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al Issue] 대한민국 유통 현실
[Social Issue] 대한민국 유통 현실
  • 오혜지 기자
  • 승인 2015.03.03 1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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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오혜지 기자]




가격만 비싸다고 프리미엄 브랜드?


고가전략이 매출 상승으로 직결, 끊을 수 없는 악순환의 고리 






바다 건너온 물건이면 무조건 좋다는 소비자들의 사대주의 발상과 원가보다 비싼 가격에 팔면서도 가격파괴를 했다며 거짓 웃음을 건네는 유통업계의 악행이 이어지고 있다. 덕분에 대한민국 소비자들은 ‘호갱님이라’ 불리며 전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되었다.


‘호갱 제조법’ 유통업계의 악행


  호갱이란 호구와 고객을 결합한 단어로 어수룩한 손님을 지칭하는 신조어다. 이 유쾌하지 않은 신조어는 대한민국 소비자를 지칭하는 제2의 명칭으로 사용되고 있다. 일부 사람들은 이러한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을 갖게 된 이유로 국내 유통시장의 문제점을 꼽고 있다. 우리나라는 제품이 제작되어 소비자에게 전달될 때까지 거치는 유통단계가 다른 나라에 비해 지나칠 정도로 많다. 문제는 유통 과정을 거칠 때마다 이윤을 챙기는 도소매상들 덕분에 소비자가 원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구입해야 된다는 사실이다.


  이런 현상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칠레산 와인(몬테스알파 까르네쇼비뇽)이다. 해당 와인은 미국·칠레·유럽연합(EU)등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와인 관세가 사라지고 수입량이 증가하며 국내 백화점 판매 가격이 2010년 4만 7,000원에서 작년 4만 3,000원으로 인하됐다.하지만 타이베이 3만 9,410원, 베이징 2만 7,507원, 시드니 2만 2,258원에 비하면 여전히 외국보다 높게 책정돼 판매되고 있다. 한국관세무역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2013년 기준 EU·미국·칠레산 수입와인의 세후 수입 원가는 레드와인이 평균 7,663원, 화이트와인이 평균 9,093원이지만 판매되는 평균 시장가격은 레드와인 6만 8,458원, 화이트와인 5만 3,988원으로 원가보다 무려 레드와인은 8.9배, 화이트와인은 원가보다 5.9배나 높은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 



▲(왼쪽) 보라색병 (오른쪽) 갈색병



유통 시장 변화, 소비자가 만든다


 비단, 유통업계만 나무랄 것이 아니다. 같은 스펙의 상품을 보며 고가의 제품이 프리미엄 아이템일 것이란 그릇된 시각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과거 외국 유명 화장품 브랜드에 열광했던 국내 소비자를 예로 들 수 있다. 해외에서 제작된 제품이라는 이유만으로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해외 화장품 매장은 항상 인산인해를 이뤘었다. 대표적으로 에스티로더 어드밴스드 나이트 리페어 싱크로나이즈드 리커버리 콤플렉스 화장품을 들 수 있다. 일명 갈색병이라고 불리는 화장품으로 피부보호와 항산화 효과 및 주름 개선에 효능이 있다는 입소문이 돌며 큰 인기를 끌었다. 이에 미샤 브랜드에서 같은 성분인 미샤 타임 레볼루션 나이트 리페어 사이언스 액티베이터 앰플 즉, 줄여서 보라색 병이라 불리는 화장품을 선보였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은 보라색병 보다는 갈색 병에 더 많은 손을 내밀었다. 이유인 즉 2012년 5월, 한국소비자티브이에서 <미샤, 보라색병의 거짓말> 방송에서 파라벤 등 다량의 발암의심성분이 검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점을 무시할 수 없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국내 소비자 내면에 잠재된 소비과시 욕구 때문이다. 해외브랜드와 비싼 가격을 통해 자기만족을 하려는 소비자들의 이런 모습이 결국 비싼 소비시장을 형성하는데 일조하는 격이다.


  이런 국민들의 소비 패턴이 알려지자 해외 업계들은 국내 소비자들을 상대로 호갱 판매 전략을 벌이고 있다. 더욱이 수입제품이라면 무조건 좋은 상품이라고 생각하는 어긋난 소비자의식이 맞물리면서 가격 거품은 더욱 심화됐다. 실제로 국내에서 영업하고 있는 다수의 해외 브랜드는 지속적으로 가격을 상승시켜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브랜드의 판매율이 꾸준히 높은 것을 보면 이러한 국내 소비자들의 심리를 파악할 수 있다. 뷰티 관련 상품은 해외 판매 가격보다 최소 2배에서 최대 4배까지 높게 책정돼 판매되고 있으며, 수입식품과 의약품은 4배, 유아용품의 경우 최대 10배까지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는 등 다수 상품의 판매 가격이 세계 최상위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덕분에 해외 브랜드들은 한국 가격정책에 큰 이득을 보며 즐거운 환호성을 내뱉고 있다. 한 예로 스타벅스 아메리카노를 꼽을 수 있다. 국내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가격은 톨 사이즈(355㎖) 기준으로 2007년 이후 7년간 46.4%인 1,300원 올라 현재 4,100원에 판매 되고 있다. 반면, 프랑스 4,023원, 중국 3,679원, 일본 3,633원, 네덜란드 3,614원, 미국 1,806원에 판매되고 있다. 미국 본점과 비교했을 때, 국내 소비자들은 2,294원 비싸게 커피를 사 먹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워너비 신드롬 즉, 남들이 소유하면 너도나도 갖고 싶어 하는 한국인의 심리를 악용한 호구 마케팅까지도 유행하고 있다. 지난해 말 크리스마스 시즌에 부모들의 새로운 등골 브레이커로 등극한 다이노포스 시리즈를 예로 들 수 있다. 당시 ‘아이들의 위시리스트 1위’로 불렸던 해당 장난감을 자녀들에게 선물하기 위한 부모들의 경쟁은 극에 달해서 장시간 대기를 위한 ‘구매 순서표’까지도 등장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품절 마케팅을 통해 상품을 이슈화시키고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극대화 시킨 것 같다는 하소연을 쏟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비난도 잠깐, 결과적으로 많은 사람이 워너비 신드롬 마케팅에 현혹당해 구입했고 해당 브랜드는 성공적인 판매 수익을 올렸다.


   최근 같은 상품을 국내보다 저렴하게 구입하려는 해외직구족이 늘어나자 국내 유통업계는 뒤늦은 할인행사를 진행하는 등 소비자의 돌아선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사회 현상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꼼꼼한 가격 비교를 통해 저렴한 유통 시장을 찾아가는 현명한 소비자가 늘어난다면 국내는 물론 해외 업체들도 더는 한국을 호구로 볼 수는 없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결국, 잘못된 유통 업계의 악행을 끊어내고 올바른 시장 구조를 만드는 것은 소비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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