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서울이 잠식해버린 대한민국
[Zoom In] 서울이 잠식해버린 대한민국
  • 김문정 기자
  • 승인 2015.05.18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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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문정 기자]



서울이 잠식해버린 대한민국


국가 인프라의 수도권 편중, 이대로는 괜찮은가






서울공화국이란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 걸쳐 대부분의 역량이 서울특별시와 그 주변에 집중되는 현상을 비꼬는 말이다. 실제로 각종 수치가 ‘공룡 서울’을 간접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2010년 기준, 전 인구의 48.9%, 100대 기업의 본사 91%, 중앙 행정 기관의 85%, 공기업 본사 84.8%, 금융 기관의 67%, 20대 명문 대학의 65%, 제조업체의 58.7%가 수도권에 있다. 남한 면적의 0.61%에 불과한 서울이 99%를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작은 면적, 거대한 영향력 

 

  5000만 명에 달하는 대한민국의 인구 가운데 약 1000만 명이 서울특별시에 거주한다. 서울을 둘러싸고 있는 수도권 지역, 즉 '서울 광역권'이라 할 수 있는 인천과 경기도의 인구도 각각 300만과 1200만에 달하므로, 수도권의 인구를 모두 합하면 한국 전 인구의 절반인 2천 5백만여 명에 달한다. 

 

  수도권 인구 밀집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발생하는 현상이기는 하지만, 일본이나 영국 등 타 선진국의 현황에 비해 한국은 그 정도가 매우 심하다. 도시순위규모분포이론에 따르면 2위 도시는 1위 도시 인구의 최소 약 1/2는 되어야 정규순위규모분포를 이루는데, 서울과 인구 2위의 부산의 인구 비율은 거의 3:1로서, 일본의 도쿄와 오사카(3:2 이하)와 비교해도 상태가 매우 좋지 않다. 영국의 경우는 2위인 맨체스터권의 인구가 1위인 런던권의 30%가 안되긴 하지만, 대신 영국 전체 인구에서 런던이 차지하는 인구가 1/6 정도로 그리 비중이 높지 않다.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들 중에서 수도권 집중이 꽤 심하다고 간주되는 나라들보다도 한국의 수도권 집중도가 훨씬 심각한 것이다.  

 

▲인구과밀로 인해 서울의 집값은 천정부지로 솟고 있다.



고속 성장의 부작용으로 서울의 덩치 커졌다

 

  대한민국이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1970년대 상황에서는 효율적인 측면에서 지방 균형 발전 정책을 쓰기가 어려웠고 그 이후로도 수도권 중심의 투자가 이루어지면서 수도권 집중화는 심화되었다. 서울 공화국의 원인으로 지적되는 요인 가운데 하나로 경제 개발 과정에서 심화된 지역 간 불균형을 들 수 있다. 지역 간 균형 발전보다 성장 거점 우선 발전에 중점을 둔 6,70년대 경제 개발은 필연적으로 개발 수혜 지역과 소외 지역 간의 격차를 야기하였고, 그에 따라 수도권과 영남권 이외의 지방에서는 대규모 인구 유출이 일어나게 된다. 영남 지역은 박정희 대통령의 집권과 부산, 대구를 중심으로 경공업의 기반이 아직 남아 있었고 이에 더해 울산 등 동남권이 중화학 공업 지역으로 개발되었기에 다른 지역에 비해 심각한 인구 유출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렇지 않은 호남, 충청, 강원 지역에서는 심각한 인구 유출이 일어나게 된다. 이렇게 고향을 떠난 지방민들은 대거 수도권으로 몰려들었고, 그 결과 수도권의 인구 집중과 과밀화가 더욱 가중되었다.

 

 

서울 시민의 삶, 빛과 그림자 동시에 드리워져

 

  서울 시민들은 각종 문화적, 교육적, 정치적 인프라와 수혜를 받지만 그에 따른 그늘도 짙다. 대표적인 것이 땅값과 교통 대란, 그리고 환경오염이다. 평균 땅값이 전국 땅값 평균의 수십 배에 달하고, 지방 중소 도시의 1백32㎡(40평) 아파트를 팔아도 서울 변두리 지역의 66㎡(20평) 아파트를 살 수가 없다. 지난해 7월 부동산 114가 전국 3백 세대 이상 개별 아파트 매매가를 비교한 결과, 같은 평형대의 서울 강남과 강원도의 집값은 무려 26배나 차이가 났다. 교통 문제, 환경 문제, 고물가 등은 서울시민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서울의 교통은 이미 포화 상태이다. 자동차 등록 대수는 지난 1995년 2백만 대를 넘어선 뒤 2008년 3백만 대 가까이로 증가했다. 때문에 땅속에 아무리 거미줄처럼 지하철을 뚫어도 교통 체증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기 오염 수치나 물가도 전국 최고 수준이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온난화 속도는 세계 평균보다 3배나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 농도는 주요 선진국에 비해 2배가량 높다. 

 

 

KTX 호남선, ‘빨대 효과’로 집중화 더욱 부추겨

 

  호남고속철도가 정식 개통하면서 서울과 전남 여수 간 열차 소요시간이 2시간대로 진입했다. 이에 따라 수도권과의 접근성이 크게 개선돼 전남 동부권 관광산업에는 훈풍이 불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역의 유통과 운수, 의료산업 등은 수도권 집중화에 따른 이른바 ‘빨대 효과’로 타격이 우려된다. 유통과 교육, 운수 분야에서도 고속철 개통에 따른 타격이 예상된다. 실제로 지난 2010년 KTX시대를 연 경남 창원의 경우 개통 1년 만에 한 백화점 매출액이 30%가 줄었고, 유명 입시학원의 학생 수도 20% 가량 감소했다. 고속버스 이용객 역시 최대 15%가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수도권 병원과의 접근성이 크게 개선되면서 의료계 종사자 비중이 높은 순천의 경우 지역경제에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정부는 세종시와 혁신도시 등을 통해 서울 인구를 분산하고, 지방 균형 발전을 위한 방안을 마련했다. 이런 영향 등으로 인해 서울로의 인구 집중화 현상은 점차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신 ‘수도권의 광역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마디로 서울의 확장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서울의 인구 이동 현황을 보면 알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다른 시·도에서 서울시로 전입한 인구는 1백87만3천명이며, 다른 시·도로 전출한 인구는 1백92만5천명이다. 서울로 들어온 인구보다 빠져나간 인구가 5만2천명이나 더 많았다. 서울시의 인구가 늘어나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다른 시·도에서 유입되는 인구는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경기·인천 지역에서도 인구 집중이 완화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이들 지역의 전년 대비 전출자 수는 줄어든 반면, 대전·충남·충북 등 중부권은 전입자 수가 상대적으로 늘어났다.

 

  이처럼 중부권으로 인구가 분산되는 것은 일일생활권이 넓어졌다는 의미이다. KTX의 운행과 지하철 노선의 연장 등이 그만큼 생활권을 넓혀놓았다. 하지만 수도권의 전입 인구가 줄어든다고 해서 생활권까지 옮겨간다고 볼 수는 없다. 집은 지방으로 옮겨도 돈은 오히려 서울 등 수도권에 몰릴 가능성이 있다. 지방 사람들이 서울에서 쇼핑하고, 학원 수강을 듣고, 여가를 즐기고 다시 거주 지역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호남고속철도가 정식 개통하면서 한반도가 더욱 가까운 생활권으로 묶였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과 더불어 기업 분산도 필요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세종특별자치시(세종시)는 국가 균형 발전의 상징이다. 수도권 과밀화를 탈피하고 중앙 집중화, '서울공화국' 현상을 중부권에 새로운 행정수도를 만듦으로써 국가 성장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을 곳이다. 그러나 세종시가 들어서고 수도 서울의 기능과 역할이 축소됐다고 느끼는 이는 별로 없으며, 오히려 공무원만 상주하는 유령도시를 양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있다. 남기범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는 “수도권 인구 분산과 지방 균형 발전이 성공을 거두려면 지방 도시의 성장 잠재력을 강화하고 수도권에 대응할 수 있는 지역 대도시를 지원하고 육성해야 한다. 지역 대도시에서 서울에 견줄 만한 일자리와 하부 구조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국가의 실질적인 경제발전을 위해선 공공기관 지방이전 정책에 이어 대기업의 지방분산 움직임을 이끌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일고 있다. 

 

  특히 KTX 개통을 통해 전국이 하나의 가까운 생활권으로 묶였을 때의 빨대 현상을 막기 위해 우리나라가 참고할 수 있는 해외의 사례로는 프랑스와 독일이 있다. 프랑스에서는 고속철도가 경유하는 지역의 역세권을 개발하는 데 있어서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공동으로 지속적 노력을 한 결과, 고속철도 개통이 지역 간의 균형발전에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문화와 의료, 쇼핑 등의 분야에서 포항만의 강점을 특화해 경쟁력을 강화해 나간다면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 “KTX 직통선 개통을 계기로 지역의 경제 주체들이 지혜를 모아 포항의 순기능은 최대화하고, 역기능은 최소화하면서 지역의 체질을 개선할 치밀한 대응전략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와 지방 균형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민간 차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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