장은 '재단법인 한샘드뷰 연구재단'에 한샘 지분 260만 주를 기부할 예정이다. 또한, 삼영화학그룹 창업주인 이종환 관정이종환교육재단 명예이사장은 2012년 서울대 중앙도서관을 신축하는 데 써달라며 관정재단을 통해 600억 원을 기부했다. 그는 재산의 대부분인 8,000억 원을 출연해 장학재단을 만들기도 했다. 류근철 고(故)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초빙교수는 2008년 578억 원 상당의 부동산과 소장 골동품을 카이스트에 기부하기도 했다. 이처럼 자신의 재산을 자식에게 증여하기보다는 후손들의 번영과 어려운 이들을 위해 기부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은 국내 기부 문화가 타 국가에 비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영국에 본부를 둔 자선구호재단(CFA)이 지난해 발표한 세계기부지수를 보면, 미국이 1위에 올랐고 한국은 60위에 머물렀다. 이처럼 저조한 기부문화를 높이기 위해 정부에서는 기업인의 기부를 권장하고 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지난 9월 17일, 박근혜 대통령의 작품인 '청년희망펀드'에 기업인 최초로 20억 원을 기부한다고 밝혔다. 이번 기부는 회사 차원의 기부가 아니라 개인 사제로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년희망펀드는 지난 9월 15일 국무회의 자리에서 박 대통령이 노사정 대타협을 계기로 청년 일자리 창출에 도움을 주고자 직접 제안한 사업이다. 청년희망펀드는 정부가 직접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각층의 인사들이 자발적으로 기부금을 내서 운영되는 사회적 펀드 형태다. 박 대통령은 청년희망펀드에 2,000만 원을 일시 기부하고 매달 월급에서 20%씩을 떼어 지원하기로 했다. 사회적 참여가 펀드 성공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박 대통령이 직접 펀드 재원 조성에 참여해 금융권은 물론 재계 전반에 걸친 참여를 이끌어낸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1호 기부자인 박 회장이 나오면서 청년희망펀드에 재계가 줄줄이 참여할 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정부가 청년희망펀드는 기업이 아닌 '기업인'에게만 펀드를 받겠다고 밝힌 만큼 재계에 이목이 집중된다. 최근 국내 기업들이 경기 악화로 경영 환경이 더욱 나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만약 기부를 하게 될 경우 기부자의 기업 규모, 오너의 위치 등까지 고려해야하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청년희망펀드는 사실상 기업들에 암묵적인 압박을 주고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며 “박현주 회장이 개인 사재로 20억 원을 낸 만큼 기업들 역시 개인으로 낼지 또 기부금은 얼마로 정해야할지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예를 들어 삼성 오너들이 중소기업의 오너들보다 적게 낸다면 사회적 비판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얼마나 적정한 기부금을 내야할지에 대해 눈치 게임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했다.

 

 

▲ⓒ대림산업

 

 

 

진심이 담긴 기부가 세상을 바꾼다

대기업은 정부가 요구하는 정책에 따라갈 수밖에 없다. 때문에 현재 기업인들은 청년희망펀드를 통해 기부활동을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러한 기부가 대림산업의 이준용 명예회장를 비롯한 몇몇의 기업인처럼 자발적인 기부로 보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는 점은 아쉬울 수 밖에 없다. 지난해 11월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미국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을 ‘기부 라이벌’로 지목했다. 마윈의 재산은 약 1,500억 위안(약 26조5,000억 원)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해 169억위안(약 3조원)을 기부하며 ‘2014 중국 100대 기부자 명단’ 1위에 올랐다. 애플의 팀쿡 CEO 역시 지난 4월 전 재산을 자선사업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그의 재산은 1억2,000만 달러로 평가되는 애플 주식을 포함해 모두 8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랑하는 열 살 조카가 더 좋은 세상에서 살게 하고 싶다”라며 전 재산 기부 계획을 밝혔다. 이는 기부문화가 확산되어있는 국가의 지도층들이 기부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들은 기부를 나 홀로 잘 사는 것이 아니라, 모두 함께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 지름길로 여겨지는 것이다. 덧붙여 해외에서는 기업인을 비롯해 정치인부터 지식인, 일반인들까지도 기부를 당연시 여기고 있다. 최근 중국공익연구원이 발표한 ‘2014년 중국기부 100걸(杰) 명단’에서 비(非)기업인으로는 유일하게 2년 연속 이름을 올린 이가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다. 주 전 총리는 총리에서 물러난 후 집필한 회고록으로 번 인세를 전액 기부하고 있다. 주 전 총리가 지난 2년간 기부한 금액은 무려 4,000만 위안(약 70억5,000만원)에 달한다.

과거부터 세습(世襲)을 중요시 여겼던 한국은 재산을 기부하기 보다는 자녀에게 물려주는 것을 원했다. 국가보다는 집안의 부유함을 추구했고, 타인을 살피기보다 자신과 연관된 사람들을 보살피기 바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한국 경제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여있다. 거대한 인력과 국토로 수출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중국으로 인한 경제난과 더불어 청년들은 취업부터 연애, 개인의 자유까지 포기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가진 자가 어려운 이들을 돕는 ‘노블리스 오블리주’가 절실히 필요한 때다. 지금 배가 부르다 하더라도 국가가 가난해지면 결국, 배부른 배도 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 대림산업의 이준용 명예회장의 기부는 한국기부문화에 새로운 전환점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정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청년희망펀드’역시 기부 문화의 중요성을 다시금 인식시켜줄 것으로 풀이된다. 강제로든 혹은 진심으로 원해서든 기부문화가 확산되는 이 때, 기부에 대한 인식이 조금이라도 바뀌어 더불어 잘 사는 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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