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ant Care] 손자들을 책임지는 조부모, ‘황혼육아’ 신(新)풍속도
[Infant Care] 손자들을 책임지는 조부모, ‘황혼육아’ 신(新)풍속도
  • 민문기 기자
  • 승인 2015.11.08 14: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슈메이커=민문기 기자]



손자들을 책임지는 조부모, ‘황혼육아’ 신(新)풍속도

당연한 듯 맡기는 부모들과 갈등도 발생해…

 

 

 


여성 취업자의 증가로 맞벌이 부부가 국내 가정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면서 은퇴 후 삶의 여유를 즐길만한 60~70대 세대들의 ‘황혼육아’가 급증하고 있다. 최근의 황혼육아는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것에 더해 성장촉진을 위한 육아 수업도 받는다. 하지만 모두가 황혼육아를 통해 삶의 활기를 찾는 것은 아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자지만 육체적, 정신적으로 많은 노동이 요구되는 육아에 조부모들은 관절염, 허리디스크, 우울증의 위험에 시달리기도 한다. 


 

‘할빠, 할마’ 신조어 등장

최근 맞벌이 가구가 5백만을 넘어서며 맞벌이 가정의 최대 고민은 육아가 됐다. 이런 추세와 함께 남의 손에 아이들을 맡기지 않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손주를 돌보는 황혼 육아가 급증했다. ‘성공한 워킹맘 뒤에는 할마 할빠가 있다’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할마 할빠’는 엄마와 아빠에 각각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합친 신조어다. 
 

국무총리실 산하 연구기관 ‘육아정책연구소’의 실태 조사에 따르면 만 5세 이하의 아이를 둔 부모 1천 1백 명을 상대로, 가족에게 아이를 맡기는 경우 누가 아이를 봐주는지에 대한 질문에 ‘외가에 자녀를 맡기는 경우’가 35%로 가장 많았다. 따로 사는 친할머니, 할아버지가 아이를 기르는데 도움을 준다는 답변은 22%로 그 뒤를 이었다. 이에 따라 취업여성의 출산이 조부모의 조력가능여부가 중요한 결정요인이 되고 있고, 세대갈등을 줄여준다는 긍정적인 부문과 함께 ‘손주병’을 앓는 할머니들이 증가하는 등의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황혼 육아는 육아용품 시장의 풍경도 바꿔놓고 있다. 실제로 아이 하나를 위해 엄마, 아빠와 조부모 등 가족들이 적지 않은 소비를 하는 현상이 보편화되면서 ‘원 차일드 식스 포켓’이란 말까지 등장했다. 이는 아이 1명에게 들어가는 돈이 부모와 친조부모, 외조부모 등 6명의 주머니에서 나온다는 뜻이다.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황혼 육아족 고객의 연간 평균 구매 액은 30대에 비해 45%가 높았으며, 관련 상품군 중 연간 100만 원 이상을 구매하는 50~70대 고객수도 4400명으로 지난 2011년 대비 25% 이상 증가 했다. 옛날 육아방식을 고수하는 조부모와 기능성 제품을 선호하는 신세대 워킹맘들의 육아법을 절충한 제품들도 인기를 끌고 있다. 아이의 입에 직접 닿는 젖병은 다른 제품보다 위생에 더 민감하기 마련이다. 한 유아동 전문기업은 최근 젖병과 유아용품을 쉽고 간편하게 소독할 수 있는 전기 스팀 소독기를 출시했다. 해당제품의 구매고객은 절반 이상이 50대 이상의 조부모로 나타났다. 
 

할마 할빠들은 육아를 자기계발의 기회로 삼기도 한다. 블로그에 육아일기를 쓰며 젊은 층과 소통하며 내 손주를 좀 더 잘 기르기 위해 육아교실의 문을 두드리거나 육아 사교육을 받는 할마 할빠도 등장했다. 내손주닷컴 유주희 대표는 “과거 황혼육아와 다른 점이 있다면 요즘 할마 할빠들은 굉장히 적극적이라는 것이다. 육아교실이나 특강의 문을 두드리는 조부모의 경우 손주를 떠맡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손주를 키운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별로 없다”며 “옷 잘 입히고, 잘 먹이는 것 외에 ‘잘 놀아주는 방법’, ‘대화하는 방법’, ‘아이 정서 이해하기’ 등 교육에도 관심이 많은 것이 요즘 할마 할빠들의 특징이다. 어떤 분은 손주가 태어나기도 전에 미리 공부를 하며 육아를 준비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화성시건강가정지원센터는 예비 및 손자녀가 있는 조부모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했다. ⓒ 화성시 건강가정지원센터

 

 

황혼육아에 시달리는 노년층, 건강은 ‘적신호’
 

황혼육아를 통해 모두가 삶의 활기를 찾는 것은 아니다. 육아는 젊은 사람들조차 감당하기 쉽지 않을 만큼 육체적 노동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조부모들의 황혼육아는 적지 않은 신체적 무리를 동반한다. 특히 손목이나 허리·무릎의 고통이 흔한데,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하지 않으면 퇴행성 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나이가 들면 근골격계가 약해져 육아 중 관절 질환이 나타날 위험성이 높다. 손목 관절은 아이를 안는 동안 가장 혹사당하는 부위로 7~9㎏가 되는 아이를 반복해서 안게 되면 꺾인 손목 관절에 손상을 입기 쉽다. 그 결과 관절 질환인 손목 건초염이 자주 발생하게 된다. 미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이 손자를 돌보는 60세 이상 조부모 5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매일 9시간 이상 손자를 보는 사람의 심근경색 발병률이 다른 사람보다 55% 높았다.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 심혈관질환 악화 가능성이 더 크다. 김동빈 성바오로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지병이 있는 사람은 육아 스트레스가 심혈관질환을 일으키거나 악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황혼육아에 시달리는 조부모들은 신체적인 문제 이외에 정신적인 장애가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손자를 봐주는 이들중 상당수는 수면장애를 경험한다. 수면장애의 기준은 잠드는 데 30분 이상 걸리고 수면 중 2회 이상 갑작스럽게 잠이 깨거나, 원치 않는 시간에 깨어나는 횟수가 각각 주 4회에 걸쳐 나타나는 것이다. 특히 밤낮을 가리지 못하는 생후 6개월 이하의 영아를 키우면 아기가 깰 때마다 따라서 일어나야 하기 때문에 수면장애 상태에 ‘강제로’ 빠지는 것이다. 이은주 서울아산병원 노인내과 교수는 “맞벌이 자녀의 아이를 키워주다가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노년층이 많다”며 “약해진 체력으로 아이를 보다가 신체에 무리가 오는 경우가 흔하고, 대화 상대가 되지 않는 아이와 하루종일 지내다가 우울증에 걸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우울증을 겪는 조부모들도 증가했다. 육아를 하는 조부모가 10시간 이상 집 주변 등 한정된 곳에서 아이와만 지내면 정신적인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교수는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의 여성 우울증 환자 4명 중 1명은 황혼 육아가 직·간접적 원인”이라고 밝혔다. 대화가 통하지 않으면서 떼를 쓰는 아이에게 온종일 시달리면 식욕 저하, 스트레스, 불면증 등 우울 증상이 나타나기 쉽기 때문이다.
 

실버세대의 황혼육아는 단기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황혼육아에 대처하는 정부나 지자체의 움직임은 더디기만 하다. 출산 및 노인 문제와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만큼 정부와 관련 기관의 사회적 시스템이 필요한 시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제금융로8길 11, 321호 (여의도동, 대영빌딩)
  • 대표전화 : 02-782-8848 / 02-2276-1141
  • 팩스 : 070-8787-897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손보승
  • 법인명 : 빅텍미디어 주식회사
  • 제호 : 이슈메이커
  • 간별 : 주간
  • 등록번호 : 서울 다 10611
  • 등록일 : 2011-07-07
  • 발행일 : 2011-09-27
  • 발행인 : 이종철
  • 편집인 : 이종철
  • 인쇄인 : 김광성
  • 이슈메이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슈메이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1@issuemaker.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