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al Focus] 신조어, 우리 사회의 거울일까 한글 파괴일까
[Social Focus] 신조어, 우리 사회의 거울일까 한글 파괴일까
  • 김문정 기자
  • 승인 2015.10.08 1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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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문정 기자]

Social Focus

세태반영 신조어


신조어, 우리 사회의 거울일까 한글 파괴일까

 

 


현실의 거울이지만 신·구세대 간극 넓히기도

 


국립국어원은 매년, 그 한 해 동안 대중 매체에 등장한 언어를 기준으로 자동 프로그램을 통해 낱말들을 추출하고 일정 기준에 따라 그 해의 신어를 선정한다. 모든 신조어가 표준어로 인정받는 것은 아니지만 오늘날 우리 사회의 현상을 실시간으로 잘 반영한다는 데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2015년 한글날을 앞두고 대한민국의 현실을 보여주는 다양한 신조어를 모아보았다.

 

기성세대가 알아듣기 힘든 신조어 대거 등장

“완전 심쿵해! 내가 금사빠이긴 해도 그 오빠 진짜 뇌섹남이지 않냐? 자세한 건 갠톡해. 읽씹하지마!” 70대 할머니는 최근 들어 손녀가 하는 이야기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국립국어원에서 발간한 ‘2014 신어’ 자료집에 따르면 지난 3년 간 집계된 신어는 총 1,311개다. 세상에 없던 말들이 탄생한 숫자다.
 

  SNS의 폭발적 사용 증가와 다양한 매체를 통한 의사소통의 증가로 최근 언어의 경제성과 유희성을 추구하는 신어가 대거 등장했다. 특히 이번 신조어에는 특정 무리를 지칭하는 ‘~족(族)’, ‘~남(男)’, ‘~녀(女)’ 등의 단어가 많이 사용돼, 전체 신조어의 27%(92개)를 차지했다. ‘금사빠녀’는 금방 사랑에 빠지는 여자, ‘뇌섹남’은 뇌가 섹시한 남자, 즉 주관이 뚜렷하고 언변이 뛰어나며 유머와 지적 매력이 있는 남성이란 뜻이다. ‘인생짤’은 인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할 정도로 잘 나온 사진이라는 의미로 SNS에 사진 많이 올리는 세태를 반영한 단어로 볼 수 있다. ‘모루밍족’은 제품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자세히 살펴본 뒤, 모바일 쇼핑을 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모바일 쇼루밍(mobile showrooming)과 ‘족(族)’을 섞어 만든 말이며, ‘눔프족’은 ‘Not Out of My Pocket’의 앞 글자 눔프 (NOOMP)를 딴 신조어로 복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복지비용을 위한 증세는 반대하는 사람이란 의미다. 

 

채용난과 팍팍한 삶 반영한 ‘웃픈’ 신조어

최근 신조어 중에서도 경제현실과 채용시장을 반영한 신조어가 유독 많은 것도 특징이다. 청년실업률은 최고치를 기록하는데 취업의 문은 점점 좁아지자 취업 준비생의 허탈한 마음을 담은 신조어가 대거 등장했다고 볼 수 있다. 기존의 ‘삼포세대’(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세대)에서 더 나아간 ‘오포세대’(연애·결혼·출산·인간관계·주택구입을 포기한 세대)가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사회가 전반적으로 절벽에 서 있는 듯 한 절박한 단어도 눈에 띈다. 급격하게 오른 주거비용으로 인한 어려움을 표현하는 ‘주거절벽’ 등이 수록됐으며 ‘임금절벽’, ‘일자리절벽’, ‘재벌절벽’, ‘창업절벽’ 등도 신조어에 올랐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2015 채용시장 신조어'를 소개했는데 ‘가구공룡’ 이케아를 빗댄 취업 신조어가 등장했다. 디자인 가구를 저렴하게 판매하는 이케아처럼 ‘이케아세대’는 취업에 필요한 능력은 모두 갖췄지만 낮은 급여와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세대를 뜻한다. 취직이 힘들다 보니 독립해야 할 자녀가 부모에게 계속 의존하는 세태를 반영한 신조어도 나왔다. ‘빨대족’은 서른 살이 넘었음에도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면서 부모의 노후자금까지 갉아먹는 세대를 풍자한 용어다.  
 

  아이 엄마를 지칭하는 표현에서도 사회적 분위기가 감지된다. 예전에는 ‘헬리콥터맘’(자녀 주위를 맴돌며 지나치게 관여하는 엄마)이 유행이었다면 신조어 ‘앵그리맘’은 자녀의 교육과 관련한 사회문제에 분노해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엄마, ‘돼지맘’은 교육열이 높고 사교육에 대한 정보에 정통해 다른 엄마들을 이끄는 리더를 뜻한다. 통신의 발달로 인해 인스타그램과 같은 사진 중심 SNS의 확대로 형성된 신조어도 있다. 먹는 음식을 사진으로 찍은 ‘먹스타그램’, 게시물을 올리면 빛의 속도와 같이 매우 빠르게 삭제한다는 뜻의 ‘광삭’ 등으로 다양하다. 

 

올바른 신어 활용 위한 관련 기관의 대책 마련 필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행한 ‘미디어新문맹: 국민의 신조어에 대한 인식 및 수용행태’에 따르면 미디어에서 사용되고 있는 신조어 100개에 대한 이해 정도는 전체 평균 45.1%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대중이 TV나 신문, 미디어 매체에 등장하는 신조어에 대해 절반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다. 신조어를 정보통신, 사회·시사, 유행어, 은어·속어의 분야로 구분해보면 유행어에 대한 인지도가 58.7%로 가장 높았고, 사회·시사 분야는 31%로 가장 낮았다. 신어의 사용은 인터넷과 SNS 사이에서 사용하는 비율이 53.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인터넷과 SNS 사용률이 적은 노년층과 SNS 사용률이 높은 청년층 사이에서 신어에 의한 의사소통의 문제는 필연적이다.
 

  송철의 국립국어원장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어문 규범과 현실언어 사이에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며 “그 차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어문규범을 유연하게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범람하는 신어로 인해 계층 간 발생하는 의사소통 문제의 골은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올바른 신어 활용에 대한 국립국어원과 관련 기관의 대책 마련과 TV나 신문 등 미디어의 올바른 홍보, 학교기관의 교육이 촉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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