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풀리지 않는 비밀, 리더십의 과학
[이슈메이커] 풀리지 않는 비밀, 리더십의 과학
  • 고주연 기자
  • 승인 2019.11.18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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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고수아 기자] 

 

 풀리지 않는 비밀, 리더십의 과학

 

ⓒMatteo Vistocco, Unsplash
ⓒMatteo Vistocco, Unsplash

 

 

CEO가 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9월 26일 발표한 2018년 ‘전국사업체조사 잠정결과’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국내 사업체 수는 약 410만 개로 전년 402만 개와 비교해 대비 2.1%가 늘어났다. CEO는 사업의 전략적 측면과 더불어 항상 더 나은 조직 관리를 원한다.

 

조직 운영 능력이 곧 기업의 경쟁력

좋고 나쁜 리더십에 관한 연구는 끊임없다. CEO의 역할론에 있어 좋은 리더십의 비밀을 풀기 위해서다. 카리스마적인 마키아밸리식 지도자의 리더십이 주목받았던 때도 있었다. 2차 세계 대전의 여파로 홀로코스트를 탈출해 미국에서 사회심리학을 창시했던 일부 주류 학자들은 사람들이 중앙집권적인 리더십에 공포감을 느낀다는 걸 깨닫게 된다. 실제 인물인 CEO의 특성을 개별적으로 관찰하고 연구해 분석하는 건 어려웠다. 자본주의의 산물인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이러한 방식으로 리더십을 가르치지 않는 이유가 되었으며, 현재까지의 표준으로 자리잡게 된다.

 

리더십 연구에 대해 하버드에서 주목하는 건 기업 운영 데이터다. 기업 운영 데이터를 처음 만든 건 1913년 과학적 관리(Scientific Management)라는 논문을 주장한 테일러다. 그는 기업 성과와 경영 관리의 상관관계를 파악하려고 스톱워치를 사용해 직원 생산성을 측정했다. 미국 경영관의 뼈대를 이루게 된 이 논문으로 인해 GE, 맥도날드, 월마트 등 미국 글로벌 대기업에서도 ‘매우 세밀한’ 조직 관리 역량을 조직 관리 방식으로 채택하고 있다. 미국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사둔(Raffaella Sadun) 교수와 블룸(Nicholas Bloom) 스탠포드 경제학과 교수, 그리고 존(John Van Reenen) MIT 경제학자는 기업들의 경영 관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경영 관리 역량에 따라 “조직의 성과에서 상당 부분 차이가 드러나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하지만 직원들의 업무 효율을 달성하는 건 여전히 조직 측면에서 큰 과제”라고 분석했다.

 

이들의 연구에 따르면 거시적 지표에서 A라는 조직이 B라는 조직보다 우위에 있는 이유를 찾았다. 생산성, 수익성, 성장률 등 거시적인 지표를 분석한 결과 조직 관리 프로세스에 가장 큰 차이가 있었다. 조직의 전략을 수립하고 성과를 분석하는 과정 전반이 기업의 성과를 극대화하는 것과 상관관계가 있었었다. 이는 곧 최종의사결정권을 행사하는 CEO의 역할이 더없이 중요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해당 연구를 주도한 블룸 교수는 미국 공영방송 라디오를 통해 “더 나은 리더들이 있는 건 분명하겠지만 (그 차이가) 그게 무엇인지 밝혀내기엔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리더십과 팔로십 안 리더십

블룸 교수는 전 세계 경영 관행과 샘플 데이터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가 진행했던 ‘세계 관리 설문 조사’라는 프로젝트에서 미국, 영국, 중국, 인도 등 약 40개국에 포진한 40,000개 기업 데이터를 분석 기준으로 삼았다. 그는 “리더십을 과학적으로 풀어내려는 시도였다. 무작위로 회사를 선택했기에 승자와 패자 기업이 골고루 섞여 있는 데이터를 근거로 했다. 충분한 CEO 데이터 분석으로 리더십이 갖는 특정 유형을 식별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리더십의 비밀을 범주화하는 데 실패했다”고 토로했다.

 

학계에서는 CEO를 유형별로 나누는 게 어렵다고 실토한다. 미국 예일 경영 대학원 CEO 제프(Jeff Sonnenfeld) 교수는 좋은 CEO의 유형을 규명하는 대신 CEO가 처리하는 비즈니스적 대인 관계 속에서 CEO의 자질을 찾는다. 그는 지분을 가진 주주와 직원, 소비자와 같이 돈을 전제로 하는 관계와 더불어 사회와의 관계를 제시하며 “좋은 CEO는 이 모든 것들을 잘 상대하는 역할”이라고 말했다.

 

리더십 연구가 번번이 고배를 마시면서 팔로십도 강조되고 있다. 좋은 팔로십은 좋은 리더를 선별하고 따르는 능력이 아닌 팔로십 안에 자리하는 리더십이라는 주장도 있다. 많은 기업에서 직원들의 리더십 역량을 강화하고자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하게 한다. 2012년 한 해 미국 기업들이 직원들의 리더십 교육에 투입한 비용은 약 140억 달러에 달한다. 정재승 교수는 2018년 중앙일보 칼럼 ‘현대사회의 빅맨 리더십’에서 “(과학적으로)팔로십은 자체 내장 돼있는데 리더십은 내장돼 있지 않다”라며 “조직은 맨날 리더십 교육을 하지만 대개 형식적인 행사에 그친다”고 분석했다.

 

리더십에 관한 새로운 시각으로 최근의 인사채용도 변화하고 있다. 인재 선발 과정에서 리더십이 내장되어 있는지 검증하는 방식이다. 글로벌 IT 기업 구글에서는 입사지원자가 리더십이 있는지 검증하는 데 상당한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순 이력서상의 ‘OO학생회자 경험’을 읽는 것이 아니라 ‘OO팀에서 팀에 위기가 왔을 때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는지, 본인의 노력과 기여도는 어떠한지 또는 이를 방관하지는 않았는지’에 대해 심층적으로 조사를 시행한다. 이러한 검증 트렌드는 국내에서도 비슷하다. 최근 공채 선발 인원을 줄이고 수시 및 상시 채용을 비중을 올리고 있는 국내 대기업들의 기출 면접 질문은 ‘가장 열정적으로 임했던 조직생활에 대해 말해봐라’, ‘이제껏 살아오면서 협력한 경험을 말해봐라’등 으로 나타났다.

 

리더십과 팔로십에 대한 물음에 국내 한 경영 전문가는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그는 “리더십이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인사권한. 직무 배분 권한 속에서 리더가 갖는 힘과 영향력은 매우 크다. 다만 지나치게 리더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도 생각해야만 한다”라며 “옛 시절엔 가뭄도 왕의 허물이라 했는데 오늘날도 다르지 않을 수 있다. 리더십의 영향은 매우 크되 팔로십도 놓치지 않고 함께 가야한다”고 조언했다. 변화를 기축으로 끊임없이 흘러가는 시장에서 살아남는 기업의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리더십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전보다 개개인들의 자유가 존중받는 조직 문화의 방향성에서 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리더십과 팔로십의 본질에 대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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