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듈 가구와 훈민정음
모듈 가구와 훈민정음
  • 고수아 기자
  • 승인 2019.10.07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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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고수아 기자]

 

모듈 가구와 훈민정음

 

사진=고수아 기자
사진=고수아 기자

 

 

 

한글이 집으로 들어왔다. 국내 가구 업계에서 한글을 모티브로 모듈 가구를 연구하는 유니크한 스타트업이 있어 화제다. 한글가구(주)는 훈민정음 창제 원리에 기반한 한글식 모듈 가구를 만든다.

 

한글 창제 원리를 모듈 가구에 적용하다  
이현숙 대표는 한글가구(주)(이하 한글가구)를 2016년 설립해 서울 강북지역에 매장 1호를 오픈했다. 한글가구 설립에는 친환경과 확장성으로 대변되는 가구의 모듈화로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는 이 대표의 굳은 믿음이 있었다. 이현숙 대표는 “한글가구는 한글을 배우는 원리와 유사합니다. 한글의 원리를 깨우치면 누구나 쉽게 글을 쓰고 생각해내는 것처럼 한글가구의 원리를 알면 누구나 내 맘대로 쉽게 디자인할 수 있는 모듈가구 브랜드입니다”고 말했다. 이는 그가 2009년부터 현재까지 한글을 소재로 삼아 모듈 가구의 기능성 및 디자인적 가치를 지속적으로 정교하게 구현해나가는 핵심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모듈 가구는 이미 유럽 선진국 및 미국, 일본 등 국가를 중심으로 인정받는 지속 가능한 라이프 스타일 모델이다. 사용자가 원하는 가구의 형태를 모듈의 유닛(모듈 가구의 최소 단위)을 통해 자유자재로 조립하는 점에서 단순 DIY 가구와 유사하지만, 한글가구는 한번 가구를 조립하고 나서도 다시 해체해서 새로운 형태를 만들 수 있다는 데 그 차이점이 있다. 모듈 가구의 장점을 살리는 데 덧붙여 한글 창제 원리인 천지인(ㆍ), 지(ㅡ), 인(ㅣ) 모듈화로 가장 간결함에서 가장 다양함을 추구하는 가구 브랜드로 성장해나가고 있다.
 

이현숙 대표는 창업 이전 역동적인 건설 업계에서 자신만의 전문성과 혁신을 다져왔다. 서양화를 전공한 그는 20대 초반부터 투시도를 그렸고, 1998년엔 여성부와 대통령직속특별위원회 선정 신지식인 여성에도 이름을 올린 바 있다.

 

ⓒ한글가구(주)
ⓒ한글가구(주)

 

 

모듈 가구 사업의 지향점은 친환경인데, 창업 시기 문제의식을 말해달라. 
“창업의 결정적 계기는 버려지는 가구에 대한 해결책 제시였다. 건설사의 주생활 컨설턴트로 아파트 상품개발 업무 및 CS 관련 업무에 10여년 이상을 재직하면서 입주 현장마다 폐가구의 풍경과 마주했었다. 자원과 비용의 낭비는 물론 환경을 망가뜨리는 주범 중 하나라는 생각이 있었고, 누군가는 해결해야 할 과제로 여겼던 시절이다. 대부분이 낡고 질려서, 또는 이사를 이유로 가구를 버린다는 통계가 있는 데, 환경을 생각한다면 이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하는 문화라고 생각하고 있다.”

 

모듈 가구에 한글을 모티브로 삼은 부분이 눈길을 끈다.
“한글 창제 원리를 모듈 조립에 적용하게 된 건 한글의 천지인 사상과 가구 형태의 디자인적 측면에서 일치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글의 자음, 모음은 점의 위치와 방향을 바꾸면 새롭게 다른 글자가 되고, 90도, 180도 회전 시에도 다르게 읽힐 수 있다. 가장 최소한의 물질로 다양한 세계를 구축해낼 수 있다는 가치에서 한글의 매력을 느끼게 됐고, 이를 사업의 핵심 모티브로 삼게 됐다.”

 

새로운 가구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차별화를 위해 노력했던 부분은 무엇이었나.
“한글가구 첫 시리즈 완성을 위해 9개의 유닛과 4개의 연결 판을 조합했다. 9개의 유닛 중 2, 3개만 선택해 연결시켜도 다양한 형태의 가구로 재탄생이 가능하다. 방이라는 공간에 가구 배치를 어렵게 만드는 장애물과 창문의 위치 등 일상생활에서 편안한 동선을 고려할 때, 가구의 디자인은 핵심은 단일한 구성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한글가구는 소비자가 기본 재료를 베이스로 자율적으로 무한한 디자인을 생성해낼 수 있도록 사용자 중심의 경험을 제공하는 데 브랜드의 가치와 의미를 두고 있다. 9개의 유닛으로 사용자가 만들어낼 수 있는 형태 조합을 국내 한 수학 교사와 함께 계산한 적도 있는데 상당한 경우의 수가 나왔었다.”

한글가구의 경쟁력으로 가장 고민했던 바도 궁금하다. 
“첫 번째는 사용자 편의성에 중점을 뒀다. 사용자 편의를 고려하면 무겁고 큰 선반보다는 소형화 유닛이 궁극적으로 일상의 편리함과 쾌적함을 추구한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는 수납의 자유자재다. 아무리 작고, 아무리 큰 물건이라도 수납공간 마련은 필수다. 여기에선 콘센트, 스위치, 온도조절기 등 실내 공간의 장애물에서 자유로운 가구 배치를 이뤄내는 게 중점이었다. 방은 휴식 공간인데 어지러운 방 풍경을 보면서 편안함을 느끼기는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구조적인 정교함과 견고함, 그리고 공학적, 실용적, 미학적 가치 등 한글의 내재 가치를 살리고자 노력했다. 정교함에 집중했던 이유는 전면을 포함한 측면까지 4면을 모두 활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업계에서 쓰는 말로 가구의 허용 오차라는 게 있다는 데, 많게는 7mm에서 평균 3~5mm의 편차가 있는 데 이 오차를 줄이면 어느 각도에서 바라봐도 투박함이 아닌 안정감과 멋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완전 조립 상태의 한글가구는 오차 범위가 0,5mm~2mm에 불과하다.”

 

ⓒ한글가구(주)
ⓒ한글가구(주)
ⓒ한글가구(주)
ⓒ한글가구(주)

 

 

가구 브랜드는 디자인 철학이 생명인데, 한글가구가 내세우는 디자인 철학을 전한다면? 
“주거에 있어 방이라는 공간은 개인의 평안과 행복에 매우 밀접하게 닿아있다. 최근 현대인의 라이프 스타일 기조가 복잡한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단순함이라고 저는 생각한다. 저희 모듈도 가장 단순한 단위인 유닛으로 무한한 다양성을 실현할 수 있다는 점이 트렌드와 맞닿아 있다고 본다. 자사 슬로건 중 ‘집은 직접 지을 수 없어도 내 방은 내 마음대로 만들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사용자가 방의 ‘풍경’을 그리는 작가로 자신에 이입한다면, 모듈 가구의 유닛은 제각각의 오브제로서 역할을 해낼 수 있다. 전세, 월세를 사는 사람들도 자신의 방에선 바깥 현실의 팍팍함 대신 편안함과 만족감을 느끼고 한글의 우수성도 재고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글가구와 함께 그리고픈 꿈과 향후 비전을 제시해달라.
“투시도를 그리기 시작한 22살 무렵부터 일상의 불편을 해결할 아이디어를 떠올리며 도면을 그리던 습관이 제 삶을 이끌어가는 동력이 되어왔다. 주부로서 일상에서 느꼈던 평범한 생각을 실현하고 싶었고, 겉모습은 비슷해도 확연히 다른 의미의 가구를 제조한 것에 보람을 느낀다. 연구 개발 과정에선 한글과 세종대왕의 우수성에 새롭게 감탄하면서도, 현실의 어려움에 부딪힐 때는 피눈물 나게 서러웠던 때도 있었다. 현재는 저변 확대가 시급한 국내 가구 스타트업에 불과하지만, 미래혁신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연구 개발 속도를 끌어올리고 싶다. 향후 한글의 조형성을 기반 삼아 레고, 블록 등 교구 시장 진출과 관련 교육 서비스업, DIY 참여 행사 주최 등 다각도로 기업 활동을 실천해나갈 의사가 있다. 자연과 인간의 본질에 닿아있는 한글의 창제 원리처럼, 착한 가치를 실현하는 차별화된 브랜드로 입지를 다지고픈 마음이 있다. 국내 대표하는 선한 기업으로 일본식, 유럽식의 선진 모듈 가구에 견줄 수 있는 한국형 모듈가구 산업을 이끌어나갈 한글가구의 행보를 지켜봐달라고 전하고 싶다(웃음).”

ⓒ한글가구(주)
ⓒ한글가구(주)
ⓒ한글가구(주)
ⓒ한글가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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