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보복운전 도로 위의 헐크, ‘보복운전’
[Special Report] 보복운전 도로 위의 헐크, ‘보복운전’
  • 이경진 기자
  • 승인 2015.09.09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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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이경진 기자]

도로 위의 헐크, ‘보복운전’


“저 사람이 절 위협해요. 무서워요”

 

최근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한 보복운전 가해자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경적 시비 끝에 상대 운전자에게 가스총을 겨누거나 차선 시비 끝에 상대 운전자를 매달고 140m를 달린 가해자에 이르기까지 충격적인 다양한 종류의 보복운전이 일어나고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연령은 30대가 가장 많았다. 폭력적인 성향을 가졌을 것으로 추정됐던 보복운전 가해자들은 의외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로드 레이지(road rage), 사회적 이슈로 떠올라

우리나라 자동차 등록 대수는 지난해 말 2천만 대를 넘어섰다. 자동차를 떼어놓고는 일생생활을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자동차는 현대인의 중요한 이동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자동차 보유율은 점점 높아지고 있으나 운전자들의 의식수준은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최근 운전 중 사소한 시비를 이유로 차량을 급정거하거나 급 차선을 변경하는 등 타인을 위협하는 보복운전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보복운전이란 도로 위에서 자동차를 이용해 상대방에게 위협을 가하거나 공포심을 느끼게 하는 행위로서, 인명사고는 물론 제2의 대형교통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매우 위험한 행위로서 엄연한 폭력행위에 해당된다. 또한, 보복운전은 로드 레이지(road rage)라고 하는데 ‘도로 위의 분노’라는 뜻으로 난폭운전을 가리키는 말로, 온순한 성격의 사람도 운전대만 잡으면 난폭해진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으며 보복운전의 유형은 다양하다. 앞서가다가 고의로 급정지하거나 뒤따라오면서 앞지르기해 앞에서 급감속·급제동해 위협하는 행위, 차선을 물고 지그재그로 가다 서다를 반복, 진로를 방해하며 위협하는 행위, 급진로 변경을 하면서 중앙선이나 갓길 쪽으로 밀어붙이는 행위 등 여러 가지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뒤에서 경적을 울렸다든가,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끼어들었다든가, 진로변경을 하고자 했는데 양보하지 않았다든가, 기분 나쁘게 쳐다봤다든가 등 아주 사소한 시비로 인해 비롯되고 있다. 대법원은 “운전을 하다보면 비 매너 운전자에 화가 나기도 하고, 또 내가 원인을 제공하기도 합니다”라며 “잠시 지나가기만 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염려가 없으니, 너무 과민하지 말고 조금 참고 넘어가며 잘못한 건 사과를 하는 운전 매너로 모두가 안전한 도로를 만들어야합니다”라고 당부했다.

 


사소한 감정 문제로 인한 ‘움직이는 흉기’로 위협

지난해 6월 준중형 외제차를 몰고 부산 방면 경부고속도로를 주행하던 김모(36)씨는 고속버스가 자신 앞으로 끼어들려 하자 속도를 내 가로막았다. 버스의 차선 변경에 불만을 품은 김씨는 버스 기사를 겁주기로 마음먹었다. 마침 추월이 여의치 않은 버스가 자신의 뒤로 차선을 바꾸자 김씨는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다. 뒤따르던 버스도 황급히 급제동을 했다. 당시 두 차는 90㎞가량의 속력으로 달리고 있어 하마터면 사고가 날 뻔한 순간이었다. 버스 운전자는 김씨를 피해 1차로로 차선을 변경했지만, 김씨 역시 곧바로 차선을 변경해 버스 앞에서 두 번 더 급제동을 했다. 버스 역시 속력을 급하게 늦추면서 승객 한 명이 버스 안에서 넘어지기도 했다. 김씨는 재판 과정에서 “운전했던 승용차는 버스보다 크기가 훨씬 작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폭처법)이 정한 '위험한 물건'에 해당하지 않습니다”라고 주장했다. 최근 보복 운전은 형법보다 무거운 폭처법을 적용해 처벌을 강화하고 있는데, 차의 크기가 작아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 28부(재판장 최창영)는 “버스가 승용차를 따라 급제동하면서 버스 운전기사 등이 살상의 위험을 느꼈기 때문에 이 사건 승용차는 위험한 물건에 해당합니다”라며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재판부는 급제동을 계속한 피고인의 운전 행위는 '협박'에 해당하며, 다수의 승객이 이용하는 버스는 급제동 과정에서 내부 승객들이 부상당할 위험이 큰 것을 강조했다.

 

 

 

 

또한, 차량 운전 중 끼어들었다는 이유로 보복 운전을 한 운전자들이 경찰에 붙잡히고 있다. 부산 사하경찰서는 지난달 보복 운전을 하고 상대방 운전자를 폭행한 혐의(폭력행위 등)로 A(54) 씨를 불구속입건했다. A씨는 “갑자기 끼어들어 놀라서 그랬다”라고 진술했다. 부산 동부경찰서도 10대가 모는 오토바이를 상대로 보복운전을 한 혐의로 C(37)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에서는 교통사범으로 보지 않고 흉기 등 폭력사범으로 보아 엄정하게 처벌하고 있습니다"라고 피력했다.

 


양보운전으로 교통선진문화에 앞장 서야 할 때

경찰에서는 도로에서 발생하는 보복운전 행위에 대해서는 흉기를 이용한 위험한 행위로 보고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등 도로 위의 무법행위에 강력히 대응하고 있다. 보복 운전은 당사자는 물론 제3자에게도 평생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 육체적 상처를 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행위로 위험성과 폐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보복운전의 폐해를 없애려면 경찰의 철저한 단속 의지와 함께 처벌강화도 필요하다. 운전자들은 무엇보다도 운전자 스스로 자신을 보호하는 운전습관은 가져야 하며, 양보와 배려운전 등 성숙한 운전문화가 요구된다. 경찰 관계자는 “자신의 순간적인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만들고 타인의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아 갈 수 있음을 항상 생각하고 고급세단 차량으로 노래를 크게 틀어 놓고 난폭운전하며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외관적으로 멋있는 사람이 되기보다는 경차를 운전하더라도 안전 운전하는 베스트 드라이버가 많아지는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라고 전했다.

 

 

 

 

경찰에서는 올해 7월 10일부터 8월 9일까지(1개월간) 특별단속 기간을 운영했으며, 누구나 보복운전의 피해를 보았다면 스마트 국민제보 앱 ‘목격자를 찾습니다’, ‘국민신문고’ 누리집(홈페이지)에 피해영상을 제보해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만약 보복운전으로 확인되면 생명을 위협하는 중대범죄로 인식, 접수 즉시 수사착수 및 신속·엄정한 수사를 하도록 방침을 세웠으며, 여러 매체에서 홍보를 통한 신고를 유도하고 있다. 사소한 시비에서 시작되는 보복운전. 내가 피해자가 될 수도, 가해자가 될 수도 있는 만큼 단속에 앞서 양보운전을 생활화한다면 교통선진문화에 하루빨리 다가갈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정리/이경진 기자

심리사회학자가 바라본 ‘보복운전’, 그 실체

최근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보복운전을 둘러싸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심이나 공공의식의 부족으로 이해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물론 이러한 평면적인 설명도 그 나름대로 타당하지만 더 입체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종합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면 사회문화적, 심리적 요인으로 나누어 살펴봐야 한다. 왜냐하면 보복운전은 도로 위에서 발생하는 심리사회문화적 행위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사회문화적 요인은 보복운전의 거시적 맥락으로 작용하고, 심리적 요인은 개인들이 그 맥락에서 보복운전을 행위로 옮기게 하는 차원이다. 사회문화적 요인은 현대 한국인들의 삶과 이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 삶을 유심히 살펴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발견된다. 그 가운데 하나가 ‘무언가 쫓기는 듯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이 또한 도로 위에서 관찰된다.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시간에 쫓기면서 빛의 속도로 도로 위를 질주하게 만들고 있는가? 그것은 ‘무한경쟁’, ‘승자독식’, ‘갑질’, ‘성과(결과)만능’ 등과 무관치 않다. 이런 차원에서 ‘승자(winner)-패자(loser)’ 구도가 한국인들의 생각과 행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사회문화적 요인 때문에, 한국인들은 삶의 현장 곳곳에서 앞으로 무조건 돌진하고 있다. 그것이 죽음을 초래할 수 있을지라도 말이다.  

 

▲정성원 소장 ((사)한국상담심리학회)

 

 

보복운전의 많은 가해자들이 회사라는 조직에 몸담고 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그 가해자들은 회사원(35.4%), 택시 등 운수업(16.4%)등으로 이들은 주로 조직에서 성공하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조건적 돌진’을 내면화했을 가능성이 많다. 도로 위에 자동차를 올리는 순간, 이들은 운전에서조차도 패자가 되지 않기 위해 무조건 돌진하게 된다. 더욱이 회사의 중하층 구성원들에게는 어렵사리 취업해 성공의 길에 들어섰는데, 이를 가로막고 있는 걸림돌은 반드시 제거해야 할 ‘적’인 것이다. 보복운전 가해자의 주 연령층이 30-40대(경찰청 자료에 의하면, 64.6%)라는 것이 흥미롭다. 더욱이 보복운전을 통해 자기 삶의 ‘잠재적 경쟁자’를 제거하려는 무의식적 본능이 표출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어렸을 때나 청소년기에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 있으면서도 건강하게 풀지 못한 개인들이그것을 떠올리게 하는 사건이 발생하면 그 스트레스를 감당하지 못한다. 더욱이 얇은 철판에 불과한 자동차 껍데기가 자신을 전적으로 확실하게 보호해줄 것이라는 미신적 믿음 아래, 보복운전으로 상대방의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를 통해 그 스트레스를 건강하지 않게 처리하려고 한다. 생물학적 나이는 어른이나, 심리적 연령은 아동기나 청소년기에 머물고 있는 가짜 어른들이 무조건적 돌진에 방해물이 나타나면 그 공격성을 건강하게 해소하지 못하고 상대방에 대한 폭력행위로 해소하려는 하나의 경향성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보복운전에서 확인되는 또 하나의 심리적 요인은 너무 강한 초자아의 존재이다. 초자아가 너무 강한 개인들은 다른 사람은 다 양심과 도덕이 죽었지만, 자신만은 이 사회에서 유일한 도덕과 윤리의 심판자라는 소명의식에 사로잡힌 사람들이다. 이들은 법 없이 살 수 있다는 주위의 평가를 늘 듣던 사람들이다. 나만 법 없이 살아서는 안 되고, 다른 사람들도 법 없이 살아야 하는데, 도로 위에서 이런 저런 이유로 법을 어기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참지 못하는 것이다. 법이 심판하기 전에 내가 먼저 처벌해야 한다는 소명의식이 작동한다. 훈수와 훈계 차원에서 보복운전을 하게 된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신호위반을 한 운전자를 대상으로 보복운전이 이에 해당된다. 이렇게 해서라도 정신을 차리게 해야 한다는, 어렸을 때 부모(특히, 아버지)로부터 받은 그 훈계와 잔소리(대부분 언어적ㆍ물리적 폭력을 수반)을 보복운전을 통해 재현하고 있다. 보복운전이라는 물리적 폭력을 통해서라도 상대방의 정신을 차리게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버지가 아이들을 대상으로 물리적 폭력을 행사할 때마다 되뇌는 소리가 ‘정신 차리게 해줄게’이다.


오늘도 도로 위에서는 상대 운전자를 적으로, 경쟁자로 여겨 무조건적 돌진을 하거나, 아니면 도덕적ㆍ윤리적 심판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보복운전을 감행하고 있다. 이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당국은 ‘법대로’를 외친다. 물론 그 효과는 있을 것이다.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사회문화적 차원에서 접근하면, 우리의 사회문화를 건강하게 바로잡는 것이다. 이것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개인의 심리적 차원에서 접근하면, 보복운전 가해자에게 ‘심리상담 명령제’를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사람들은 어렸을 때나 어른이 되어서도 심리적 상처(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치료가 필요하다. 가해자의 대부분이 회사원인 것을 고려해, 회사 차원에서도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대처 프로그램, 감정(분노)조절 프로그램이 더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해본다.

전문가 칼럼/정성원 소장((사)한국상담심리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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