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을 찾아 빛을 전달하다
어둠을 찾아 빛을 전달하다
  • 고주연 기자
  • 승인 2019.08.26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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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고주연 기자]

 

어둠을 찾아 빛을 전달하다

 

사진=고주연 기자
사진=고주연 기자

 

 

 

다큐멘터리 사진가는 시대정신의 기록과 전달에 무게를 싣는 직업이다. 양종훈 교수(현 상명대학교 대학원 디지털이미지학과 교수, 사진학회 학회장, 지상군작전사령부 정책자문위원)의 카카오톡 프로필에는  ‘사진으로 세상을 바꾼다’는 간결한 포부가 적혀있다. 휴머니티의 미학을 실천하는 다큐멘터리 사진가로도 잘 알려진 양종훈 교수를 만나 그가 축적해온 사진 이야기와 철학을 들어봤다.
  
 

ⓒ양종훈 교수
ⓒ양종훈 교수

 

최근 명예해양경찰 경정으로 위촉됐다. 소감을 전한다면? 
“명예스러운 일이다. 경정은 대형함정을 책임지는 함장의 계급이라고 한다. 이처럼 막중한 책임을 가지고 역할을 수행 중에 있다. 8월 31일부터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리는 해양 경찰 사진 전시회를 진행 중이고, 현재 촬영 마무리 단계에 있다. 해양경찰 또한 육해공군처럼 국방의 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달하는 취지가 있다. 실제로 현장에서 주민들을 직접 만나면서 해경들의 노고가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있음을 알게됐다. 이에 독도를 지키는 모습, 해경 특수구조대에서 헬기로 인명 구조하는 모습, 조난선 내부에 직접 들어가는 모습 등 다양한 해경의 활약상을 담아냈다. 이어도와 NLL쪽에 있는 불법외국어선 촬영을 끝으로 마무리 할 예정이다. 이번 사진전을 시작으로 2년간의 임기 동안 해경의 국가적 역할에 있어 국민들의 올바른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기여하고자 한다.”

올 상반기 소니(SONY) 카메라 광고 모델로도 출연했다.
“아직도 기억에 많이 남는 일이다. 제주 출신이어서 바다와 배를 배경으로 촬영하고 싶다고 제안했는 데 연출 감독이 흔쾌히 수락했다. 저 하나를 중심으로 많은 인력이 이틀간 밤새면서 고생하는 걸 보며 고마웠다. 사실 촬영 당일은 날씨가 좋지 않았다. 배가 출항해야 그림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인데 어마어마한 풍랑이 있었다. 배가 나가느니 마느니 하면서 현장에서 미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파도가 잔잔하면 결과물이 재미가 반감될 것이고, 파도가 강하면 촬영 자체를 못하고. 현장 분위기로 느낄 수 있는 심리전이 있었다. 결국 임계점까지 달했을 때 배를 타고 나가 촬영했다. 다행스럽게도 만족할만한 결과를 이뤄냈다.”

 

ⓒ양종훈 교수
ⓒ양종훈 교수

 

위험을 감수해야 만족할만한 결과물이 나오는 상황이 많았는지?
“대체적으로 그렇다. 예를 들면 에이즈(AIDS)를 주제로 촬영했던 아프리카 스와질랜드에서 있었던 일이다. 질병으로 죽은 아이를 찍으면 의미있다 생각했는데 현지에서 법적으로 시체실은 비공개 지역이었다. 그래서 알음알음해서 시체실에서 사진 촬영이 가능한지 물어보게 됐다. 담당자 같은 사람이 들어가서 찍고 오라고 했다. 그런데 내가 찍는 동안 이 사람이 밖에 나가 버리면 위험하지 않나. 결국 같이 들어가서 사진을 찍게 됐고, 그래서 더 특별한 사진이 나오기도 했다. 나오면서 애초에 출입 금지구역이니 다른 사진가가 찾아오면 그 때는 법을 지키면서 살아달라고 부탁했다.(웃음)”

가장 공들여 진행했던 촬영 경험도 궁금하다. 
“아무래도 호주에서 박사 과정 논문으로 호주 원주민 사진 촬영한 게 기억난다. 당시 호주 다윈(Dawin)에 들어가야 했는데 이곳이 치외법권 지역이었다. 대책을 생각하다 별 수 없이 연출을 시도했다. 도심지에 사는 다윈 원주민의 친척들을 찾아 친해지려고 찾아다니고 그렇게 6개월간 교류했다. 결국 그쪽에서 먼저 ‘양종훈이 사진 찍으러가는 데 잘해줘라’고 전해줘서 저에게 큰 도움이 됐다. 호주 대사관에서 아직까지 제 사진을 사용하는 걸 볼 때 당시 애썼던 보람을 느낀다.”

 

ⓒ양종훈 교수
ⓒ양종훈 교수

 

 

연출의 힘을 신뢰하는 사진가
양종훈 교수의 다큐멘터리 사진은 소외 계층을 드러내 국제적인 성과를 쌓아온 것으로도 유명하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인 2003년, UN 선정 21세기 최초 독립국가인 이스티모르 구스마우 대통령과의 저녁 만찬에 참석한 그는 구스마우 대통령에게 “사진 책자를 마련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그는 1년간 이스티모르 현지에서 주민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냈다. 이듬해 양 교수는 구스마우 대통령에게 ‘God bless East-Timor’의 이름의 책자를 선물했다. 그리고 이스티모르 독립 1주년 기념식 행사에서 양종훈 교수가 담았던 이스티모르의 사진들은 독립기념관 전관 전시로 진행되면서 세간에 알려지게 된다.

세상을 바꾸는 사진을 추구하게 된 계기는?
“미국 오하이오에서 석사 과정을 진행 중에 계기가 있었다. 장애인 부부를 다룬 사진집을 기획해 제가 촬영을 하다가 즉석에서 시각 장애인 분에게 직접 촬영을 제안하게 됐다. 트라이포트 앞에 그 분을 세우고 셔터를 누르게 했는데 거기서 초점이 맞은 사진이 몇 장 있었다. 여기에서 영감을 받았다. 한국으로 돌아와 2007년 시각장애인 사진전 ‘마음으로 보는 세상’을 기획한 것을 계기로 작년까지 매년 빠짐없이 전시회를 이어오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뜻 깊게 생각하는 대외 활동이다.” 

마음으로만 보이는 장면을 담아냈던 과정도 궁금하다.
“시각장애인들과 함께 하면서 울컥한 순간이 정말 많다. 그들도 무엇을 찍고 왜 찍는지 알면서 현장을 지키는 사진가다. 보통 멘토가 밀착해 현장 상황을 계속 설명한다. 음성으로 현장상황을 상상해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직접 피사체를 만져보기도 하고 느낌과 감각에 의존하기도 한다. 그래서 ‘마음으로 보는 세상’인 것이다. 2007년을 첫 시작으로 매년 1회씩 꼭 함께했다. 올해 12월에는 12년째가 된다. 이번엔 타이틀을 ‘대한독립’으로 잡았다. 서대문 형무소도 가고, 독립문도 가고, 대한독립의 흔적을 찾아서 올 겨울 대학로에서 전시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양종훈 교수
ⓒ양종훈 교수

 

 

청년 시절의 꿈은 무엇이었는지?
“야구감독과 영화감독을 꼭 해보고 싶었다. 야구는 경기가 감독에 디렉션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영화는 감독이 연출과 편집권을 행사한다. 야구감독까진 아니더라도 영화감독은 어느 정도 생각이 있다. 영화는 어릴 때부터 좋아해서 정말 많이 봤다. 분석하고 그런 것이 아니라 쉬는 느낌으로 감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영상미학적인 관점을 기르는 데 자양분이 된 것 같다.”    

사진하기 싫었던 적이나 슬럼프가 있었다면 극복한 방법은?
“슬럼프를 겪을 만큼 멋진 일을 했다기보다는 계속 달려왔던 것 같다. 최근에는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도 든다. 사실 제가 발바닥이 좋지 못하다. 옹기도 있어서 병원 치료를 받고 있지만 이상신호를 조금씩 느끼고 있다. 그래서 요즘은 그런 불안감을 기초체력 운동으로 달래곤 한다. 돌이켜보면 과거를 돌아보고 감상에 젖거나 슬럼프에 빠져있을 시간이 없었던 것 같다. 눈앞에 보이고 있는 일이 아직 너무나도 많다. 언제나 제 마음은 청년 이다. 우리 학생들 보면서 뒤지지 않고자 노력한다. 체력 때문에 현장에 못 나가게 될 순간을 최대한 연장하고자 싶다.”

교수로서 사진을 좋아하는 학생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조언은?
“사진가는 자기 철학을 갖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내가 이 주제에 대해서 왜 사진에 담아내려고 하는지 의도가 분명해야 한다. 이 때문에 사진이 누구나 다할 수 있지만 어렵다. 저도 아직까지 어렵다. 사전에 어떤 의미를 담아야 할지 기획부터가 중요하단 얘기다. 사전 조사부터 많이 하고 스스로 구상한 바가 있어야 실제 현장에서 부딪힐 때 사진을 잘 찍을 수 있다고 조언하고 싶다. 인문학적 소양과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도 중요하다. 천재가 필요한 시대이고, 대학에서 더 많은 인재를 키워내야 하므로 저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양종훈 교수
ⓒ양종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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