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스웨덴 학술원 스캔들 
[이슈메이커] 스웨덴 학술원 스캔들 
  • 고주연 기자
  • 승인 2019.11.18 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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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고수아 기자]

스웨덴 학술원 스캔들 

 

사진=고수아 기자
사진=고수아 기자

 

이번 문학상 수상의 영예는 오스트리아 출신 작가 페터 한트케(Peter Handke)와 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Olga Tokarczuk)가 공유할 예정이다. 이후 주요 외신과 스웨덴 현지 반응을 살펴봤다.

 

스웨덴 학술원의 불명예

매년 10월은 노벨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달이다. 스웨덴의 다이너마이트 발명가 알프레드 노벨(Alfred Bernhand Nobel)의 유언에 따라 인류의 학문적 기여에 공헌한 이들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1901년 첫 시상을 시작한 노벨상은 120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역사와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노벨상에는 물리, 화학, 경제 및 의학, 생물학, 평화 그리고 문학까지 총 7개의 분야가 있다. 지난 10월 10일, 뉴욕타임스 및 주요 외신은 2018년 수상자에 올가 토카르추크가, 2019년 수상의 영예는 페터 한트케에게 돌아간다고 보도했다.

 

공동 수상의 배후에는 지난해 붉어졌던 스웨덴 학술원의 스캔들이 자리한다. 일반적으로 전 세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수상자을 대신해 스웨덴 학술원(Sweden Academy)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스웨덴 현지 취재원의 설명에 따르면 소속위원의 남편 장 클로드 아르노(Jean Claude Arnault)가 문제의 인물이었다. 그는 학술원 종신회원인 아내의 연줄을 이용해 자신의 문화적 지변을 넓힌 사교계 인사였다. 이너서클에서 유명한 그는 결국 성추행과 언어적 폭행 등 불미스러운 행위 혐의로 경찰에 기소됐다. 그러나 작년 성행했던 미투(#MeToo) 운동이 사건의 전부는 아니었다. 경찰 조사 이후 일부 다른 위원들에게서 그의 평소 행실을 알고도 재정적 지원을 지속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단순 개인적 차원을 넘은 국가 권위적 기관의 부패 사건인 셈이었다. 작년 학술원 스캔들로 스웨덴 국민들은 일부 회원이 아르노에게 자금 지원을 했던 내막을 궁금해 했지만, 전통적인 학술원 내부 규칙에 따라 자신들의 회의 내용을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노벨상은 스웨덴에서 어떤 의미를 갖을까. 노벨상의 전통이 국민적 자부심이라고 말한 30대 직장인 닐손(Nilsson) 씨는 “개인적으로 노벨상은 대학 시절의 추억을 회상하게 한다”라며 “수상자들은 자신들의 수상 주제에 대한 발표를 스웨덴 대학에서 강의하는 전통이 있다. 대학생 누구나 수여식에 응모할 수 있으며, 당첨된 학생은 수상자 및 스웨덴 왕족들과 함께 저녁 만찬에 참여할 수 있다. 저는 강의를 들으면서 인류와 개인이 얼마나 위대한지, 그리고 인간과 사회의 발전에 과학이 기여하는 가치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스웨덴 학술원의 회원으로 임명 받는 일이 일생일대의 명예로 여겼다면, 작년 이후로 상당수의 국민은 더 이상 학술원을 존중하지 않게 됐다. 논란 이후에도 학술원 측 대응이 좋지 못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고 덧붙였다. 스웨덴 베스테로스 (Västerås)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에릭슨(Errikson) 씨도 “작년 노벨 문학상 수상 시즌은 격동의 시기였다. 수상 기관의 부도덕함이 드러난 이후로 많은 사람들이 승자 이월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노벨상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서

문학상 수상자 발표가 있던 10일, 스웨덴 지역 일간지 보도에 따르면 한 도서관에 사람들이 노벨상 수상 선정 생중계를 TV로 모여서 시청했다. 전화로 수상 소식을 전달받은 피터 한트케의 모습이 TV 스크린에 비춰진 때, 리포터는 도서관 현장에 있는 시민들의 생각을 물었다. 한 시민은 “올가 토카르추크를 잘 모른다. 마가렛 앳 우드가 이기길 바랬다”고 답했고, 도서관 사서 헤드버그(Hedberg) 씨는 “생중계 전 승자를 알고 있었다. 스웨덴 주요 언론이 미리 다뤘기 때문이다. 이 도서관에서도 올가 타카르추크와 피터 한트케의 책을 보유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이번 수상 발표를 놓고 외신의 반응도 뜨거운 감자다. 두 작가 모두 확고한 정치적 성향을 가졌다는 이유에서다. 2018년 문학상 수상자인 올가 토카르추크는 폴란드 자국 내 집권당과 반대 노선의 정치색으로 축하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2019년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피터 한트케에겐 더 큰 범위의 비판과 함께 일부 단체 및 개인의 수상 철회 요구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피터 한트케는 1990년대 발칸 전쟁에서 대량 인종학살을 자행한 유고슬라비아 전 대통령 밀로셰비치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2006년 밀로셰비치의 장례식에 참석했다고 명시한 미국 이코노믹타임스는 “나쁜 사람이 좋은 예술을 만들 수 있나?”고 물었다. 영국 가디언지는 “스웨덴 학술원의 ‘덜 남성 중심적인’ 그리고 ‘덜 유럽 중심적인’의 분명한 다짐은 올해 두 명의 유럽 작가를 선정하는 것으로 신속하게 거짓으로 판명났다”고 비판했다.

 

이번 수상자 비판에 대한 대응으로 스웨덴 학술원은 주요 외신을 통해 학술원의 입장을 전달했다. 이는 문학과 정치 영역에 분명한 선을 긋는다는 뜻의 발언이었다. 학술원 초기 설립 취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구스타브 3세는 스웨덴 사람들에게 현대적인 시각을 가졌던 왕으로 평가받는 경향이 있다. 스웨덴 국왕 구스타브 3세가 1786년 소설, 시, 연극 등 문화 증진 취지로 설립한 학술원의 초기 설립 취지는 ‘정치와의 분명한 독립’선언의 의미가 있었다. 학술원에서 진행하는 모든 내사는 국왕을 제외하고 비밀리에 부쳐진다는 규칙도 이러한 기존 신념에 밑바탕이 있다. 신뢰와 평판이 추락하는 것은 일순간이며, 과거는 돌이킬 수 없다. 2019년 노벨문학상 선정 소식에 학술원의 명예 회복 여부가 거론되는 것이 씁쓸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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