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냅스접착단백질 구조 규명으로 뇌질환 치료의 길 열어
“국민과 정부의 지원에 부응해 연구자의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뇌질환의 병리기전 밝히는 쾌거
우리 몸의 약 2만개의 단백질 중 지금까지 알려진 시냅스 접착단백질은 10여 개이고 그 구조가 규명된 것은 더 적다. 오랫동안 단백질 구조 연구에 매진해온 김호민 교수는 이 중 하나인 시냅스 접착단백질의 결합구조를 밝혔다. 이 시냅스 접착단백질은 마치 밸크로처럼 복잡한 뇌의 신경세포들을 연결한다. 이번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단백질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연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자폐증, 강박증 등의 뇌질환을 가진 환자들의 상당수 가 시냅스 접착단백질의 돌연변이로 발병되기 때문에 이번 연구는 의의가 크다. 김 교수의 연구는 이러한 뇌질환의 병리기전을 알려주며 향후 치료법의 개발의 기초 원리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김호민 교수는 자신의 전공이기도 한 단백질 연구가 많은 질병의 발병기전을 설명할 수 있기에 꼭 필요한 기초 연구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번에 공개한 시냅스 접착단백질에 대한 김 교수의 연구결과를 시작으로 전 세계적으로 후속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면 치료제 개발의 밑거름이 되는 것은 물론, 의학 수준이 한 단계 도약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유기적 협업과 전자현미경 이용으로 낸 성과
단백질 구조 연구법에는 전통적으로 써온 ‘단백질 결정학’과 신기술인 전자현미경을 이용한 것이 있다. 김호민 교수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두 가지 연구법을 상호보완적으로 활용해 연구를 진행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외국에서는 전자현미경이 이미 각광받고 있는 연구 장비지만 국내에서는 도입조차 거의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룬 쾌거다. 김 교수는 신경생물학 쪽에 일가견이 있는 연세대학교 고재원 교수와 협업하면서 연구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선후배 관계기도 한 두 교수는 하루에도 수십 번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유기적으로 연구를 진척시킬 수 있었다. 김 교수는 “보통 공동연구를 할 때 유기적으로 흐름을 잇기가 힘듭니다. 한 번 피드백이 오가는데 일주일씩 걸리기도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좋은 동료들과 협력하며 빠르게 연구를 진행했습니다”라며 1년 반이라는 짧은 연구에도 불구하고 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단백질 구조와 기능 밝히는 연구 계속할 것
김호민 교수는 교단에 설 때마다 학생들에게 국가로부터 각종 지원과 혜택을 받는 카이스트의 일원으로서의 책임의식을 심어준다고 한다. 김 교수는 “국가와 국민의 도움으로 연구에 필요한 환경적 혜택을 받는 것을 당연시해선 안 됩니다. 힘들더라도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연구에 정진해야 함을 학생들에게 강조합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를 긍정적인 의미의 ‘엘리트의식’이라고 말하는 그의 철칙은 스스로에게도 적용된다. 통섭의 시대를 맞아 협동연구의 중요성이 더욱 대두된 요즘은 연구자로서의 의리 역시 중요하다. 김 교수는 “공동 연구를 하며 서로 연구 내용을 주고받을 일이 많습니다. 때문에 자신의 연구범위에만 얽매일 것이 아니라 넓은 시야를 가지고 다른 연구자의 연구에도 주의를 기울일 때 진정한 협업을 이룰 수 있습니다”라며 공동연구의 바람직한 태도에 대한 견해를 피력했다.
김호민 교수는 우리나라의 단백질 구조생물학 분야에서 한 획을 그어가기 위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김 교수는 2007년 패혈증 유발박테리아를 인식하는 단백질의 구조를 규명했고 2013년에는 단백질의 분해를 담당하는 프로테아좀의 구조를 규명하는 등 굵직굵직한 연구 성과로 세간의 시선을 모았다. 한국구조생물학회의 총무직을 겸하고 있기도 하는 그는 앞으로 ‘단백질 결정학’과 전자현미경이라는 두 가지 방법을 잘 활용해서 여러 가지 시냅스 접착 단백질의 연구를 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질병관련 단백질의 구조를 규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설계된 단백질의약품 개발에도 이바지하고 싶다는 그는 “연구를 통해서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연구자로서의 열정과 사명감을 가진 김 교수가 앞으로 우리나라의 단백질 구조 연구 분야에서 낼 성과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