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청쿵그룹 리카싱 회장
[Cover Story] 청쿵그룹 리카싱 회장
  • 박경보 기자
  • 승인 2015.11.08 1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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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투자 줄이고 유럽으로 눈길 돌려 성공을 이끌다
[이슈메이커=박경보 기자]


 

선견지명으로 차이나 쇼크 비켜난 투자의 귀재


중국 투자 줄이고 유럽으로 눈길 돌려 성공을 이끌다



 

 

중국 최고의 부자로 알려진 청쿵(長江)그룹의 리카싱(李嘉誠) 회장은 광둥성에서 태어난 기업인으로, 중국 최대의 기업인 청쿵그룹의 창시자다. 그는 중국과 동아시아 전역에서 가장 부유한 인물이며, 세계적인 중국인 부자 중 1명으로 손꼽힌다. 리카싱의 절묘한 투자 혜안이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는 중국 경기 둔화를 예상한 듯이 중국에 대한 투자 비중을 줄이는 대신 유럽 투자를 늘리면서 ‘자산 관리의 대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리카싱의 탈중국 행보 ‘눈길’ 

리카싱은 올 1월 자신이 이끄는 중국(홍콩) 최대 기업인 청쿵 그룹의 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산하의 부동산 투자회사 청쿵 실업과 항만·통신·소매사업을 관할하는 허치슨 왐포아를 합병한 뒤 부동산과 비부동산 사업으로 나눠 2개의 지주회사(CK부동산과 CKH홀딩스)로 재편했다. 신규 지주법인은 조세회피처인 영국령 케이맨제도에 등록했다. ‘중국 탈출’의 공식화였다. 리카싱은 중국에서만 발을 뺀 것이 아니다. 2011년부터 중국에서 부동산 자산을 줄여 왔다. 2011년 항만업체인 허치슨 포트홀딩스 지분 62%를 55억 달러(약 6조6200억)에 매각했다. 또 후이셴 부동산신탁 지분 40%를 16억 5,000만 달러에 팔았다. 지난해에는 소매 체인인 A.S 왓슨(56억 8,000만 달러)과 전력회사인 홍콩일렉트릭(31억 달러)을 처분했다. 리카싱은 개혁개방 이후 중국에 처음 들어간 외국인 개발자였다. 하지만 2012년 이후 중국에서 눈에 띄는 투자를 하지 않았다. 그의 탈(脫) 중국은 끝나지 않아 보인다. 최근 상하이 푸둥 금융중심가의 상업단지 센추리링크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2008년 상하이 금융구역 내 40층 빌딩 매각은 ‘투자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 리카싱의 동물적 감각을 보여준다. 당시 49억 위안에 매각했던 이 빌딩은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며 3년 뒤 44억 위안에 되팔렸다. 우디 우 홍콩중문대 교수는 WSJ(Wall Street Journal)과의 인터뷰에서 “리카싱의 가장 뛰어난 점은 매각 시점”이라며 “금융에 관해서는 천재라 할만하다”고 말했다.

중국을 떠난 그가 새롭게 개척한 땅은 유럽이다. WSJ은 “리카싱이 최근 18개월 간 유럽 기업의 인수 등에 200억 달러가 넘는 돈을 쏟아부었다”고 말했다. 영국 2위 통신사업자인 O2를 인수하는 데 157억 8,000만 달러를 투입했다. 영국 철도그룹인 에버숄트 레일그룹도 38억 5,000만 달러를 주고 사들였다. 이같은 투자처 조정으로 지난해 허치슨의 영업이익에서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은 42%까지 늘면서 범중화권(30%)을 앞질렀다.

리카싱의 ‘중국 탈출’과 관련, 지난해 홍콩 민주화 시위 이후 현 중국 지도부와의 갈등이 커진 탓으로 분석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WSJ은 리카싱 측근의 말을 인용해 “투자 비중의 조정은 중국 시장의 붐이 끝물에 이르렀다는 판단에 근거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리카싱은 유로화 약세로 유럽 자산이 중국보다 싸진 데다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유럽이 중국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의 땅이라고 판단했다.
 
일부 측근들은 이 같은 움직임을 리카싱의 선명지명으로 생각하고 있다. 중국경제의 호황기가 끝나가는 시점에서 중국보다 유럽에 더 값 싼 투자 기회가 있고 더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란 리카싱의 신념에 의해 비롯됐다는 설명이다. 중국 경제 둔화와 주식시장 불안, 위안화 평가 절하 등 중국발 불확실성이 글로벌 시장을 뒤흔드는 가운데 리카싱의 전략 변경은 예언자로서 그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했다. 일부 기업 관계자들과 학계는 리카싱의 전략 변경이 유로화 약세에 의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일각에서는 정치권과의 관계 악화를 중국에서 발을 빼는 이유라고 설명한다. 이 같은 리카싱의 판단은 일단 성공적으로 보인다. 중국과 홍콩의 비중이 줄면서 리카싱은 7월 이후 본격화한 ‘차이나 쇼크’에서 한 걸음 비껴선 듯한 모습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 1월 305억 달러였던 그의 자산은 9월 7일 기준 315억 달러로 늘어나며 세계 억만장자 17위에 이름을 올랐다. 주식 시장의 급락으로 중국 부호들의 자산이 줄어든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중국의 버핏’으로 불리는 리카싱 회장의 기업 경영 철학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리카싱을 아시아 최고 부자로 선정했다. 그는 중국인은 물론 세계인으로부터 ‘재물의 신’ ‘상업의 달인’ ‘거대한 부자’라고 불리는 성공신화의 주인공이다. 리카싱은 현재 세계 54개국에서 500 여 개 기업체를 운영하고, 직원 22만 여 명, 홍콩 전체 주식의 26%를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홍콩 사람들이 이용하는 아파트, 도로와 교량, 그리고 지하철역과 마켓 등 거의 대부분의 생활영역들은 리카싱의 작품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홍콩 사람이 1달러를 지출할 때마다 리카싱은 5센트의 수입을 올린다는 통계가 있다. 

한편 아시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가이자 아시아 최고 부자로 불리는 리카싱이지만, 그의 검소하고 철저한 절약정신은 유명한 일화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어느 날 리카싱이 차에 오르던 중 1센트 짜리 동전 하나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리카싱은 비가 오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고집스레 차에서 내려 동전을 주우려 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호텔 직원이 다가와 리카싱에게 동전을 주워 돌려주었다. 리카싱은 이 호텔 종업원에게 10달러 팁을 주며 “당신이 줍지 않았다면 이 동전은 빗물에 씻겨 내려가 낭비될 뻔했습니다. 하지만 내가 당신에게 주는 이 10달러는 낭비되지 않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청쿵그룹에 따르면 이렇듯 확고한 경제관념을 가지고 있는 리카싱의 월급은 불과 65만원이다. 또한 10년 된 양복을 입고, 3만원의 손목시계를 착용하며, 매주 월요일 자녀와 손자들을 불러 식사하는 그의 밥상에는 국 한 그릇과 반찬 네 가지가 전부다. 이것은 60년간 그가 지켜온 철칙이기도 하다. 그의 이러한 절약정신은 가난한 어린 시절에서부터 비롯되었다. 리카싱의 개인재산은 약 30조원에 이르지만, 그는 비행기를 이용할 때 언제나 이코노미석을 이용한다. 그러나 리카싱이 구두쇠인 것만은 아니다. 그는 절약한 돈으로 아시아에서 제일 기부를 많이 하기 때문에 ‘기부왕’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회사 명의가 아닌 본인 재산을 팔아서 기부를 한다. 중국의 부자 연구소인 후룬 연구원이 배포한 ‘전세계 중국인 자선 보고서’에 따르면 리 회장이 자신의 이름을 딴 자선단체인 리카싱기금회를 통해 150억 홍콩달러(한화 2조 3,100억 원)를 기부해 최대 중국인 기부자에 등극했다고 한다. 리 회장은 고향인 중국 광둥성에 산터우대학을 설립하는데 50억 위안(한화 9,200억 원)을 기부하는 등 교육과 의료 부문에 주로 지원했다.

  

떠나는 리카싱에 대한 중국 내 비난도 거세

중국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유럽으로 관심을 돌리면서 ‘투자의 귀재’로 칭송받으며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리카싱이지만, 중국 내에서는 그가 오히려 공공의 적이 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중국 언론들은 연일 리카싱에 대한 비난의 수위를 높이는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다. 마치 리카싱의 행보로 중국 내 경기 둔화 우려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으려는 듯 저주에 가까운 비난을 퍼붓고 있다. 중국의 인민일보는 사설을 통해 중국이 세계 경제의 12%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인 한 명이 철수한다고 달라지는 것이 없다며 리카싱의 중국 자산 매각이 차지하는 비중을 축소시키려 애썼다. 인민일보는 리카싱이 떠난다고 투자자들이 오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가 중국을 떠나는 것을 후회하도록 더 좋은 나라를 만들 것을 촉구했다. 중국을 떠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후회할 일이라는 경고성 메시지도 덧붙였다. 인민일보 산하 중국증권망도 “중국 부동산 업계가 이미 호황을 누렸기 때문에 기업이 위험에 대비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언급했다. 이는 리카싱의 중국 자산 매각에 지나치게 많은 의미를 부여해 외국인 투자 위축 등 역효과를 내지 말라는 의도인 셈이다. 중국 베이징시 선전부가 운영하는 신경보 역시 최근 논평에서 “글로벌 경제 시대에 진입한 상황에서 기업 전략상 필요가 있으면 어디로든 지역을 옮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쏟아지는 비난에 시달리던 리카싱은 결국 중국 경제를 계속 좋게 본다는 입장을 뜬금없이 내놨다. 리 회장은 청쿵그룹이 지난 9월 17일 배포한 ‘2015년 중기 보고서’에서 중국 금융시장에 단기적인 변동이 있더라도 안정적 경제 발전의 기본 요인이 유지되고 있고 중앙정부가 여러 가지 경제 안정 조처를 한 점으로 볼 때 중국 경제가 합리적인 구간에서 운행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고 언론이 전했다. 리 회장은 중국의 이 보고서에서 주요 대외 경제 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가 끝없는 사업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홍콩도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중앙정부가 여러 가지 경제 안정 조처를 한 점으로 볼 때 중국 경제가 합리적인 구간에서 운행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는 것이다. 이는 리 회장이 중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으로 중국 내 투자 비중을 줄였다는 일부 관측을 부인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논란은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리카싱에 대한 중국 정부의 과도한 반응이 경제 위기에 대한 불안감의 표출이 아니냐는 의혹만 커진 모습이다. 실제로 최근 중국 경제는 수출, 소비, 투자, 고용 등 다방면에서 뚜렷한 성장 둔화 조짐이 나타나며 경착륙과 연착륙의 경계선에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신화통신의 후원으로 설립된 싱크탱크인 ‘아웃룩 인스티튜션’이 자신들의 논평에서 과거 수십 년간 특혜를 받아 중국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리 회장이 달아나도록 놔둬서는 안된다고 주장한 이후 중국 매체들 사이에서 리 회장의 중국 내 투자분 회수를 막아야 하는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

교육과 의료 부문에 재산 상당 부분을 기부한 리카싱은 그간 ‘기부왕 중국인’으로 이름을 올리며 존경받는 기업인으로 추앙 받아왔다. 리카싱이 중국 내에서 제기되는 자신에 대한 비난을 극복하고 유럽시장에 연착륙 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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