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칼럼] 리더 아닌 ‘보스’가 만든 조직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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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메이커
  • 승인 2019.08.21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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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 아닌 ‘보스’가 만든 조직의 운명

리더인 척하지만 뼛속까지 보스인 스타트업 대표의 조직 박살내기

 

 

 

백세현 (주) Pygmalion Global 대표 / 피그말리온 제공

 

‘보스가 되지 말고 리더가 돼라’는 말은 무수히 들어왔다.

‘보스는 모든 것을 안다고 하지만 리더는 모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배우고자 한다. 보스는 무엇을 할 것인가를 일일이 시키는 반면 리더는 어떻게 하는 것인지 몸소 보여주고 자율에 맡긴다. 보스는 비난을 일삼지만, 리더는 조언을 주고, 보스는 자신을 존경하라고 강요하지만, 리더는 스스로 존경을 얻어낸다. 보스는 일관된 규칙이 아닌 위협과 협박으로 통치를 하지만, 리더는 인간의 친절함을 보여준다. 보스는 뒷담화나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음모론에 귀 기울이는 반면 리더는 제대로 파악할 줄 안다.’

 

이러한 주옥같은 말들을 아무리 자주 접하고 들어도 막상 회사 대표가 되고 내 조직이라는 생각이 들면 마음이 변하는가 싶다. A라는 기업이 딱 그랬다.

 

A 회사 대표가 창업하고 회사를 키워나갈 때 꽤나 멋있어 보였다. 멋있어 보였다는 것은 위에 나온 글에서 리더에 해당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따랐다. 함께 하는 직원들 고생한다고 늘 격려해주고 독려해주고 이끌어주던 푸근한 형 같은 그리고 믿음직한 오빠처럼 보였다. 훌륭한 리더십을 발휘하여 회사는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게 되었다. 카리스마라고 착각하며 독선을 부리거나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는 모습보다는 어떤 문제가 생기면 함께 해결하자면서 누가 잘못했나를 추궁하기보다는 늘 합리적인 해결 방법을 찾아가곤 했다.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사원은 회사가 조금 작고 어려워도 회사 대표를 믿고 애사심과 존경심으로 열심히 일했다. 회사가 번창하기 시작한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였다. 국내에서만 팔던 솔루션을 이제는 해외에까지 공급할 수 있게 되면서 회사는 나날이 번창했고 매출 및 순이익도 늘어갔다.

 

그런데 회사가 커가면서 다소 변화가 나타났다. 회사 대표가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변한 건지 본심이 나온 건지는 모르겠으나 회사가 기반을 잡아나가면 나갈수록 예전 리더로서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사원들을 대하는 것도 예전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달라졌다. 약 50명 남짓한 직원들을 부리면서 너무 급성장한 탓인지 자신감이 넘쳐서인지 사람 보기를 사물로 보는 것 같았다.

 

문제가 발생하면 함께 앉아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누가 저지른 것인지 잘못을 저지른 사람 색출에 더 혈안이 되고 늘 누군가를 혼내고 있다. 소리를 지르진 않지만, 대표 사무실에만 다녀오면 다들 우울해했다. 사람이 이렇게 변할 수가 있을까? 원래 그랬던 사람이 불안정한 회사 초창기에 조심하다가 이제 자리 좀 잡아나가니 본색이 나오나 싶을 정도다.

 

직원들이 제일 힘들어했던 점 몇 가지 중 가장 큰 부분이 일관성이 없는 것이었다. 도대체 왜 그리도 말을 잘 바꾸는 건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을 정도이다. 대표가 해외 출장을 갈 때마다 자주 데리고 다닌 직원에게는 어느 날 갑자기 화를 내면서 ‘너는 왜 그렇게 해외 출장을 좋아해? 사무실에 좀 붙어서 일이나 좀 해라!’라고 윽박을 질렀다고 한다. 그 직원이 해외 출장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대표가 해외 출장 때마다 데리고 다니다 보니 같이 많이 다니게 된 것이었음에도 대표는 그 사실은 다 빼고 졸지에 이 성실한 직원을 해외 출장 빙자하여 해외여행이나 좋아하는 사람 취급을 해버린 것이었다.

 

심지어 회사 웹페이지에도 변화가 느껴진다. 회사 웹페이지에는 회사가 달성한 업적이나 성과 등을 보여주기보다 대표 사진으로 도배를 해놓았다. 새로운 소식에는 늘 회사 대표가 한 것에 대해서만 다루고 회사가 성취한 것에 대해서는 찾아볼 수가 없다. 그렇게 회사는 1인 독재체제로 흘러갔고 직원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다. 무엇을 시도하든 무조건 비난받고 평가받다 보니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보다는 복지부동하기 일쑤이고 조금이라도 튀면 혼나기 때문에 최대한 회사 대표가 말하는 것에 무조건 몇 배로 찬성하고 지지를 해야 했다. 대표 마음에 안 들면 어떤 이유를 만들어서라도 직원을 그만두도록 하기 때문이다. 노이로제에 걸릴 만큼 회사 분위기가 어둡고 무거워져 가자 스트레스로 이상 행동을 보이는 직원들도 생겨났고 이로 인해 회사의 생산성은 떨어지기 시작했으며 오로지 아부를 잘하는 이들만 승진하는 기이한 현상도 벌어졌다.

 

능력 있고 일 잘해오던 직원들은 동기 유발이 안 되었고 회사의 수익도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매출도 점차 줄어들고 회사 대표와 가깝게 지내던 직원들은 회사 대표에게 직언을 할 수가 없고 맞추기만 해야 했기에 회사가 잘못된 길로 들어서고 하향세에 접어들었어도 계속 대표가 듣고 싶어 하는 말밖에는 할 수 없었다.

 

한 사람이 해내는 게 아니라 함께 이뤄나가는 거라고는 하지만 리더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특히 리더가 독주하면서 어떤 권위도 나누지 않을 경우 그 리더의 모든 결정은 곧 그 회사의 운명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만약 그 리더가 거의 완벽에 가까우리만큼 현명한 판단만 할 수 있다면 그래도 괜찮겠지만 그런 경우는 흔치 않다. 한 명의 잘못된 보스는 그 조직이 아무리 크다 할지라도 여러 가지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다. 본인의 부귀영화는 누릴 수 있을지 몰라도 조직은 조금씩 허물어져 갈 가능성이 높다. 한 사람이 모든 걸 결정하는 체제에서라면 더더욱 그렇다.

 

우리는 흔히 영웅들의 뒤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일한 이들이 있다고 강조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잘못된 이가 리더가 되어 조직을 이끌어나갈 경우 그 폐해는 어마어마하다. 아무리 훌륭한 직원들이 많고 유능한 직원들이 있다 할지라도 그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나가는 리더라면 그 조직은 이미 시한부라고 봐야 한다. 그래서 리더가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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