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ieu, 2014 브라질 월드컵
Adieu, 2014 브라질 월드컵
  • 김남근 기자
  • 승인 2014.11.21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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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을 기다려온 한 달간의 뜨거운 전쟁
[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Sports Issue] 2014 Brazil Word Cup



Adieu, 2014 브라질 월드컵


4년을 기다려온 한 달간의 뜨거운 전쟁




한 달여 간 전 세계 축구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2014 브라질 월드컵이 독일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독일 축구 대표팀은 역사상 처음으로 남미 대륙에서 우승한 유럽 팀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며 최근 메이저 대회에서 잇달아 4강에서 탈락했던 아쉬움을 달랬다. 아르헨티나의 메시는 생애 첫 월드컵 타이틀에 도전하였으나 우승 문턱에서 무릎을 꿇으며 월드컵 정복을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비록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의 부진으로 국내 축구팬들에게 유쾌하지만은 않았던 월드컵이었지만, 매 경기 다양한 명승부와 이변, 그리고 진기록이 속출하면서 새벽잠을 설치게 하기는 충분한 대회였다.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는 많은 골과 이야기가 만들어진 가장 재미있었던 월드컵 중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





세계 축구의 진화, 골을 넣는 팀이 이긴다.


  1994년 이후 20년 만에 미 대륙에서 열린 브라질월드컵에선 각종 이변이 속출했다. 코스타리카는 '죽음의 조'로 평가받던 D조에서 우루과이, 이탈리아 등을 꺾고 조 1위로 16강에 오른 뒤, 16강에서도 그리스마저 꺾어 사상 처음 8강에 오르는 저력을 과시했다. 또한, 남미의 콜롬비아, 칠레, 북중미의 미국, 멕시코 등도 나란히 토너먼트에 오르는 등 미 대륙 다크호스 국가들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물론 독일이 브라질월드컵 우승을 거둔 것도 이변이라면 이변으로 말할 수 있다. 유럽 팀이 남미 대륙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건 1930년 첫 월드컵 이후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 축구전문 기자는 “과거 독일은 세계 축구 강호로 군림하면서도 월드컵에서는 유독 성적이 좋지 않아 ‘녹슨 전차’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었다”라며 “2004년 독일 축구 대표님 코치로 출발한 뢰브 감독이 그동안 팀을 힘과 스피드를 바탕으로 한 정교한 조직력을 갖춘 팀으로 탈바꿈시킨 것이 남미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원동력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네덜란드 역시 마찬가지로 3백과 4백을 혼용하여 상대에 맞춰 구사함과 동시에, 공격수인 디르크 카윗을 측면수비에 기용하고, 23명의 엔트리를 모두 고루 기용하는 등 전술적인 유연성을 극대화했다. 네덜란드는 상대적으로 수비가 불안하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빠른 역습전술과 공격수들의 개인능력을 통해 이를 극복하고 3위를 차지했다.


  반면 이번 월드컵에서는 개최국이자 세계 최강으로 군림하던 브라질이 독일에 1-7, 네덜란드에 0-3으로 대패하며 세계 축구사에 가장 충격적인 사건 중 하나로 기록됐다. 디펜딩 챔피언 스페인 역시 네덜란드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1-5로 역전패당하고, 칠레에도 0-2로 지며 예선 탈락하는 이변이 속출했다. 지난 대회 우승팀이었던 스페인이 조별예선 두 경기에서 졸전을 펼치며 패하고 일찌감치 귀국할 것이라고 예상한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그만큼 충격적인 결과였는데, 이는 스페인이 추구하던 점유율 축구가 몰락했다고 설명하기보다는 점유율 축구에 대항하여 ‘속도’를 끌어올린 축구의 성공이라고 볼 수 있다.


  스페인의 몰락은 트렌드의 변화라기보다는 축구의 진화로 설명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이에 한 축구전문 블로거는 “스페인이 패러다임을 지배했던 점유율 축구는 ‘공을 오래 갖고 있는 다면’이라는 질문에서 출발하여 ‘상대에게 공격할 기회를 주지 않아 실점할 확률이 줄어든다’라는 명제와 ‘공격할 기회가 많아져 득점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명제로 설명할 수 있다”라며 “그러나 이번 월드컵에서는 ‘공을 오래 갖고 있다’와 ‘실점할 확률이 줄어든다, 득점할 확률이 높아진다’라는 각각의 명제의 연결고리가 매우 약해졌다는 것을 입증하였다. 결국 '축구는 골을 넣어야 이길 수 있다'는 명제를 확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특급 왼발’ 하메스, ‘특급 이빨’ 수아레스


  이번 브라질 월드컵이 탄생시킨 최고의 스타는 누구일까. 역시나 콜롬비아의 하메스 로드리게스(AS모나코)였다. 로드리게스는 ‘특급 왼발’로 전 세계 축구팬들을 열광시키며 이번 월드컵의 득점왕으로 군림했다. 화려한 개인기와 골 결정력으로 슈퍼스타의 자질을 지니고 있음을 증명한 로드리게스는 특히 16강 우루과이전에서 선보인 환상적인 발리 슈팅에 이은 골은 곧 그가 세계 축구의 대세가 될 것이라는 예상을 하기에 충분했다. 빼어난 실력에 훈훈한 외모까지, 브라질 월드컵은 로드리게스의 월드컵이었다.


  이런 로드리게스를 가만 놔둘 리 없다. 세계 최고의 명문 클럽들이 로드리게스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의 몸값이 월드컵을 통해 얼마나 더 뛰어오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영국의 '데일리 메일'은 로드리게스를 향해 “호날두와 메시를 이을 차세대 슈퍼스타가 탄생했다. 메시와 호날두가 나이 30대로 가고 있는 지금 새로운 세대의 스타를 찾고 있다”라며 “다음 10년을 책임질 슈퍼스타를 찾고 있다. 네이마르, 가레스 베일 등이 떠오르고 있지만, 우루과이전의 눈부신 플레이를 본다면 로드리게스가 가장 유력한 선수다”라고 극찬했다. 


  로드리게스 외에 칠레의 메시라 불리는 알렉시스 산체스, 독일의 신형엔진 토니 크로스 등이 가치를 인정받았으며 이들 모두 명문 클럽으로의 이적을 확정 지었거나 러브콜을 받고 있다. 또한, 골키퍼의 월드컵이라 불릴 만큼 멕시코의 기예르모 오초아와 코스타리카의 케일러 나바스 등도 스타 반열에 이름을 올랐다.


  최고의 스타가 등장하면 최악의 스타도 등장하게 마련이다. 이번 월드컵의 가장 아찔했던 순간은 콜롬비아-브라질의 8강에서 나온 수니가와 네이마르의 충돌 장면이었다. 콜롬비아의 후안 카밀로 수니가가 공중볼 경합 과정에서 네이마르의 허리를 가격했다. 네이마르는 경기장을 떠났고 검사 결과 척추 골절 판정을 받으며 월드컵을 이탈했다. 그 여파로 우승을 노렸던 브라질은 4강에서 독일에 1-7이라는 충격적인 참패를 당하며 ‘미네이랑의 비극’ 속에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급기야 수니가는 브라질 마피아로부터 살해위협을 받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최악의 스타 주인공은 역시나 루이스 수아레스(우루과이)다. 수아레스는 ‘특급 이빨’로 이번 월드컵 최악의 스타로 악명을 떨쳤다. 이탈리아와의 조별리그에서 수아레스는 상대 선수 조르조 키엘리니의 어깨를 물어뜯었다. 이후 ‘핵이빨’이라는 비아냥거림과 함께 드라큘라, 병따개 등과 같은 수많은 패러디가 등장했고, 수아레스의 명성은 바닥으로 추락했다.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으로서 기대감을 한몸에 받았던 수아레스의 월드컵은 특급 이빨로 끝나고 말았다.





축제를 바라보는 엇갈린 시각


  국제축구연맹(FIFA) 제프 블래터(78) 회장은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스페셜 월드컵’이라며 극찬했다. 블래터 회장은 지난달 15일(한국시간) 이번 월드컵 결승전이 펼쳐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브라질월드컵은 10점 만점에 9.25점짜리 대회였다. 한마디로 스페셜했다”고 평가했다. 


  블래터 회장의 총평대로 브라질월드컵은 당초 우려와 달리 수준 높은 경기와 여러 대기록 덕분에 전 세계 축구팬들을 열광시키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역대 월드컵 최다 관중 수 2위(342만 9,873명)를 기록하고 총 171골(경기당 평균 2.67골)로 1998년 프랑스월드컵(171골) 이후 16년 만에 가장 많은 골이 터지는 등 풍성한 수확을 건질 수 있었다. 블래터 회장은 “월드컵은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브라질월드컵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보다 한 단계 더 성장한 대회였다”라며 “남아공월드컵 당시 10점 만점에 9점이라는 후한 점수를 줬는데, 이번 브라질월드컵은 그보다 더 많은 9.25점을 주겠다”고 말했다.


  이렇듯 1994년 미국월드컵에 이은 흥행에 성공한 대회로 월드컵 사에 남을 ‘2014년 브라질월드컵’도 사실은 화려함 뒤에 숨겨진 상처가 깊다. 경기 도중 거친 플레이에 당한 피해 선수들은 통증을 호소했고, 심지어 부상으로 월드컵 무대를 이탈하는 불상사까지 발생했다. 몸만 아팠던 것이 아니다. 월드컵 우승을 이끌었던 명장이 여론의 질타에 불명예 퇴진했고, 한 국가의 축구사에 ‘대들보’같은 존재였던 감독은 갈기갈기 찢기고 씹히며 축구의 ‘축’자도 꺼내기 어려울 정도로 멍들어버렸다. 또한, 그라운드 밖에서는 자국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브라질 정부의 무리한 월드컵 유치에 따른 반대 시위가 극렬하게 이어졌고, ‘미네이랑 비극’인 독일과의 4강 대패 후에는 버스가 방화로 전소되고 쇼핑센터 약탈사건이 발생하는 등의 소요사태로 번져 브라질 땅도 타들어갔다. 


  AP통신은 "분노에 브라질 국기를 찢는 관중들이 있었고, 길거리로 쏟아져 나온 사람들이 강한 분노를 표출했다. 일부는 국기를 불태우기도 했다"며 성난 브라질의 민심을 전했다. 






2014 브라질월드컵을 지배한 5가지 키워드


‘축구의 나라’ 브라질에서 열린 이번 월드컵은 지난 한 달간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구며 화끈한 공격 축구와 재미있는 승부를 연출하며 축구팬들의 관심을 모았다. 전 세계가 4년을 기다린 지구촌 축제인 만큼 많은 이야깃거리를 남기며 다음 대회를 기약하게 됐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브라질월드컵을 5가지 키워드로 되돌아봤다.


① ‘팀’이란 이름으로, 전차군단 

축구는 독일이 이기는 스포츠였다. ‘팀’ 독일은 강했다. 힘과 스피드, 스페인식 패싱까지 갖춘 독일은 완벽했다. 바야흐로 스페인의 시대가 지나고 ‘신형 전차군단’ 독일의 시대가 왔다. 호날두도, 메시도 독일의 질주를 막지 못했다. 개최국 브라질도 마찬가지였다. 뢰브 감독은 “독일의 10년 프로젝트가 성공했다”고 기뻐했다. 장기적 투자의 중요성을 보여준 독일이다. 대한축구협회가 배워야 할 점이다. ‘무적’ 독일의 전성시대다.


② ‘스리백’의 재림

한 때 ‘옛날전술’로 저평가를 받았던 스리백 전술이 브라질월드컵에선 승리의 키워드로 활용됐다. 네덜란드, 이탈리아, 멕시코, 코스타리카 등이 스리백을 사용했다. 칠레와 우루과이도 상황에 따라 포백과 스리백을 오갔다. 전술은 돌고 돈다. 약점을 보완한 스리백은 새로운 전술 트랜드를 제시했다. 스리백은 ‘점유율 축구’의 대항마로 급부상했고, 결과적으로 성공을 거뒀다.


③ ‘브라주카’의 위력

이번 대회에는 총 64경기에 171골이 터져 경기당 평균 2.67골이 나왔다. 이는 4년 전 남아공월드컵(2.3골)에 비해 훨씬 높아진 수치였다. 많은 골 비결로는 브라질월드컵 공인구 브라주카 덕분이었다는 평가도 많이 나왔다. 역대 월드컵 공인구 중 조각 수가 가장 적고 원 형태에 가까워 킥 정확도가 훨씬 높아지고, 그만큼 골키퍼들에게 힘든 공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④ 의리 축구, 그 중심에 선 ‘홍명보’

한국에겐 최악의 월드컵이 됐다. 시작부터 ‘의리’ 논란에 휩싸였던 홍명보호는 조별리그서 1무 2패 최하위로 탈락했다. 국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단순히 탈락 때문은 아니다. 부진한 성적도 문제였지만 최종엔트리 선발 과정에서 ‘소속팀에서 꾸준히 경기에 출장한 선수를 우선 선발한다’는 스스로의 원칙을 깨고 ‘홍명보의 아이들’이라 불리는 일부 선수들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함에도 계속 기용해 논란이 불거졌다. 게다가 한국 축구의 장점이었던 투혼마저 사라진 월드컵이었다. 결국, 홍명보 감독은 언론과 팬들의 뭇매를 맞았고, 재신임되는 듯했지만 비난 여론을 이기지 못하고 자진 사퇴했다. 


⑤ 번외경기, ‘해설 3파전’

국내에서 브라질월드컵의 장외 키워드는 '문어영표'였다.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조별리그 초반 스페인의 탈락과 코트디부아르-일본 경기에서 일본의 1-2 패배 등을 정확히 예측해 화제를 모았다. 경기의 맥을 정확히 짚어내는 해설과 정확한 예측까지 더해져 이 위원은 2010 남아공월드컵 최고 장외 스타였던 '점쟁이 문어' 파울을 빗댄 '문어영표'라는 별칭을 얻었다. 그 밖에도 '때땡큐'라는 신조어를 만든 안정환 MBC 해설위원을 비롯해 송종국, 김남일, 차두리 등 2002 월드컵 4강 스타들이 TV 해설위원으로 안방 축구팬들을 찾아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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