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타임푸어족 시간 빈곤에 빠진 현대인들
[Inside]타임푸어족 시간 빈곤에 빠진 현대인들
  • 이경진 기자
  • 승인 2015.06.09 1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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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이경진 기자]



 

시간 빈곤에 빠진 현대인들


천천히 주변을 돌아보며,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할 때

 

 

 


타임푸어(Time Poor)는 일에 쫓겨 자유시간이 없는 상황을 뜻한다. 타임푸어족은 특수한 상황이 아닌데도 잠과 식사 등 인간의 기본 욕구에 드는 시간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빠진 사람들을 말한다. 최근 현대인들은 육아를 하는 사람, 은퇴 후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 모두 자신만의 ‘바쁨’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에 일과 현대 문명에서 벗어나 생각할 시간을 갖으며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삶을 추구하고 있다. 

 




 

언제부터 우리는 바빴는가?

  현대인들은 ‘시간 없다’는 말을 당연하게 사용하고 있으며 바쁜 생활 속에서 조금이라도 여유가 생기면 괴로워하는 이중적인 태도까지 보이고 있다. 오늘날만큼 인간이 수많은 자극에 노출되어 살았던 적은 없다. 때문에 요즘 현대인들은 과거의 사람보다 현실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대처할 능력이 필요하다. 한 조사에 따르면 ‘빨리빨리’를 외치며 살아가는 우리나라 근로자의 42%가 시간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이처럼 현대인들은 소득이나 지위가 아무리 높아도 자신과 가정을 돌볼 시간이 부족하여 시간적으로 가난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현대 사회는 시간 엄수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이 같은 현상이 더욱 가속화 되고 있고, 현대인들은 ‘시간병’에 걸린 환자처럼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빠름은 우리 민족이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던 본래 모습은 아니었다. 연암 박지원은 ‘양반전’에서 느릿느릿 걷는 것이 양반이라고 했을 정도로 당시 지배층의 모습은 ‘여유로움’ 이였다. 심지어 독립신문은 지금부터 108년 전인 1898년 3월 3일자 사설에서 ‘조선인의 90%가 일 안 하고 빈둥거리고 있다’고 개탄했다. 1894년 조선을 방문한 영국의 지리학자 이사벨라 버드 비숍 여사는 ‘한국과 그 이웃나라들’이라는 책에서 조선인의 모습을 가난과 나태와 우울함으로 묘사했다. 

 

빨리 움직인다고 행복이 빨리 오는 것은 아니다

  최근 현대인들은 텔레비전을 통해 1시간에 1000개가 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세계 반대편에 있는 사람에게 항상 연락을 취할 수 있으며 인터넷으로 쇼핑과 예약을 할 수 있다. 스마트폰만 손에 쥐고 있으면 모든지 바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학자들은 이렇게 빠르고 신속하게 모든지 이룰 수 있는 사회를 ‘이벤트 사회’라고 칭한다. 이벤트 사회는 감각적 자극이 넘치지만 그것을 향유할 시간은 부족한 것을 뜻하며 변화의 속도는 인간의 두뇌를 넘어서고 있다.
 

  또한, 현대인들은 ‘번 아웃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 번 아웃 증후군은 바쁘지 않으면 불안하고 무언가 계속 하고는 있었지만 아무것도 집중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현대인들은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고, 모두 멈추는 시간(멍 때리는 시간)을 두려워하고 있다. 작년 10월, 이 같은 현대인들의 마음을 치유해주기 위해 ‘모여 멍 때리기 대회’가 열렸다. 다 같이 모여서 멍을 때리면 서로 위안이 될 것이고, 가치가 없다고 치부되는 멍 때리기에 가치를 부여해 ‘대회’ 형태로 만든 것이다. 이를 통해 평일 도심의 한복판에 바쁜 도시인들 사이로 멍 때리는 집단이 시각적 대비를 이뤄냈다. 죽어라 달렸지만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멍 때리는 시간, 즉 가만히 마음의 여유를 즐기는 시간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영화문학평론가 강유정은 “사람들에게 이동의 편리함을 제공하는 KTX 역시 사람들에게 더 많은 일을 제공하는 발명품입니다”라고 말하며 바쁜 현대인의 삶에 공감했다. 

 

 

 

 

이제, 대세는 '슬로우'

 최근 방송 트렌드는 ‘느림’으로 정의할 수 있는 느긋하고 편안한 방송들이다. ‘삼시세끼’를 비롯해 KBS2의 ‘용감한 가족, 채널A의 ’잘살아보세‘처럼 일상생활 자체를 보여주는 프로그램들이 느림의 미학을 대변하고 있다. 농어촌을 배경으로 출연자들이 손수 채소를 가꾸고 수확하고, 또 채취한 식재료로 하루 세끼를 해결하는 것이 전부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프로그램에 열광하고 있다. 시청자들은 이런 프로그램들을 통해 느리고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일상을 꿈꾼다. 
 

  ‘느림’은 문화, 일, 자연, 우리 자신의 심신, 의미 있는 관계를 형성할 시간과 평온함을 회복하는 것이며 천천히 여유 있게 일을 할 때 더 큰 감각적 쾌락을 누릴 수 있다. 2000년 전 플라톤은 여가의 최고 형태를 고요 속에서 세계에 마음을 여는 것이라고 믿었다. 또한,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체코 출신의 저자 밀란 쿤데라는 소설을 통해 느리고 한가로운 관조와 여유가 사라져버린 오늘날의 현실을 가벼우면서도 철학적 깊이가 있는 유머로 날카롭게 지적했다. 쿤데라는 “느림의 한가로운 즐거움은 게으른 빈둥거림과 다르며, 그것은 마치 신의 창(窓)들을 관조하는 행복입니다”라고 말했다. 작품 속에서 쿤데라는 오토바이 폭주족을 통해 ‘속도’라는 엑스터시에 취해 과거도 미래도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는 헛된 현대인들의 삶을 비유하며 오늘날과 같은 속도중심주의에 대한 탄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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