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ety Issue]보육교사 아동학대,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Society Issue]보육교사 아동학대,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 김남근 기자
  • 승인 2015.07.13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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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보육교사 아동학대,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 통한 양질의 보육 환경 제공 필요


 


인천 어린이집 폭행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사건이다. 네 살짜리 아이가 나가떨어지도록 얼굴을 내려치는 보육교사의 행태도 충격이었지만, 그 아이가 폭행을 당한 뒤 한 행동은 더 기가 막혔다. 울거나 멍해 있는 게 아니라 곧바로 일어나 바닥에 떨어진 김치를 주워 담았다. 아이가 폭력에 길들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과 공포를 자아냈다. 이렇듯 최근 들어 어린이집 아동 폭행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 5년간 어린이집 아동학대는 754건이나 됐고, 증가 속도도 가파르다. 2012년 135건에서 2013년에는 232건으로 늘어났다. 2012년 무상보육이 확대되면서 보육시장이 확 늘어난 반면 인프라와 질적 서비스는 못 따라가기 때문이다. 양적 성장에 치중하느라 질적 수준은 오히려 퇴보하는 전형적인 한국형 병폐가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이 낳은 ‘아동학대’

  아동보육법 제3조7항은 아동 학대를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 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신체적인 폭력뿐 아니라 정서적인 괴롭힘, 방치까지 아우르는 굉장히 포괄적인 개념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인천 킨젤스 학대 교사 양모 씨를 비롯해 상당수의 아동 학대 교사들은 아이를 학대해놓고 ‘훈육 차원이었다’고 해명했다. 2008년 영하 날씨에 5세 아동을 발가벗겨 야외에 세워둔 보육 교사는 ‘아이를 바르게 키우려고 그랬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아동 학대가 끊이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교사들이 평소에 ‘아동 학대’에 대한 개념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보육 교사들은 3년에 한 번씩 의무적으로 20과목을 40시간 동안 들어야 하는 직무연수를 받아야 하는데, 이 과목 중 아동 학대에 대한 수업은 2시간짜리 단 한 과목뿐이다.
 

  이에 장화정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은 “보육 교사 스스로 아동 학대에 늘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는 여러 가지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교사들이 정기적으로 받는 보수 교육에 아동 학대 예방과 아동의 발달 및 심리에 대한 내용을 보강하고, 어린이집 원장과 보육교사 윤리 강령에도 아동 학대와 아동 인권에 대한 부분을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은 “인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의 배경에는 무상보육으로 수요가 폭증했지만 다른 조건은 맞지 않는 구조적 요인이 있다”며 “엄마의 취업 여부와 소득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똑같이 지원하는 나라는 한국 빼고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지적하며 어린이집 아동학대에 대한 날 선 비판을 가했다.

 

뒤늦은 대책수립, 실질적인 대책 마련은 언제쯤

  이뿐만 아니라 자격증 취득 과정 역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어린이 학대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킨 인천 킨젤스 어린이집의 교사 양모 씨는 1급 보육교사 자격증 소지자였다. 그는 어떤 과정을 거쳐 보육교사 1급 자격증을 딸 수 있었을까. 그는 사이버 대학에서 2급 보육교사 자격증을 딴 뒤 3년 현장 경험을 인정받아 1급으로 승격했다.
 

  한 대학의 보육교사교육원 관계자는 “보육교사 이수에 필요한 17개 과목과 교양·일반 10개 과목을 인터넷 강좌로 이수하면 전문대 졸업학사와 보육교사 2급 자격증을 동시에 취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보육교사교육원들은 ‘자격증 취득하면 덤으로 대학 졸업장’, ‘시험 없이 이수만으로 취득 가능한 자격증’이라는 광고로 수강생들을 모은다고 한다. 실로 말문이 막히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이에 전국 곳곳에서 일어나는 어린이집 아동학대와 관련되어 정부와 공공기관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육진흥원은 새로운 평가인증제를 수립하고 올 상반기 시범사업을 할 예정이다. 새 인증제에는 아동학대 예방에 대한 지표가 추가됐다. ‘어린이집 체벌 금지’, ‘영유아 학대 예방 교육 의무 실시’ 등이다. 이로써 기존 평가 항목 70개는 300여 개로 세분화됐다. 
 

  보육교사 자격제도도 개편하기로 했다. 지난 한 해만 7,800여 명이 배출된 3급 보육교사의 배출을 제한하고, 보육 실습 이수 시간을 확대하며, 자격증 취득 전 보육교사로서의 인성·적성을 검사하는 시스템도 도입할 예정이다.

  더불어 아동 학대를 감시하는 CCTV도 늘릴 방침이다. 현재 CCTV가 설치된 어린이집은 전국 어린이집의 약 21%인 9,081곳이다. 먼저 정부와 새누리당은 A 어린이집 사건 직후 모든 어린이집의 CCTV 설치 의무화 방안을 확정했고, 처음에는 이에 부정적이던 새정치민주연합도 1월 22일 공식 찬성하는 당론을 밝혔다. 그러나 CCTV 설치 역시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가 될 것이란 지적도 있다. 어린이집의 한 관계자는 “CCTV가 없는 곳에서 학대가 지속되거나, 폭력이 일어난 후 CCTV로 적발하는 일이 되풀이될 것”이라고 말했다. 폭행이 일어난 A 어린이집에도 CCTV가 있었다.
 

  이에 보육업계는 정부 방침이 ‘언 발에 오줌 누기’라고 강하게 비판한다. 보육업계의 한 관계자는 “개편된 평가인증제의 경우 현재 70개 항목을 하루 만에 검사하기도 어려운데 300개를 처리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보육교사 자격을 높이면 임금도 오를 수밖에 없는데, 현재 정부의 한정된 예산 지원을 받는 국공립어린이집이나 영리 기관인 민간어린이집은 수준 높은 교사의 임금 수요를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보다 실질적인 대책 방안이 시급한 것이다.

 

 


보육교사의 열약한 근무조건, 풀어야 할 숙제 


  경기도의 한 민간 어린이집 5년 차 교사 이모 씨는 10년 전에 같은 지역의 사립 유치원에서 5년간 근무했다. 그는 “그땐 월 200만 원 이상을 받으며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보육 업무를 했고, 나머지 2~3시간은 학부모 상담이나 서류 업무를 했다”면서 “전에 다닌 유치원은 연령별로 종일반 교사도 1명씩 있어 보육 여건이 좋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린이집 교사가 된 뒤로는 매일 오전 7시 30분에 출근해 오후 9시가 넘어야 퇴근했다고 전한다. 애들을 돌본 다음에도 구청에서 요구하는 각종 자료를 작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월 160만 원(월급 130만 원, 정부 지원금 30만 원)을 받는다. 그는 요즘 어린이집 교사로 들어온 것을 후회하고 있다.
 

  이처럼 어린이집 교사의 수준을 높이려면, 우선 이들의 처우와 근무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린이집 교사는 평균 10~12시간을 근무한다. 유치원 담임교사는 보통 오전 8시 30분에 출근해 오후 5시까지 근무하고 서류 업무도 어린이집 교사보다 적다. 또한, 보육 교사의 낮은 임금도 문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민간 어린이집 교사의 평균 월급은 122만 원, 국공립 어린이집은 163만 원이다. 초임 민간 어린이집 교사 월급은 109만 원 선이다. 수당은 정부에서 주는 근무 환경 개선비(만 0~2세반 교사 월 17만 원, 만 3~5세반 교사 월 30만 원)가 전부다.
 

  이렇듯 아이들을 일선에서 돌보는 보육교사들의 하루 근무시간은 평균 9시간 정도이지만 그에 비례해 복지나 수당 등의 처우는 열악하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는 당장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만, 교사들에 대한 감사와 수고의 말 한마디는 사명감과 자부심으로 아이들을 돌보는 교사들의 사기를 높일 수 있는 한 방법이다.

 

원점으로 돌아간 문제, 해답은 현실에 있다

  실제로 모든 어린이집이 아동학대와 같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린이집 사건이 터질 때마다 잘 운영되던 일반 어린이집 또한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부산 해운대구에서 가정식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김모 원장은 “어린이집 사건이 이슈로 떠오를 때마다 잘 운영되던 어린이집들도 큰 타격을 받는다”라며 “보건복지부의 평가인증 이후 상당수의 어린이집들이 환경이나 안전성 부문에서 개선됐다. 특히, 이번 인천 어린이집 사건과 같은 개인의 인성 문제로 불거진 사건을 전체로 몰아가는 것은 불필요한 불안감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는 교사들의 사기 저하에도 영향을 미친다. “마치 죄인이라도 된 듯 감시의 눈초리로 바라볼수록 보육교사들은 위축됩니다. 사실 사명감을 가지고 아이들을 돌보는 교사들이 더 많거든요. 자부심을 가져야 할 선생님들이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보육교사라고 말하기가 부끄럽다며 힘들어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라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한 김 원장은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부모들이 보육교사와 신뢰를 쌓아가는 것도 (이 같은 폐해를 막는 데)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하루에 많게는 10시간이 넘도록 아이들을 돌보는 보육교사. 고된 노동에 피로가 쌓이면, 주의력이나 판단력이 흐려질 수 있기 마련이다. 여기에 교사의 사기마저 저하되면 결국 보육의 질에도 영향을 미치므로 보육교사에게 동기부여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대전의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10시간이 넘는 보육시간 동안 아이들을 돌보는 일이 쉽지는 않아요. 하지만 순수한 아이들과 함께하는 즐거움으로 그날 피로를 잊기도 하죠. 특히 학부모님들이 교사와 공감해주고 어려움을 알아주실 때 힘을 얻어요”라고 전했다.
 

  학부모는 아이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교사가 해주길 바라고, 교사는 넘치는 노동량을 감당하지 못해 발생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보육현장의 현실. 아이에게 보다 좋은 환경이 어떤 것인지를 진정성 있게 고민해야만 교사의 근무 여건은 물론 아이들이 질 좋고 행복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장차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아이들에게 좀 더 현실적인, 실질적으로 필요한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한 대한민국의 올바른 선택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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