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Cover Story] 실시간 동영상 시장 점령한 ‘퍼스트 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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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보승 기자
  • 승인 2019.02.01 14: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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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실시간 동영상 시장 점령한 ‘퍼스트 무버’

‘보는 게임’ 성장 이끌며 콘텐츠 지형을 뒤흔들다

 

ⓒFlickr/TechCrunch
ⓒFlickr/TechCrunch

 

바야흐로 ‘유튜브 전성시대’다. 매일 10억 시간에 달하는 영상이 시청되고 1분마다 400시간이 넘는 분량의 새로운 영상이 올라오며 전 세계 동영상 시장을 장악한 유튜브에게 감히 경쟁자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천하의 유튜브도 모든 동영상 시장을 장악한 것은 아니다. 실시간 방송 영역의 절대 강자로 불리는 ‘트위치(Twitch)’의 존재 때문이다.

 

유튜브 뛰어넘는 실시간 동영상 시장의 강자

트위치는 다양한 실시간 방송 콘텐츠를 송출하는 서비스다. ‘스트리머(Streamer)’들이 자신만의 콘텐츠를 생중계하고, 시청자들은 채팅으로 대화에 참여하며 커뮤니티를 형성한다. 특히 게임에 특화된 동영상 방송 플랫폼이라는 차별성이 있다. 게이머가 자신이 게임을 하는 영상을 생중계하고, 다른 이가 실시간으로 관전하며 방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이다.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끼리 교류하기 때문에 높은 몰입감을 준다. 게임 중계방송이 청소년과 젊은층을 중심으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이를 주도한 트위치가 자연스레 게임 생방송 문화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2011년 6월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트위치는 ‘리그오브레전드(LoL)’나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 ‘포트나이트’와 같은 인기 게임에서 다양한 인디게임까지 폭넓게 중계가 진행된다. 게임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실력과 상관없이 누구나 손쉽게 개인방송을 진행할 수 있다는 편의성 때문에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지난 2015년 월간 이용자 1억 명을 돌파하며 게임 전문 방송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최근 공개한 지난해 결산 자료에 따르면 트위치를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파트너 및 제휴 회원 수가 2017년 대비 86% 이상 증가해 제휴 회원만 24만 8,000명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트리머 수 역시 300만 명으로 1년 만에 100만 명 가까이 증가했고, 매일 50만 명에 육박하는 스트리머가 생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시청자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데, 트위치 TV의 통계 분석 사이트 ‘트위치 트래커’에 따르면 하루 평균 트위치 시청자수는 2012년 10만 여명에서 2018년 101만 여명으로 10배가 넘게 증가했고, 일반 관전자들의 총 시청 시간만도 4,340억 분이 넘는다. 전 세계 동영상 시장을 유튜브와 양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거대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특히 실시간 게임 영상에서만큼은 유튜브의 2배 가까운 사용자수를 자랑하는 명실상부 1위의 자리에 올라있다.

 

한편 구글은 지난 2014년 유튜브를 통한 녹화 방송 시장 점유에 이어 실시간 방송 시장까지 장악하기 위해 트위치 인수를 추진했다. 하지만 반독점 문제가 불거지며 협상이 결렬되었고, 결국 트위치는 9억 7,000만 달러의 금액에 아마존의 품에 안겼다. 이에 구글은 트위치를 견제하기 위해 ‘유튜브 게이밍’과 ‘유튜브 라이브’라는 게임과 실시간 동영상을 송출할 수 있는 신규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트위치의 아성을 제압하는 데는 실패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실시간 동영상 시장을 노리고 ‘믹서’라는 서비스를 출시했지만 트위치에 밀려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예일대학교 동창 관계인 에밋 시어와 한국계 미국인 저스틴 칸은 스트리밍 방송 서비스 시작 10여 년 만에 트위치를 ‘게임 전문 방송 플랫폼’의 최강자의 자리로 올려놓았다. ⓒFlickr/TechCrunch
예일대학교 동창 관계인 에밋 시어와 한국계 미국인 저스틴 칸은 스트리밍 방송 서비스 시작 10여 년 만에 트위치를 ‘게임 전문 방송 플랫폼’의 최강자의 자리로 올려놓았다. ⓒFlickr/TechCrunch

 

e스포츠의 지형을 바꾸다

트위치는 2006년 에밋 시어와 한국계 미국인 저스틴 칸에 의해 설립된 비디오 스트리밍 사이트 ‘저스틴 TV(Justin TV)’를 모태로 한다. 고교 시절부터 게임을 통해 죽마고우가 된 두 사람은 함께 예일대학교에 진학했고, 졸업 후 구글의 캘린더 어플리케이션인 ‘키코(KiKo)’를 만들기도 했다. 이후 개인용 방송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에 주목한 시어와 칸은 웹캠 등을 통해 자신의 삶을 다른 사람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동영상 서비스인 저스틴 TV를 선보였다. 첫 8개월 동안 칸 본인이 자신의 머리에 웹캠을 달고 잠자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생활을 촬영한 영상을 송출하는 등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 2년간 약 3,000만 명의 사용자가 생기는 등 빠른 시간에 미국에서 손꼽히는 실시간 동영상 서비스로 성장했다. 하지만 유사한 플랫폼이 우후죽순 등장하던 시기여서 스타트업인 저스틴 TV가 압도적인 시장 점유를 할 수 있는 상황은 되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을 뒤집고 싶었던 시어가 떠올린 방법은 ‘특화’였다. 이에 저스틴 TV를 게임 방송에 특화된 실시간 동영상 서비스로 색깔을 변화시키는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칸은 계속해서 다양한 분야의 실시간 영상을 송출하길 원했고, 결국 둘은 아예 2011년 ‘트위치 TV’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8년이 채 되지 않은 지금 트위치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e스포츠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가 됐다.

 

놀라온 성장의 원동력으로는 e스포츠를 일반 체육 경기를 관람하는 것과 비슷하게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한 문화적 변화요인과, 게임을 ‘잘하고 싶다’는 게이머들의 열망을 간파한 시어의 통찰력이 꼽힌다. 스트리머 대부분은 각 게임의 고수들인 데다, 직접 게임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설명을 곁들이기 때문에 초보자들 역시 이를 따라하며 배우기 위해 트위치 방송을 지속적으로 시청할 수밖에 없다. 실제 유튜브와 달리 트위치 사용자들은 다른 게이머들의 라이브 플레이를 몇 시간 동안 계속해서 시청하고 재방문율도 높은 편이다.

 

게임방송을 즐겨보는 한 트위치 시청자는 “취미 생활로 즐기려 했던 게임의 난이도가 점점 어려워지면서 텍스트만으로는 내가 원하는 공략법으로 즐기기에는 한계가 생겼다”며 “하지만 트위치 영상을 계속 살펴보면서 배울 수 있어 직관적이고 빠르게 습득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관전의 재미 역시 마찬가지다. 트위치는 전 세계 모든 e스포츠 리그와 토너먼트를 감상할 수 있는 방송국의 역할까지 겸하고 있는데, 게임 컨설팅 회사 ‘힛 디텍션’의 컨설턴트 조지 존스는 한 인터뷰에서 “트위치는 게임계의 ESPN(스포츠 전문 채널)이다”면서 “처음에는 나도 ‘왜 남이 게임하는 것을 봐야하지?’라는 의문이 있었다. 하지만 한 번 남이 게임하는 것을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우리가 매일 야구 경기를 보는 것과 마찬가지다”며 흥행 요인을 분석하기도 했다.

 

 

트위치는 ‘크리에이터 퍼스트’ 철학을 통해 스트리머들의 충성도를 높여 빠르게 유튜브의 경쟁자로 성장했다. ⓒWikimedia Commons
트위치는 ‘크리에이터 퍼스트’ 철학을 통해 스트리머들의 충성도를 높여 빠르게 유튜브의 경쟁자로 성장했다. ⓒWikimedia Commons

 

독특한 수익구조 통해 ‘스트리머’ 충성심 유도

트위치는 개인 채널을 보유한 ‘스트리머’들에 의해 방송이 운영된다. 유튜브의 ‘크리에이터’, 아프리카TV의 ‘BJ(Broadcasting Jockey)’와 같은 개념으로 생각하면 된다. 스트리머들은 본인의 방송 채널에서 원하는 게임과 원하는 방송 테마로 영상을 송출할 수 있다. 스트리머는 다시 공식 파트너 스트리머와 일반 스트리머로 구분된다. 여기서 조회수에 따라 광고 수익이 지급되는 유튜브와 차별성이 발생하는데, 트위치 파트너 스트리머들의 수익 구조는 일정 기간 계약을 맺으면 후원금을 지급받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스트리머들이 돈에 대한 걱정 없이 마음껏 자신의 콘텐츠에 투자를 할 수 있는 여지가 높아진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인기 스트리머인 ‘갓닌자’는 포트나이트 방송을 통해 매달 35만 달러의 고정 수익을 얻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는 ‘페이커’ 이상혁은 하루 기본 백만 원 단위의 후원금을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크리에이터 퍼스트’ 철학은 스트리머들의 충성도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형성된다. 이하경 트위치 코리아 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파트너 이탈률이 낮다는 것이 동영상 플랫폼으로써 트위치가 매력적으로 다가가고 있음을 증명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트위치와 게임 방송의 규모가 단시간에 급속도로 커지면서 문제점도 속속 나타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청소년에게 유해한 콘텐츠가 범람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총싸움 게임인 ‘배틀그라운드’는 만 15세 이상이 이용할 수 있지만, 연령에 미치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방송을 시청하는 것에 아무런 제약이 없다. 또한 인터넷방송의 특성상 부적절한 언행이 아무런 여과 없이 전달된다는 점도 문제다. 스트리머들의 사회적 약자 비하 발언이나 폭력적 언행, 음란 행위 등에 대한 논란은 자주 일어나고 있다. 이에 트위치는 부적절한 채팅을 자동으로 제재하는 오토 모드를 운영하는 등 제재를 위해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시어 대표는 지난해 국내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부적절한 채팅은 한 방송에서 그치지 않고 다른 방송으로 전염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를 최대한 관리할 계획이다”며 “또한 스트리머가 책임을 지고 자신의 방송을 자정 할 수 있도록 권한을 제공할 것이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하는 게임’에서 ‘보는 게임’으로의 콘텐츠 지형 변화를 주도한 트위치는 e스포츠 시장의 성장을 이끈 주역으로 꼽힌다. ⓒFlickr
‘하는 게임’에서 ‘보는 게임’으로의 콘텐츠 지형 변화를 주도한 트위치는 e스포츠 시장의 성장을 이끈 주역으로 꼽힌다. ⓒFlickr

 

종합 방송 채널 변모 통해 변화 모색

트위치는 ‘게임 방송 시장’의 왕좌를 넘어 유튜브의 자리를 위협하기 위한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의 게임 방송 플랫폼에서 벗어나 종합 방송 채널로 개편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트위치에서 게임 외에 다른 분야의 방송을 하려면 ‘일상방송(In Real Life)’이라는 카테고리로만 송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트위치는 지난해 여름 IRL 채널을 음악과 예술, 먹방, 여행 등 다양한 일반 채널로 세분화한다는 개편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는 게임방송과 예능의 자연스러운 결합을 불러올 수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 자신의 일상생활을 소재로 ‘토크 방송’과 ‘먹방’이 가미된 게임 방송으로 구독자만 190만 명이 넘는 인기 유튜버 ‘대도서관’은 최근 생방송 플랫폼을 트위치로 옮기기도 했다.

 

이처럼 트위치 돌풍은 이제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2015년 2월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트위치는 어느덧 경쟁사인 아프리카TV를 위협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와이즈앱에 따르면 2016년 3월, 15만 명에 불과했던 트위치의 국내 월간 실 사용자수는 불과 2년 만에 8배 증가한 121만 명에 도달했다. 시어 CEO 역시 “트위치는 한국을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시장 중 하나로 보고 있다”며 “앞으로도 스트리밍 방송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많은 지원을 하려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트위치가 2019년 한국을 주요 마켓으로 판단하자 이에 발맞춰 트위치 코리아 역시 크리에이터와 팬들이 오프라인으로 만나는 다양한 행사와 함께 e스포츠 대회 개최에 대한 구상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젊은 남성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며 많은 편견과 오해의 시선을 받아야 했던 게임과 e스포츠 시장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이제는 낡은 고정관념이 된지 오래다. 가족 단위로 게임 전시회를 찾고 경기를 즐겨보는 모습은 이제 익숙해진 풍경이다. 게임이 세대를 아우르는 콘텐츠로 자리 잡은 셈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산업으로서 e스포츠 시장을 한 단계 키워낸 트위치와 에밋 시어가 있다. 그들만의 차별화 된 구상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며 플랫폼을 통해 효과적으로 시청자들을 끌어 모으고, 수요가 많아지자 수익 모델이 좋아지며 전체 산업의 규모까지 급속도로 키워낸 것이다. 남들과는 다른 신념과 예측력을 바탕으로 트위치를 유튜브라는 공룡에 대항할 콘텐츠 플랫폼으로 성장시킨 개척자 시어가 구상하는 또 다른 전략은 무엇일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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