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Inside] 격차 벌어지는 친일 후손과 독립운동가 후손의 삶, 이대로 괜칞은가
[News Inside] 격차 벌어지는 친일 후손과 독립운동가 후손의 삶, 이대로 괜칞은가
  • 김문정 기자
  • 승인 2015.10.08 1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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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문정 기자]

News Inside
친일파 후손과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삶

 


격차 벌어지는 친일 후손과 독립운동가 후손의 삶, 이대로 괜칞은가

 

 


올바른 보훈 인식 바탕된 사회 대통합 필요

 


최근 반세기도 더 된 조부의 친일행각을 국민 앞에 공개 사죄한 손자의 스토리가 화제다. 주인공은 홍영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홍 의원은 12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프로그램 ‘친일과 망각’을 보았습니다. 친일 후손으로서 사죄드립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그러나 그처럼 선대의 친일행각을 사죄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거기에 더해 최근 친일파와 독립운동가의 후손은 현대에 와서는 그 삶의 양상이 극명하게 다르다는 조사 결과가 논란에 불을 지폈다. 부와 토지를 세습하고 있는 친일파와 달리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은 대가 내려갈수록 심각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1923년 경 상해 대한민국임시의정원에 걸려있었다고 전해지는 태극기다.

 

 

친일파 후손 부·권력 대물림 '떵떵'

탐사보도 전문 인터넷 매체인 ‘뉴스타파’의 해방 70년 특별기획 4부작 ‘친일과 망각’에서는 대표적 친일후손 1,177명의 명단이 공개됐다. 전·현직 국회의원 21명, 법조인 30명, 장·차관을 비롯해 1급 이상 공무원 42명, 대학교수 191명, 기업인 376명 등 사회 지도자층과 저명인사들이 수두룩했다. 뉴스타파 ‘친일과 망각’을 취재했던 한 기자는 “친일 후손들의 서울대 졸업 비율이나 유학 비율은 생각보다 너무 높아서 놀랐습니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조상  대로부터 물려받은 토지와 건물, 막대한 자금과 영향력을 바탕으로 현대까지도 부와 명예를 축적하고 있다. 내로라하는 재벌 기업가 중에서도 친일 논란에 휩싸인 인사들이 많다. 현대 가의 현정은 회장의 조부는 일제강점기 중추원 참의를 지낸 현준호 씨다. 현 씨는 2002년 국회가 발표한 친일파 708인 명단과 2005년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 명단에 오르는 불명예를 안았다. 그 외 삼양그룹과 경방그룹, 두산그룹 등도 친일 족적을 보인 것으로 늘 구설수에 오르지만 현대까지도 이어지는 막강한 부를 자랑한다. 
 

  친일 후손의 거주지는 43%가 강남 3구다. 한남동, 성북동, 평창동 등 단독주택에 사는 부자들이나 신도시인 경기도 분당에 사는 사람도 많았다.기득권은 교육을 통해 세습됐다. 친일후손 1,177명 중 3분의 1이 SKY(서울대·연세대·고려대) 출신이고 27%는 유학 경험이 있었다. 교육이 부모의 경제력에 의해 좌우되는 사회에서 두 세대동안 친일후손들은 친일로 얻은 재산을 자녀교육에 투자했다. 2000년대 친일 청산 작업 때는 친일 후손들의 국적포기가 급증했다는 것 역시 친일의 유산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독립운동하면 3대가 망한다’ 현실로

반면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가난의 연쇄 고리에 걸려 허덕이고 있음이 한 조사에서 밝혀졌다. '독립운동하면 3대가 망한다'는 명제가 '참'임이 드러난 셈이다. 최근 한 언론사가 독립유공자와 그 후손들 1,115명을 대상으로 생활실태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월 개인소득 200만 원 미만이 75.2%나 됐다. 3대를 넘어 4대까지 가난이 대물림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아버지는 젊어선 적과 싸웠지만 그 뒤엔 평생 가난과 전투를 벌이셨습니다.” 6·25 전쟁 강원도 금성 샛별고지 전투 영웅인 백재덕 씨(1988년 사망)의 아들 백영배 씨의 말이다. 생존자들은 이미 살림이 거덜 났고 그 후손들은 생계유지에 급급했다. 생존 독립유공자들은 지금의 지원 수준으로는 최소한의 생활 영위조차 힘들다며 보훈연금 증액을 요구했다. 학력사회 현실에서 유공자들의 아들 손자는 고졸 이하가 65%였고 대부분이 일용직이나 3D 산업에 종사했다.  
 

  국가보훈처의 심사를 통해 공식적으로 보상금을 받는 독립유공자와 후손은 2013년 기준으로 7,214명이다. 등급별로 나오는 국가 보상금도 2002년 12.1% 인상된 이후 최근에는 연간 4%~5% 오르는 데 그쳤다. 한 독립운동가의 후손은 “제가 죄인입니다. 보상도 필요 없으니 단지 아버지가 한 일을 제대로 밝혀드렸으면...”이라는 말을 꺼내며 경제적 어려움은 둘째 치고 명예라도 되찾고 싶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국가보훈처는 국가유공자의 예우시책과 참전군인 및 제대군인 지원 사업을 시행하는 기관이다.

 

 

여의도 면적 25%에 달하는 친일파 토지 후손에 반환…갈 길 먼 친일 청산

광복 70주년이 지났지만, 조국을 배신한 대가로 부를 챙긴 친일파 재산에 대한 환수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일부 친일파 토지를 환수했지만, 소송이 잇따르면서 여의도 면적의 1/4에 달하는 땅이 다시 후손들에게 돌아갔다.
 

  그랜드힐튼 서울 호텔 회장인 이우영 씨의 할아버지로 잘 알려진 이해승. 조선 왕족의 종친으로 일본의 식민지배에 적극적으로 협력한 대표적인 친일파다. 정부는 지난 2006년 이 씨 같은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재산을 환수하려고 ‘친일재산조사위원회’를 만들었고 4년에 걸친 조사위의 활동 결과 168명의 토지 천여 만㎡가 환수됐다. 전문가들은 “친일파의 토지를 국가에 귀속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재산 환수 대상으로 특정된 친일파만 500여 명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아쉬운 결과였다”는 평을 남겼다. 이는 근거가 된 법이 마련되기 전 이미 제3자에게 정당한 방법으로 소유권이 넘어갔다면 환수할 수 없어 조사위 활동에 제약이 있었던 탓이다. 여기에다 재산 환수 조치에 반발해 친일파 후손들의 토지 반환 소송까지 잇따라 제기됐다. 물려받은 땅이 친일행위에 따른 대가가 아니라며 환수가 부당하다고 주장했고, 결국, 제기된 소송 137건 가운데 14건에서 승소했다. 이에 따라 이해승의 후손이 토지 189만㎡를 돌려받는 등 친일파 후손들에게 반환된 토지만 여의도 면적의 25%인 199만㎡에 달한다. 정부가 일제로부터 작위를 받아도 환수가 가능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했고 이해승의 후손도 대법원 판결에 따라 다시 국가에 땅을 내놓게 되었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숨겨진 친일파 재산이 많아 일제 잔재 청산의 길은 멀다.

 

친일척결 못 하면 패배주의 만연할 것

해방 이후 현대사는 말 그대로 격동의 연속이었다. 극심한 좌우 대립과 건국에 이어 한국전쟁의 비극이 남긴 깊은 상처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시대적 과제였던 친일 청산도 이런 격류에 휩쓸려 제대로 이행되지 못했다. 남북 대립의 격화는 독립유공자들에 대한 마땅한 보상이나 사회적 존중을 힘들게 했다. 가까스로 60년대 들어서야 국가보훈대상에 포함됐지만 실질적 혜택이 크지는 못 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국가의 책무와 품격을 고려하면 보훈예산의 적절한 증액은 당연한 과제지만 현실은 요원하다. 유공자 처우개선과 관련된 법률은 국회에서 3년째 뒷전으로 밀려있으며 보훈 담당 부처는 종종 독립유공자 발굴에 소홀하다거나 보훈대상자를 엉터리로 심사했다는 논란에 휩싸인다.
 

  한 독립운동가의 후손은 친일 척결에 대해 “친일 후손들 역시 우리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이므로 이들을 친일 후손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제하거나 처벌할 수는 없잖아요. 우리 사회가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친일 후손도 힘을 보태야 하는데 그렇다고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이들을 다시 끌어안을 수도 없고요. 그런 의미에서 선조의 친일행적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진정성 있는 사과가 선행된다면 함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라는 의사를 밝혔다. 새천년민주당 홍영표 의원이 최근 조선총독부 중추원 참의를 지낸 조부 홍종철의 친일 행적에 대해 공개사과를 한 바 있지만, 대부분 친일파 후손들은 반성과는 거리가 먼 자세를 보인 다. 선대의 친일행적을 공개적으로 사과한 사람은 3명뿐이다. ‘친일과 망각’에서 증조부의 친일에 대해 사과하고 있는 문효치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중추원 참의였던 문종구의 후손)의 행보는 시청자들에게 깊은 떨림을 주었다. 

 

보훈은 국가의 정체성과 국가라는 공동체에 대한 결속 위한 수단

올해 보훈예산은 5조 2천억 원으로 정부예산의 1.7% 안팎이다. 그에 비해 선진국의 경우 많게는 5% 수준으로 우리나라에 비해 보훈의 의미를 제대로 구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가의 유공자들에게 감사하는 보훈의식은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는 시대에 국가통합의 기초가 된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 ‘보훈’이 가치를 갖는 이유 중 하나다. 선대들의 희생으로 기초를 닦고 번영을 누리게 된 나라. 그러한 이 나라를 위해 젊음과 열정을 바친 세대는 망각 속에 사라지고 있다.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산하 보훈교육연구원 오일환 원장은 “국가가 사라지면 정치도 경제도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보훈정신은 곧 국가를 유지하게 하는 기제”라고 강조했다. 
 

  한 역사학자는 “끊임없이 과거를 기억하고 함께 얘기하고 그에 따르는 2차 생산물들을 계속 만들어야만 광복 70주년을 넘어서 다가올 광복 100주년을 행복하게 맞을 수 있다”고 피력했다. 친일파의 후손과 독립운동가의 후손이 함께 만들어 갈 미래를 위해서라도 양측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포용이 선행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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