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al Focus] 정치적 소비 힘세고 영리해진 소비자가 사회를 바꾼다
[Social Focus] 정치적 소비 힘세고 영리해진 소비자가 사회를 바꾼다
  • 김문정 기자
  • 승인 2015.09.08 15: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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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문정 기자]

힘세고 영리해진 소비자가 사회를 바꾼다

“내 생각은…” 소비자들이 소비를 통해 내는 목소리

한 민간연구소가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회적 책임을 잘 이행하는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겠다는 답변을 한 사람은 전체의 약 55%, 그렇지 않은 회사 제품을 구매하지 않겠다는 답변을 한 사람은 약 43%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통계는 소비자들이 소비를 함에 있어서 사회에 미칠 영향력을 계산하고 스스로의 의사표현의 수단으로 삼기 시작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위안부피해자 추모 실을 구매하는 것은 대표적이 정치적 소비의 행태 중 하나다. 


 

‘희움 팔찌’가 날개 돋친 듯 팔린 이유

향후 기업의 사회책임투자(SRI)와 소비자의 사회책임소비(SRC)라는 두 개의 명제는 신자유주의 이후의 시장경제를 이끌어가는 두 개의 핵심가치가 되었다. 이를 잘 내는 사례로는 ‘희움 팔찌’를 들 수 있다. 지난 5월, 고려대 사회공헌사업동아리 ‘인액터스(Enactus)’회원들로 구성된 ‘블루밍프로젝트’와 ‘㈔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 공동으로 만들어 출시한 브랜드 ‘희움’의 직원들은 수직 상승한 매출을 보고 어안이 벙벙해졌다. 희움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만든 압화(押花) 작품을 모티브로 팔찌, 가방 등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재능기부를 통해 제품을 제조·판매하고 여기서 얻은 수익은 전액 위안부 문제 해결활동과 위안부 역사관 설립에 쓰인다. 기업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희움 팔찌 등을 착용하면 그 모습을 본 다른 사람들에게도 메시지가 전해진다”고 말했다. 즉, 희움 제품을 들고 다니는 행위 자체가 일종의 사회운동이라는 얘기다. 위안부 할머니들께 수익금이 돌아가기도 하지만 위안부 피해자들의 인권을 회복하는 데 직접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소비에 소비자들은 열렬히 호응했다. 
 

 희움의 마케팅 담당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미국 방문(4월27일)을 기점으로 매출이 급상승했다고 밝혔다. 희움 홈페이지에는 “아베 때문에 제품을 구매했다”는 후기도 속속 올라오고 있다. 후기를 올린 한 소비자는 “아베총리가 미국방문 도중 위안부 피해자들을 가리켜 ‘인신매매 피해자’라고 부른 것을 보고 제품을 샀다”고 말했다. 또다른 네티즌도 “뉴스에서 아베 망언을 보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 팔찌를 9개 구입했다”고 말했다. 이들 소비자들은 희움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자기의견을 표현하는 ‘정치적 소비’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정치·사회 현안에 따라 기민하게 반응하는 소비자들

이렇듯 정치적 이유로 특정 기업의 제품을 의도적으로 구매하거나 구매하지 않는 소비자를 정치적 소비자라고 한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자신과 정치적으로 스펙트럼이 맞는 집단을 지지하고 그 집단의 생산품과 서비스를 소비하는 것’을 의미한다. 생활에 갇혀 직접 행동으로 나서기는 어렵지만, 어차피 해야 하는 소비를 통해 작게나마 힘을 보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적 소비는 보다 적극적으로 사회에 의견을 타진하는 소비방법이다. 양심에 따라 친환경적 또는 윤리적으로 생산된 제품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특정한 의견을 나타내고자 소비한다는 점에서 윤리적 소비와 다르다. 미체레티 스톡홀름대 교수는 그의 저서 <정치적 소비>에서 “정치적 소비는 여성인권, 소수자인권 등의 이슈를 시장에 제시하고 사회적 정의 실현을 촉진한다”고 밝혔다.

 

  유명인사들이 희움 팔찌·가방을 착용하고 이미지 개선효과를 보는 경우도 있다. 아이돌그룹 비스트의 멤버 양요섭, 에이핑크의 하영 등 연예인들이 방송에서 위안부 의식 팔찌와 클러치 가방을 하고 나온 게 화제가 되며, ‘개념돌’(개념 있는 아이돌)이라고 불리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 남경필 경기도지사도 공식석상에 위안부 의식 팔찌를 차고 나와 좋은 반응을 얻었다. 특히 이들 연예인·정치인은 사회적으로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이 같은 행보가 소비자들의 구매동참으로 이어진다고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유명 인사들이 공식적인 자리에 희움 제품을 차고 등장하면 팬덤·지지층 사이에서 공동구매 열풍이 불기도 한다”며 “한 연예인이 팔찌를 차고 나왔을 때는 홈페이지가 마비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도 선진국형 소비의 모습 띠기 시작해

2006년 소비자기본법이 개정된 이래로 소비자들은 소극적으로 보호받는 대상에서 적극적 주체로 변화하고 있다. 소비자가 가격, 하자 등에 대항하는 경제적 소비자에서 그들의 사회적·윤리적 책임을 묻고 행동과 참여가 요구되는 정치적 소비자로 진화하고 있다. 이제는 소비자가 저항자, 참여자, 시민이라는 능동적인 모습으로 스스로 '권리'를 찾고자 행동하고 참여한다. 이는 그저 기업이나 정부가 무엇인가 해주기를 기대하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정치적 또는 윤리적 가치를 표명하고 선택한다는 점에서 선진국형 소비로 간주되기도 한다.  
 

  정치적 소비자주의(Political Consumerism)로의 변환은 이미 유럽 등 선진국에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자주 언론에 노출되는 촛불시위의 모습은 우리나라 소비자사회도 정치적 소비자주의의 문턱에 들어섰다는 증거다.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본부 연구원은 “정치적 소비자주의는 경제위기에 처한 시장 환경에서 하나의 해결대안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며 “앞으로 소비자들은 불매(boycott), 적극구매(buycott), 공정거래(fair trade) 등 다양한 창발성을 보여주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조직을 퇴출할 것이다”라고 소비자의 힘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인권침해, 부당노동행위, 불법상속, 회계부정, 주가조작, 환경침해 등 사회적 가치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할 기업과 자신의 선택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소비자들의 모습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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