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고비 넘긴 미·중 무역전쟁, 남은 불씨는?
[이슈메이커] 고비 넘긴 미·중 무역전쟁, 남은 불씨는?
  • 손보승 기자
  • 승인 2019.01.08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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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고비 넘긴 미·중 무역전쟁, 남은 불씨는?

정상회의 기점 추가관세 멈추며 숨고르기

 

ⓒG20 Argentina
ⓒG20 Argentina

 

지난 12월 아르헨티나서 열린 G20 정상회의가 막을 내렸다. 한 자리에 모인 각국 정상들은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컨센서스 구축’을 주제로 세계 경제의 주요 현안을 논의한 뒤 정상선언문을 채택했다. 10주년을 맞은 이번 G20은 어느 때보다 갈등이 산적한 회담으로 꼽혔지만 각국이 저마다의 성과를 달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최대 승자이자 주인공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 꼽힌다.

 

분위기 전환하는 G2, 화웨이 사태가 변수

 

이번 정상회의를 앞두고 가장 큰 이슈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문제였다. ‘세기의 무역담판’으로 불린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업무만찬에서 두 정상은 ‘휴전’에 합의하며 무역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두 나라의 관계가 큰 고비를 넘긴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에 앞서 “시 주석과 멋진 관계를 맺고 있다”며 “우리는 결국 어느 시점에 중국과 미국에 훌륭한 일을 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고, 시 주석 역시 “회담을 갖게 돼 매우 기쁘다”며 “우리 사이의 협력만이 평화와 번영의 이익을 도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 두 나라의 화해 무드는 G20 이전까지만 해도 불확실성이 매우 컸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여름 50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이어 9월에는 2,000억 달러어치에 대해 10%의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중국 역시 ‘동일한 규모, 동일한 강도 대응’을 강조하며 맞대응하며 팽팽한 기싸움이 전개되었다. 하지만 이번 회담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산 제품에 매기던 관세율을 인상하려던 계획을 보류하고 향후 90일 이내 합의점을 도출하기로 했다.

 

그간 주요국 정상들은 미국과 중국 간 ‘무역 전면전’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왔다. 이로 인해 두 나라의 타협을 끌어내기 위해 가급적 민감한 쟁점들을 피해 G20 정상들이 멍석을 깔아준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G20을 통해 트럼프 정부는 민감한 이슈에서 모두 빠져나왔다는 평가다. 우선 그동안 주요국 정상회담 때마다 등장했던 ‘보호주의 배격’이라는 문구를 공동성명에서 뺐고, ‘현재 무역 문제들’이라는 표현으로 수위를 크게 완화시켰다. 또한 파리 기후변화협정 탈퇴를 인정받고 이민과 난민 문제에 대해서도 최소한의 원칙만 포함되도록 하는 등 각국 언론들은 “미국이 그 어느 국가보다 좋은 거래를 했다”고 전했다.

 

변수는 멍완저우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겸 부회장 체포 사태다. 현지 언론은 화웨이가 중국 정부와 밀접한 관계이고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기 때문에 표적이 됐다고 분석하고 있는데, 중국은 주중 미국대사를 초치하는 등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무역 협상과는 완전히 별개의 문제’라며 선을 그었지만 러위청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미국이 중국의 정당하고 엄중한 항의에 귀기울일 것을 촉구한다”고 항의했다.

 

이 때문에 어렵게 살린 대화의 불씨를 살리기는커녕 후속 회담에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실제 미국 역시 3월1일을 넘기면 새로운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며 90일 기한 내 타결을 압박하는 등 다시 대치 분위기로 흘러가는 형국이다. 미국의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시진핑의 경제 책사’로 불리는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의 무역협상의 결과에 관심이 모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주도적 외교’ 완성해 나갈 동력 찾은 정부

 

트럼프 대통령은 G20에서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도 긍정적 신호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2차 정상회담이 2019년 1월이나 2월에 열릴 것 같다며 “세 군데 장소를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또한 “일정 시점에(At some point) 김 위원장을 미국에 초청할 것”이라고도 했다.

 

백악관도 미·중 정상회담이 끝난 뒤 발표한 성명에서 “북한과 관련해 큰 진전이 이뤄졌다는 데 동의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함께 핵 없는 한반도를 보기 위해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노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또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 대한 우정과 존중(respect)을 표현했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G20 정상 리트리트 세션 발언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조속한 시일 내에 개최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이 조속히 열려 싱가포르 합의의 구체적 이행조치들이 신속하게 이뤄지길 기대한다”며 “한반도 평화는 동북아 평화의 기반이 되고, 세계평화와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차기 북·미 회담이 한반도의 비핵화 과정을 위한 또 다른 역사적 이정표가 될 수 있도록 한국과 미국이 긴밀히 협력해 나가는데 입장을 함께했다.

 

G20 이후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을 통해서 한 가지 우려를 덜었다”며 “혹시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고위급 회담 이전에 답방이 이뤄지면 그런 것이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염려가 없지 않았는데, 회담을 통해서 그런 우려는 말끔히 사라졌다”며 ‘주도적 외교’를 완성해 나갈 동력을 다시 찾았음을 시사했다. 페이스북을 통해서는 ‘G20 정상회의를 마치고’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하며 “지속가능한 미래는 평화 안에서만 가능하다. G20 정상들 모두 한반도 평화를 변함없이 지지했으며, 2차 북미정상회담과 김정은 위원장 서울 답방의 성공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문재인 대통령은 G20 참석 이후 해외 순방에도 나섰다. 첫 기착지로 체코를 선택한 문 대통령은 안드레이 바비쉬 총리를 만나 한국의 원전 건설 기술력과 바라카 원전 완공 등 그간의 성과를 설명하고 한국 기업이 원전 수주에 우선순위로 지목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다만 밀로시 제만 대통령이 부재한 상황에서의 비공식 방문이란 점에서 체코 방문 의미를 퇴색시켰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후 뉴질랜드를 국빈 방문해 양국의 문화 교류 협력의 질을 한 차원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특히 뉴질랜드에서 우리 국민의 자동여권심사 시행, 전문직 비자제도 활성화 등은 양국 국민들의 교류를 원활하게 할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여기에 남극연구 분야에서의 양국 협력 활성화도 양국 관계 개선에 큰 디딤돌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미국 눈치 본 반쪽짜리 성과 지적도

 

한편 G20 회의의 가장 큰 수혜자로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꼽힌다.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 이후 두 달 만에 외교무대에 복귀한 빈 살만 왕세자는 카슈끄지 살해 사건 배후로 지목되면서 각국 정상의 냉대를 받을 것이라는 관측과는 달리 나쁘지 않은 신고식을 치렀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하이파이브’를 하듯 손을 맞잡으며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하고, 트럼프 대통령과도 미소를 주고받으며 가벼운 환담을 나누는 모습도 포착되었다. 마크 롱 프랑스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등이 각을 세우기도 했지만 우군들의 확실한 지지를 얻었다는 분석이다. 핵심 산유국이자 미국의 주요 무기 구매처인 사우디 ‘오일 머니’의 힘을 여지없이 보여 준 것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광폭 외교’도 주목받았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프랑스 등 잇단 회담을 통해 안보 동맹과 경제 협력 기반 다지기에 주력하는 등 2019년 의장국으로서 중재자 역할에 충실했다는 평가다. 일본 현지 언론 역시 “아베 총리가 미국과는 전통적인 핵심 우방 지위를 공고히 하면서 중국과 긴밀한 협력을 확인했다”며 “미국과 중국 모두에 냉정한 대응을 요구하는 등 단순 중재자 이상의 역할을 수행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유럽연합(EU)는 공동성명 채택 불발이라는 최악의 수를 막았다는 데서 소기의 성과를 달성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앞서 지난 6월 트럼프 대통령이 G7 정상회의에서 공동성명 채택을 거부했고, 지난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선 25년 만에 공동성명 채택이 불발되는 등 갈등이 커진 상황에서 최악은 막았다는 것이다. 더불어 세계무역기구(WTO) 개혁에 대한 지지 역시 얻으면서 향후 미국 주도의 보호무역주의를 견제할 계기를 얻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G20 정상들에게 무역 갈등을 완화하고 관세 인상을 철회하라고 촉구했지만, 그런 역할을 하라고 만들어진 WTO는 보호무역주의 홍수 속에 그동안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미국이 항소기구의 새로운 재판관 선임을 반대하면서 무역분쟁 해결 기능도 사실상 무력화된 상태나 다름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요국 정상 간 국제회의에서 WTO 개혁이 공식적으로 언급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하지만 미국의 요구로 ‘보호주의 반대’가 빠지고, 중국 때문에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한 지적이 생략되는 등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도 많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G20의 결과가 트럼프의 승리가 아니라 모두의 패배라는 분석도 제기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벼랑 끝 전술에 밀려 산적한 난제에 대한 실질적 해법이나 강력한 의지 대신 표현의 절충과 미봉에 그쳤다는 것이다. 여전히 풀어야 할 실타래는 아주 복잡하다. 하지만 그동안 G20에서 나온 결과들은 세계와 우리나라의 정세에 예상하지 못한 큰 변화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2018년 정상회의, 그리고 내년 G20을 바라보며 조금의 변화가 모여 새로운 단계에 진입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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