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 Cover Story] 한국인 최초 MLB 올스타전 선발 등판
[이슈메이커_ Cover Story] 한국인 최초 MLB 올스타전 선발 등판
  • 김갑찬 기자
  • 승인 2019.08.01 0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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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갑찬 기자]

한국인 최초 MLB 올스타전 선발 등판

부상 후유증 딛고 써 내려간 류현진의 위대한 시즌

 

 

ⓒ연합뉴스
ⓒ연합뉴스

 

2019년 7월 10일은 대한민국 야구사에 새로운 한 페이지를 장식한 날로 기억될 것이다. LA 다저스의 류현진이 2019 MLB 올스타전 선발 투수로 등판하며 박찬호, 김병헌, 추신수에 이어 한국인으로는 4번째 올스타전 출전이자 최초의 선발 출전이기 때문이다. 2006년 괴물 신인의 등장을 알리며 화려하게 프로 무대에 데뷔한 그는 이제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떨치고 있다.

 

별들의 전쟁 속 더 빛난 류현진의 첫 번째 올스타전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은 ‘미드 서머 클래식(한여름 밤의 고전)’으로 불리며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야구팬의 축제이다. 그해 MLB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 중 팬 투표와 선수 투표로 선정된 선수들만이 참석 가능한 그야말로 별들의 잔치이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 코리아 몬스터 류현진이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그의 소속팀 LA 다저스 감독이자 올해 올스타전 내셔널리그팀 감독인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올스타 출전 선수 명단이 발표된 후 류현진의 선발 등판 사실을 발표했다. 류현진의 올 시즌 활약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뛰어났지만, 별들의 전쟁 속에서도 가장 빛나는 별인 올스타전 선발 등판 여부에 대해서는 국내외 언론과 팬들 사이에서도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로버츠 감독이 전반기 마지막 등판을 앞두고 류현진의 올스타전 선발 등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내 입장에선 어렵지 않은 결정이다. 류현진은 전반기 내셔널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투수였다. 당연히 선발 투수는 그의 몫이다’라고 공언하며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는 박찬호와 김병현 등 한때 메이저리그를 주름잡던 한국인 투수들도 이루지 못한 최초의 성과이자 아시아 선수로 그 범위를 넓혀도 1995년 노모 히데오에 이어 두 번째이다. 심지어 류현진의 팀 동료이자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투수라 평가받는 클레이튼 커쇼 역시 8번의 올스타전 참가 중 선발 등판은 없었다.

 

올스타전을 앞두고 내셔널리그 선발 투수의 자격으로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류현진은 ‘지금까지 이런 인터뷰 기회가 포스트시즌을 제외하곤 없었다. 흡사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느낌이다. 특별한 경기는 항상 기분이 좋다’는 소감을 남겼다. 덧붙여 그는 ‘다른 팀 선수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이번 올스타전을 통해 모두 인사를 나누고 친해지는 기회로 삼겠다. 시즌 중임에도 이런 축제 분위가 색다른 경험이다“며 다소 흥분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내셔널리그팀 로버츠 감독 역시 선발 라인업을 발표하며 재차 류현진의 선발 등판을 알렸으며 그 의미부여 역시 잊지 않았다. 로버츠 감독은 ’한국 출신의 선수가 올스타전에 나선다. 그의 나라에서도 엄청난 일이 될 것이다. 류현진은 최근 몇 년간 부상 등의 이유로 어려운 시간을 보냈지만, 시련을 꾸준한 본보기로서 극복한 점이 자랑스럽다‘며 소속팀 제자의 활약에 덕담을 건넸다.

 

마침내 펼쳐진 2019 MLB 올스타전. 류현진이 당당히 제일 먼저 선발 마운드에 올랐다. 올스타전 첫 출전이기에 다소 경직될 수도 있었지만, 그는 가장 류현진다운 모습으로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 첫 번째 타자인 조지 스프링어에게 비록 중전 안타를 맞았지만 이후 2번 타자 르메이유는 자신의 주 무기인 체인지업으로 투수 앞 땅볼을 끌어냈다. 다음 타석에 등장한 마이크 트라웃은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슈퍼스타이자 강타자이다. 반면 그동안 정규시즌에서 류현진을 상대로 10타수 0안타를 기록했기에 올스타전에서 펼쳐지는 두 선수의 승부에 관심이 집중됐다. 결과는 역시나 컷패스트볼로 트라웃의 스윙을 유도하며 2루수 앞 땅볼로 아웃 카운트를 늘렸다. 두 선수의 상대 전적이 11타수 무안타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아메리칸리그 올스타전 4번 타자 카를로스 산타나 역시 가볍게 유격수 앞 땅볼로 처리하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류현진은 이날 경기에서 최고 구속 91마일을 기록하며 이벤트성의 경기임에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정규 시즌에서 그가 보여준 득점권 상황에서의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과 탁월한 땅볼 유도능력을 재현하며 ’류현진이 류현진 했다‘는 평가를 받기 충분했다. 비록 이날 경기가 4대3 아메리칸리그팀의 승리로 끝났지만, 류현진의 첫 번째 올스타전 등판은 성공적이었다. 경기가 끝난 후 펼쳐진 인터뷰에서 류현진은 ’세 타자로 이닝을 끝내고 싶었지만, 아쉽게 첫 타자의 빗맞은 타구가 안타가 됐다. 그래도 기분 좋게 내려왔다. 재미있게 잘 던졌다. 마운드를 내려오며 보인 미소는 1이닝을 깔끔하게 잘 마쳤다는 의미였다. 예상했던 것과 달리 경기가 시작하자 선수들이 진지하게 몰입했다. 이번이 첫 경험인데 앞으로도 자주 해봤으면 좋겠다’는 의욕을 나타냈으며 덧붙여 ‘이제 올스타전 축제는 끝났으니 다가오는 후반기도 전반기처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는 다짐과 바람도 전했다.

 

 

ⓒ김갑찬 기자
ⓒ김갑찬 기자

 

역대 한국인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도전기

한여름 밤의 고전인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의 시작은 1933년이었다. 당시 올스타전은 야구를 위한 행사가 아니었다. 모 언론사 기자의 제안으로 시카고에서 개최된 ‘세계박람회’의 부대행사의 성격으로 처음 개최된 올스타전은 메이저리그 각 팀을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가 한자리에 모여 경기를 치른다는 사실로도 많은 관심을 모았고 곧 이는 정식 연례행사가 되었다. 보통 7월 둘째 주나 셋째 주 화요일에 개최되는 전통에 따라 올해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역시 현지 시각 7월 9일 화요일에 열렸다. 선수 선발 방식은 야수의 경우 팬 투표로 결정된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래온 것은 아니다. 초창기 올스타전은 양 팀 감독이 올스타 선수를 직접 선정했고 1947년부터 팬들이 투표권을 가졌다. 이 역시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부정투표가 이어지며 올스타 멤버 9명 중 8명의 선수가 같은 팀 소속인 적도 있었다. 21세기에 접어들며 투표 방식 역시 온라인으로 변경됐지만 이마저도 조작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메이저리그 올스타 투표 방식이 현재 예선 투표와 결선 투표, 선수 투표와 사무국 지정 선수 등으로 복잡해진 이유이다. 한국 프로야구도 올해부터 올스타전 선수 선발 방식을 기존의 팬 투표에서 선수단 투표까지 더했다. 이러한 변경된 선발 방식으로 삼성의 이학주와 SK의 정의윤이 팬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하고도 선수단 투표에서 밀려 1위 자리를 경쟁 선수에게 내주고 말았다.

 

이번 MLB 올스타전에서 류현진은 선수 투표로 올스타에 선정됐다. 강력한 사이영상 경쟁자인 맥스 슈어져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포인트를 획득하며 류현진은 투수로는 세 번째 야수를 포함하면 네 번째 한국인 메이저리거 올스타 멤버가 되었다. 그렇다면 류현진 이전 한국인 메이저리거의 올스타전 경기는 어땠을까? 그 시작은 2001년 코리아 특급 박찬호였다. 시애틀의 홈구장에서 펼쳐진 당시 올스타전에서 박찬호의 첫 상대는 칼 립켄 주니어였다. 그는 메이저리그의 전설로 평가받으며 당시 은퇴를 앞두고 마지막 올스타전 참가였는데 박찬호와의 승부에서 홈런을 기록했다. 전설의 마지막 홈런에 미국 현지에서도 매년 회자되는 올스타전 명장면이 됐다. 박찬호는 홈런으로 실점 이후 이반 로드리게스와 이치로, 그리고 알렉스 로드리게스 등 당시 최고의 타자들을 처리했지만, 칼 립켄 주니어에게 내준 홈런 하나가 결승점이 되어 패전 투수가 되었다.

 

두 번째 한국인 메이저리그 올스타는 김병현의 몫이었다. 2002년 밀워키의 홈구장에서 펼쳐진 올스타전 7회 팀의 7번째 투수로 김병현이 등판했다. 당시 미국 무대에서 김병현의 마구가 워낙 뛰어났기에 올스타전에 참여하는 그의 모습 역시 관심의 집중이 됐다. 하지만 소속팀의 철벽 마무리였던 그가 이날 경기에서는 3안타 2실점을 허용하며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다. 최근 메이저리그 중계와 예능을 통해 김병현은 당시를 추억하며 ‘밀워키는 시골이라 가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이 그렇게 큰 의미 있는 경기인 줄 이번에 류현진이 선발되고 알았다’며 농담해 큰 웃음을 줬다. 한국을 대표하는 박찬호와 김병현도 올스타전에서는 유독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면 지난해 야수로는 처음 올스타 무대에 선 추신수는 2타수 1안타 1득점을 기록하며 첫 올스타전 참가치고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다.

 

 

ⓒLA DODGERS SNS
ⓒLA DODGERS SNS

 

코리안 몬스터의 기록적 시즌, 사이영상으로 이어질까

류현진이 참가한 2019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이제 축제는 끝났다. 류현진에게는 사실 올스타전보다 남아있는 후반기 시즌이 더 중요하다. 2006년 한국 프로야구 데뷔 이후 괴물이라 불리며 적수가 없었던 그에게 어쩌면 메이저리그 진출은 당연해 보였다. 포스팅시스템으로 해외 진출이 가능한 한국 무대에서의 7년이 지나자 2013년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진출에 도전했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2,500만 달러가 넘는 포스팅 금액과 6년간 3,600만 달러라는 높은 금액으로 LA다저스와의 계약을 맺은 류현진은 첫해부터 14승을 기록하며 코리아 몬스터의 성공적 메이저리그 안착을 알렸다. 2년 연속 14승을 기록한 류현진에게 2015년 시즌은 기억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투수에게는 사망 선고나 다름없는 어깨 와순 수술을 받게 되었고 다시 메이저리그 무대에 설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메이저리그에 복귀했지만 예전의 강력한 구위를 선보이지 못했다. FA를 앞둔 지난해 역시 수술 이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음에도 오랜 시간 부상자 명단에 오르며 FA 계약에 먹구름이 찾아왔다. 시즌 후 류현진은 FA 계약 대신 원소속팀인 LA 다저스의 퀄리파잉 오퍼(자유계약선수에게 구단이 제시하는 1년 계약)를 받아들였다.

 

반전의 드라마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계약 당시 200억 원에 달하는 퀄리파잉 비용이 류현진의 몸 상태를 고려하면 오버페이라는 현지 언론의 혹평가 이어졌다. 하지만 올 시즌에 들어서자 류현진은 데뷔 후 최고의 활약을 넘어 현존하는 메이저리거 투수 중 올 시즌 가장 좋은 기록과 구위로 모두의 부정적 평가를 잠재웠다. 올 시즌 류현진이 보여준 퍼포먼스는 실로 놀랍다. 개막전 선발로 나설 당시만 해도 팀 동료들의 부상이 이어졌기에 평가 절하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후 3달이 지나고 전반기를 마무리한 이 시점에서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화려한 성적을 거뒀다. 특히 5월에는 평균자책점 0.59라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이달의 투수상을 받았다. 덧붙여 32이닝 무실점 기록과 15경기 연속 2실점 이하 1볼넷 이하 경기를 이어가자 현지 언론에서는 연이어 메이저리그 전설들을 소환하며 그들과 류현진을 비교하는 리포트를 쏟아냈다. 전반기를 마무리한 현재 그의 기록은 17경기 선발 등판해 109이닝을 던져 10승 2패를 기록했으며 평균자책점은 1.73으로 메이저리그 전체 1위를 기록 중이다. 다소 섣부른 판단일 수도 있지만, 20승은 물론 사이영상 수상도 이제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현지에서도 연일 류현진과 맥스 슈어져와 비교하며 사이영상 레이스 주도하고 있다. 만약 류현진이 사이영상을 받게 된다면 이는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의 기록이 된다. 대한민국 야구사뿐 아니라 메이저리그 역사에서도 기념비적인 사건이 될 것이 분명하다. 초대형 FA 계약은 보너스일 뿐이다. 대한민국의 자랑이었던 그가 미국 진출 후 부상이 이어지고 저조한 성적을 거두자 게으른 천재라는 팬들의 비난이 이어졌다. 이역만리 타국에서 몸과 마음의 상처를 딛고 오롯이 실력으로 비난을 잠재웠으며 타고난 천재가 노력하는 천재가 되자 한국을 넘어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특급 선수로 성장한다는 것을 증명한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 남은 후반기도 전반기 못지않은 뛰어난 경기력으로 아시아 선수 최초 사이영상을 거머쥐는 것은 물론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끼는 그의 모습을 대한민국 야구팬 모두는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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