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소비자 중심의 가치 벗어난 실검마케팅
[이슈메이커] 소비자 중심의 가치 벗어난 실검마케팅
  • 김남근 기자
  • 승인 2019.05.09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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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소비자 중심의 가치 벗어난 실검마케팅

과도한 경쟁 상쇄할 새로운 마케팅 창구 필요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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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한민국 대표 검색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에 e-커머스 업체들의 이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정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펼쳐지는 이벤트 때문이다. 위메프를 시작으로 티몬, 쿠팡, SSG 등 대한민국 대표 e-커머스 기업 외에도 중소 프렌차이즈나 식품, 통신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실검마케팅을 활용하고 있다. 이를 두고 대중들은 ‘여론 조작’이라는 반응을 보이며 달갑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이 같은 우려에도 확연한 매출 증가가 이뤄지고 있기에 더욱 다양한 방법으로 ‘실검’을 장악하려 들고 있다.

 

더 노골적으로, 더 지능적으로 진화

국내 대형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등장하는 쇼핑 관련 키워드가 낯설지 않다. 생소한 단어의 키워드가 올라올 때면 호기심에 클릭해 보기도 하지만, 이미 대중들 대부분은 ‘또’라는 생각으로 무심히 지나쳐버리기도 한다. ‘실시간 검색어 마케팅’, 일명 실검마케팅에 지치고 익숙해져버린 대중이다.

 

사실 실검마케팅은 최근 등장한 마케팅 기법이 아니다. IT 시대로 접어든 후 인터넷이 확산되며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모든 가상의 공간을 활용해 이들을 자신들의 플랫폼으로 끌어오기 위한 마케팅 수단은 넘쳐났다. 하지만 너무 직접적인 단어는 피하고 우회적으로 소비자들을 모을 수 있는 방법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질 좋은 저렴한 제품을 구입하거나 큰 폭의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특정 포털사이트에 특정 검색어를 입력해 특정 경로를 이용해야만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바뀌고 있다. 응당 대중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데 한 푼이라도 비용을 아낄 수 있다면, 또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이 정도의 불편함은 감수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대중들 1명 1명이 모여 다수가 되고, 다수가 됐을 때 발휘되는 영향력은 e-커머스 기업 입장에서는 억만금을 주고도 얻을 수 없는 효과다. 때문에 이 같은 노골적 실검마케팅이 더욱 고도화되고 지능적으로 진화해가고 있는 것이다.

 

사실상의 실검마케팅이 펼쳐지는 판은 국내 검색 포털 점유율 1위인 ‘N’ 사다. 대중의 유입이 가장 많고, 실시간 검색어 순위 서비스가 가장 도드라진 포털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마케팅적 관점에서 N 사의 실시간 검색 상위권 노출은 대단히 매력적인 판이 되는 것이다. 규모와 업종을 불문하고 다양한 기업들이 뛰어드는 배경이다.

 

한 소비자학과 교수는 “좋은 상품으로 고객을 만족시킨 결과로 기업이 발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지만, 가격에 대한 할인율을 걸고 소바자의 유입을 늘려 이를 바탕으로 한 판매량을 늘리는 것은 소비자 중심의 가치에서 벗어난 방법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지나친 욕심에 화를 입기도

막강한 실검의 영향력을 이용하려는 많은 기업들은 새로운 방법으로 실시간 검색어에 자신들이 원하는 키워드를 올려놓고자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경쟁이 심화되다보니 실검 순위에 검색어를 올리는 게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힘든 과정을 거쳐 목표한 바를 달성했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지나친 욕심에 화를 입는 경우도 있다.

실검 순위에 특정 브랜드나 상품이 노출될 경우 주문량이 크게 늘어난다. 하지만 이 이벤트를 진행했던 브랜드가 이를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가장 기본적인 홈페이지 접속부터 고객 응대, 제품 제작 및 확보, 제품 발송, 그리고 이어지는 사후 관리 등이 역량의 요소다. 이를 갖추지 못했을 때 소비자들의 원성은 높아지고, 결국 등을 돌리게 된다.

 

한 마케팅 관련 스타트업 기업의 대표자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물량을 예상하지 못하고 무리한 마케팅 활동을 펼치는 경우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브랜드 인지도 상승이 우선일지, 브랜드의 내실 다지기가 우선일지는 기업이 선택하는 것이지만, 무리한 외형적 몸집 불리기는 중소기업들에게 ‘독’이 될 가망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치킨게임 거듭하는 e-커머스

실검 마케팅으로 ‘득’을 보는 기업과 소비자가 있다면, ‘실’을 보는 소비자들도 있다. 엄연히 따지면 소비에 니즈가 없는 대중들이다. 실시간 검색어를 보는 이들은 소비에 대한 니즈가 있는 이들보다 일반적인 상황에 놓여있는 대중들이 더 많다. 하지만 일부 e-커머스의 실검마케팅으로 인해 정작 대중들에게 필요한 뉴스의 소비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부 인터넷 언론사들은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맞춘 ‘어뷰징 기사’(언론사가 의도적으로 검색을 통한 클릭 수를 늘리기 위해 동일한 제목의 기사를 지속적으로 전송하거나 인기검색어를 올리기 위해 클릭 수를 조작하는 행위의 기사)를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e-커머스 관련 키워드가 실검 상위권에 오를 때 분야별 ‘많이 본 뉴스’에서 관련 기사를 볼 수 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한 e-커머스 담당자는 “실검마케팅은 국내 대형 포털의 검색 결과에 노출되는 ‘브랜드 광고’ 상품을 이용하며 시너지 효과를 얻기 위한 시도”라며 “이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지속된다면 의견을 수렴해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N 사 측은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검색해 실검에 오른 경우에는 이를 제지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용자 편의성이 저해된다면 대책을 내놓을 수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여론의 추이를 반영해야 하는 실시간 검색 순위가 기업의 광고판으로 전락하거나 어뷰징 기사로 인해 의미가 퇴색되고 있지만, 손 놓고 바라보기만 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실검마케팅 시장에 최대 변수가 존재한다. 바로 SNS 채널에 등장한 유료 앱 결제 시스템이다. ‘향후 인스타그램이 부과할 판매수수료율의 레벨이 이커머스 업계 변화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난달 이베스트투자증권이 전한 바 있다.

 

일각에서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실검마케팅이 단기적 효과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아직 규제 관련 제도도 부재하기 때문에 새로운 제재가 생길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눈앞의 이익과 경쟁에서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서로 치킨게임을 거듭하고 있는 국내 e-커머스 업계에 새로운 마케팅 창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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