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대학로에서 얻은 경험과 열정, 이제 후배들에게 전해 줘야죠”
[단독 인터뷰]“대학로에서 얻은 경험과 열정, 이제 후배들에게 전해 줘야죠”
  • 조재휘 기자
  • 승인 2015.02.24 1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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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맨 프럼 어스’를 통해 프로듀서로 데뷔한 배우 이원종
[이슈메이커=조재휘 기자]




“대학로에서 얻은 경험과 열정, 이제 후배들에게 전해 줘야죠”


연극 ‘맨 프럼 어스’를 통해 프로듀서로 데뷔한 배우 이원종







영화 ‘달마야 놀자(2001)’, SBS ‘야인시대(2002)’, MBC ‘기황후(2013)’, 최근엔 SBS ‘비밀의 문’까지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개성 있는 연기를 선보여온 배우 이원종. 그는 무려 3개의 학번을 가진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충남대 철학과 84학번, 성균관대 정외과 85학번, 그리고 경기대 행정학과 86학번. 그런 그가 영화 ‘맨 프럼 어스(2007)’를 본 뒤 그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영화 ‘맨 프럼 어스’는 ‘스타트랙’ ‘환상특급’ 등 미국 유명 SF TV시리즈를 쓴 작가 제롬 빅스비가 20년간 대본을 썼고 사후 그의 아들에 의해 영화화된 작품으로 개봉과 동시에 새턴어워즈 ‘올해의 필름상’을 수상하는 등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지난 11월부터 서울 종로구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에서 공연 중인 연극 ‘맨 프럼 어스’는 바로 이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연극으로는 이번 무대가 세계 최초다. 배우 이원종은 ‘맨 프럼 어스’를 무대에 올리기 위해 프로듀서를 자청, 25년간 쌓아온 인맥을 총동원해 직접 배우들을 캐스팅하고 연출가와 작가를 조율하는 일을 도맡았다. 지금도 매 회 공연마다 현장에 나와 혹여 있을지 모를 미흡한 점을 조율하는 한편, 극의 중심을 잡는 ‘댄 교수’ 역할을 맡아 열연하고 있는 그를 지난 1월 30일 대학로에서 만났다.

 



공연 현장에서 느끼는 관객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뜨겁죠. 평범한 내용은 아니지 않습니까? 어떤 분들은 대학로 어렵게 나왔는데 의미 있는 시간을 갖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해주시기도 했어요. 종교적인 문제로 관람을 중간에 포기하고 나가시는 분들도 있었는데, 그 분들한테 제가 직접 초대권을 드리고 끝까지 관람을 한 다음에 저한테 항의하실 것이 있으면 하시면 좋겠다고 그랬어요. 그런데 그 중에 두 분이 와서 무례를 범해 죄송하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계셨죠. 종합하자면, 오랜만에 대학로에서 진중한 작품을 봤다는 만족감이 주를 이루는 것 같습니다.




‘맨 프롬 어스’가 프로듀서로서 데뷔작이신데 스스로 성공적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네. 공연이 아직 끝나진 않았지만 성공적이라고 자평을 하고 싶어요. 일단 TV와 영화를 주무대로 하고 있는 제가 연극 무대에 오른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직접 제작해 출연까지 하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렇게 올린 공연에 관객 여러분들이 뜨겁게 반응해주시는 사실 자체가 성공적인 프로듀서 데뷔라고 자평하는 근거죠.





공연을 프로듀싱하시면서 아쉬운 부분도 있었을 것 같은데


먼저 극장에 대한 아쉬움이 있습니다. 대학로에 있는 극장이 관객을 위한 문화예술공간이 아니고 건물주나 극장소유주의 편의에 의해서 극장이 지어진 것이 많아요. 조금 더 나은 공연장에서 이 작품을 배우와 관객들에게 서비스를 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또 하나는 캐스팅에 대한 부분입니다. 사실 이 부분은 대학로 시스템에 대한 문제인데, 지금은 대학로 자체가 극단시스템이 아니고 기획공연 시스템으로 전환이 됐어요. 예전의 극단시스템이면 조금 함량이 모자라도 가르친다는 의미로 가르치면서 그 사람이 성장해가는 과정을 볼 수가 있었는데 이제는 이미 만들어진 사람들을 쓴다는 거죠. TV나 영화처럼 이미 캐스팅이 되어있는 사람을 쓰기 때문에 바쁜 사람들만 계속 바쁜 거예요. 그러다보니까 저도 친한 친구들 그리고 무대에서 한번 맞짱을 떠보고 싶었던 배우들을 캐스팅을 했는데 그들이 다 바쁜 겁니다. 그들이 다른 공연에 이중, 삼중으로 캐스팅되어 있는 거죠. 온전히 한 작품만 뛰게 되면 그 작품에 매몰돼서 깊이 있는 연기가 가능한 건데 그 부분에 대한 아쉬움이 있죠.




왜 갑자기 연극을, 그것도 ‘맨 프롬 어스’를 무대에 올릴 생각을 하셨습니까? 


제가 연극을 하다가 영화와 TV활동을 주로 한지 십 여 년이 넘었죠.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 연기가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 같았습니다. 배우 이원종이 그 전에 십 여 년 간 연극을 하면서 가지고 있던 것을 거의 다 소비하지 않았나 하는 느낌도 들고. 그래서 원점으로 돌아가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연극은 소비가 아니고 계속해서 축적하고 받아들이는 그런 작업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배우들에게 힐링의 기회가 되기도 하거든요. 그러던 중에 2007년 ‘맨 프럼 어스’ 영화를 보게 됐어요. 제가 가지고 있는 종교관, 그리고 인생관과 상당히 일치하더군요. 그때부터 언젠가는 이걸 무대에 올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죠. 그리고 7년 만에 그 꿈을 이룬 겁니다. 




공연예술계가 어려운 지금, 비용을 조달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요?


대관료만 한 달에 3,600만 원 정도 됩니다. 출연하는 배우 대부분도 대학로에서 실력을 키우고 대중예술 쪽으로 나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신 분들이 많죠. 그런 만큼 적정한 개런티를 주지 않으면 불가능한 작품이에요. 그럼에도 적은 개런티로 시간과 일정을 많이 할애해 줬어요. 그래서 공연이 가능했던 거죠. 또 생각보다 많은 관객들이 찾아주셨습니다. 이걸로 돈을 벌려고 하는 생각은 없었고 손익분기점에 최대한 근접해 가자는 게 목표였는데, 비슷하게는 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야 투자를 해주신 분들에게 돌려드릴 수 있는데, 얼마나 돌려드릴 수 있을지 사실 걱정입니다. 아직 한 달 정도 공연이 남았는데 끝까지 열심히 해 볼 생각입니다.





연극영화과 출신이 아닌데, 연기에는 어떻게 입문하신 겁니까?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연기를 접했어요. 그것도 애초에는 막걸리를 마음껏 먹을 수 있는 탈춤반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마침 동아리반이 비어있더라고요. 그래서 돌아섰는데 지나가다 옆모습이 예쁜 여학생이 있어 무슨 동아리인지도 모르고 그냥 들어갔어요. 그게 연극 동아리였습니다. 그렇게 들어간 연극 동아리라도 아는 척 좀 하고 싶어서 도서관에 가서 연극에 대한 책을 닥치는 대로 읽었어요. 하지만 제가 수줍음도 많고 내성적이었기 때문에 연출이면 연출을 했지 배우를 꿈꾸진 않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 아주 간단한 역할이 주어졌는데 관객들이 그야말로 빵빵 터지더라구요. 나에게도 이런 재주가 있나 싶었죠. 그래서 부모님 반대 다 무릅쓰고 극단에 들어갔어요. 거기가 바로 극단 미추였습니다.




얼마 전 한 TV프로에서 데뷔 이후 80여개의 배역을 소화했다고 밝히셨는데, 가장 기억 남는 역할이 있으십니까?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박형사 역입니다. 워낙 힘들게 찍었고 캐릭터를 소화해내는데 많은 정성을 들였어요. 사실 그 배역보다는 영화 자체가 많이 생각이 나요. 데뷔작이고 저를 만들어준 영화니까. 배역으로 치면 많이들 아시는 ‘야인시대’의 구마적이나 ‘쩐의 전쟁’의 마동포, ‘달마야 놀자’의 현각스님 같은 역할이 생각나네요. 그 이유는 캐릭터를 만드는데 그만큼 정성을 들였기 때문일 겁니다, 공을 들여서 그와 비슷한 사람들을 인터뷰를 하러다녔고 또 그 사람의 특징적인 면을 캐치해서 제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마동포 같은 배역은 양아치, 건달이나 사채업자를 만나서 그 특징 몇 가지를 취합해 캐릭터를 만들어 냈어요. 애교머리라던가 눈을 깜박인다든가 이런 것들이 그 사람들의 특징을 하나씩 따와서 제가 나름대로 섞은 거죠.





25년 연기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는 언제였습니까?


사실 저는 운이 좋은 배우에요. 미추에 들어가서 바로 주인공을 했거든요. ‘오장군의 발톱’이라는 작품에서 오장군 역을 하면서 대학로에 이름도 알리고 상도 받고… 하지만 결혼하고 1년 간은 경제적으로 정말 힘들었어요. 결혼 전에 제가 살고 있는 집이 보증금 30만원에 월세 4만원 짜리 창문도 하나 없는 정방형 집이었는데 제가 무슨 결혼을 꿈꾸겠어요, 말도 안 되지. 그런데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을 해버린 겁니다. 낮에 연극연습이 없을 때는 노가다를 뛰었는데, 지금도 집 사람은 그 사실을 잘 모릅니다. 그 때는 ‘내가 잘못 선택 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힘들어서 라기 보다 엄한 양갓집 규수를 데려다가 고생만 시킨다는 생각 때문에요.




배우 이원종을 롤 모델로 삼는 후배들도 있을 겁니다. 후배들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


요즘 후배들은 목표를 자꾸 대중예술로만 잡고 있는 것 같아요. 대중적 인기도 중요하지만 중요한 건 배우로서의 기본입니다, 배우라는 게 ‘사는 얘기’를 하는 직업이잖아요. 그만큼 많이 경험을 해봐야 오래 갈 수 있어요. 근데 시작부터 TV나 영화를 목표로 하면 그만큼 내 경험의 양이 줄어들죠. 가혹할 수도 있지만 저는 대학로에서 연극하는 친구들한테 알바도 하지 말라고 합니다. 그 시간에 공연을 하고 책을 보고, 어깨너머로라도 재즈나 탈춤, 판소리, 발레를 배우라고 합니다. 배우가 필요한 양식을 채우는데도 시간이 부족해요. 알바해서 한 달 100만원 벌어서 얼마나 호의호식 하겠어요? 차라리 선배들한테 빌붙어서 얻어먹고 하나라도 더 배우는 게 자신의 미래를 위해 훨씬 더 나은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나라에서 전업배우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습니까? 배우가 꿈이라면 배우가 되는데 시간을 투자해야죠.




앞으로의 계획 그리고 목표에 대해 말씀해 주시길 바랍니다.


또 연극을 올리고 싶습니다. 저는 대학로에서 15년 넘는 시간동안 많은 걸 배웠으니 다시 후배들과 동료들한테 돌려 드려야하는데, 좋은 작품을 선정해서 양질의 연극을 올리는 게 그나마 보답을 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1년에 한편씩 꾸준히, 일단 3년 동안 한 작품씩을 올릴 계획입니다. 3년은 제 여력으로 이끌 수 있을 테고, 그러다 보면 경제적으로든 뭐든 도움이 되어주실 분들을 만날 수 있겠죠. 그리고 배우로서 좋은 작품에도 출연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아버지로서 자식들을 좀 더 나은 환경에서 건강하게 잘 키우는 것도 저의 목표입니다.



사진/ 박경보 기자 kyung233@issuemak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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