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기득권이 된 586세대, 청산을 요구받다
[이슈메이커] 기득권이 된 586세대, 청산을 요구받다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0.02.2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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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기득권이 된 586세대, 청산을 요구받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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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 서슬 퍼런 군사정권에 맞서 민주화를 외치며 ‘개혁의 상징’으로 통하던 386세대는 밀레니엄 시대를 전후로 사회의 주류로 안착했다. 이후 정치권으로 대거 입성하며 저변을 넓혀나가던 이들은 2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 586세대가 된 지금에 와서는 새로운 기득권으로 불리며 청산과 세대교체를 강하게 요구받는 처지가 되었다.

 

사회적 기대와 수혜 속에 성장해 온 386세대

‘586세대’는 1960년대에 태어나 80년대에 대학을 다닌 50대를 가리킨다.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면 이들은 시대별로 386세대, 486세대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1990년대 후반 386세대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하며 우리나라의 주류 세대로 여겨져 왔다.

 

과거 ‘386세대’는 대학 진학률 30% 시대에 고학력층이라는 의미와 민주화 운동을 공유한 집단이라는 긍정적 뉘앙스를 담고 있었다. 남다른 사회적 기대만큼 수혜도 많이 받았다. 정치권에도 김대중 정부 이후 본격적으로 진입을 시작해 2004년 17대 총선에서 탄핵 역풍을 등에 업고 정치권에 대거 입성했다. 특히 열린우리당 386세대 의원들에겐 손쉽게 의원직을 얻었다는 의미로 ‘탄돌이’란 별명까지 붙을 정도였다.

 

이후 사회 각 분야에서 386세대는 핵심부를 공고히 장악했고 세월이 흘러 486세대를 지나 586세대가 됐다. 하지만 현재 이들을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은 예전 같지 않다. 장기집권이 길어지며 사회에 상존한 여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 근원이 됐다는 비판이다. 386세대가 기득권을 차지한 뒤에는 자신들이 저항했던 세대의 행동을 답습하며 모순에 빠졌다는 시선인 것이다. 이는 ‘조국 사태’를 거치며 완연한 도전을 받기 시작했다. 그간 각종 사회 부조리에 거침없는 메시지를 쏟아내던 조 전 장관은 자신의 가족과 관련된 문제가 불거지자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서강대 사회학과 이철승 교수는 자신의 저서 ‘불평등의 세대’를 통해 정치권력 및 기업, 상층 노동시장의 최상층을 차지한 386세대의 자리 독점은 이제 형평성의 문제를 넘어 한국 사회 전체의 비효율을 걱정해야 할 수준에 이르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유럽의 젊은 정치 지도자들은 10대부터 정당 조직에 가입해 차근차근 경험을 쌓은 뒤 중앙 무대에 데뷔하는 일이 일반적이다. ⓒRemi Jouan/Wikimedia Commons
유럽의 젊은 정치 지도자들은 10대부터 정당 조직에 가입해 차근차근 경험을 쌓은 뒤 중앙 무대에 데뷔하는 일이 일반적이다. ⓒRemi Jouan/Wikimedia Commons

 

세대교체 늦춰지는 정치권

386세대의 쇠퇴는 ‘포스트 386세대’의 등장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중앙일보의 여론조사 결과 ‘386세대에 대한 전반적 이미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54.3%가 긍정적이라고 답했지만 ‘386세대가 사회 중심축으로서의 역할을 얼마나 잘하고 있냐’는 물음에 ‘잘못한다’는 의견이 52.3%로 절반을 넘었다. 이들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과 편 가르기 행태’를 꼽은 의견이 23.1%로 가장 많았고 이어 ‘기득권을 독점하고 후속세대에 대한 배려가 부족’이 21.8%, ‘사회 불평등 구조를 방관’ 13.5%, ‘권위주의/꼰대화’ 10.9%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386세대가 너무 오랫동안 자리를 독점해 후속 세대가 성장하지 못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64.3%가 동의했다.

 

이처럼 한국의 정치권이 정치 선진국들에 비해 노화돼 있는 것은 사실이다. 2030세대는 전체 유권자의 30% 정도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30대 이하 국회의원 수는 의원 정수(300명)의 1%인 3명에 불과하다. 국제의회연맹(IPU)이 청년 상한 연령으로 잡는 45세 이하 유권자로 따져도 약 55%를 차지하는 것에 비해 해당 연령대의 의원 수는 7%에 미치지 못한다. 이로 인해 386세대 이후를 지칭하는 X세대 정치인들은 여전히 크게 존재감을 느끼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국회 ‘30대 당선자’ 수는 2000년 16대 총선 13명과 2004년 17대 총선 23명이었지만 이후 세 번의 총선에서는 7명과 9명, 3명으로 크게 감소했다.

 

거세지는 포스트 386세대 진입 요구

이처럼 ‘포스트 386 수혈론’이 강해지면서 정치권에선 2030세대를 중심으로 이념 논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구시대적 정치권 문화를 청산하자는 움직임이 점차 커지고 있다. 물론 현재와 같은 선거구제와 공고한 기성세대의 여전한 세력을 넘어 이들이 원내에 진입할 것이라는 예측은 쉬이 하기 어렵다. 청년담론의 김창인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2030세대가 성장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로 ‘조직의 부재’를 꼽으며 “지금의 청년 세대가 의견을 표출하기 위해선 기성세대가 장악한 정치 조직에 편입되는 방법뿐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생존과 정체성의 위기에 몰리며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더욱 강해진 포스트 386세대들은 결국 생활형 이슈가 주목을 끌 수 있다고 지적한다. 고려대 사회학과 김윤태 교수는 “386세대 정치인들이 민주화, 탈권위주의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냈듯 그 이후 세대도 다원화되고 물질화된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가치를 발굴해야 한다. 불평등, 환경 등의 문제에 보다 적극적인 문제제기가 필요한 시점이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청년 정치인의 양성 필요성도 제기된다. 단순히 ‘인재 영입’이라는 이름으로 각계 인사들을 그저 정치권으로 끌어들이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유럽의 젊은 정치 지도자들은 10대부터 정당 조직에 가입해 정치를 배워 기초의원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경험을 쌓은 뒤 중앙 무대에 데뷔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40세에 대통령이 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나 34세의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 35세의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 모두 청년 정치인으로 일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왔다. 정당의 교육 기능과 육성을 위한 풍토 형성 등 조금씩 개선의 움직임은 나타나고 있다. 21대 총선에서 과연 586세대를 뒤로 하고 포스트 386세대의 본격적인 등장이 가능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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