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부처 간 ‘파워게임’
카지노 허가 주체를 둘러싼 이권다툼으로 변질되나
정부부처들은 각각 서로 다른 목표와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이에 하나의 정책에 대한 서로 다른 견해를 표출하는 과정에서 부처 간 갈등이 유도되기도 한다. 일부 행정학자들은 부처 간 갈등의 가장 큰 원인으로 업무의 모호한 경계와 관할권의 중복에서 오는 ‘파워게임’을 꼽고 있다. 과거, 부처 간 갈등은 지도력의 실패로 여겨져 외부로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갈등을 의도적으로 공개해 자신의 부처에 유리한 방향으로 정책을 이끌려는 시도가 증가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vs 문화체육관광부
박근혜 정부는 출범 이후 일자리 창출과 투자유치를 위한 관광산업 육성의 일환으로 카지노 규제 완화 사업을 추진해왔다. 이에 지난해 12월, 국회에서는 ‘크루즈 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통과됐다. 법률안은 크루즈 산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허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인천 영종도에 카지노 복합 리조트 건설을 확정하고 연내에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 리조트 2곳을 새로 지정할 것이라 밝혔다. 정부의 카지노 정책은 국가가 사행산업을 조장한다는 비판 속에서도 큰 무리 없이 진행되어왔다. 그러나 지난 5월, 유기준 해수부 장관이 오픈 카지노 추진 발언을 한 이후 카지노를 둘러싼 논란이 심화되고 있다.
5월 7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은 크루즈 관광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크루즈 산업 육성 지원 법’을 발표하며 오픈 카지노 허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즉, 내년에 출범하는 한국 국적의 크루즈에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카지노를 설치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하루가 지난 5월 8일, 문화체육관광부의 김종덕 장관은 국적 크루즈선에 오픈 카지노 허용을 생각해 본적 없다고 해수부 정책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문체부는 수차례에 걸친 브리핑에서 “강원랜드 외에 또 다른 오픈 카지노가 설치되는 것은 사회적 비용이나 국민 정서를 고려했을 때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며 강경하게 반응했다. 또한 선상카지노 부처 협의안에 내국인의 출입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명기되어 있다며 해수부가 독단적으로 오픈 카지노 허용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해수부는 지금도 타 국적의 선상카지노에 내국인이 출입할 수 있는데 국적 크루즈만 안 된다는 것은 지나친 규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해수부와 문체부는 여전히 오픈 카지노에 대한 각각의 의견만을 내세우며 서로에게 날을 세우고 있다. 오픈 카지노 찬반 논란과 관련해서 해수부는 경제적 이익, 문체부는 사행산업의 위험성을 각각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두 부서의 초점은 여전히 오픈 카지노 사업의 ‘허가 주체’에 맞춰져 있다. 이러한 상황이 오래될수록 조직의 관할권 확장을 위한 파워게임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안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의견을 조율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