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세계 외교의 새로운 장외 전쟁터
[이슈메이커] 세계 외교의 새로운 장외 전쟁터
  • 손보승 기자
  • 승인 2019.07.24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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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세계 외교의 새로운 장외 전쟁터

일방적 소통의 장으로 변질될 가능성은 우려

 

 

ⓒPixabay
ⓒPixabay

 

지난 6월 29일 오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일본 오사카에서 G20 정상회담을 준비하며 트위터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을 포함해 아주 중요한 몇몇 회담을 한 뒤 나는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으로 떠날 것이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 트위터를 본다면, 나는 그를 국경(Border)에서 만나 악수하고, 인사(say Hello)를 하고 싶다”는 글을 올렸다. 트럼프의 몇 줄짜리 단문은 곧바로 전 세계에 퍼졌고 여론의 관심이 한반도로 향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다음날 오후 판문점에서 만나 역사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북미 정상회동 성사시킨 트럼프의 ‘트윗’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북미 정상회담을 트위터를 통해 제안하고 성사시킨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 정치인 가운데 트위터를 가장 많이 활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스스로 본인을 ‘140자의 헤밍웨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플랫폼에 대한 그의 무한한 신뢰와 애정을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 때문에 각종 미디어들은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계정을 팔로우하며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데 공을 들인다. 자연스레 그는 현직 세계 정치인 가운데 가장 많은 트위터 팔로워 수를 자랑한다. 7월 초까지 6,000만 명이 넘는 수치로 2위인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보다 약 1,300만 명 정도가 많다.

 

이처럼 국제사회에서 트위터는 외교적 메시지 전달 도구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트위터(Tweeter)와 외교(Diplomacy)를 합성한 ‘트위플로머시’(Twiplomacy)라는 신조어도 함께 탄생하기에 이르렀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 공공외교센터가 발행하는 ‘트위플로머시 연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는 평균 2만 번 이상 리트윗된다. 점점 이를 활용한 정치적 영향력이 늘어나자 세계적으로 트위터를 통해 외교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국가도 늘어나고 있다. USC 분석을 보면 유엔 193개 회원국 중 정부의 공식 트위터 계정이 있는 국가는 97%에 이른다.

 

일종의 ‘원조’이자 선두 주자는 2007년 트위터 계정을 만든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다. 세계 정상 중 처음으로 공식 트위터 계정을 만들었던 오바마 전 대통령은 각종 현안 문제에 대해 국민과의 소통의 창구로 자주 활용했다. 현재 그의 팔로워는 무려 1억여 명이 넘는다.

 

외교무대의 새로운 감초

이번 북미 정상회동 성사는 ‘트위플로머시’의 장점이 발휘된 결과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존의 외교 문법에서 생각하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파격적인 제안과 (김정은 위원장의) 과감한 호응은 상식을 뛰어넘는 놀라운 상상력의 산물이었다”고 평가했다.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스쿨 벨퍼국제문제연구소는 ‘트위터 외교’라는 보고서를 통해 트위터가 외교 소통의 장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를 ‘광범위한 접근성’과 ‘메시지 통제 가능성’, 그리고 ‘네트워크 효과’ 세 가지로 압축했다. 한 마디로 정치 지도자가 대중에게 직접 자신의 생각과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의 외교 정책 결정 과정을 모두 생략하고, 언론의 해석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문장에 담긴 의미와 메시지 강도 등을 통제할 수도 있다. 정보가 대폭 공개되기 때문에 밀실 외교의 가능성을 낮춰준다는 장점도 있다. 이를 통해 대중들도 외교적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즉각적으로 알 수 있어 투명하게 상황을 전달받을 수 있다.

 

정치적으로 트위터의 힘이 커지다 보니 새롭게 선출된 정치지도자가 전임자에게서 트위터 계정을 물려받기도 한다. 이미 확보된 수많은 팔로워들이 중요한 정치적 자산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는 2016년 7월 취임한 뒤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가 쓰던 계정을 물려받아 프로필 사진만 바꿔 사용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올린 트윗 하나는 전 세계를 뒤흔들며 역사적인 판문점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파급을 일으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올린 트윗 하나는 전 세계를 뒤흔들며 역사적인 판문점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파급을 일으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SNS의 특성으로 인한 부작용 경계해야

트위플로머시는 SNS가 가지는 공개성으로 인해 치명적 단점도 갖고 있다. 잘못되거나 오해가 될 만한 메시지가 공개되었을 때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시리아 철군’ 사건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트위터에 “우리는 이슬람국가(IS)와 벌인 전쟁에서 승리했다. 시리아에 주둔한 미군 2천 명은 철수해야 한다”고 말하는 영상을 업로드했다. 하지만 정부 내에서 조율되지 않은 문제를 이른 시기에 공개했다는 비판 속에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강하게 반발하며 사표를 낸 바 있다.

 

일방적인 소통의 장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우려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자신의 견해에 반대하는 사용자를 차단했는데, 이에 뉴욕 지방 법원이 그의 개인 계정을 대통령의 공식 계정으로 간주하고 ‘공개적인 토론의 장에 접속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미국 수정헌법 1조 위반이라는 판결을 내린적도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신중하게 다뤄져야 할 외교 사안을 가볍게 다루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일부 정치인들이 공과 사의 경계를 거침없이 넘나드는 모습도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SNS 가이드라인을 만들거나 그럼에도 이번 북미 회담을 기점으로 한국 사회에서도 트위플로머시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 온 것은 분명해 보인다. 여기서 수용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트위터를 통한 정치 메시지 전달이 공식 입장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고 사실 여부를 정확히 확인하는 노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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