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중독 알지만, 손 못 떼는 SNS
[이슈메이커] 중독 알지만, 손 못 떼는 SNS
  • 김남근 기자
  • 승인 2019.03.04 13: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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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중독 알지만, 손 못 떼는 SNS

편리한 단절보다 불편한 소통이 가진 의미 상기 필요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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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1일, ‘비키니 등반가’로 알려진 대만의 여성 우지원(Gigi Wu·吳季芸)이 추락 후 실종 이틀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그녀는 산 정상에 오른 후 비키니 차림으로 사진을 찍어 SNS 올리며 크게 유명세를 치렀지만, 결국 자신의 이 같은 행위에 목숨을 잃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SNS에 명소로 소개된 장소가 허위나 거짓인 경우가 많은데, 최근에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로 유명해진 한 카페가 위생과 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인 채 소비자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이들은 왜 스스로를 죽음으로 내몰거나 타인의 건강을 위협하며 SNS 활동을 하는 것일까?

 

‘누구나’가 초래한 무모한 경쟁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어디서든 영상을 찍고 1인 미디어가 될 수 있는 세상이다. 누구나 스타 이상으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누구나’라는 점이다. 춤이나 노래, 연기, 개성, 수려한 외모 등과 같은 특별한 달란트를 가지지 않아도, 자신만의 끼나 관심사를 통해 대중들과 소통할 수 있기에 ‘누구나’라는 기회에 너무나 많은 이들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경쟁이 과열되다 보니 부작용이 나올 수밖에 없다. 조금 더 자극적인, 이목을 더 끌 수 있는 콘텐츠 생산을 위해 무모한 도전과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난무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월, 대만의 비키니 등반가로 잘 알려진 우지원은 추락사고로 사망했고, 2017년 미국의 한 SNS 스타 여성은 생방송 도중 갑상선 암 증상 악화로 팬들이 시청하는 가운데 목숨을 잃었다. 같은 달, 예쁜 외모로 인기를 끈 중국의 한 비디오 블로거(왕홍)는 더 많은 팔로워를 모으기 위해 성형수술을 감행했다. 하지만 성형수술이 잘못되자 이를 비관한 그녀는 투신자살을 했다. 미국에서는 SNS 업로드용 동영상을 촬영하던 한 여성이 실수로 자신의 남자친구에게 총을 쏴 사망하는 사건도 있었다. 영화 속 포스터의 한 장면을 따라 하다가 발생한 사고였다. 모두 2019년 1월 한 달 동안 발생한 사고들이다. 뿐만 아니라 고층 빌딩, 고층 탑 등을 자유자재로 오르내리는 모습이 한때 화제가 됐을 때, 이 영상 혹은 사진을 촬영해 SNS에 업로드하던 이들의 사망 소식은 자주 접할 수 있었다. 이들의 사고 모습을 모은 영상이 SNS에 돌아다니고 있을 정도다.

 

이처럼 사고로 인한 사망사고도 있지만, 거짓된 정보와 홍보로 대중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사례도 있다. 앞서 언급한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로 유명해진 한 카페의 위생과 안전 문제는 물론 SNS에 맛집, 명소, 명물 먹거리, 효과 좋은 화장품 등으로 소개된 내용이 과장이나 허위로 조작된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3년간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상에서 적발된 건강기능식품·식품·화장품 관련 허위·과장 광고가 약 2천 건에 육박한다는 내용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자료를 통해 나타났다. 식품 관련 허위·과장 광고가 1천89건(57.0%)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건강기능식품 693건, 화장품 78건, 의약품이 43건, 의료기기 6건 순이었다. 전문가들은 ‘제2의 미미쿠키’가 식품뿐만 아니라 다른 업계에서도 등장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익명을 요구한 대학의 심리학과 교수는 “많은 대중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큰데, SNS가 이 같은 심리 실현의 창구로 가장 적절한 역할을 수행한다”며 “SNS에 올리는 사진과 영상이 타인에게는 심리적 자극과 압박이 될 수도 있기에 이를 올리는 이들의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마케팅 업계 관계자는 “SNS가 접근성이 높다 보니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광고에 노출되는 시간이 많아 광고가 늘고 있다”며 “실제로 일반 소비자들은 SNS를 통해서 콘텐츠를 쉽게 접하다 보니 영향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SNS를 통한 허위 광고나 정보 게재에 대한 법적 제도가 미비해 이 같은 행태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비대면 소통 역기능의 반복 근절 필요

지난해 1월, 영국 가디언지에 ‘왜 소셜 미디어 경영진은 소셜 미디어를 이용하지 않을까’라는 제목의 기사가 올라왔다. 이 기사에는 페이스북 고위 임원 중 누구도 정상적으로 개인 페이스북을 운영하고 있지 않다는 분석이 담겨있었다. 대중들은 이에 호기심을 품었고, 이어 나온 SNS 창립자 및 임원진들의 양심고백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페이스북 공동 창업자인 숀 파커는 “소셜 미디어 회사들이 자사 플랫폼에 사람들을 오래 머무르게 하려고 더욱 중독적인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고 그 결과 소셜 미디어 중독 현상이 한층 더 심해지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어 “나, 저커버그, 인스타그램을 만든 케빈 시스트롬은 모두 이를 인식했지만 우리는 페이스북을 만들었다”고 고백했다. 페이스북 전 부사장인 차마스 팔리하피티야도 “우리가 만든 단기적이고 자극적인 순환 고리는 사회 작동 방식을 파괴하고 있다”며 “사회 담론과 협력은 사라지고 잘못된 정보와 거짓만 남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 같은 문제를 자각하는 이들은 최근 SNS를 떠나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회사인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SNS를 계속 사용해야 할 이유를 잘 모르겠다’는 의견에 동의를 구하는 조사를 한 결과, SNS 활용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이 ‘SNS를 계속 사용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로 답변한 비율이 가장 두드러졌다고 발표됐다. 수치를 보면 20대 34.8%, 30대 30%, 40대 27.6%, 50대 26.4%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10대들의 페이스북 이탈률이 증가하고 있다는 조사도 나와 있는 상태다. 이는 SNS 중독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과 넘치는 피로에 의한 현상이라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표적인 SNS인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지난해 ‘과다 사용 방지’라는 조치를 취했다. SNS 사용자들이 스스로 사용 시간을 효과적으로 관리해 사용자 이탈을 막겠다는 의미다. 나아가 SNS 기업이 사용자들이 느끼는 피로를 인정해 자정하겠다는 의사로도 해석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SNS의 확산에 따른 중독과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 대면보다 비대면 소통에 익숙한 Z세대는 이 같은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된다. X·Y세대가 만들어놓은 디지털 세상에 살아가는 Z세대는 더 이상 비대면 소통에서 발생하는 오해나 착각 속에 살아가면 안 된다. 억겁의 시간 동안 이어져 온 ‘편리한 단절보다 불편한 소통이 가진 의미’를 다시 한번 되짚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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