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기전 규명의 실마리 제공 기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기전 규명의 실마리 제공 기대
  • 김남근 기자
  • 승인 2015.01.19 1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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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한국의 인물] 건국대학교 생명과학특성학부 정지혜 교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기전 규명의 실마리 제공 기대


독창적인 연구를 통한 기분 장애 질환을 이해하다





두부처럼 물컹거리고 호두 알맹이처럼 쭈글쭈글한 주름이 있는 분홍색의 물질. 무게는 전체 체중의 2%에 불과하지만, 심장에서 분출되는 피의 15%를 소비하며, 인간이 호흡하는 산소의 20~25%를 사용하는 인체 부위. 약 1천조 개의 시냅스로 이뤄진 고도의 복잡한 통신망. 방대한 외부의 정보를 인식해 기억으로 저장하고, 사고하며, 인간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곳. 바로 소우주라고 불릴 만큼 복잡한 인간의 뇌(腦)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동물 모델 정립 연구 펼치다


공포와 스트레스를 자극하는 사건을 겪은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PTSD). 몇 년 전 발생한 초대형 폭풍 샌디 또는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 그리고 보스턴 폭탄사건, 9/11과 같은 사건들도 PTSD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성적·육체적 폭력도 마찬가지이다. 또한, 그 사건을 직접 겪은 이들만이 아닌, 사건을 목격한 이들에게서도 발생한다.


  이에 PTSD와 기억의 관계에 대한 연구는 세계 선진국에서 경쟁적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분야이며, 최근 우리나라 역시 심각해지는 학교 폭력이나 세월호 사고 등을 계기로 PTSD의 예방과 치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건국대학교 생명과학특성학부의 정지혜 교수는 PTSD에 관련된 연구 제안으로 올해부터 앞으로 3년간 보건복지부의 두 가지 사업 (질병중심중개기반연구사업·메디스타사업)으로부터 동시에 연구비를 지원받게 되었다. 정 교수는 PTSD에 대한생물학적인 이해가 미비한 원인을 동물 모델의 부재로 꼽으며 그에 따라 중개기반연구 사업을 통해 ‘공포 기억을 형성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으나 공포 기억을 잊는 데에 문제가 있는 동물 모델’을 활용하여 공포감이 조절되는 기전과 공포 기억에 관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정 교수는 “기존의 연구는 공포 기억 형성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지만, 공포스러운 경험을 기억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입니다. 다만 시간이 지나도 그 경험에 대한 기억이 너무 강렬하여 일상생활을 할 수조차 없는 것이 PTSD의 대표적인 증세입니다. 따라서 공포기억의 형성 과정보다는 소거 과정에 초점을 맞추어 연구를 진행해보고자 합니다”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지원하는 세계선도 의생명과학자 육성(메디스타 : Medi-Star)사업은 연구 역량이 기대되는 만 35세 이하의 젊은 과학자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사업으로 특히, 정 교수는 2011년에 이어 두 번째로 메디스타 지원사업에 선정되었다. 이번 메디스타 사업을 통해서는 편도체와 측유상핵의 시냅스 효율성을 조절함에 따라 트라우마 경험을 잊게 되는 과정에 대해 연구할 계획이다. 


  트라우마 경험과 같은 공포 기억이 일차적으로 저장되는 곳은 아몬드 모양으로 생긴 편도체라는 뇌부위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정 교수와 연구진이 2011년 우울감과 크게 연관이 있다고 새롭게 밝힌 측유상핵이라는 뇌 부위는 만족감을 느끼게 하는 도파민의 분비를 억제해, 기대했던 결과가 생기지 않거나 나쁜 결과가 예상될 때 크게 활성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미국에 있는 동안 정 교수는 우울증 동물 모델에서 이 부위가 과활성되어 있는 것을 보고한 바가 있으며, 이에 따라 이 부위를 실망감을 감지하는 ‘실망중추’라고 명명하였다. 


  따라서 정 교수는 편도체뿐만 아니라 트라우마 경험과 관련된 부정적인 감정을 인코딩할 것으로 예상되는 실망 중추, 즉 측유상핵의 활성을 분석함으로써 PTSD 발병에 관여하는 시냅스와 신경회로를 밝히고자 한다. 정지혜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잊고 싶은 괴롭고 충격적인 기억을 잊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 밝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PTSD나 우울증과 같은 정신건강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환기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라며 “다양한 접근 방법과 최신기술을 이용한 실험을 수행하는 만큼, 이를 통해 논리적·창의적·생산적인 후속 연구 인력을 양성해 장기적인 국내 연구 역량 강화에도 이바지하기를 바랍니다”라고 힘주어 전했다. 






신경 회로 활성 조절 통해 우울증 증상 호전 및 예방 기대


지난 2011년, 메디스타 사업을 통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시냅스 기초 및 치료 기전 연구’를 수행하며 실망 중추의 활성을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을 규명해낸 정지혜 교수는 새롭게 밝혀낸 억제방법이 스트레스를 받은 다음에도 여전히 성공적으로 실망 중추의 활성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바 있다. 정교수는 이 기전이 우울증 치료의 새로운 타겟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또한, 정지혜 교수는 2012년부터 우울증의 발생 원인을 밝히고자 이 실망 중추의 활성이 우울증 모델에서 어떤 기작에 의해 증가되었는지를 밝히는 과제를 수행해오고 있다. 이를 통해 시냅스 전 뉴런 활성변화로 인해 실망 중추인 측유상핵의 활성이 높아지게 된 분자적 기전을 밝히고자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이렇듯 활발한 연구를 펼치고 있는 정 교수는 건국대학교 신경생리학 실험실(Neurophysiology Laboratory)을 이끌며 전기생리학적, 약물학적, 분자생물학적, 그리고 광유전학적 접근 방법을 사용하여 세포 수준에서부터, 시냅스, 신경 회로, 나아가 행동 수준에서 어떻게 감정과 행동이 조절되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정 교수는 “장기적으로 기분 장애 질환들을 신경생물학적으로, 시냅스 수준에서 이해하고, 나아가 감정이란 무엇인가, 다양한 감정들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이해하고자 합니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이처럼 건국대학교 신경생리학 실험실에서 펼치고 있는 이러한 연구들은 지금껏 연구되지 않은 독창적 연구로 학계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으며 정 교수 역시 끊임없는 호기심을 바탕으로 새로운 연구 분야 개척을 위해 쉼 없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평소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긍정의 마인드를 바탕으로 연구를 진행하는 정 교수는 “경쟁보다는 협업, 학제간의 토론, 연구자로서 진솔된 마음을 갖고 연구를 진행한다면 인류 발전에 도움이 되는 좋은 결과는 자연스레 따라올 것이라 생각합니다”라며 연구에 대한 자세를 내비쳤다. 인류 최대의 숙제인 ‘뇌’ 기전의 실마리를 풀어갈 정지혜 교수와 그의 연구진들의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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