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 퍼플의 시대 Ⅰ] 시간과 경쟁의 자유를 꿈꾸는 ‘신인류’의 등장
[이슈메이커_ 퍼플의 시대 Ⅰ] 시간과 경쟁의 자유를 꿈꾸는 ‘신인류’의 등장
  • 손보승 기자
  • 승인 2019.10.28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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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시간과 경쟁의 자유를 꿈꾸는 ‘신인류’의 등장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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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생산직 노동자를 ‘블루칼라’라 부르고, 사무직 노동자에게는 ‘화이트칼라’라고 지칭한다. 오랜 시간동안 단순하게 분류되어 있던 직업군은 시대의 변화 속에서 새로운 영역을 창조하며 변화하고 있다. 이른바 ‘퍼플칼라(Purple Collar)’의 등장이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오묘한 느낌을 나타내는 색채와 같이 이들은 신인류처럼 새로운 근로문화를 확산시키고 있다.

 

강도 높은 기업문화, ‘워라밸’을 탄생시키다

작금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워라밸(Work-Life Balance)’이다. 일과 삶의 균형 중시가 이토록 화두로 떠오르게 된 배경은 강도 높은 국내 기업문화와도 무관하지 않다. 그 중에서도 근로시간이 너무나 길다는 점이 첫 손에 꼽힌다. 노동자들의 근로시간이 전 세계에서 가장 긴 국가라는 오명 속에 늦게까지 야근하며 일을 하는 것이 당연시되던 사회 분위기가 최근까지도 이어져온 것이 사실이다.

 

지난 2015년 대한상공회의소와 맥킨지가 한국의 기업문화를 진단하기 위해 일하는 방식과 관련된 5개 영역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결과, ‘야근’이 한국형 기업문화의 가장 심각한 문제로 나타났다. 당시 자료를 살펴보면 주5일 기준 직장인들의 평균 야근 일수는 2.3일이며 3일 이상 야근을 하는 비율도 43.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야근을 하는 목적이라 할 수 있는 생산성 향상과 관련해서는 오히려 부정적인 지표를 찾을 수 있다. OECD 국가 중 최상위를 다투는 근로시간에 비해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OECD 평균인 40.5달러에 한참 못 미치는 29.9달러에 머문다. 업무시간이 늘어날수록 생산적 업무시간은 줄어드는 일종의 ‘야근의 역설’이 발생하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2017년부터 ‘일·생활 균형 캠페인’을 운영하며 유연한 근무방식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고용노동부 페이스북
고용노동부는 2017년부터 ‘일·생활 균형 캠페인’을 운영하며 유연한 근무방식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고용노동부 페이스북

 

‘일생활 균형’과 ‘생산성 향상’ 두 마리 토끼 잡다

퇴근 후 저녁이 있는 삶, 자녀들과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하며 누구나 원하고 꿈꾸는 일과 생활의 조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퍼플칼라’라는 직업군을 탄생시켰다. 퍼플칼라는 근로시간과 장소를 탄력적으로 조정해 가정을 돌보면서 일을 하는 정규직 노동자를 의미한다. 1959년 대규모 천연가스를 발견하면서 급격한 경제성장을 맞은 후 제조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잃으며 극심한 경기침체와 대규모 실업 현상을 겪은 네덜란드에서 생겨난 용어다. 당시 네덜란드 노조는 물가상승과 환율하락으로 발생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바세나르 협약’을 맺었는데, 이를 통해 시간제 고용을 확대해 일자리를 분배하기 시작하며 유래했다.

 

일반적으로 현대사회에서 퍼플칼라는 자신이 원하는 시간만큼 일하되, 수익만 줄어들 뿐 직업의 안정성은 기존과 똑같이 유지되는 점이 특징이다. 이로 인해 여성의 사회참여가 늘어나고 지위 역시 향상되면서 일과 가정생활의 균형과 조화를 통해 남성과 여성이 평등한 사회를 구현하는 방법의 일환으로 권장되고 있다. 기업의 측면에서도 출산이나 육아의 부담으로 인한 우수 여성 인력의 이탈을 막고 고용주의 비용을 감소시킨다는 장점이 있다. 젊은 인재에게는 동기부여 요소로도 작용할 수 있다. 이미 스웨덴과 독일 등 유럽 선진국에서는 다양한 고용 실험을 진행하며 퍼플칼라들이 크게 증가한 상태이다.

 

 

‘퍼플칼라’는 일과 가정생활의 균형과 조화를 통해 남성과 여성이 평등한 사회를 구현하는 방법의 일환으로 권장되고 있다. ⓒPixabay
‘퍼플칼라’는 일과 가정생활의 균형과 조화를 통해 남성과 여성이 평등한 사회를 구현하는 방법의 일환으로 권장되고 있다. ⓒPixabay

 

관리자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해

고용노동부는 2017년부터 ‘일·생활 균형 캠페인’을 운영하고 있다. 일하는 방식과 문화를 개선하여 근로자가 마음껏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고,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면서 일과 생활의 균형을 찾아주겠다는 취지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시기와 맞물려 업무의 질과 성과를 높이기 위한 유연한 근무방식 도입을 통한 ‘퍼플칼라’ 양성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선택근무제나 재택근무제, 집중근무제, 원격근무제, 시차 출퇴근제 등으로 유형을 나눌 수 있는데, 중요한 것은 회사의 일방적인 운영보다는 직원들의 다양한 의견 수렴이다. 일·생활균형 캠페인 참여기업으로 인증 받은 한 업체의 대표는 “어떻게 보면 논의할 요소조차 없는 기본권에 대한 기업의 의지의 표현일 뿐”이라며 “직원들의 각각의 상황에 맞춰 조직에서 만들 수 있는 최선의 워라밸 제공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면 구성원들 역시 시스템 속에서 최상의 결과물을 창출해낼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유연근무제 도입 기업들과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0% 이상 ‘만족한다’고 답했다. ‘일·생활 균형’과 ‘생산성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있는 셈이다.

 

퍼플칼라와 유연근무제의 대중화에는 무엇보다 관리자의 실천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이들이 먼저 기본과제들을 수행해야 조직 전체의 분위기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제프리 이펠트 회장이 ‘리더십은 명령이 아니라 영감을 주는 것’이라고 말한 것처럼, 리더들의 솔선수범을 통해 보랏빛 외침이 더 힘차게 울려 퍼지는 사회가 완성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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