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tecture Ⅲ] 이 땅의 건축가가 사는 법
[Architecture Ⅲ] 이 땅의 건축가가 사는 법
  • 박경보 기자
  • 승인 2015.11.08 13: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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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박경보 기자]


 

도시를 디자인하고 삶의 그릇을 만드는 ‘건축가’

 

건축가란 작가정신을 품은 ‘장인’…소통과 배려 있어야

 

 


‘건축가’란 무엇일까. 건축가란 기본적으로 집을 ‘짓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집을 짓기 위해서는 리서치, 건축 디자인 과정, 도면화, 시공, 감리 등 다양하고 복잡한 과정들을 거치게 된다. 건축가는 집을 짓는 프로젝트의 디자이너이자 감독으로서 초기 컨셉디자인부터 완공까지 전 과정을 책임진다. 도시를 디자인하고 우리시대의 환경을 아름답게 창조하고 있는 이 땅의 건축가들에 대해 짚어봤다.

 



건축가로 살아가는 방법


영국의 건축평론가인 존 러스킨은 “건축은 모든 사람이 배워야 하는 예술이다. 왜냐하면, 건축은 사람과 관계되어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건축이란 우리의 삶 속에 가장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분야이다. 또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면 건축은 우리 시대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시대정신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흔히들 건축학도들은 건축을 일컬어 ‘삶의 그릇’이라도 설명한다. 


이러한 건축가가 되기 위해서는 건축 설계, 역사, 이론, 계획, 구조, 시공, 설비, 법규 등을 필수적으로 알아야 하며, 이를 위해 건축 대학에서는 단순한 교육보다는 프로페셔널 양성에 중점을 두고 교육하게 된다. 건축이 공학 뿐만 아니라 사회와 문화 그리고 미적인 부분과도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건축가는 인문 사회학적인 배경과 과학적이며 기술적인 분야를 동시에 공부해야 하는 어려운 점이 있다. 이러한 건축의 인문적이며 공학적인 배경 때문에, 자연스럽게 공부 기간도 길어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미국의 건축 대학 학부 교육이 5년제(160학점)에 기본을 두고 있으며, 설령 4년제 대학을 졸업했어도 다시 석사학위를 받아야 건축가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공식적인 건축가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5년의 학위 과정과 3년의 실무과정, 총 8년의 훈련과정을 마치고, 건축사 시험을 치를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된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건축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국토교통부에서 시행하는 ‘건축사 자격시험’에 합격하는 것이 건축가가 되기 위한 첫 번째 단추다. 국내에서 집을 새로 짓거나 리모델링하려면 특수한 상황이 아닐 경우 특별자치도지사 또는 시장에게 건축사가 작성한 설계도면을 제출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 흔히들 건축사와 건축가를 같은 의미로 생각하기 쉽지만, ‘건축가’가 ‘건축사’보다 광범위한 범주라고 할 수 있다. 건축사란 국토교통부의 자격시험에 합격하고 국토교통부 장관의 면허를 받은 사람으로, 이러한 건축사의 서명날인이 있는 설계도서만이 법적인 효력을 가질 수 있다. 반면, 건축가는 건축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나 기술을 가진 사람들을 통칭하는 말로 의미의 차이가 존재한다.  


매년 시행되는 건축사 자격시험에는 건축사 예비시험에 합격한 사람으로서 5년 이상의 실무경력을 가진 사람, 외국에서 건축사 면허를 받거나 자격을 취득한 사람으로서 5년 이상의 실무 경력을 가진 사람만이 응시할 수 있다. 건축사 예비시험의 응시자격은 대학에서 건축에 관한 소정의 과정을 이수하고 졸업한 사람으로서 2년 이상의 실무경력을 가진 자, 고등학교나 3년제 고등기술학교에서 건축에 관한 소정의 과정을 이수하고 졸업한 사람으로서 4년 이상의 실무 경력을 가진 자에게만 있다. 다시 말하면 건축 관련 대학교육을 이수하고 일정한 기간의 실무 경력을 쌓아야만이 비로소 ‘건축사’가 될 자격이 주어진다는 뜻이다. 건축사 자격시험에 최종 합격하고 정식으로 건축사 자격을 갖게 되면 일반적으로 건축사사무소에 취업하거나 개업하여 건축물의 설계와 공사감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이때, 건축사는 건축사업무의 품질 보증을 위해 자신이 작성한 설계도서, 공사감리보고서, 그 밖에 건축사가 작성하도록 규정한 모든 서류에 반드시 ‘서명날인’을 한다. 건축사 자격을 취득했다고 끝난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건축사들은 3년 이상의 범위에서 등록을 갱신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갱신 등록 전에는 국토교통부 장관이 실시하는 60시간 이상의 실무교육을 받아야 한다.   


물론 건축가가 되는 길은 건축사 면허를 획득하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모두들 건축의 꽃은 건축사의 건축 디자인이라고 생각하지만 건축시공과 대학교수, 건축연구분야 등 건축과 관련한 분야에 종사한다면 건축업계에서 건축가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건축가협회의 가입 조건 역시 건축 관련 분야의 전문가로 인정받기만 하면 회원으로 쉽게 등록할 수 있도록 되어 었다.  

  

건축가, 장인정신을 말하다


건축가들이 건축주로부터 건축설계를 의뢰받게 되면 우선 건축물이 들어설 토지매입부터 이루어진다. 일반적으로 건축주가 토지를 매입한 이후 건축을 담당할 건축주를 찾게 되는데, 건물이 들어설 지역이나 예산을 결정하는 것은 건축주의 몫이라고 할 수 있다. 토지매입 후에는 본격적인 건축설계가 이루어진다. 건축가는 집의 배치와 형태, 내부디자인, 설비, 구조들을 모두 염두에 두고 함께 설계하게 된다. 전체적인 공간의 변화와 디자인스타일, 조명, 내외장재 선정, 외부공간까지 하나하나 고려해 건축 설계가 이루어지는데, 규모가 큰 프로젝트의 경우 인테리어 디자이너 등 건축 관련 다른 전문가와 함께 협업을 하기도 한다. 설계작업이 이루어지면 이후에는 견적작업이 시작된다. 건축가는 시공사를 선정하는데 건축 디자인과 구조에 부합하는 시공사에 대한 정보를 건축주와 함께 의견을 공유해 결정한다. 물론 선택은 건축주가 해야할 일이다. 시공작업 이후 도면대로 시공이 되고 있는지 감리작업이 이루어지면 인허가 과정을 끝으로 하나의 건축물이 탄생한다.   


건축가로 살아가는 이들은 건축가란 작가정신을 품은 장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 때문에 건축을 설계하는 일을 적당한 직장생활로 생각한다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이 건축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건축 설계업무는 어떤 직종보다 고되고 급여도 매우 적은 ‘박봉’이기 때문에 요즘은 때에 따라 ‘3D업종’으로 불리우기도 한다. 또한 건축가가 되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했던 수 년 간의 실무경험이 필수이기 때문에 어렵고 힘든 수련 생활을 각오해야한다. 


이처럼 건축가로 살아가는 길은 어려운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건축가는 어떤 직종보다 남다른 자부심과 열정을 가지고 있는 직종이기도 하다. 자신들만의 건축철학을 고스란히 자신의 작품 속에 담고 도시 전체를 디자인해내기 때문이다. 건축가들은 자신들이 꿈꾸는 ‘좋은 건축’을 위해 건축주와 머리를 맞대고 건축을 설계한다. 물론 ‘좋은 건축’이란 건축가들마다 의견이 엇갈린다. 심미적으로 아름답고 보기 좋은, 즉 건축가와 건축주가 만족하는 건축이 좋은 건축이 될 수도 있고, 공공성에 기반해 이웃과 도시를 배려하고 담아내는 데 주력한 건축이 좋은 건축이 될 수도 있다. 건축 설계 종사자들은 무엇보다 좋은 건축이란 도시와 환경 등 건축을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여건을 함께 고려하면서도 건축가의 철학을 담은 것이라고 함께 입을 모아 말한다. 바꾸어 말하면 건축가가 사회에 주는 영향력은 막대하다. 건축물은 사회 또는 개인의 생활 양식이나 정서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투철한 직업의식과 직업윤리를 바탕으로 사회적인 역할을 다하고 있는 이 땅의 모든 건축가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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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가 인터뷰 라움플랜건축사사무소의 김영종 소장


Q. 건축가로서 건축가의 소임과 역할에 대해 여쭙고 싶습니다.


건축가로서의 일은 다른 어느 직업보다도 ‘배려와 희생’이 기본이 되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공유해야 하고, 다른 사람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끝없는 고민과 희생이 따르는 ‘창조의 고통’을 받아드려야 하는 직업인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눔과 봉사는 건축가의 자연스러운 관심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건축가라면 이윤을 먼저 생각하기 보다 사회적인 역할에 관심을 쏟아야 하기 때문에 건축으로부터 소외된 곳, 즉 건축가의 작은 관심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 저소득층 주거환경 개선이나 마을환경개선 사업 등의 분야에 주력하는 건축가들이 많습니다. 

 

Q. 건축가에게 필요한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제가 생각하는 건축가는 표현하는 입보다는 ‘들어주는 귀’가 더 발달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많은 건축가 분들은 건축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이끌어 주는 것은 물론이고 클라이언트들과 대화와 소통을 많이 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도 건축주의 생각에 공감하고 함께 의견을 공유하고자 많은 시간동안 얘기를 나누고 마음의 소리를 들어보려 노력하고 있고, 그 마음을 건축적으로 형상화하는 데 집중하는 편입니다. 협의와 설명이 많으면, 클라이언트가 힘들어 하는 경우도 많은 편이지만, 그에 결과물에 대한 만족도는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Q. 건축물을 구상하는데 있어 필요한 원칙들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건축물을 디자인을 하는 과정, 즉 디자인 프로세스는 학교에서 배운 기본적인 과정의 충실한 반복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노련한 경험에 의지하여 많은 부분들이 생략되거나 간과되는 부분도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따라서 저는 건축가로서 건축 디자인의 기본적인 프로세스에 충실하기 위한 몇 가지 원칙을 스스로 만들었습니다. 첫째는 구현하고자 하는 공간의 개념을 충실히 이해하고, 공간이 들어설 대지에 대한 다각적인 해석을 하는 것입니다. 둘째는 구현하고자 하는 공간의 기능의 충실한 분석을 토대로 창조적 공간의 공부를 하는 것이고, 셋째는 창조적 공간에 대한 다양하고 새로운 기술적인 해법을 시도하는 것, 넷째는 환경과 조화를 이루면서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는 건축물을 구현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그 건축물이 들어서는 대지와 주변의 환경에 양질의 가치를 지닐 수 있도록 디자인하는 것이 건축에 필요한 원칙이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대지와 건축물의 관계에 대한 해석을 통해 그 가치를 최대화하는 것이 바로 건축 디자인 과정입니다.

 

Q. 끝으로 정부와 건축계에 바라는 말씀이 있으신지요.


건축을 설계하면서 몇 가지 아쉬운 점을 느낍니다. 그 중 꼽는다면 국내의 경우 전반적으로 외국의 건축설계를 선호하는 분위가가 형성되어 있고, 건축설계를 건축시공의 부속단계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는 점입니다. 올바른 설계가 선행되어야 좋은 건축물이 탄생할 수 있는데, 우리 시대는 아직 설계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지는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따라서 건축계가 힘을 합쳐 이러한 건축문화를 개선해 스스로의 사회적 위치를 격상시키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또한 정부와 관계기관에서는 설계 분야의 중요성을 인식해 건설사의 설계겸업 등의 방법보다는 설계자체의 독립적 위치를 보전하고 좀 더 책임 있는 역할을 주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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