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되살아난 비핵화 불씨, 새로운 돌파구 찾을까
[이슈메이커] 되살아난 비핵화 불씨, 새로운 돌파구 찾을까
  • 손보승 기자
  • 승인 2019.07.15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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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되살아난 비핵화 불씨, 새로운 돌파구 찾을까

‘비핵화’ 정의와 방법 둘러싼 견해차는 여전

 

 

ⓒ백악관
ⓒ백악관

 

지난 6월30일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북·미 정상이 역사적 회동을 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판문점 군사분계선 위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 북측 지역까지 걸어갔다. 이를 통해 그는 1953년 정전협정 이후 북한 영토에 발을 내디딘 최초의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 이름을 남기게 되었다. 두 사람은 다시 남측으로 돌아와 문재인 대통령과 조우한 뒤, 자유의 집으로 이동해 약 50여 분간 단독 회담을 가졌다.

 

트럼프의 ‘깜짝 이벤트’로 실현된 남·북·미 정상 조우

이번 ‘깜짝’ 회동의 발단은 다름 아닌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메시지였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이 진행되던 일본 오사카에서 29일 오전 트위터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을 포함해 아주 중요한 몇몇 회담을 한 뒤 나는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으로 떠날 것이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 트위터를 본다면, 나는 그를 국경(Border)에서 만나 악수하고, 인사(say Hello)를 하고 싶다”는 글을 올렸다. 몇 줄짜리 단문은 곧바로 전 세계에 퍼지며 순식간에 여론의 관심은 한반도로 향했다.

 

그리고 다음날 오후 남·북·미 정상이 함께 만나는 역사적인 장면이 연출되었다. ‘깜짝 제안’부터 회동까지 불과 30여 시간 만에 모든 것이 이뤄진 것이다. 정상간 만남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를 위해서도 의미 있는 날이다.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북한에도 위대한 날이다”고 평가했다. 김정은 위원장도 “나쁜 과거를 연상케 하게 되는 이런 자리에서 오랜 적대적 관계였던 우리 두 나라가 평화의 악수를 한 것 자체가 어제와 달라진 오늘을 표현하는 것이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남·북에 이어 북·미간에도 문서상의 서명은 아니지만 사실상의 행동으로 적대관계의 종식과 새로운 평화시대의 본격적인 시작을 선언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며 “앞으로 이어질 북미 대화에서 늘 그 사실을 상기하고 의미를 되새기면서 대화 토대로 삼는다면 반드시 훌륭한 결실을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신의 반응도 뜨거웠다. 미국 CNN은 ‘역사적인 순간이자 엄청난 진전’으로 표현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서로 따뜻하게 맞아주며 이 순간을 즐기고 있는 모습을 보아 양국의 관계는 이제 확실히 정상 궤도로 돌아온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고, 중국 관영 CCTV는 “판문점 정상회담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 의지가 맞아떨어져 성사됐다면서 앞으로도 대화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역시 또 “적대와 대결의 산물인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에서 북·남조선과 미국의 최고수뇌들이 분단의 선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만나는 역사적인 장면은 전세계를 커다란 충격에 휩싸이게 하였으며 오랜 세월 불신과 오해, 갈등과 반목의 역사를 간직한 판문점에서 화해와 평화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었음을 보여주었다”고 부각했다.

 

이번 북·미 정상간 단독 만남을 통해 지난 2월말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교착상태에 빠졌던 양측 대화의 물꼬도 다시 틀 수 있게 되었다. 북·미 회동 이후 양국은 실무 접촉을 재개키로 합의했고, 핵심 쟁점에 다가가려는 노력도 감지되고 있다. 협상라인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북미 판문점 회담 이후 “우리의 북측 카운터파트는 외무성이 될 것”이라고 북한의 협상라인 교체를 확인했다. 이에 따라 기존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대신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북측 협상팀을 총괄할 것으로 관측된다.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남과 북, 그리고 미국정상이 함께 조우하는 세기의 이벤트가 연출되며 비핵화 협상의 새 물꼬가 트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백악관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남과 북, 그리고 미국정상이 함께 조우하는 세기의 이벤트가 연출되며 비핵화 협상의 새 물꼬가 트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백악관

 

‘핵동결’ 통한 스몰딜 징후, 중간단계 합의 가능성?

전문가들은 이번 판문점 회동의 성사 배경에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분석한다. 공화당 후보로 차기 대선 재선 도전을 천명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문제의 주도권이 자신에게 있음을 다시 각인시키면서 외교적 성과를 선거 국면의 호재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 회동 이후 바이든 전 부통령이 몸담았던 오바마 행정부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해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했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북한 문제를 자신의 치적으로 내세우는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 재임기간에는 북한이 핵실험을 했고, 미사일을 쏘아 보냈다. 지금은 모든 것이 좋고 조용하다”면서 대북 성과를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 역시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내 선거를 위해서도 한반도에서 성과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작용한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로 인해 비핵화 협상에 ‘핵동결(nuclear freeze)’ 카드가 부상할 수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이번 판문점 회동이 있기 몇 주 전부터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는 새로운 협상판을 짜기 위한 ‘진짜 아이디어’가 구체화돼 왔다”며 “이것이 핵동결, 즉 현 상태를 유지하면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방안”이라고 전했다. 더불어 이는 내년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와 맞물려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대북관계 성과를 지렛대 삼아 선거에서 승리하겠다는 것이다. 해당 보도 이후 미국 측 실무협상 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완전한 추측’이라며 “현재로선 어떠한 새로운 제안도 할 준비가 안 됐다”고 반박했고, 미국 국무부 역시 모건 오테이거스 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사안을 평화적으로, 외교를 통해 푸는 데 계속 전념하고 있고 이것이 우리의 목표”라면서 “아무것도 바뀐 것은 없고 우리는 분명히 WMD(대량살상무기)의 완전한 제거를 원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동결은 절대 과정의 해결이나 끝이 될 수 없다”며 “어떤 행정부도 동결을 최종목표로 잡은 적이 없다. 이는 과정의 시작”이라고 전했다.

 

오테이거스 대변인의 발언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의구심을 불식시키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됨과 동시에 북한과의 실무협상 재개를 앞두고 그리는 비핵화 밑그림이 구체화되는 것으로 여겨져 주목된다. 양측이 여전히 한반도 비핵화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할 것인지 공통된 정의에 합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이 여전히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를 원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원하는 어떤 약어를 써도 된다. 나는 약어를 쓰려고 하면 발음이 잘 되지 않아서 그저 WMD의 완전한 제거라고 말하겠다”고 했다.

 

 

즉흥적이고 예측불허의 승부사인 북·미 정상의 ‘톱다운 케미’는 교착상태에 빠져있던 양국의 실무진 대화에 청신호를 밝혔다. ⓒ백악관
즉흥적이고 예측불허의 승부사인 북·미 정상의 ‘톱다운 케미’는 교착상태에 빠져있던 양국의 실무진 대화에 청신호를 밝혔다. ⓒ백악관

 

‘협상의 촉진자’, 문재인 대통령 역할도 주목

우리 외교당국 역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핵동결론’이 본격적으로 제기되자 적극적으로 여론 환기에 나서는 분위기다. 북·미 협상과 관련된 핵심 개념에 대한 정리의 선행이 우선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교통정리에 나서겠다는 방침인 것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7월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미국이 말하는 (핵동결이란) 완전한 핵 폐기로 가는 단계의 동결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주장처럼 ‘핵동결’은 전체 비핵화 로드맵의 한 과정일 뿐이며 최종 목표가 아니라는 정리를 통해 일각의 오해를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지난해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비핵화의 개념’에 대해 “추가적인 핵실험과 핵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는 것에서 시작해서 핵 생산 시설과 미사일 시설을 폐기하는 것은 물론 현존하는 핵무기와 핵 물질들을 전부 없애겠다는 것이다”고 설명한 바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협상이 재개된 후 상징적 평가 이외에 가시적인 결과물이 도출되느냐이다. 지난 두 차례의 회담에서 북·미 양국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만큼, 이번 판문점 회동을 발판삼아 비핵화 문제에 대해 양측이 다시 새로운 마음을 갖고 출발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 때문이다. 실제 양 정상은 서로를 워싱턴과 평양으로 초청하기도 했는데, 이와 같은 ‘톱다운 케미’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실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하거나 김정은 위원장이 백악관과 UN을 찾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비핵화 협상의 촉진자로서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가 어떤 모습을 띄게 될 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기본적으로는 실무협상 지원에 집중하면서도, 북한과 미국과는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인 비핵화 협상에 돌입되고, 북한의 실직적인 비핵화 조치와 이에 상응하는 국제사회의 제재 완화와 병행될 경우, 4차 남북 정상회담은 물론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판문점 남·북·미 회동을 통해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사이의 신뢰가 재차 확인됐기 때문이다. 실제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을 마치고 군사분계선에서 문 대통령의 손을 꼭 잡고서 고맙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상 최초의 파격적인 만남은 많은 화제와 기대를 자아내기에 충분한 세기의 이벤트였다. 하지만 여전히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의 길을 멀고도 험하다. 확실한 결과물을 바라는 국내외 여론의 압박이 커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이번에도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않는다면 누군가의 평가처럼 ‘리얼리티 쇼’에 그칠 수도 있다. 북한의 비핵화의 미국의 상응조치,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 정부가 수행할 역할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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