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Issue] 대세가 된 ‘실버 경제’…건강하고 돈 많은 노인들이 몰려온다
[Global Issue] 대세가 된 ‘실버 경제’…건강하고 돈 많은 노인들이 몰려온다
  • 조재휘 기자
  • 승인 2014.11.27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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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한 고령층 새 소비층 부상, 우리나라는 ‘남의 나라 얘기’
[이슈메이커=조재휘 기자]
[Global Issue] 실버 경제



대세가 된 ‘실버 경제’…건강하고 돈 많은 노인들이 몰려온다

부유한 고령층 새 소비층 부상, 우리나라는 ‘남의 나라 얘기’




전 세계에 고령화 바람이 불면서 ‘실버 경제’(silver economy)가 급부상하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60세 이상 인구는 2050년 20억 명을 넘어서 현재의 두 배에 이를 전망이다. 이때가 되면 65세 이상 인구수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5세 이하 어린이 인구를 넘어선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는 최근 보고서에서 “60세 이상 노년층이 된 베이비부머 세대는 2020년 15 조 달러(1경6000억 원)에 달하는 구매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같은 전망이 정부와 기업에 엄청난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며 “새롭고 강력한 소비계층을 창출하는 인구학적 변화”라고 분석했다.




정부에는 ‘부담’, 기업에는 ‘기회’

고령인구가 주도하는 '실버 경제'가 저성장 늪에 빠진 세계 경제의 새 돌파구로 부상했다. 다국적 기업들은 이미 그 가능성에 주목하고 신성장 동력을 찾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0월 20일 “전보다 더 건강하고 부유해진 고령층이 강력한 새 소비층으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사라 하퍼 영국 옥스퍼드대 인구고령화연구소 소장은 "세계 인구 대다수가 한때 특별히 늙은 나이로 인식된 70살이 될 것"이라며 "많은 수의 젊은 인구가 바닥, 소수의 고령자가 꼭짓점을 이뤘던 고전적인 인구 피라미드의 모양은 이미 바뀌었다"고 말했다. 선진국은 물론 한국을 비롯한 많은 신흥국은 출산율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젊은 노동인구와 소비자 부족에 직면했다. 하퍼 소장은 이런 인구학적 변화가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21세기의 모습을 바꿔놓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FT는 고령화 시나리오가 각국 정부와 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지적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부터 1960년대 중반에 걸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베이비부머)가 은퇴기에 접어들면서 '은퇴'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는 설명이다. 신문은 수명 연장으로 당장 연금과 건강보험 등을 둘러싼 사회적 비용 부담이 커지겠지만 동년배의 이전 세대보다 건강하고 부유한 베이비부머의 은퇴는 새로운 소비층의 탄생을 의미한다고 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는 최신 보고서에서 베이비부머의 구매력을 ‘실버 달러’(Silver Dollar)라고 표현했다. 미국과 영국의 전체 소비에서 50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60%, 50%에 이른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베이비부머가 곧 기업들이 주요 타깃으로 삼는 18-39세 인구보다 소비력에서 앞설 것으로 내다봤다. 유로모니터는 지난 20년간 60세 이상 인구의 소비력이 30세 이하 인구의 소비력보다 50% 빨리 늘었다며 '실버 경제' 규모가 2020년엔 15조 달러(약 1경5922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조사업체 IHS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올 들어 미국에서는 65세 이상 인구가 새 자동차의 20%를 구매했다. 2004년의 구매 비중은 11%에 불과했다. 반면 18-34세의 구매 비중은 같은 기간 17%에서 11%로 떨어졌다. 산지브 산얄 도이체방크 글로벌 투자전략가는 자동차, 시계, 스포츠용품 등 고가 소비재 시장은 이미 고령자들이 점령했다고 거들었다. 그는 "한 세대 안에 기존 은퇴 개념을 뜯어고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디 홀츠먼 미국 은퇴자협회(AARP) 부회장은 장수인구의 증가는 중산층의 확장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고령인구가 미국 정부에는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이 되겠지만 기업엔 ‘기회’라는 것이다.



발 빠르게 나서는 다국적 기업들

다국적 기업들은 이미 나이 든 소비자들이 일으키고 있는 새 물결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부동산, 자동차, IT(정보기술), 금융, 제약 등 업종을 막론하고 고령인구를 타깃으로 한 맞춤형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 예로 미국 자동차회사 포드는 운전석이 심장마비를 진단해 차량을 멈추게 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65세 이상 인구의 30%가량이 심장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포드가 노년층을 위한 차량 시트 개발에 나선 것은 65세 이상 인구가 미국에서만 연간 무려 1천400억 달러 어치의 자동차를 구입할 정도로 자동차 시장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포드 리서치센터의 핌 반 데르 작트는 "미래엔 100살 노인이 운전하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자동차업체인 토요타도 각종 센서와 스캐너로 교차로 등에서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고령 운전자에게 위험을 알려주는 경고시스템을 선보이려고 일본에서 현장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제약과 생명기술 업체들도 노년층의 수요 증가에 대처하기 위한 투자를 대대적으로 늘리고 있다. 지난해 생명과학 분야에서 연구개발(R&D) 분야에 투자된 돈은 2010억 달러로 전년보다 3.1% 늘었다. 이는 65세 이상 미국인의 86%가 심장병이나 당뇨, 암 등 최소 1개의 만성질환을, 절반 이상은 2개 이상을 앓고 있다는 점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IT기업들도 실버 세대를 잡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스웨덴의 시니어 전용 스마트폰 제조사 ‘도로’는 스마트폰, 태블릿, 컴퓨터 등의 자판 크기를 키우고 단순화한 제품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일본 종합가전업체인 NEC는 가정용 로봇 파페로를 노년층을 위한 동반자 로봇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로봇 본체와 클라우드 서비스를 결합해 노인 돌봄이나 주택 보안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애완견 역할과 스마트 기기를 결합한 노인 돌봄 로봇 ‘지보’, 일본 후지쓰가 내놓은 긴급호출 기능을 갖춘 전화 등도 인기다. 

  노년층 전용 온라인 커뮤니티서비스인 ‘실버서퍼닷컴’은 지난해 말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월평균 방문자 수가 25만 명을 넘어섰다. 노인 건강과 관련한 모바일 헬스케어 시장은 2020년 세계적으로 234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실버 세대가 IT에 눈을 뜨면서 장례 문화도 변하고 있다. FT는 “IT가 도저히 끼어들 틈이 없었던 상조산업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며 “자신이 원하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장례식을 직접 설계하는 노인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역동적으로 변하는 은퇴 후 삶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 국가는 현재 독일·일본·이탈리아 세 나라다. 그러나 2020년까지 프랑스·네덜란드·스페인 등 13개 국가가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2030년에는 한국·미국·영국 등 34개국이 초고령 국가에 진입할 전망이다. 고령화는 선진국뿐 아니라 개도국에서도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아시아 국가의 진행 속도가 특히 빠르다. 2015~2030년까지 중국·독일·일본·홍콩·러시아 등 16개 나라에서는 10% 이상 생산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60세 이상 노년층이 된 베이비부머 세대는 강력한 구매력을 갖고 있다. 이들은 과거 세대와 다르게 세련된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고, 스포츠 등 야외 활동을 즐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은퇴 후 여행을 떠나는 미국인은 1993년 9.7%에서 2012년 13%로 늘었다. 또 해외 주소로 사회보장 연금을 받는 사람도 36만 명으로 10년 전보다 10% 증가했다. 집안에서 지루하게 보내는 삶보다 적극적인 여가 활동을 즐긴다는 뜻이다. 

  은퇴 이전 사람들은 은퇴 후 삶에 대해 “편안한 소파에서 보내거나, 골프나 치고 아이스티나 먹는 삶”을 상상했지만, 막상 은퇴를 하면 보다 활동적인 ‘이동형’ 라이프스타일 선호하게 된다고 NYT는 전했다. 실제로 이들은 역대 어떤 고령층보다 더 건강하고 부유하다. 때문에 부모 세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돈과 시간을 쓴다. 미 은퇴자연합의 부회장 조디 홀츠맨은 “많은 사람에게 오래 산다는 것은 중년이 길어진다는 의미이지 노쇠함으로 내려앉는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말했다. 전(前) 막스 앤 스펜서 임원이자 전영(英) 인구학적 이용자 그룹의 스테픈 본드 공동 이사도 “나이 든 성인들은 더 이상 전통적인 ‘어르신’ 옷을 입지 않는다”며 “최신 유행하는 옷을 입으려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 인구 감소…경제엔 독 될 수도

실버경제가 산업계 전반에 새로운 틈새시장을 겨냥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지만 이와 관련해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FT는 “선진국과 한국과 같은 많은 신흥국에서 출산율이 하락하면서 젊은 노동자와 소비자 부족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여기에 수명연장은 연금과 건강보험 정책을 뒤집어 놨다. FT는 “정부가 연금수령 연령을 높이고 저축과 투자에 대한 책임감을 개인에게 전가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머징 마켓 경제가 둔화되는 가운데 세계적으로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글로벌 경제 성장이 약화되고 소득 불균형은 더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오는 2060년까지의 중장기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2010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3.6%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글로벌 평균 경제성장률이 2050년부터 2060년까지 2.4%로 크게 하락할 것으로 점쳤다. 특히 그동안 글로벌 경제 성장을 주도해온 OECD 국가들의 성장률은 2050~2060년에 현재보다 절반 수준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OECD는 보고서에서 “OECD 국가들은 인구구조적으로 두 가지 충격을 동시에 받게 될 것”이라며 “고령화의 노동인구 부족이 대표적”이라고 전했다. 글로벌 경제의 균형이 OECD 비회원국으로 옮겨가면서 OECD 국가로 유입되던 고도의 숙련직 노동자가 줄게 된다는 얘기다. 실제 OECD는 2060년까지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에서의 노동가능인구는 현재보다 20% 가까이 급감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에서의 노동인구도 15%나 줄어들 전망이다. OECD는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충격을 줄이기 위해 은퇴연령을 늦추고 고령자 고용시 기업들에 더 많은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 세계가 실버 경제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분위기지만 우리나라의 실버 경제 활성화를 위한 기반은 매우 열악하다는 분석도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조호정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9월 14일 내놓은 '한·독·일 실버경제의 기반 비교-시니어 시프트(Senior Shift)에 대비하자'는 보고서에서 “한국은 고령 소비자가 꾸준히 증가해 고령 소비시장을 확대시키는 기회요인이 있지만 고령자의 구매력이 낮고, 실버산업 지원 등도 미미해 성장이 제약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고령인구는 2050년쯤에는 독일, 일본과 같이 전체 소비자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급증하게 된다. 2010년 기준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11.1%로 독일(20.8%), 일본(23.0%)에 비해서는 매우 낮지만 2050년쯤까지 34.9%로 높아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령자의 소득과 소비, 관련 산업은 취약하다. 

  소득은 2012년 기준 전체 가구 평균의 47%로 독일(68%), 일본(74%)에 비해 현저히 낮다. 또 불안정성이 높은 근로소득에 대한 의존도가 63%로 독일(13.4%), 일본(43.9%)에 비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지출도 전체 가구 평균의 53%에 불과해 독일(88.4%), 일본(86.4%)보다 30%포인트 이상 낮았다. 한국의 실버산업 역시 국내총생산(GDP)의 5.4%에 불과해 독일(12.3%), 일본(19.6%)과 큰 차이를 보였다. 고령친화산업에 대한 연구개발(R&D) 지원 등도 독일, 일본에 비해 미미하다. 

  고령화에 따른 실버경제를 미래 성장전략으로 활용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고령층 소득안정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소비여력 확충을 위한 의료비 감축 방안과 주택연금이 확대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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