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성공과 성장 사이에서
[이슈메이커] 성공과 성장 사이에서
  • 고수아 기자
  • 승인 2019.11.28 0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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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고수아 기자] 

성공과 성장 사이에서

 

서울대학교 김난도 교수는 지난 10월 24일 ‘2020 트렌드 코리아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10대 키워드를 발표했다. ‘소확행’, ‘워라밸’, ‘뉴트로’등 매년 국내 시장 동향의 맥을 짚는 그가 새로운 키워드 중 하나로 제시한 ‘업글인간’을 생각해봤다.

 

Sven Mieke, ⓒUnsplash
Sven Mieke, ⓒUnsplash

 

‘높이 더 높이 난다’, 미래의 인간형으로 꼽힌 업글 인간

 

‘업글 인간(Elevate Yourself)’. 단어의 첫 느낌이 생소하면서도 분명하다. 직관적으로 ‘업그레이드(Upgrade, 개선하다)’와 ‘인간(human)을 결합한 말이라고 끝낸다면 오판이다. 김 교수가 실제 선택한 영어 표기는 업그레이드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신 엘레베이트(Elevate, 올리다 또는 높이다)를 담고 있다. 이 두 단어는 유사한 의미로 어떠한 대상을 목적어로 취해 ’향상‘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업글 인간‘은 뒤에 ’Yourself’가 붙어있다. 지난해 BTS가 ‘Love Yourself’라는 타이틀의 앨범으로 전 세계에 큰 문화적 영향력을 행사한 바 있다. 재귀대명사로 '나 자신'을 지칭한 업글 인간의 참 뜻에 대한 단서를 얻으려면 그의 발언을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업글 인간을 설명한 김 교수는 공식 석상에서 “스펙이 타인 지향적이라면 성장은 어제보다 나은 나, 인간으로서 내가 얼마나 성장하고 있는가에 집중한다”고 말하며 “성장은 인간이 가진 아주 근원적인 욕구”라고 짚었다. 업그레이드는 목적어를 사람으로 잘 갖지 않는 영단어다. 구어체로 누군가가 ‘He was upgraded.’정도는 사용할 수 있지만 이는 비행기 좌석이나 신용등급 또는 학점 등 어떠한 질적 등급이 있는 맥락에서 일정 기준 이상으로 올라갔다는 표현이 된다.

 

반면 동일한 방법으로 엘레베이트를 넣으면 완전 다른 영역을 시사하는 문장이 된다. 사람에게 쓰는 맥락에서 엘레베이트는 감정이나 기분, 상태와 같은 차원을 의미한다. 캠브리지 영어사전은 동사형의 엘레베이트를 ‘누군가 또는 무언가를 더 중요하게 만들거나 무언가를 향상시키기 위해’로 정의하고 있다. 결국 업그레이드가 유형적인 가치 상승을 의미한다면, 엘레베이트는 무형적인 가치를 시사한다. 이는 스펙을 ‘타인 지향적’의 성격으로 규정한 김 교수의 의도를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그의 의도는 사회적 등급 가치를 높이는 것의 ‘스펙’과 무형의 가치를 높이고자 하는 ‘업글 인간’들의 ‘성장’은 재질이 다르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 교수가 지적한대로 업글 인간의 성장은 초점이 타인 대신 자신에게 맞춰져 있다. 타인이 평가하는 자신을 벗어나면 결국 신체와 정서가 남게 된다. 즉, 업글 인간은 심신을 각자의 방식으로 단련하면서 자신의 내외적 성장을 도모하는 특성을 가질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이에 국내 한 전문가는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워라밸 확산은 많이 확대됐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일에서도 역할을 잘 해내고 나아가 삶에서 지적, 정서적, 육체적인 측면과 같이 개인적인 성장을 이뤄내고자 하는 추세다. 앞으로는 ‘나’라는 개인에 대해 더 집중하고, 그 집중이 내면적인 부분까지 파고들어 자신의 내면을 탐구 및 연구하는 인식 전환이 일어나지 않을까 예측한다”고 피력했다.

 

‘업글 인간’이 많아지면 ‘업글 사회’도 가능할까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이 있다. 여기서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논쟁은 무의미하다. 업글 인간은 두 가지 측면 다 중요하게 생각하고 실천하기 때문이다. 만일 업글인간이 향후 늘어난다면, 신체적·정신적 여유와 안정을 추구하는 ‘웰빙(well-being)·힐링(healing)’도 과거의 단어로 그 의미가 이전보다 쇠퇴할 것이다. 이미 유통 시장에선 웰빙족이 아닌 웰니스(wellness) 에 주목한다. 웰니스는 웰빙과 더불어 행복(happiness)와 건강(fitness)의 의미를 총합해 담은 말로 최근 스포츠웨어, 스킨케어, 식단관리를 위한 저열량 고단백 제품 등의 수요가 늘어난 소비 트렌드와 연결된다.

 

또한 독서 모임·고급 콘텐츠 구독을 매개로 한 스타트업들의 약진이 눈부셨던 올 한해를 돌아봤을 때, 우리 사회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업글 인간을 추구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2016년 설립한 밀리의 서재는 소설·경제·경영 서적 등 전자책 서비스로 2년 만에 70만 명 이상의 회원을 확보했다. 2015년한 설립된 트레바리는 독서 모임 스타트업으로 사람들이 함께 독서 토론을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 트레바리에서 주선한 모임 수는 400개 선에 이른다.

 

이러한 내외적 성장을 지속하는 트렌드는 시장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면서 이로운 영향력까지 확장할 수 있다. “인간은 생존에 유리한 방식으로 진화를 거듭해왔다. 진화론적인 측면에서 인간은 자신이 성장할 수 없는 상태를 느낄 때 매우 고통 받는다. 지속적인 변화와 성장을 추구하는 것은 우리가 그렇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의 한 진화생물학과 교수의 견해다. 2019년, 우리 사회는 지난 부흥기와 비교해 경제 성장이 다소 멈춰있다. 하지만 정서적이고 사회 문화적인 측면에서 부흥기가 있었는지는 의문시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 중 경제 부문만 제외하고 우리나라 삶의 질은 여전히 최하위로 평가받고 있다. 2020년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써 제시된 ‘업글 인간’이라는 키워드가 경제 외적인 우리 사회의 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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